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하이엔드 스피커 시장과 요즘 하이엔드 스피커 시장을 보면 재미가 반감될 때가 많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가 모험을 하는 경우가 드물어졌기 때문이다. 이건 두 가지 예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첫 번째는 과감한
투자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새로운 발음 방식을 위한 투자와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거엔 평이 좋던 나쁘던 신선한 시도를 추구하던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시장 자체가 한정돼 있고 과감한 투자로 자신 있게 선보이더라도 시장에서 반응이 좋지 않으면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요즘 이런
모험을 하는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오디오파일들의 세대 교체 때문으로도 보인다. 최근
들어 하이파이를 건너 뛰고 하이엔드 오디오로 입문하는 오디오파일들이 있다. 이들 그룹의 특징은 기존
그룹보다 더 보수적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이지 않거나 매니악적인 제품들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하여 최근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는 하이엔드 오디오라는 표현 대신 럭셔리 오디오란 표현을 지향하고 있으며
재생음 만큼 외관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쏟고 있다. 제품에 따라선 화려한 외관을 위해 여기에 더욱 많은
비용이 투자되는 제품도 있다.
그래서 최근 하이엔드 스피커 시장을 살펴보면 소비의 성향이 이전 보다 뚜렷하다. 잘 팔리는 스피커는 지속적인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고 안 팔리는 제품은 시장에서 반응이 싸늘하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 mbl 스피커는 쉽게 분석할 수 없는 매력을
갖추고 있다. 어쩌면 2015년 이후 많은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에서 럭셔리 오디오를 표방하고 나선 이전부터 mbl은 럭셔리 오디오를 표방했는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mbl이 내세우는 자사의 모토는 유니크 하이엔드이다.
mbl이 생산하는 스피커를 보면 일반적인 스피커와는 디자인에서부터
발음 방식 모두가 다른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상위 스피커 모델로 올라서면 올라설수록 이러한 특별한
특징이 더욱 두드러진다.
좀 더 깊은 리뷰에 들어가기 전에 mbl에 대해 한 가지 설명해야
할 것이 있다. mbl은 풀 컴포넌트(소스기기부터 프리앰프, 파워앰프, 스피커 모두를 지칭함)를
생산하는 몇 안 되는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라는 것이다.
상당히 많은 컴포넌트들이 mbl에 의해 생산 되고 판매가 일어나고
있지만 mbl에서도 쉽게 손대지 못하는 컴포넌트 두 종류가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6010D 프리앰프와 101E
MK2 스피커이다.
그 이유는 mbl에서 가장 많은 판매가 일어나고 있는 제품들이며
mbl 전체 매출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mbl은 이 두 종류의 제품에 대한 신제품 개발에 대해서도 그 누구도 쉽게 이야기를 꺼낼 수 없다고
한다. 현재 mbl을 이끌고 해믈링씨나 치프 엔지니어인 라이스씨도
말이다.
오늘의 리뷰 제품인 mbl 101E MK2는 무척 흥미로운 스피커이다. 이 스피커는 발음 구조부터 일반적인 스피커와 완전히 다른 360도를
지향하는 무지향성 스피커이다. 하지만 이 독특한 발음 구조 안에서도 같은 그룹에 속한 다른 스피커와
비교해 차별화 된 스펙을 엿볼 수 있다. 우선 일반적인 무지향성 스피커라고 한다면 360도 수평을 지향하지만 mbl 101E MK2는 상당한 범위에 수직
지향성도 갖추고 있다.
사실 mbl 101E MK2 스피커 역시 사인파의 음악 신호를
입력 받고 모터 시스템이 앞/뒤로 움직이면서 재생음을 만들어 내는 것은 일반적인 스피커와 동일하다. 하지만 mbl은 기존의 모터 시스템을 자사의 기막힌 아이디어가 적용된
드라이버를 통해 마치 진동판이 숨을 쉬는 듯 재생음을 뿜어내도록 만들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101E MK2는 스피커
캐비닛이 필요 없는 스피커 디자인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101E MK2에는 스피커 모듈을 위한 받침대 같이 생긴 우퍼부가 존재하긴 하지만 105Hz에서
40kHz에 이르는 대역이 캐비닛 없이 재생될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매력이다.
