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오디오 기술은 상당히 더디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엔
크게 몇 가지 문제가 존재한다. 시장이 크지 않다는 것, 그렇기에
실리콘 밸리에서 연간 5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을 만큼 똑똑한 사람들이 유입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재생음에 대한 감각이다. 상대적이지만 메이저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라 할 수 있는 스피커 메이커의 상당수가 무향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무향실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 대단한 것은 아니다. 무향실의 설계 방식에 따라 어쿠스틱 특성이 존재하고 이는 왜곡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을 감안하여 설계하는 것이지 이것이 정말 완벽한 무향실이라고 할 순 없다.
오히려 자동차 메이커나 인상적인 것은 워싱턴주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세운 무향실인데 압도적인 음압 특성을 갖추고
있다. 그곳은 10분에서 20분을
버티지 못할 정도로 공포스러우며 달팽이 관에 문제가 생겼을 때처럼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한다고 한다. 이곳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몇 가지 중요한 작업을 이루는데 그 중 하나가 제품 소음 테스트라고 한다.
하이엔드 오디오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가에 판매되고 있지만 그 가치에 대해선 누구도 정확하게 이야기
할 수 없다. 그렇다보니 시장은 점점 얼티밋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서브우퍼 모듈을 하나 추가함으로써 2배가 아닌 3배 이상의 가격을 받으려는 희귀한 가격 책정법도 생겨나고
있다.
그만큼 세상에 부자는 많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조원 이상의 자산가가 하루에 무려 2명씩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하지만 제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하이엔드 오디오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는 이도 있다. 이에 동감하는 일부분은 전에도 설명했지만 미국에서 포르쉐 카레라 911(992)의
시작 가격은 9만 9천 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어이 없는 것은 등치만 키운 모노블럭 파워 앰프의 가격이 25만
달러라는 것이다.
이런 사실에 HiFi.CO.KR을 운영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괴리감을 느낄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많은 제품들 속에서 가치 있는 제품을 찾는 재미를 가지게 되었다. 같은 예산 안에서도 훨씬 높은 성능과 가치를 가진 제품들 말이다. 이런
제품들의 경우 개인적으로 피곤하지만 내 리스닝 룸에 가져다 놓고 회원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시간을 갖곤 한다.
최근 내 레이더망에 걸린 스피커는 윌슨 베네쉬의 레졸루션이다.
우리에게 레졸루션이라는 단어는 해상력이라는 단어와 직결된다. 하이엔드
오디오 컴포넌트를 평가할 때 큰 틀 안에서 반드시 꼽히는 항목이 해상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명사로써 다른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는 수천 만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드라이브 유닛은 평준화 되어
있고 캐비닛의 어쿠스틱 특성을 개선해 가격을 높이고 있다. 물론 무게도 엄청나기 때문에 물류비는 엄청나다. 패키징도 힘들고 이런 스피커는 대부분 핸드 크래프트에 의해 제작되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핸드 크래프트가 필요한 것은 자동화
생산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것이고 이보다 더 무거운 스피커도 자동화 설비를 통해 제작하여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자동차를 손쉽게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신소재가 쓰이면 가격은 엄청나게 뛴다. 안타까운 것은 현재 스피커
기술의 발전은 캐비닛 설계 기술, 정확하게 말해 소재에 따른 어쿠스틱 특성을 찾아내 적용하고 성형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크로스오버 회로의 설계도 중요하지만 이 또한 독일의 M사의 부품을 사용하는 곳이 많아 평준화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위상 특성 처리는 아주 까다로운 문제다.
레졸루션이라는 이름이 갖는 의미는 해상력이 아니다. 윌슨 베네쉬의
창업자 크레이그씨는 영국의 요크셔 출신이다. 요크셔라고 한다면 우린 제임스 쿡을 떠올릴 수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를 찾아낸 인물이기도 하다. 레졸루션은 제임스 쿡이
마지막으로 이끌었던 배 이름이며 이 스피커의 이름을 레졸루션이라 명명한 것이다.
레졸루션이라는 이름은 제임스 쿡이 새로운 대륙과 섬을 찾기 위한 열정과 의지를 담고 있다. 그가 새로운 혁명과도 같은 스피커를 개발하기 위해 수 없는 신소재를 검토하고 테스트한 것 같이 말이다.
