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O.KR 리뷰 카테고리에 있는 기사수를 확인해 보았더니 지금까지 263개로 나온다. 하파의 리뷰 페이지는 오직 나 혼자만 작성했다. 가능한 철저히 제품을 관찰했고 이 중에서 내 리스닝 룸에서 진행된 제품의 리뷰도 많다.
대충 적은 리뷰는 없다. 이건 나 스스로도 인정받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지만 타인에 의해 인정 받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작은 웹사이트이지만 많은 업체에서 리뷰를 의뢰했다.
하긴.. 팩토리 투어를 위해 얼마나 많은 비행기를 탔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도 않는다. 젊었을 때니까 가능했던 것이지 지금이라면 엄두도 못 낼 것이다. 지난주에 이젠 지방 일정을 당일치기로 소화하면 아직 뽑지 못한 사랑니와 피로가 겹쳐 잇몸이 붓는다.
그래도 참으로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능한 정확한 리뷰를 작성할 수 있는 지식과 더불어 인맥을 얻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최근엔 하이엔드 오디오 컴포넌트 리뷰가 재미가 없다. 과거엔 흥분할 정도로 새롭고 흥미로운 기기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 아무래도 똑똑한 엔지니어들이 손으로 꼽을 정도로 많지 않은 시장에서 과장만 넘칠 뿐 ‘갖고 싶다’는 제품은 없었던 것 같다.
하이엔드 오디오의 거품은 엄청나게 커졌다. 사실 도대체 그저 그런 제품들을 몇 개 만들어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자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수 많은 메이커를 방문해 보았지만 정신 없이 움직이는 메이커는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 밖에 안 된다.
스위스에 모 스피커 메이커엔 공장에 별도의 와인 셀러를 마련했는데 포도 농사가 잘 된 해에 생산된 로마네 콩티 수십 병을 보았고 대충 여기 있는 와인이 총 얼마나 되냐고 물었더니 150만 스위스 프랑 정도라고 했다..
조금 심하게 이야기 하자면 대부분 낙원에서 일하는 것 같은 느낌이고 유럽 어디에 위치한 하이엔드 오디오 케이블은 인생을 참 쉽게 산다는 느낌을 받았다. 매일 View가 좋고 비싼 Lunch는 기본이며 출퇴근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도 않고… 집까지 초대 받은 적이 있는데 꽤 고가 주택이 즐비한 동네였는데 넓고 잘 다듬어진 잔디와 더불어 대단한 저택이었다.
그와 반대로 정말 열심히 일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도 있다. 워낙 꼼꼼하게 제작하다 보니 디스트리뷰터의 마진이 크지 않다. 다른 메이커에 비하면 원가 비율이 높고 마케팅에 재주가 없다 보니 ‘최고’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에게 이러한 ‘진실’이 알려지지 못해 노력한 것에 비해 얻는 것이 적은 메이커도 있었다.
각설하고…
오늘 리뷰 페이지를 장식할 이글스톤웍스는 내가 하이엔드 오디오에 입문할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이다. 그 이름은 ‘안드라’ 이다. 참고로 오늘 리뷰 제품은 비진티이다. 비진티는 라틴어로 숫자 20을 뜻한다. 스피커 이름에 의미가 20이라니 어떻게 이런 이름을 짓게 됐을까?
바로 이글스톤웍스에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스피커이기에 지어진 이름이다.
테네시주의 멤피스에 위치한 이 회사는 오래간만에 리뷰의 흥미를 돋구게 만든 장본인이다. 사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글스톤웍스가 개발한 스피커 중 가장 흥미를 가졌던 것은 안드라인데 현행 모델은 아니다. 초기 안드라는 캐비닛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물리적은 잡음을 해결하기 위해 그 당시 어떤 메이커도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엄청난 재료를 댐핑 물질로 선정했는데 그게 대리석이다. ㅎㅎㅎ
하지만 워낙 무겁고 예상치 못한 작은 문제가 일어나면서 현행 모델에는 금속으로 대체 되었다. 이 당시에 안드라는 TMM이라는 아주 특이한 드라이버 어레이 디자인을 갖췄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역과 중역의 직접적인 재생음의 반사를 억제하기 위해 드라이버 크기에 따른 좁은 배플 디자인을 추구했고 그 디자인적 아이덴티티는 현재 안드라3 SE까지 이어지고 있다.
싱글 대구경 우퍼를 추구하면서도 현대적인 재생음을 추구할 수 있는 모범적인 디자인이다.
사실 비진티에 대해 정보를 모으기 전 까지만 하더라도 비진티는 나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굉장한 흥미를 일으키고 있다.