그렇다면 반드시 소거되어야 하는 네거티브 재생음은 어떻게 해결되는 것일까?
앞서 언급한 대로 101E MK2에 적용된 3개의
무지향성 드라이버들은 숨을 쉬듯 재생음을 만들어 낸다 설명했는데 팽창할 때 우리가 듣는 재생음을 만들어 내며 수축할 때 네거티브 재생음을 진동판
안쪽에서 소거되는 것이다.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이 한 가지 존재한다. 101E MK2의
이전 스피커들과는 어떻게 다르냐는 것이다.
현재 플랫폼은 101D때 완성된 것으로 그릴을 제외하면 101E MK2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 비교적 저렴한 구형
중고 스피커를 선택하는 이들도 있는데 발음 방식만 같을 뿐 재생음의 품질은 크게 다르다.
mbl의 치프 엔지니어인 유르겐 라이스는 가장 이상적인 주파수
특성을 가질 수 있는 멜론 드라이버(무지향 드라이버 중 멜론 모양에 가장 큰 금속 드라이버) 개발을 위해 힘써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인 가장 높은 완성도를
가진 멜론 드라이버를 101E MK2에 적용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여기엔 몇 가지 중요 사실이 존재한다.
<101E MK2에 탑재된 트위터와 어퍼-미드레인지는 카본 진동판으로 구성 돼 있다>
사실 대부분의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에선 빠른 응답을 확보하기 위해 진동판의 무게를 줄여나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01E MK2에선 이러한 노력이 오히려
역효과를 만들어 내고 말았다 한다. 크로스오버 없이도 평탄한 주파수 응답을 만들기 위해선 적절한 질량과
알로이 성형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질량을 늘어 주파수 응답을 평탄하게 만들면 무지향 스피커에서 분산되기 쉬운 에너지의 리니어리티를
확보할 수 없다는 것, 이 둘의 밸런스를 잡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101E MK2를 장시간 운영해 봤고 이전 모델인
101E 스피커를 소유한적도 있다. 재생음의 수준 차이는
굉장한 차이를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사운드 스테이지를 형성하는 소리의 이탈감에서 101E MK2는
101E를 압도한다.
그래서 101E 스피커는 구동이 정말 어려운 스피커로 흔히 평가
하고 있으며 무작정 전원부가 튼실한 대출력 파워앰프를 연결한다고 해서 좋은 재생음을 만들어 내는 스피커가 아니다.
그래서인지 상대적으로 중고 가격이 저렴하다.
하지만 101E MK2는 구동이 비교적 쉬워졌다고 느낄 만큼
소리의 이탈감도 좋고 사운드 스테이지 형성도 무지향 스피커가 가질 수 있는 수준에 쉽게 도달한다. 사실
101E MK2 조차 제대로 된 구동을 위해서 바이–앰핑을
권하고 있으며 이것을 제일의 규칙으로 삼고 있는지 일반적인 점퍼 케이블로는 스피커 터미널을 묶을 수 없는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지만 그래도 구동이
무척 쉬워졌고 양질의 재생음을 그렇게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그리고 101E MK2에는 한 가지 무기를 더 장착하고 있는데, 바로 저음부이다.
사실 대형 스피커와 일반 톨보이 스피커의 가장 큰 차이는 캐비닛의 용적 차이다. 이 체급 차이는 큰 저음을 내기 위해 필요하다. 물론 체급이 커지는
만큼 무게도 무거워지며 캐비닛을 더욱 견고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여기엔 일반적인 조건이 주어지는데, 우퍼 구경에 맞춘 캐비닛의
용적이다.
