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정말 정신차려야 한다. 개인적으로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이 미쳤다고 생각한다. 어디에서부터 잘못 되었는지를 알 수 없을 만큼 미친 가격이 되었다.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된 것이다. 어떻게 10년 전에 1,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스피커 들이 스펙을 조금 더 보강하고 1억원에 육박하는 가격까지 청구하게 되었을까?
이 광기는 시장이 어떤 정화 작용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수년 전부터 가격 거품에 대해 이야기 했었고 이건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을 스스로 파괴하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속해 있는 생태계가 어찌 되었던 아랑곳 하지 않고 고마진 전략을 채택한 메이커들의 제품은 입에 오르고 싶지도 않아졌다.
그래서 2023년부터는 가능한 합리적인 제품들만 소개하려고 한다. 물론 가격을 떠나 무제한 체급에 이르는 제품들은 하이엔드 오디오 기술의 현주소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하는 만큼 예외를 둘 때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액티브 스피커를 좋아한다. 액티브 스피커에 대한 오해가 몇 가지가 있는데 파워 앰프가 스피커 내에 내장 된 스피커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패시브 크로스오버 회로가 아닌 전기 회로가 들어가는 액티브 크로스오버를 탑재하고 있기에 액티브 스피커라고 설명한다.
액티브 스피커의 장점은 참으로 많다. 단, 이 액티브 크로스오버 기술을 기존 스피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스피커 디자인(Way)에 따른 멀티-앰핑을 필요로 하고 주파수 생성을 위한 액티브 크로스오버 장치가 별도로 필요로 하며 그에 따른 많은 케이블을 요구한다.
얼핏 보면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많은 비용이 투입되어야 하는 것 같다.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액티브 크로스오버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끌고 간다면 패시브 크로스오버 스피커 시스템에 비해 훨씬 저렴하면서도 고음질을 추구할 수 있으며 시스템은 간소해진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앞서 언급한대로 멀티-앰프 회로와 액티브 크로스오버를 통합하면 된다. 이 두 회로는 신호 흐름에서 가장 깊은 연결 고리를 갖추고 있으며 케이블 연결 없이 신호 경로를 짧게 가져갈 경우 시너지를 낳기 때문이다.
그리고 패시브 크로스오버는 무척 비효율적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파워 앰프에 엄격하고 무자비한 스펙을 요구한다. 그에 비해 액티브 크로스오버 방식은 드라이버 구성에 따른 다채널을 요구하지만 구조상 무척 효율적이기 때문에 트위터를 구동하기 위한 소출력 파워 앰프 회로와 저역을 구동하기 위한 파워 앰프의 출력이 달라도 된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회로의 파워 앰프 매칭에 따른 위상이나 시간축 정합은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 그건 패시브 크로스오버 스피커의 기준에서 문제가 될 뿐 액티브 크로스오버 스피커에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위상 특성은 물론이며 시간축 지연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액티브 스피커는 아주 대단한 장점을 갖추고 있다. 다만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 시장에서 액티브 크로스오버의 반응은 완성도 만큼 그리 높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파워 앰프와 한 몸이기 때문에 파워 앰프 변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이엔드 오디오에 바꿈질에 따른 재미를 함께 느끼는 이들에겐 어려운 선택이 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1,000만원 초반대에 멀티-앰핑까지 가능한 액티브 스피커를 선택할 수 있다면 그깟 문제는 뒤집어 엎고도 남는다고 주장하고 싶다.
오늘의 리뷰 페이지를 장식할 ATC의 SCM-19A 스피커는 경이롭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만큼 아주 뛰어난 면을 갖추고 있다. 이 스피커가 리스닝 룸에 들어 온지 만 3개월 가까이 되어가고 있고 현재도 SCM-19A 스피커를 들으며 리뷰를 작성하고 있다.
들으면 들을수록 굉장한 스피커이다.
이 스피커는 다른 스피커가 갖지 못한 특징 몇 가지를 가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서론에서 언급한 액티브 크로스오버 + 멀티 앰핑 디자인이라는 것이고 그리고 어쿠스틱 실드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쉽게 얘기해 밀폐형 스피커 디자인이다.
다소 특이한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면 밀폐형 스피커는 저음 반사형 스피커라 불리는 덕트형 스피커에 비해 정교한 설계가 쉽기 때문이다. 이 스피커의 모델명에 19라는 숫자는 캐비닛 용적을 의미하며 19리터의 캐비닛 용적을 바탕으로 저역 슬로프 특성을 물리 법칙에 의해 정교하게 가져갈 수 있다.