첫 번째 이 스피커는 이글스톤웍스의 최초의 MTM 드라이버 어레이 디자인을 갖춘 스피커라는 것이다. 이게 굉장히 흥미로운 이유는 실제 이글스톤웍스의 스피커는 대부분 미드레인지에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그들은 미드레인지를 미드/우퍼 영역까지 재생음의 스펙트럼을 넓힌다던지 크로스오버에 의해 상당한 로스가 생길 수 밖에 없는 부분을 메커니컬 방식으로 만회하는 기술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드레인지 성능 향상을 위한 수 많은 아이디어를 갖추고 있었지만 정작 MTM이 아닌 미드레인지를 강조하는 다른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었다.
MTM은 한국말로 가상 동축이라고도 일컫는다. 흔히 우리가 듣는 상당히 많은 스피커는 포인트 소스 스피커이다. 여기서 점은 트위터가 된다. 현대 드라이버 기술은 하나의 드라이버로 초고역에서 중음역까지 물리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것이 동축 드라이버인데 정중앙에 트위터를 포진시키고 주변에 미드레인지 재생이 가능한 콘을 붙인 형태를 말한다. 엄밀히 말하면 2웨이이지만 이것을 1개의 스피커라고 이야기 한다.
MTM은 좀 더 넓은 면적을 갖춘 동축 스피커이다. 이걸 가상 동축 스피커라 부르며 드라이버의 이니셜을 따 MTM이라고 부른다. M은 미드레인지, T는 트위터이다. 그래서 이론적으로 주파수의 정위감이 일반적 TM 형태의 스피커 보다 좋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모든 스피커가 이와 같은 방식으로 디자인하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은 이유는 캐비닛의 설계나 크로스오버 설계에서 위상의 오차가 생각보다 크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며 현실적으로 크로스오버 주파수 포인트에서 미드레인지의 부하가 크지 않으면 굳이 2개의 미드레인지를 장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진티는 기존 하이엔드 스피커와 철저하게 차별화 되는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이건 경쟁 가능한 스피커들을 능가하는 수준이며 과장을 조금 보탠다면 압살하는 스펙이라고도 평가할 수 있다.
내가 비진티와 처음 마주했을 땐 비진티의 후면 카본 패널에 정사각형으로 뚫린 홀이 2개가 있었다. 외관상 다이폴 형태의 스피커라 생각했다. 미드레인지가 재생하는 Back Wave의 일부 주파수를 후면으로 출력해 더 큰 무대를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하지만 함께 연결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가 음색은 무척 좋았는데 드라이브 능력이 부족해서인지 다이폴 스피커가 갖는 특성이 전혀 안 나온다고 생각했다. 여기서부터 나의 흥미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안타깝게 구글링을 통해서 정보를 찾을 수 없었고 이 스피커를 제작한 엔지니어에게 내가 경험한 것을 기술적으로 물어 보았고 이에 대답을 얻었다.
외관상 다이폴 스피커로 보이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지만 엄격히 이야기 하면 다이폴은 아니라는 것이다.
테이퍼드 튜브 로딩을 위한 비진티만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튜브 2개가 설치되어 있고 이는 필연적으로 인클로져 내부에서 떠돌아 다니며 진동판에 악영향을 끼치는 Back Wave를 효과적으로 감압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진짜 놀랬다. 왜냐면 MTM 드라이버 어레이 스피커 중 이와 같은 특징을 갖는 스피커는 비진티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은 중역 재생에 있어 아주 이상적인 레조넌스 특성을 가질 수 있고 이는 곧 중역에 해상력 투명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물론 테이퍼드 튜브 로딩 방식에 의해 걸리는 배압이 존재하지만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후면에 다이폴 스피커로 오해 받을 수 있는 스퀘어 포트를 만들어 둔 것이다.