<오직 101E MK2와 101Xtrme에만 허락된 멜론 드라이버>
101E MK2에 유일한 캐비닛은 저음부를 위해 설계 되었다. 3개의 무지향성 드라이버와 조합을 이루도록 설계 되었는데 105Hz 이하를
담당하는 이 저음부는 밴드–패스 디자인으로 설계 되었다.
실제 저음은 지향성이 없기 때문에 101E MK2는 고역에서
저역까지 완전한 무지향을 추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무엇보다 101E MK2의 저역을 밴드–패스 디자인으로 설계한 이유는 크로스오버
필터링 없이 자연스러운 슬로프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저역의 청감상 정보량은 다른 스피커에 비해 확실히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스피커에서 밴드–패스 디자인을 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설계상에 난이도 때문이다. 상당히 어려운 이 디자인이 101E MK2의 핵심 중 하나라고 봐도 무방할 듯 하다. 하지만 수
많은 인터뷰에서 101E MK2를 설계한 유르겐 라이스씨는 밴드–패스
디자인의 이점을 설명하면서도 101E MK2에 적용한 기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는데 2년 전 방문했던 mbl의 생산 공장에서 101E MK2의 크로스오버 회로를 직접 볼 기회가 있었고 101E MK2의
저음에 사용되는 아주 심플한 크로스오버 회로를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여기에 대한 유르겐 라이스씨의 답은 보다 완벽한 주파수 응답을 얻기 위해 최소한의 회로 경로를 가지고 있다고
답해주었다.
그렇다면 101E MK2가 갖는 재생음의 특징은 무엇일까? 사실 mbl 스피커에 상위 모델을 구분 짓는 요소는 멜론 드라이버가
탑재 돼 있는가 그렇지 않는가로 구분 지을 수 있다. 그 이유는 멜론 드라이버가 갖는 진동판의 면적이
일반적인 드라이버 유닛의 18인치에 해당하는 면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적은 진폭으로도 많은 공기를 파동 시킬 수 있기 때문에 디스토션 레벨이 적다. 또한 이러한 성질은 재생음에 있어 묘한 공기감과 더불어 풍부한 배음을 동반하는데 레코딩 질이 좋지 않은 레코드
앨범 연주에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101E MK2의 크로스오버 회로는 후면에 장착돼 있다. 저역에서 고역에 이르기까지 재생음의 응답력을 조절할 수 있다>
101E MK2 스피커는 무지향성이다. 최근 들어 다이폴 방식의 스피커나 바이폴 방식의 스피커가 하이엔드 스피커 디자인으로 채택되는 경우가 있는데
일반적인 스피커에 비해 더 광활한 무대와 심도를 만들어내기 위해서이다.
이와 같은 근본적인 이론은 어떤 스피커든 저음 자체가 무지향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피커 뒤쪽으로도 재생음을 방사하면 좀 더 광활한 사운드 스테이지와 심도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101E MK2는 이들 스피커 그룹 보다 더 광활한 사운드
스테이지를 표현해낸다. 재생음이 전방위로 뻗어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애매하게 맺히는 소리의 입자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이전 시리즈에 해당하는 문제라 여겨진다. 101E MK2에선
그러한 이질감이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101E MK2는 무척 투명하고 자연스러운 소리결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는데 이 스피커는 무척 민감하다는 것이다. 대단히
모니터적인 표현력을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로 풀이할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카본 트위터와 카본 어퍼–미드레인지가 갖추고 있는 음색으로 인해 음색적인 변화는 크지 않지만 재생음의 밀도, 밸런스는 크게 변한다는 사실이다.
어느 정도의 수준이냐면 101E MK2에 연결한 스피커 케이블에
사용된 단자의 변화도 재생음으로 선명하게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101E MK2를 위한 필요한 조건을 모두 갖췄고
취향만 맞는다면 101E MK2의 재생음과 디자인을 대체할 수 있는 스피커는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오케스트라의 섬세한 표현력뿐 아니라 박력 있는 저음이 필수인 대중음악에서도 진가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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