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칼럼을 적다 보니까… 적을 건 많은데… 저도 힘들게 알게 된 것들은 쉽게 노출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사람
마음 다 똑같다고… 공부해서 남 주냐? 라는 어른들의 말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것 같습니다.
그래도 USB 오디오와 이더넷 오디오에 대해 적으면서 기분이
좀 좋아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음질만 가지고 논하시는데 USB 오디오로도
끝장나는 음질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고 USB 오디오 입력 쪽이 컴퓨터를 참 많이 타는
편인데 왜 타는지에 대해서도 조금 알려 드렸습니다.
그러면 무거운 주제에서 오늘은 좀 재밌는 쪽으로 넘어 가보겠습니다.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 메이커들은 저마다의 아이덴티티가 있습니다. 좀
캐주얼하게 말하자면 아이콘이라고도 얘기 할 수 있겠네요.
윌슨 오디오가 올해 창립 46년이 됩니다. 하이엔드 오디오를 넘어서 얼티밋 오디오를 표방했고 70만 달러가
넘는 스피커를 73조 이상 판매한 전 세계에 유일한 얼티밋 스피커 메이커가 되었습니다.
가격표라는 것은 아무나 붙일 수 있지만 그걸 인정 받느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윌슨 오디오의 레퍼런스 스피커죠. WAMM MasterChronosonic 보다
고가의 가격표가 붙은 스피커가 있지만 제가 알기론 고작 2조만 판매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기네스 기록으로도 인정 받기 힘들 겁니다.
각설하고 윌슨 오디오가 처음부터 잘 나갔던 스피커 브랜드는 아닙니다. 하지만
레코딩으로 시작했던 데이비드 윌슨씨가 메디컬 관련 직업을 버리고 제대로 된 모니터 스피커를 개발하겠다는 일념으로 윌슨 오디오가 시작된 겁니다.
WAMM이라는 프로젝트도 있었고 또 WATT라는 프로젝트도 있었습니다. 그는 윌슨 오디오를 대를 이어갈
수 있는 회사로 성장할 생각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설을 본 따 윌슨 오디오라 회사명을
결정한 것 입니다. 그리고 WATT에도 Wilson Audio Tiny Tot 이라 명명할 자신의 회사명에 또 자신의 성에 큰 애착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처음 40년 정도 거슬러 올라가 처음 WATT 디자인을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그 디자인을 받아 들이기 힘들었습니다. 당시
궤짝에 아주 큰 캐비닛 볼륨의 스피커가 유행이었고 작은 우퍼에 대해서 사람들은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배플 디자인은 사다리꼴 모양이라 “야~~~ 이건 정말 아니다” 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꽤 많았음을 그
당시 활동하던 리뷰어들의 기록들로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혁신 그 자체였습니다.
트위터의 직접적인 재생음의 반사를 최대한 줄이고 중역과 중저역에 재생음의 복사를 줄이고 회절이 최대한 이상적인
패턴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디자인이었죠.
거기다 캐비닛 소재의 울림 특성에 대해 모두가 대충 신경 쓰고 있을 때 데이비드 윌슨씨는 신소재를 찾아
이미 WATT에 적용한 것입니다.
WATT의 초기 평은 해상력이 발군이며 고역의 광채가 아주 뛰어난
스피커였지만 저음이 정말 잘 안 터지는 스피커로 평가돼 왔었습니다. 이런 WATT가 절대적인 베스트 셀러에 등극하게 된 계기가 바로 PUPPY와
조합 되면서였습니다. 그래서 와트 퍼피가 된 것이고 와트 퍼피 시리즈는 단종 때 까지 무려 1만 7천 패어에 이르는 판매고를 올리는 경이로운 기록을 가진 최초의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가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간축 정합입니다.
데이비드 윌슨씨는 처음부터 시간축 정합이라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2웨이 이상의 스피커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시간 축 정합과 위상의 정합에 달려 있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패시브 크로스오버 형태의 스피커에서 시간축 정합과 위상을 100%
맞추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위상을 100% 맞추는 것도 무척 어려운 일인데 위상 정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특성이 다른 위상 주파수끼리 충돌하여 그 소리가 상쇄되어 버립니다.
요즘 유행하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나 헤드폰이 이 위상의 특성을 이용해 소리를 상쇄시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 메이커는 시간축 정합을 중요시 하거나 위상 정합을 중요시하는 메이커들로
나뉘었습니다. 위상 정합을 중요시하는 메이커들도 타임 얼라이먼트를 위한 배플을 뒤로 8도 전/후로 기울이는 방법을 써 신경을 안 썼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윌슨 오디오 만큼 시간 축 정합을 완벽하게 해내는 메이커는 없습니다.
이는 리스닝 룸에 어쿠스틱 특성에 따라 시간축 정합을 달리하여 주파수 특성을 조금 달리 가져가는 시도도
있습니다.
이를 테면 윌슨 오디오의 레퍼런스 스피커인 WAMM MC의 경우
미드레인지와 트위터의 시간차를 밀리세크 단위로 조절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물론
이 셋팅은 아주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전문적인 인스톨러를 대동하는데 피터 맥그래스 입니다. 하모니아
문디에 레코딩 엔지니어로 활동했던 사람으로 데이비드 윌슨에 신망이 두터운 인물입니다.
그래서 진공관 파워 앰프에 최적화 할 수 있는 시간 축 셋팅과 솔리드 스테이트 파워 앰프에 최적화 할 수
있는 시간 축 셋팅을 리스닝 룸에 따라 자신의 귀로 판단하고 프리셋 영역을 오너에게 알려줍니다.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윌슨 오디오는 이 시간축 정합 플랫폼에 대해 APD라는 명칭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Aspherical Propagation Delay로 직역하면 비구면 전달 지연
기술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우리가 안경을 쓸 때 비구면 렌즈를 쓰면 세상이 휘어 보이지 않죠? 이것은 자동차 앞 유리창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적인 스피커의 드라이버 어레이에선 재생음이 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소리 지연 기술을 통해 재생음의 왜곡을 비구면화 시킨다는 것 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엔트리 레벨에선 APD를 위한 디자인이 고정화
되어 있고 상위 모델로 갈수록 각각의 드라이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둔 것입니다.
그렇기에 윌슨 오디오 스피커의 포텐셜은 자신의 능력과도 직결 됩니다. 윌슨
오디오가 제공하는 기본적인 인스톨 가이드가 있습니다. 이것은 일종에 설명서 내지는 표준화 작업에 의해
만들어 진 것입니다. 하지만 미묘한 셋팅 차이를 만듦으로써 대단한 재생음의 성능 차이를 만들 수도 있는
겁니다.
이것은 스피커의 위치나 토인 각을 5mm나 1도씩 돌린 것 보다 더 드라마틱한 차이를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오늘의 칼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