헤드폰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실 헤드폰에 대해서 잘 모르던
시절이 있다. 헤드폰도 스피커와 마찬가지로 음향 재생의 또 하나의 수단으로 여겼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사인파에 의해 진동판이 움직이는 것 만큼 근본적은 발음 방식은 스피커와 큰 차이가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드라이버를 개발하는 방식과 워낙 작은 챔버에서 콘이 진폭 하기 때문에 설계 방식에 있어 차이점은
있으리라 생각했다. 의아했던 것은 하이파이나 하이엔드 오디오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메이커들이 도전하지
않던 시장이었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잘 알려진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를 중심으로 헤드폰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기대는 컸지만 시행착오가 있는
듯 했다. 여기서 내가 오해했던 것은 헤드폰을 잘 만들기가 스피커를 잘 만들려는 만큼 어렵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니까 하이엔드 스피커 설계와 헤드폰 설계의 난이도가 비슷하다 착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판단 착오였다. 물론 헤드폰 설계가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제작에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고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수 많은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에서 기존 하이엔드 헤드폰 메이커 만큼 뛰어나거나
더 높은 성능을 가지는 헤드폰을 개발해 내고 있다.
오디오퀘스트가 처음 헤드폰을 제작한다고 할 때 나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오디오퀘스트가 스피커 메이커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4년 전 오디오퀘스트를 처음 방문하고 놀라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그들은
수 많은 하이엔드 스피커를 자신들의 케이블 개발에 모니터용 스피커로 사용했고 내부 배선제를 교체하는 작업 중에 벤치마킹 작업도 함께 해왔던 것이다.
그리고 오디오퀘스트의 창업자 윌리엄 E. 로우씨는 관련 분야에
최고 인재를 영입하는데 굉장한 능력을 가진 이다. 헤드폰 제작 프로젝트를 위해 스카일라씨를 영입해 나이트호크를
개발하여 발매했다.
599달러짜리 나이트호크의 경쟁 상대는 스테디 셀러인 1,499달러짜리 헤드폰이었다. 그들이 측정한 다양한 자료들을 참조해보면
599달러짜리 나이트호크가 1,499달러짜리 헤드폰보다 훨씬
우위에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걸 리스닝을 통해 판단해 보았을 때 가는 길이 워낙 달러 직접적인 비교가
불가능했지만 나이트호크의 첫 인상은 굉장했었다.
다만.. 25옴의 임피던스를 갖추고 있었고 스마트폰이나 일반
포터블 기기에서 볼륨 확보가 가능했었지만 구동은 쉽지 않았다. 이때 드래곤플라이 레드가 함께 출시 되었더라면
좀 더 대중들에게 어필 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오디오퀘스트에서 오픈형이 아닌 밀폐형 헤드폰을 제작한다는 이야기를
1년 전부터 들을 수 있었다. 그 이름은 나이트아울이다.
기본적은 스펙은 나이트호크의 것을 많이 가져가지만 중요한 것은 밀폐형이라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오픈형보다 밀폐형이 고음질을 내기 더 어렵다. 오직
음질을 따지는 사람들은 오픈형을 선호하지만 상대적으로 밖에서나 집에서 주변 이들에게 작은 소음도 발생시키지 않길 원하는 이들은 밀폐형을 고집한다.
이걸 오디오퀘스트의 헤드폰 제작 책임자인 스카일라씨도 무척 잘 알고 있었다. 나이트아울의 가격대를 생각해 보면 오픈형 보다는 밀폐형을 선호하는 이들이 훨씬 많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나이트아울은 설계 되었다.
밀폐형은 제한된 챔버 내에서 진동판을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콘이 움직일 때 밀폐된 공간에서 콘이 움직이려는 반대 방향으로 압이 발생한다. 그 반대의 경우에는 콘을
당기려고 한다. 여기선 원활한 응답을 얻기란 쉽지 않다.
나이트아울은 50mm의 바이오셀룰로스 진동판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1.2T에 스플릿–갭
자기 회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조금 과한 스펙이라고 느꼈던 나이트호크에 비해 적합한 드라이버라는 생각이 들었다.