흔히 아주 고가의 신소재를 사용한 스피커의 가격은 보통 1억원대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오늘 리뷰 페이지를 장식할 레졸루션의 소비자 가격은 6천만원
수준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윌슨 베네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캐비닛이 재생음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을 깨달은 스피커 메이커 중 한 곳이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ACT라는 스피커가 바로 이러한 기술력을
이룩해낸 결과물이자 레퍼런스 가이드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수 많은 스피커 메이커가 내부 공진을 억제할
수 있는 커브드 디자인 형태로 캐비닛을 디자인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하이엔드 스피커라면 반드시 채택하는 디자인이 되었다.
하지만 윌슨 베네쉬는 그 이후에도 A.C.T 기술을 개량해 나갔고
현 세대의 경우엔 보다 최적화를 이루기 위해 3층 복합 구조로 설계해 사용하고 있다. 이는 레졸루션 기준으로 우리에게 탄소 섬유로 잘 알려져 있는 카본, 높은
압축률로 제작된 블라스트 코어와 유리 섬유로 결합되어 일부분에선 높은 댐핑력을 가지는 특성과 더불어 불필요한 에너지 감쇄를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소재가 갖는 특성일 뿐이며 A.C.T 기술적 디자인 자체는
이전 윌슨 베네쉬 스피커가 이어온 것처럼 내부 정제파를 억제하고 결과적으로 왜곡을 억제해 드라이버 유닛에서 생산되는 왜곡 없는 음에 어느 스피커
보다 가까이 가 있다.
소재와 디자인이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는 극에 달해 캐비닛의 완성도만 높고 보자면 2배 이상에 이르는 스피커의 캐비닛 기술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계는 존재한다. 바로 캐비닛의 용적이다.
윌슨 베네쉬의 경영 철학이 상당히 똑똑하다고 생각한 것은 라인업의 등급에 따른 부품 공유가 상당히 잘 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 나오겠지만 드라이버 유닛의 경우도 윌슨 베네쉬의 커스커마이즈드 형태인데 상당히
많은 스피커 모델에 공통적으로 쓰인다.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는 방법이다.
문제는 기본적인 디자인 특성이 무척 슬림한 형태라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키가 커질 수 밖에 없다. 제 아무리 키가 커져도 폭이 넓어지는 것 만큼 효율적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레졸루션과 같은 디자인의 스피커는 흔히 깊이를 확장시키는 방법으로 내부 용적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윌슨 베네쉬의 최상급 스피커인 에미넌스에서 시도된 디자인이며 레졸루션은 일반적인 플로어 스탠드형
스피커에 비해 키를 높인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캐비닛 내부 용적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바로 아이소배릭 드라이브 디자인이다.
최근 스피커들의 공통적인 디자인은 저음 반사형 디자인이다. 덕트가
존재하며 싱글 드라이버나 더블 드라이버를 통해 위상을 180도 반전시켜 마치 제 4의 드라이버(3웨이 기준)를
달아놓은 것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물론 레졸루션 역시 다운 파이어링 구조로 저음 반사형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으나 드라이브를 위한 또 하나의
기술이 채택돼 있다. 우퍼 드라이버를 마주보게 만든 다음 콘을 움직이는 것이다. 커다란 기술은 아닌 것 같지만 이를 통해 저역 재생 범위의 효율을 크게 개선시킨다. 이 같은 성능의 효과는 2배에 이르는 캐비닛 용적을 확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저역 재생 성능과 비슷하다.
그래서 윌슨 베네쉬와 같은 디자인적 아이덴티티를 추구하는 회사에서 아이소베릭 드라이브 기술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흥미로운 사실은 모델에 따라 아이소배릭 드라이브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지만 상급 모델의 경우 전혀 다른 배치의
아이소배릭 드라이브를 또 최상급 스피커 모델의 경우 아이소베릭 드라이브와 더불어 싱글 드라이브 유닛과 사용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점은 분명 같은 기술을 채용하고 있지만 모델에 따른 부분적인 최적화를 달리하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사실 이 정도까지만 설명해도 레졸루션 스피커는 비슷한 가격대에 거의 모든 스피커를 압도하는 스펙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나를 정말 놀라게 만든 기술 한 가지가 존재한다. 이 기술 앞에 설명할 것은 윌슨 베네쉬만의 택틱 2 드라이버와 세미스페어
트위터이다.
현대 스피커에서 드라이브 유닛은 상향 평준화를 이루고 있다. 드라이브
유닛을 생산하는 메이커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과 그 중에서도 스캔스픽이 시장을 거의 독식하고 있다고 봐도 이상할 것이 없지만 최근엔 SB 어쿠스틱스의 약진이나 모렐의 약진도 지켜볼만 하다.
