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액티브 스피커를 무척 좋아한다. 바이러스가 있으면 백신이 발명되듯 패시브 크로스오버 생태계에서 파워 앰프의 발전은 눈부셨다. 패시브 크로스오버 스피커는 액티브 스피커에 비해 아주 효율적인 것처럼 착각할 수 있다.
스테레오 사운드를 2채널 스테레오 파워 앰프 1대로 구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웨이 스피커 기준으로 고역/중역/저역의 드라이버를 하나의 채널로 구동할 수 있다. 이 같이 여러 드라이버를 병렬로 묶어 구동할 수 있는 이유는 크로스오버 회로의 필터링이 파워 앰프를 통해 증폭된 신호 이후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패시브 크로스오버 필터를 거친 음악 신호는 로스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패시브 크로스오버 스피커는 무척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워 앰프의 파워 핸들링 능력이나 신호의 순도, 또 병렬로 3웨이 스피커의 드라이버 또는 그 이상의 드라이버를 구동해야 하기 때문에 1,000와츠를 넘기며 전류 공급 능력이 오버 스펙조차 뛰어는 파워 앰프들이 등장했다.
비효율적이다.
그에 비해 액티브 크로스오버는 프리 앰프단 이후에 주파수 필터가 적용되며 특정 주파수에 대한 음악 정보만 담고 있기 때문에 개별 드라이버 구동을 원칙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2웨이의 경우 스테레오 파워 앰프 2대, 3웨이의 경우 스테레오 파워 앰프 3대를 필요로 한다.
겉으론 비효율적으로 볼 수 있겠지만 실제 그렇지 않다.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우퍼의 능률은 각기 달라 패시브 크로스오버의 경우 이 능률을 가장 낮은 능률을 가지는 드라이버에 맞춰야 하지만 액티브 크로스오버는 응용 설계가 가능하다.
즉, 고역엔 소출력 파워 앰프를, 저역엔 대출력 파워 앰프로 멀티-앰핑으로 구동할 수 있다. 구성은 조금 복잡해 지지만 효율은 100%에 가까워진다. 무엇보다 고역에 소출력 파워 앰프를 연결해 구동할 수 있는 만큼 고역의 디테일은 끝내주게 된다.
이와 관련된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는 DSP 기술이다. 액티브 크로스오버와 디지털 회로를 결합한 스피커를 일컫는 기술이다. 여기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메이커가 바로 영국의 메리디안이다. 오늘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메리디안 본사 3인방의 첫 내한을 통해 이뤄진 행사로 그들이 최신 플래그쉽 스피커인 DSP8000XE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사실 메리디안의 디지털에 대한 집착은 이전 DSP8000SE에서도 보여졌는데 그들의 콘솔 기기에서부터 Full Digital Signal Flow 기술을 통해 드라이버를 구동하기 위한 증폭 회로 직전까지 디지털로 처리시키는 DSP 기술을 보여주었다.
과거엔 이를 디지털 스피커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하이엔드 스피커에선 재생음의 결과를 놓고 이야기 하기 때문에 따로 디지털 스피커라는 별도의 카테고리를 두고 이야기 하진 않는다. 이건 확실하다. DSP 스피커가 타사에서 출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해당 스피커에 대한 시장이 좁아서가 아니라 메리디안과 같은 기술력이 없어서이다.
그만큼 하이엔드 앰프를 만드는 곳도 디지털에 대한 문외한이고 하이엔드 스피커를 만드는 곳은 전자 회로에 대해 아예 깡통인 경우가 많다. 또 디지털 소스 기기를 만드는 곳은 스피커 설계에 대한 이해나 아날로그 회로에 대해 문외한이 많기 때문에 DSP8000XE와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그만큼 메리디안 DSP8000XE는 대단한 존재이다.
프리젠테이션에 소개에 앞서 메리디안은 DSP8000XE에서 단지 S를 X로 변경한 것 뿐이고 거의 같은 캐비닛 디자인을 가졌지만 캐비닛 디자인이 이전 모델과 동일한 것은 이보다 더 완벽한 어쿠스틱 특징을 가지는 캐비닛 디자인이 없어서이며 대신 드라이버의 마그넷 회로 개선으로 새로운 드라이버가 개발 되었으며 파워 앰프의 출력과 DSP 회로를 구동하는 하드웨어와 디지털 처리 기술이 압도적으로 진화했다.