종종 밀폐형 스피커가 덕트가(구멍이 없어, 캐비닛이 그만큼 단단하다고 생각하는 오해) 없어 부밍이 없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건 밀폐형이라서가 아니라 정교한 저역의 슬로프 특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저역의 응답성이나 깊이 등을 설계자가 원하는 대로 가져갈 수 있고 파워 앰프의 드라이빙 능력에 앞서 밀폐형 디자인 자체가 가져다 주는 압에 의해 아주 정교한 재생음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밀폐형 스피커는 저음 반사형 스피커와 달리 저음의 효율은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구동이 어렵다는 잘못된 편견을 가져다 주었다. 물론 단순히 위상을 180도 반전시켜 + 알파의 베이스 드라이버와 같은 효과를 내는 덕트형 스피커 자체의 효율 외에도 밀폐형 디자인이 진동판을 잡아 댕기고 뱉어 내려는 물리적인 특성이 저역 양감에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다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적인 것이 없다. 서로의 장/단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재생음의 완성도만 놓고 따지자면 북쉘프 체급의 스피커에서 밀폐형 디자인은 굉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패시브 디자인과 달리 액티브 크로스오버형 디자인은 SCM-19A는 패시브 버전과 달리 별도의 크로스오버 필터를 입혀 저역의 양감과 반응까지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액티브 크로스오버 회로에 멀티-앰프가 투입 되면 신호의 손실이 적은 것은 물론 구동이라는 측면에서 훨씬 수월해진다. 그 이유는 드라이버가 요구하는 부하를 패시브 크로스오버처럼 병렬로 혹사시키는 것이 아니라 드라이버와 파워 앰프가 맨 투 맨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효과는 패시브 크로스오버 스피커에서 크게 나타난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것은 패시브 크로스오버 스피커에서는 100와츠면 100와츠, 300와츠면 300와츠의 동일한 출력을 넘어 동일한 파워 앰프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ATC SCM-19A는 트위터에는 소출력 파워 앰프를, 미드/우퍼에는 대출력 파워 앰프를 연결해 대응할 수 있다. 어떠한 문제점도 없다. 그 이유는 트위터와 미드/우퍼가 갖는 능률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능률인 트위터에 소출력 파워 앰프를 매칭해도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ATC-19A는 일반적인 스피커에선 갖기 힘든 엄청난 매력을 얻게 된다. 바로 소출력 앰프가 가지는 디테일과 저-노이즈이다. 그래서 청감상 정보량이 훨씬 더 훌륭하며 청량감마저 훌륭하다.
패시브 형태의 ATC 스피커와 액티브 형태의 ATC의 첫 인상의 차이는 바로 고역에서 찾을 수 있는데 바로 앞서 언급한 이유 때문이다. 패시브 형태의 ATC 스피커에서 액티브와 같은 품질을 얻기 위해선 상당히 많은 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
만약 같은 비용을 투자해 재생음을 비교한다면 정말 많은 오디오파일들이 액티브 쪽에 손을 들어 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주변에 음악만을 듣는 음악 애호가들에게 스피커를 추천할 때 ATC의 액티브 스피커를 강력 추천한다.
솔직히 수입사가 좋아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SCM-19 패시브 모델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스피커의 완성도가 낮아서가 아니라 SCM-20이라는 SCM-19가 속한 엔트리 레벨에 상위 라인업인 Classic 시리즈에 속한 스피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SCM-20은 절대적인 성능을 가졌다고 평가하는 스피커이다.
하지만 오늘 리뷰할 SCM-19A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합리적인 가격이 액티브 스피커이고 완성도가 액티브 크로스오버를 통해 환골탈태 할 수준까지 나아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액티브 크로스오버와 멀티-앰프 회로를 탑재하기 위해 북쉘프 디자인이 아닌 플로어 스탠드 디자인으로 확장되고 이상적인 스피커 지지를 위해 전용 받침대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인 3인치 인테그랄 소프트 돔이 얹혀진 6인치(ATC는 스펙을 정직하게 표기하는 메이커로 타사의 7인치 스펙) 미드/우퍼는 괴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ATC가 자랑하는 부분이지만 수퍼 리니어 스펙을 준수하는 드라이버로 숏-코일에 롱-갭 모터가 결합된 9kg에 이르는 드라이버이다.
이 드라이버 하나가 스피커 전체 무게에 1/3에 해당할 정도이며 이렇게 무겁고 견고한 미드/우퍼 드라이버는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를 통틀어도 유일한 수준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가끔 1,000만원대 스피커의 미드/우퍼가 고장났을 때 200만원 전/후의 드라이버 가격을 청구하는 회사들이 있는데 ATC의 미드/우퍼 드라이버와 품질을 비교하면 무기징역을 때리고 싶을 만큼 괘씸죄에 해당하는 일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그러나 아이러니 한 것은 결국 진동판을 움직이는 것은 이 엄청난 자기 회로를 탑재한 미드/우퍼 드라이버인데 이 미드/우퍼를 구동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주 리즈너블한 주파수 응답 특성을 갖기 위해 진동판 표면에 댐프재를 잔뜩 발라 놓았기 때문이다. 주파수 응답 특성은 예술적으로 바뀌지만 원활한 구동에 다소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팩트이다.
정확하게는 능률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인데 능률이 줄어드는 것만큼 괴력의 자기 회로를 조합시켜 해결하고 있으며 SCM-19A에 탑재된 액티브 크로스오버와 150와츠 수준의 파워 앰프가 대단한 만족감을 선사할 만큼의 수준으로 확실히 밀어준다.
이를 통해 ATC의 1인치 소프트 돔 트위터가 가지는 고역 특성에서 얻을 수 있는 이상적인 청량감과 더불어 고역 재생음의 이상적인 에너지의 리니어리티까지 기대할 수 있다. 사실 이 리뷰가 조금 과장된 것 아닌가? 너무 편파적인 것 같은데? 라고 느낄법한 분들을 위해 개인적으로 SCM-19A 리뷰를 위해 패널티를 두었다.
30만원대 3미터짜리 인터 케이블과 더불어 스피커에 개별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파워 케이블은 소위 막선이라 불리는 번들 케이블을 사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생음에서 특히 중역에서 끈기가 잘 느껴지는 것은 물론이며 사운드 스테이지 형성과 심도의 깊이에서 나를 꽤 놀라게 만들고 있다.
저역 재생도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주 딱 좋은 밸런스를 나타내 주고 있다. 리스닝 룸의 공간은 15평 이상이며 한쪽으로 터져있는 편이라 웬만한 대형 스피커도 바닥을 한껏 적시는 초저음을 만들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수준 이상의 쾌감과 응답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꽤 오래 SCM-20을 가지고 있었는데 당시 기억을 가져와 생각해 보면 그때 보다 아주 조금 더 넉넉한 저역 재생이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