MTM으로 배열된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는 아주 강력한 성능을 표현한다. 동일한 제품인 6인치 미드레인지는 카본 진동판을 사용하고 있다. 가볍고 견고한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는 이글스톤웍스 가문에 걸맞게 아주 특별한 설계로 강력한 성능을 표현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10인치 더블 우퍼와 크로스오버 포인트가 110Hz이다. 그러니까 상당히 낮은 주파수 대역의 저역을 6인치 미드레인지가 담당한다. 놀라운 것은 MTM 드라이버 어레이에서 구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스피커 상당부에도 우퍼가 장착된 것 같은 주파수의 정위감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0인치 우퍼는 사실상 우퍼라고 볼 수도 있지만 서브우퍼에 해당하는 초저역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3웨이 이상의 거의 모든 스피커는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의 특수성 때문에 2개의 필터를 걸게 되는데 하이패스 필터와 로우패스다.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다른 드라이버에 비해 음악 신호의 손실이 클 수 밖에 없으며 더 큰 문제는 이는 인간에 청각에 가장 민감한 대역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전기적인 크로스오버 회로를 삭제하고 메커니컬 방식으로 감쇄 특성을 얻어내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장점과 단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비진티는 하이패스 필터에 전기적 크로스오버 회로를 삭제해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문제의 실에 대해 철저하게 대응하고 있다. 로우패스 필터는 2kHz의 크로스오버 포인트를 설정해 베릴륨 트위터와 슬로프 특성을 이상적으로 맞춰 중첩을 피하고 있으며 하이패스 필터의 시작점인 110Hz에서는 테이퍼드 튜브 로더의 감압 디자인과 맞물려 메커니컬 커브로 슬로프 특성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10인치의 카본 진동판이 사용된 더블 우퍼의 경우 로우패스 필터를 120Hz로 설정해 청감적으로 아주 이상적인 주파수의 이음새를 만들어 낸다. 이는 전기적인 특정 보단 청감적으로 더 우수한 특성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되며 Second Order의 슬로프 특성을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트위터에 경우 전기적으론 Third Order가 사용되지만 4차 응답을 얻고 있으며 6인치 카본 미드레인지와 더불어 더욱 촘촘한 청감상 이음새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비진티는 이글스톤웍스에게 기념비적인 설계 디자인을 가져다 주었을 뿐 아니라 현재 존재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설계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슬롯 디자인에 포트를 갖추고 있다. 이 포트는 처핑이나 포트를 통해 방사되는 초저역 주파수에 압축 현상을 최소화 시킨다. 그만큼 음조의 정확성이 높아지며 무엇보다 재생음의 특성상 정교하게 조정된 주파수가 출력되지 않을 때 비진티는 마치 밀폐형 캐비닛 스피커와 맞먹는 응답 성능을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참고로 슬롯 포트에 튜닝된 주파수 영역은 30Hz로 다른 스피커와 비교해 이례적으로 낮은 주파수이며 이는 비진티가 추구하는 재생음의 성향이 무엇인지는 말해준다.
나는 하이엔드 오디오의 설계 경험이 비교적 많은 사람이다. 보통 사람들은 비진티를 처음 봤을 때 육중한 캐비닛 바디와 더불어 카본 미드/우퍼, 서브우퍼 드라이버와 무엇보다 카본 패널과 금속 패널에 눈길을 끌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 카본 패널과 금속 패널의 조합이 1억원 이하의 스피커에서 목격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하지만 시선을 강탈하는 이들 조합보다 비진티는 근본부터 다른 기술가 설계를 토대로 완성 되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리뷰를 쓰다 보니 지면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도 조금 더 쓰고 싶다.
비진티는 이글스톤웍스에서 최초로 베릴륨 트위터가 채용된 스피커이다.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비진티 V2 버전으로 트위터의 성능이 업그레이드 되었으며 스피커 터미널등 마이너 체인지가 이뤄진 제품이다.
사실 베릴륨 트위터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이는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기 때문이다. 종종 베릴륨 트위터가 재생하는 특정 대역에 날카로운 선예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데 모든 스피커가 그런 건 아니다.
비진티의 베릴륨 트위터에 최종적으로 4차 어쿠스틱 특성을 갖도록 디자인 한 것도 베릴륨 트위터의 단점을 억제하고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풀이로 보인다. 무엇보다 리뷰를 위해 방문한 청음실에서 비진티의 매력을 음색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7,000만원 수준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와 매칭을 해 두었는데 고역이 특성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앨범에 따라 멜로디가 고조되기 전 전주 이후에서 갑자기 하이-햇이 터지거나 금관 계열의 악기의 고역이 터질 때 존재감이 무척 짙게 나타나는 이런 폭발적인 고역의 광채는 베릴륨 트위터는 이렇게 다루는 거야! 라고 알려 주는 듯 했다.
실제 내가 오랫동안 경험했던 레코드 앨범을 터치해 재생할 때 마다 이런 고역의 표현은 비진티라는 스피커 내에서 정해진 Rule과 같았다.
하지만 리뷰를 위해 꽤 오랜 시간 청음을 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저역이었다. 정확히 불만은 없었었고 슬롯 포트를 가진 스피커에서 얻을 수 있는 저음의 응답 특성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비진티가 10인치 카본 더블 우퍼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10인치 카본 더블 우퍼를 탑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능률이 87dB로 따지자면 저능률에 가깝다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이글스톤웍스의 웹사이트에 적힌 대로 아주 폭발적인 저음이 터져 나와야 하는데 이건 청음 환경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그렇게 마무리를 했어야 했는데 나오면서 잠재 능력을 거의 못 끌어 낸 거 같아 무척 아쉽다고 수입사 관계자에게 이야기 했다. 그리고 가능하면 나는 내 리스닝 룸에서 내가 예상한 잠재 능력을 최대로 끌어내 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협찬을 부탁했다. 언제쯤이 될지 모르지만 그날 다시 한번 완벽한 리뷰를 작성하고 싶다.
수입원 – 큐브 코포레이션
www.cubecorp.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