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 취미 생활을 제외하면 관심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은 자동차이다. 물론
여행이나 카메라가 있지만 영화 분노의 질주 첫 번째 이야기의 대사처럼 쿼터 마일을 달리는 동안 나는 자유를 얻는듯한 느낌을 갖는다.
이것도 직업병인지 모르겠지만 무작정 달리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에 내 신경을 연결한 것처럼 이것저것을 느끼며
또 생각하며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 또한 그 차가 가지고 있는 성능을 극한까지 몰아붙일 때 참으로 재미있다.
나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기아 자동차에 플래그쉽 세단 K9 2세대를
1,500KM에 이르는 주행 거리를 달려볼 수 있었다. K9 2세대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은 개인적으로 현대 자동차 보다 기아 자동차의 디자인이 취향에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K9 2세대의 렌더링이 공개되자 내가 생각했던 것 과는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는 듯 했다. K9 2세대는 현대기아차 그룹에서 참으로 모호한 위치에 있다. 제네시스 G80과 제네시스 EQ900
사이에서 카니발리제이션을 우려해 컨셉 자체가 조금 밋밋한 느낌도 있다.
K9 1세대는 확실히 에쿠스 보다는 제네시스의 수요층을 흡수하려는
인상이 강했다. 조금 더 큰 제네시스 그레이드의 느낌이었다. K9 개발을
위해 어떤 벤치마킹 대상을 두었는지 분명히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이었지만 포커스가 엇나간 느낌이었다.
보통 이런 플래그쉽 세단은 자동차 브랜드 자체를 이끄는 힘을 가져야 하지만 오히려 밋밋한 느낌만을 초래했다. 오히려 기아 자동차의 브랜드를 이끄는
것은 소렌토나 카니발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K9 2세대는 조금 더 볼륨을 더하고 강한 인상을 더하기
위해 노력한 것 같았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더 이상 제네시스 EQ900의
눈치를 보지 않고 디자인한 느낌이 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네시스 EQ900을 의식한 티는 감출 수 없었다.
나는 외관 디자인에서 K9 2세대의 완성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네시스 EQ900을 의식해 내버려둔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측면 디자인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전면과 후면
디자인에서 제네시스 EQ900에 비해 더 올드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추후 LCI를 염두에 둔 디자인인 것 같다.
기아 자동차가 의도한 K9 2세대 수요층은 BMW의 5 시리즈나 벤츠 E 클래스
수요층이다. 하지만 그들 수요층 중 극히 일부분만 흡수할 수 있는 디자인은 아쉽다. 적어도 30대에서 40대
초반까지 럭셔리 세단을 선택할 수 있는 수요층은 K9 2세대 디자인에 대해 부담을 가질 것 같다.
하지만 K9 2세대가 가진 상품성은 정말 대단한 것이라 생각되었다. 처음 렌더링이나 온라인 기사를 통해 접했던 인테리어 디자인은 정말 아닌 것만 같았다. 적어도 플로팅 디스플레이 디자인을 채택한 12.3인치 디스플레이는
대시보드 디자인과 어울리지 않는 비율의 느낌이었고 전체적인 느낌은 무언가 정리정돈이 되어 있지만 언밸런스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점은 실제 K9 2세대를 탑승하고 나서 완전히 잊을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것이 운전자와 동승자를 위해 배려된 인터페이스였으며 전반적인 인테리어의 느낌은
무척 고급스러웠으며 사진으로 담기 힘든 디테일들이 실제 탑승을 통해 눈에 들어왔다.
국산 자동차라고 하기에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과 충분히 견줄 수 있는 품질과 디자인을 갖췄다. 아이러니 한 것은 이러한 느낌을 좀 더 잘 살려낼 수 있는 사진이 없다는 것이었다. 전반적으로 가죽 시트나 가죽이 덧대어진 곳의 감성 품질은 기대 이상의 품질이다.
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가져다 주려 애쓴 흔적이 보이며 인테리어 디자인의 만족감만 놓고 보자면 개인적으로
제네시스 EQ900의 감성 품질을 능가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쇼퍼 드리븐뿐 아니라 오너 드리븐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차량의 성격도 가졌다.
사실 럭셔리 세단에서 가성비라는 것을 꺼내 이야기 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지만 K9 2세대에는 럭셔리 세단을 지향하면서 감출 수 없는 가성비를 지니고 있다. 엔진
구성만 해도 기본 V6 3.8리터 엔진으로 구성돼 있으며 3.3 터보, 그리고 V8 5리터 엔진을 선택할 수 있다. 그것도 1억원 이하에서 말이다.
벤츠의 E400이나 BMW의
540i를 구입할 수 있는 사람들이 눈을 돌릴 수 있는 가격대이다.
K9 2세대는 여기서 지나지 않고 첨단 옵션들을 통해 운전을
돕고 있다. 반 자율주행이나 사이드 미러에 탑재된 디지털 카메라와 LCD
클러스터를 통해 진행하려는 방향의 측면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고속도로에서 반 자율주행이나 K9 2세대에 탑재된 최신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을 동작시키면 앞차와의 적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가속과 감속을 도와주며 심지어 네비게이션 상에 등록된 과속 카메라 구간에선 스스로
속도를 줄이고 지나면 속도를 올려준다.
이러한 첨단 옵션 구성에서의 실효성은 외신 럭셔리 세단을 압도하는 것이다.
마치 20년 전 한국 지형에 강하다는 모 회사의 셀룰러 폰 광고처럼 말이다.