무엇보다 과거엔 스테레오 사운드와 멀티 채널 모두에 대응하는 디자인을 기초로 삼았지만 새로워진 DSP8000XE는 스테레오 사운드 재생에 더 확고한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자랑하고 있고 그걸 검증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다.
이번 내한은 메리디안의 국내 수입원 (주)케이원AV에서 이뤄졌다. 메리디안을 이끄는 사장으로부터 세일즈 3인방이 방문한 것이다.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는 이는 메리디안의 세일즈 디렉터로 기술-영업을 담당하는 이 같았다. 아주 능숙한 진행과 더불어 이전 DSP8000SE와의 차이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제품을 개발할 때 소통이 무척 중요하다. 요즘 같이 피드백이 중요한 세상은 없었다. 여기에 대해 DSP8000XE가 어떤 방식으로 설계 되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DSP8000XE는 Full Digital Signal Processing을 추구한다. DSP8000XE는 DSP 기술 + 메머드급 멀티-앰핑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에 이 자체를 구동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투입할 수 있지만 디지털 뮤직 파일 처리는 별도의 콘솔을 통해서 지원한다.
여기서 DSP8000XE의 진가가 발휘되는데 아주 복잡할 수도 있는 세팅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스마트폰 앱으로 접근할 수 있는 별도의 동글을 완성시켰다. 이것으로 무얼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놀랍다.
어쿠스틱 룸에 의해 달라지는 주파수 재생 특성을 스마트 폰으로 조정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역과 저역 뿐 아니라 이미지의 포커싱을 타이트하게 또는 사운드 스테이지를 넓게 표현할 수 있다. 무엇보다 마의 영역이라 생각된 페이즈까지도 밀고 당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조정에서 음질 열화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DSP 회로의 압도적인 능력이다.
전 세계의 메리디안 관련인들로 부터 얻은 피드백을 통해 드디어 DSP8000SE에서는 불가능하던 아날로그 입력이 가능해졌다. 이것은 굉장한 일이다. 왜냐면 별도의 아날로그 프리 앰프 입력을 통해 더욱 확장된 아날로그 포맷의 운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역시 DSP8000SE에서 쉽지 않았던 이유는 수준급의 A/D 컨버팅 회로가 시스템에 포함되어야 했기 때문으로 DSP8000XE에선 이를 완성시켰다.
일반적인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에서 이미지 포커싱을 좀 더 또렷하고 정확하게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스피커 포지션을 이리저리 옮겨야 할 때도 있으며 리스닝 룸에 트리트먼트가 필요할 때도 있다. 물론 기기간의 매칭도 중요할 때가 있는데 DSP8000XE에 적용된 새로운 디지털 알고리즘에선 이걸 스피커에서 임의적으로 조정이 가능하다. 다양한 리스닝 환경에 대한 특성을 스피커를 통해 능동적으로 조정 가능하도록 설계해 두었기 때문이다. 보통 아날로그 방식의 앰프와 스피커 시스템에선 처음 정해진 튜닝 값 외에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DSP8000XE는 고착화 될 수 밖에 없는 아날로그 설정치를 넘어 능동적으로 움직여 최적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메리디안은 DSP8000XE를 통해 수 많은 디지털 기술을 탄생시켰다. 이를테면 E3 베이스 기술은 새로운 디지털 필터를 저역에 적용해 가장 이상적인 슬로프 특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것이 일반적인 덕트형 스피커에선 말 그대로 디자인이 결정돼 버리면 패시브 형태로 굳어지며 밀폐형 스피커의 경우 캐비닛의 체적에 따라 저음의 공진치가 결정되기 때문에 수동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E3 BASS 기술은 저역의 깊이 뿐 아니라 양감까지 응용 가능한 디지털 필터 기술을 통해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무엇보다 프로 액티브 베이스 기술까지 가세시켜 어떠한 환경에서던 베이스 드라이버의 진폭을 능동적으로 관찰해 파워풀한 저역 재생에서도 드라이버를 보호해준다. 그리고 스피커를 구동하기 위해 동원되는 파워 앰프의 총 출력은 무려 1,400W에 이른다. 이게 통합이 아닌 채널당 수치이 더욱 놀랍기만 하다.