밀폐형으로써 99dB/mW의 스펙을 가졌고 단지 1.5W의 출력이만 원활한 구동이 가능하다고 표기하고 있다. 나이트호크는
세미 오픈형이었기 때문에 엄청난 베이스의 출력이 가능했지만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뛰어난 헤드폰 앰프가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이트아울은 밀폐형이기 때문에 구조 자체에 의해 저음의 댐핑이 이뤄진다. 50mm 진동판에 의한 깊은 저음이 표현되면서도 컨트롤이 자체적으로 잘 이뤄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스카일라씨는 전작인 나이트호크 만큼 뛰어난 음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이트호크 만큼 깊은 저역을 좀 더 원활하게 표현하기 위해 이어 컵 중앙 원형 부분 아래에 아주
미세한 벤트 홀을 마련했다. 각 돔의 둘레를 따라 숨겨진 공기 흐름 저항 포트를 통해 미세 압이 조절된다. 밀폐형 헤드폰의 가장 큰 단점은 임펄스에 의한 임팩트가 떨어진다는 것과 그 이후의 잔향 처리가 잘 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이트아울은 밀폐형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이 작은 벤트 홀과 에어 플로우
디자인 덕분에 오픈형에 버금가는 잔향을 표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높은 볼륨에 의해 콘이 크게 진폭 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링잉이나 진동판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디스토션이 크게 억제 된다. 이러한 디자인이 밀폐형 디자인으로써 완성도를 떨어트리는
것 아닌가 의심이 되겠지만 벤트 홀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음압은 들리지 않는 것으로 간주해도 될 정도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나이트아울 이어컵 재료로 내추럴 리퀴드 우드를
사용한다. 놀라운 것은 사출 성형이 가능한 식물 섬유와 진짜 나무를 혼합한 신소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사출 성형되어 사용되는 플라스틱에 비해 훨씬 나은 어쿠스틱 환경을 제공한다. 이것은 스피커로 따지자면 캐비닛에 가깝기 때문에 고음질 구현에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가끔 밀폐형 헤드폰을 들어보면 완성도를 떠나 양감이 상당한 베이스 연주에서 이어–컵이 공진을 이기지 못하고 잡음을 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문제를 억제할 수 있는 훨씬 이상적인 소재이다. 실제 나이트아울은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어떤 밀폐형 헤드폰에 비해 이러한 문제를 적게 노출 시켰다.
이러한 점들을 관찰해 보면 나이트아울은 밀폐형 헤드폰이 가지는 문제점을 파악해 해결해 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699달러라는 가격표를 가진 헤드폰을 훨씬
초월한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의문은 없다.
하지만 오디오퀘스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나이트아울을 헤드폰이 가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파인–튜닝에 나섰다. 나는 사실 오프 더 레코드로 2016 뮌헨 하이엔드 오디오 쇼에서 나이트아울을 미리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여기서
귀에 밀착되는 두 가지 소재의 패드로 들어볼 것을 권했다.
하나는 가죽 소재였으며 하나는 벨벳 느낌의 소재였다. 이것은
철저하게 두 가지 성향의 헤드폰 유저층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가죽은 공진을 통한 저음의 흡음이
가능하기에 중고역이 돋보이는 밸런스를 가질 수 있고 벨벳 패드는 그 반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나이트아울
튜닝 과정 중에서 두 가지 조건 모두 완성도 높은 소리를 제공했는지 정식 발매품에 두 가지 패드를 모두 제공한다.
하나의 헤드폰에서 두 가지 성향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오디오퀘스트의 헤드폰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편안한 착용감과 밀착력이다. 이것을 무중력에 비유하고 싶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2중 구조의 밴드가
만들어 내고 있다. 346그램에 이르는 헤드폰 무게를 머리에 직접 닿는 밴드로 지탱하고 있으며 양쪽
컵의 밀착은 별도의 밴드로 이루고 있는 것이다. 어느 헤드폰과 비교해 편안한 착용감에선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1시간 이상 착용했을 때 스트레스가 가장 적은 헤드폰으로
평가하고 싶다.
나이트아울의 만족감은 무척 좋다. 하지만 어느 포터블 플레이어에서나
나이트아울을 쉽게 구동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면 1와트
이상 출력을 낼 수 있는 포터블 플레이어나 스마트폰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자체적인 구조 덕분에 저음의 댐핑 능력은 좋아졌지만 구동도 그만큼 쉽지 않아진 문제도 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요즘은 출력 회로가 아주 좋아진
고가의 포터블 플레이어도 존재하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선택할 수 있는 드래곤플라이 레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리뷰를 위해 드래곤플라이 레드도 섭외했다.
둘의 시너지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저음의 양감과 댐핑
능력의 조화에 있어서 나이트호크 이상의 만족감이 있다. 나이트호크는 50mm의
진동판과 1.2T의 스플릿–갭 모터를 통해 헤드폰에서 이토록
깊고 큰 양감을 얻을 수 있다는 놀라움을 선사했다.
나이트아울은 이런 드라이버를 밀폐형 디자인을 통해 보다 현실적인 저음의 양감에 빠른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이트아울이 좀 더 이상적인 소리의 밸런스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쾌감을 일으킬 수 있는 적당한 저음의 양감을 갖춤과 동시에 중고역의 표현력이 더욱 좋아졌기 때문이다. 카랑카랑하며 에너지가 좀 더 뻗어 나가는 중고음을 맛볼 수 있다. 소리의
밸런스와 성향 측면에서 나이트호크와 나이트아울은 크게 다르다. 나이트호크 역시 조합(고성능 헤드폰 앰프)에 따라 완성도 높은 재생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나이트아울은 드래곤플라이 레드의 조합을 통해서도 이에 크게 뒤쳐지지 않는 재생음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나이트아울은 오디오퀘스트가 제작하기에 얻을 수 있는 이점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헤드폰 케이블이다. 밸런스에 대응할 수 있는 L/R 독립 입력 구조와 더불어 롱 그레인 카퍼 선재가 쓰인다. 과거엔
내구성이 떨어지지만 음질이 뛰어난 케이블과 내구성은 좋지만 음질이 다소 떨어지는 케이블을 각각 제공했지만 나이트아울은 이 둘 모두를 만족시키는
1.3미터 케이블을 제공해 경쟁 헤드폰에 비해 음질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