K9 2세대가 갖추고 있는 승차감 역시 이전 세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민첩한 스티어링 조작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소프트하지만 롤링이 적은 서스펜션의 세팅을 통해
승차감과 적절한 스포츠 성능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주행 모드에 따라 미션의 반응과 서스펜션의 반응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그리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조금 더 민첩하게 롤링을 잡아준다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내가 시승했던 차량은 AWD 기반의 차량이었고 기아 자동차의 스팅어나 현대 자동차의 G70에서 그랬듯 보다 적극적인 드라이빙을 돕는다.
하지만 이 또한 대형 세단에서 준수한 주행을 돕는 것이지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다.
최근 들어 현대 기아 자동차가 정말 잘 하는 작업은 N.V.H 이다. 이제 수준급의 현대 기아 자동차에서 잡음을 듣기 힘들어졌고 엔진은 정말 정숙해졌으며 더 나은 에어로 다이나믹
디자인을 통해 풍절음 역시 독일 3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무엇보다 K9 2세대는 아주 부드러우면서도 경쾌한 고속 크루징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비교적 소프트한 서스펜션 세팅은 고속 크루징에서 더욱 돋보이는 느낌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K9 2세대를 시승할 때 이러한 점이 아주
인상적이지는 않았지만 차량을 반납한 이후 그와 같은 셋팅이 무척 어렵고 잘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조차 K9 2세대의 성격을 나타내려는 독립적인 시도였는지
모르겠다.
앞서 언급한대로 K9 2세대는 쇼퍼 드리븐과 오너 드리븐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차량이다. 무엇보다 선택 가능한 확장형 리어 시트는 그야 말로 압도적이었다. 1억 이하의 세단, 아니 정확히 8,000만원
초반대에서 이러한 수준의 셋팅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뒷좌석을 위한 리어 모니터의 품질뿐 아니라 센터 콘솔에서 조작 가능한 인터페이스 수준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또한 대형 세단으로써 3미터가 넘는 휠 베이스에서 제공되는 레그
룸과 헤드 룸은 동급 이상이다.
적어도 K9 2세대의 인테리어 디자인과 공간 디자인에서 만큼은
제네시스 EQ900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기아 자동차가 이뤄낼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아낸 듯한 느낌이
강했다.
또한 K9 2세대에 탑재된 렉시콘 오디오 역시 또 한번 진화를
이뤄낸 듯한 느낌이었다. 최근 자동차 하이파이 시스템은 드라이버의 성능보다 DSP에 따른 성능 차이가 재생음의 품질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드라이버 유닛이 고정되는 차량의 골격(좀
더 견고한 강판) 그리고 DSP 수준에 따라 재생음이 크게
변한다. 물론 드라이버 유닛을 구동하는 파워 앰프의 수준이 더욱 중요하겠지만 홈용 하이파이와 달리 자동차용
하이파이 시스템은 멀티 채널로 구성되어 있으며 멀티 채널이 가져다 주는 베네핏과 이 효율을 적절이 묶어 내는 DSP를
통한 파인 튜닝이 더욱 고음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어차피 자동차 내 하이파이 시스템은 애초에 홈용 하이파이와 길이 다르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DSP 구조는 홈용 하이파이에서 중시되는 현장감과 배음, 그리고 약음들을 살려 비슷한 느낌을 만들기 위해 진화하고 있다.
더욱 정확한 표현은 이질감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K9 2세대의 렉시콘 오디오가 제공하는 재생음은 가장 최신의
퀀텀 로직이 탑재되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재생음의 펀치감이 중저역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중역에서도 그 에너지의 리니어리티가 확실히 느껴졌다.
그래서 보컬의 묘사력은 하이엔드에서 표방하고자 하는 수준과 거의 맞먹는다고 할 수 있는 수준에 올라섰다. 또한 녹음질이 무척 좋지 않은 K-Pop이나 오래된 녹음을 재생할
때 K9 2세대의 렉시콘 오디오는 빛을 발했다.
이것은 DSP에 의한 것으로 하이엔드 오디오를 잘 알지 못하는
대중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그래서 K-Pop을
잘 즐겨 듣지 않는 나 또한 무척 즐겁고 흥겹게 들을 수 있었는데 이건 이질감이 가져다 줄 수 있는 마이너스 보다 압도적인 플러스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물론 녹음 질이 좋지 않은 레코드 일수록 과장된 면이 없지 않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훌륭하다!
그리고 가장 높은 평가를 주고 싶은 것은 고역이다. 고역이 실내에
무척 풍부하게 흘러나오나 자극적이지 않다. 이것이 재생음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한데 오케스트레이션 뿐
아니라 재즈에서 상당한 현장감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에다. 이러한 셋팅이 가능한 것 역시 최신 버전의
퀀텀 로직 DSP 때문이다.
K9 2세대는 그간 기아 자동차가 축적한 기술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나타내 주었다. 확실히 K9 1세대에서는 밋밋했던 느낌이
2세대에서는 놀라움으로 변하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LCD 방식으로 바뀐 클러스터와 플로팅 디자인으로 설치된 12.3인치
디스플레에서 제공하는 GUI는 무척 직관적이고 화려하게 변하였다.
그리고 무척 넓어진 화면비 때문에 네비게이션을 기본으로 멀티 태스킹 작업에서 답답함을 느낄 수 없으며 일반적인
작업에선 압도적인 시인성을 가져다 주었다. 개인적으로 운행하고 있는 차가 8인치 네비게이션인데 돌아와 적응하는데 무척 애를 먹을 정도이다.
K9 2세대는 만족감 굉장한 럭셔리 세단이라고 생각한다. 1세대의 K9에선 무언가 머뭇거림이 느껴졌지만 2세대에선 자기만의 색깔을 찾은듯한 느낌이다. 최근 들어 자동차를 용도에
맞게 바라보는 시각을 가졌는데 어른을 자주 모시거나 아주 정숙하고 부드러운 최신 럭셔리 세단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택해야 한다면 K9 2세대 모델이 굉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