이 한장의 사진이 갖는 의미는 대단하다. 왜냐면 완벽한 스피커의 모든 기준을 충족시킨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한 가지는 FFA(Full Frequency Alignment) 이다. 패시브 스피커는 태생적으로 타임 얼라이먼트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배플을 뒤로 8도 눕히는 기술이나 모듈형 스피커가 등장한 것인데 거추장스럽고 세팅이 복잡하며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FFA 기술은 액티브 크로스오버와 DSP 기술을 통해 각기 드라이버의 시간축 통합은 물론 이를 주파수 레벨에서 통합시켜주는 기술이다. 2022년에 발매된 스피커로써 진정한 의미에서 최신 기술의 집약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사운드 스테이지의 형성과 심도 표현, 포커싱 이미지 표현의 근본은 바로 주파수의 시간축 통합에 있다.
DSP8000XE의 분해도이다. 새로운 캐비닛 소재를 적용해 캐비닛의 레조넌스 특성은 이전 모델 보다 훨씬 조용해졌다는 것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크기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스케일을 재생할 수 있는, 다르게 얘기해 물리의 법칙을 뛰어 넘을 수 있는 것은 바로 DSP 기술이 채용되었기 때문이다.
멀티-앰프 시스템과 함께 마련된 DSP 회로이다. 여기에 이 모든 회로의 전원을 공급해 주는 아주 강력한 토로이달 타입의 트랜스포머가 눈에 확 들어온다. 흥미로운 것은 저 모든 부품을 고정시키는 마운트 플레이트는 버티컬 디자인인데 비해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는 수평으로 수납시켜 놓았다. 이 모든 것은 험과 전원의 품질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파워 앰프 설계에 험을 억제하기 위해 트랜스포머의 위치는 수시로 변경된다. 디지털 레벨에서 뿐만 아니라 아날로그 레벨에서의 메리디안의 노하우가 돋보이는 설계이다. 그리고 저 회로에서 총합 1,400W의 출력이 나온다니 놀라울 뿐이다.
놀라지 마시라, DSP8000XE에는 채널당 8인치 우퍼가 무려 6발씩 채용된다. SEXTET 우퍼이다. 쫀득쫀득한 저음 재생을 위해 폴리프로필렌 진동판을 사용하고 있으며 8인치 SEXTET 우퍼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롱-스로우 디자인으로 무려 최대 24mm 진폭까지 가능하다. 이러한 무자비한 움직임에 공명을 억제할 수 있는 클램프-링 마운팅 시스템도 사진에서 곧장 확인할 수 있다. 정말 놀라운 것은 SEXTET 우퍼는 병렬로 구동할 시 파워 앰프가 갖는 부하는 엄청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개의 브릿지된 클래스 D 파워 앰프가 사용된다. 저역 재생만큼은 기존 DSP8000SE도 두려울 정도였는데 DSP8000XE를 제대로 구동할 때의 모습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메리디안의 센스는 베이스 모듈과 메인 모듈을 완전히 독립해 놓은 디자인에서부터 알 수 있다. 베이스 모듈로부터 유입되는 진동을 완전히 끊고자 한 디자인이다. 그래서 캐비닛 디자인에서 만큼은 더 뛰어난 디자인을 개발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는 25mm의 베릴륨 돔 타입 진동판이 사용되며 이전 모델에 비해 자기 회로가 완전 개선이 되어 고역 재생 에너지의 리니어리티가 현격히 좋아진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미드레인지의 경우 6.5인치의 드라이버이나 자기 회로의 개선을 통해 완전히 새로워진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역시 클램프-링 마운팅 시스템을 통해 레조넌스의 영향을 크게 줄여낸다.
개인적으로 메리디안 DSP8000 시리즈 디자인을 좋아한다. 메탈릭한 원색 컬러도 무척 잘 어울리는 디자인인데 블랙 마감은 정말 압도적인 느낌이었다. 가장 이상적인 어쿠스틱 특성을 가지는 캐비닛 디자인을 유선형으로 완성시켰고 또 비교적 합리적인 사이즈에 SEXTET 우퍼라니.. 물리적으로 납득 시킬 수 없는 구조이다. 아날로그 레벨에선 말이다. 하지만 최신 디지털 알고리즘과 디지털 필터를 통해 이와 같이 아름답고 파워풀 한 스피커를 탄생시킬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