진동판의 경우 크게 실크돔이나 베릴륨, 다이아몬드로 나누어진
것 같다.
세미스페어 트위터는 윌슨 베네쉬 내부에서 제작된다. 무엇보다
트위터의 반응은 미드레인지의 반응과 짝을 이루는 것이 무척 중요한데 윌슨 베네쉬는 자신들의 드라이버를 직접 개발하면서 굉장히 민감하기도 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무엇보다 실크와 카본의 결합으로 이뤄진 하이브리드 돔 진동판을 사용하여 무려
30kHz에 이르는 주파수 재생 특성을 갖추고 있다.
중간에 설명을 끊고 강조하고 싶은 것은 윌슨 베네쉬가 정말 마음에 드는 부분이 이런 화려한 스펙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지나칠 정도로 겸손하다는 것이다. 어떤 메이커는 작은 변화를 크게 뻥튀기에 제품 가격을 지나칠
정도로 올리거나 또 레졸루션에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거대한 받침대와 스파이크 시스템을 별매로 고가에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레졸루션 합리적인 가격에 기본 포함이라는 것이다.
개발과 생산 모두 영국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할 땐 더욱 놀랍다. 영국이
어디인가? 세계에서 화폐 가치가 가장 높가 물가도 높은 나라이다.
각설하고 고성능 트위터와 마찬가지로 택틱 2 드라이버를 통해
레졸루션은 아주 무게감 있는 저역과 더불어 그들이 번개 같은 스피드라 자부할 만큼 대단히 빠른 반응을 이뤄내고 있다.
하이라이트는 레졸루션의 크로스오버 회로이다.
크로스오버 회로가 중요한 것은 패시브 크로스오버 기반의 스피커 디자인에서 3웨이 스피커는 중역의 손실을 피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구조적인
문제로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이론적으로 트위터의 경우엔 캐패시터 하나로, 우퍼의 경우엔 인덕터 하나로 주파수를 필터링 할 수 있다.
하지만 미드레인지의 경우 위/아래 대역 모두를 필터링해야 하기
때문에 제 아무리 심플하게 회로를 꾸며도 음악 신호의 손실을 피할 길이 없다. 그래서 고안된 기술이
바로 메커니컬 감쇄 기술이다. 크로스오버 회로를 제거하고 파워 앰프에 직결하여 최대한 이상적인 슬로프
특성에 맞춰 트위터나 우퍼의 슬로프 특성에 맞춰 스피커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정말 이상적인 이론이지만 이것은 피스토닉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한다.
윌슨 베네쉬는 이 어려운 기술을 레졸루션에 적용해냈고 결과는 정말 좋다.
이 스피커가 2배에 가격에 이르는 스피커들을 압도할 수 있는 키 포인트가 바로 이 메커니컬
커브드 기술 때문이다. 다만 윌슨 베네쉬는 미드레인지를 베이스 미드와 미드레인지로 분리해 디자인했다.
또 흥미로웠던 사실은 이러한 기술적 이론이 상급 모델이나 최상위 모델에 적용되지만 다른 방식으로 적용 되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패시브 크로스오버 회로 없이 압도적인 중역대 주파수 재생에 순도까지 높여준다. 이런 메커니컬 커브드는 인피닛 배플 인클로져 디자인에 의해 완성된다. 글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또 다른 윌슨 베네쉬 스피커 리뷰 때 설명하기로 하고 짧게 설명하자면 캐비닛 내부로 작용하는 네거티브 재생음을
완전히 소멸시키는 디자인이 캐비닛 내부의 독립된 챔버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피닛 배플 디자인이지만 이것 배압을 유도해 이상적인 감쇄 특성을 유도하기 위한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레졸루션은 압도적인 중역의 표현에 놀랄 수 밖에 없는 재생음을 선사한다. 아이소배릭 드라이브에 의한 저역 재생은 보다 깊고 풍부하면서 탄탄한 저역을 만들어 내지만 이전 아이소배릭 드라이브
스피커들처럼 저음이 퍼지거나 비대하지 않다. 이것 택틱 2 드라이버
콘이 견고하면서 가벼워진 결과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고역 특성도 인상적이다. 압도적인 중역 재생과 음색을 맞추기
위해 트위터엔 단 하나의 캐패시터만 사용 된다는 것이다.
글로는 더 이상 설명할 것이 없다. 이 스피커는 글 보단 직접
듣고 경험해야 얼마나 대단한 성능을 제공하는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원 – (주)소리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