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가 하이파이 오디오와 하이엔드 오디오를 다루는 사이트를 운영하지 않았더라면.. 조금 더 나아가 내가 하이파이 오디오란 취미 생활을 갖지 않았더라면.. 나는
어떤 컴포넌트를 사용하고 있을까? 이 같은 생각을 자주 해봤다.
나 역시 하이파이 오디오를 처음 접했던 시절이 있고 남들과 같은 실수를 저지를 때도 있었다. 그리고 요즘은 그 당시에 느꼈던 설렘을 기억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지금은 아무렇지 않은 일이라도 그 당시엔
무척 설렜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래어 아이템이었던 소니의 XA7ES CD 플레이어를
구입하기 위해 당일치기로 고속버스를 타고 태백산맥 부근에 작은 도시를 방문해 낑낑거리며 가져왔던 기억, 그리고
그토록 원하던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자정에 서울에서 양산으로 출발했던 기억.. 물론 밤을 새며 다시
서울로 돌아왔지만 그 길이 그리 힘들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시스템을 줄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음악을 참 즐겁게 들었던 그 시절엔 아주 단출하게 구성된 시스템이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올–인–원 컴포넌트에 대한 관심이 많다. 물론 내가 이것을 당장 메인 시스템으로
즐기지 못하더라도 듣는 맛과 조작하는 맛을 즐기고 싶다고 생각될 때가 많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처음
구매한 하이파이 시스템의 앰프 시스템이 나카미치 리시버여서 인지도 모르겠다.
올–인–원 컴포넌트가
가져다 주는 즐거움은 무엇일까? 뭣 모르고 JBL 4312 스피커에서
라운드니스 버튼을 켜며 음악을 들었지만 아쉬움 보단 즐거움이 많았다. (그래서 정말 모르는 게 약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정답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시스템을 꾸릴 수 있고 모든 관심과 정성이 단 하나의
컴포넌트에만 쏠린다는 것이다.
요즘은 무척 컴팩트하면서 아름다운 디자인을 가진 올–인–원 컴포넌트들도 있다. 비교적 오래 전에 발매되어 꾸준히 사랑을 받는
제품도 있는데 아마 디자인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는 이보다 더 가치 있는 올–인–원 컴포넌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수 많은 국내 수입원을 통해 하이파이 컴포넌트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데 그렇게 최근 눈에 띈
올–인–원 컴포넌트를 만날 수 있었다. 독일 마그낫사의 MR780 올–인–원 컴포넌트가 그 주인공이다.
MR780은 일전에 리뷰를 진행했던 마그낫 MA600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의 후속 모델이다. 마그낫 MA600 역시 가격대 성능비가 돋보였던 컴포넌트였다. 진정한 인티그레이티드라
설명할 수 있는 올–인–원 컴포넌트였으며 제작 베이스는 하이브리드
설계로 이뤄진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준급의 완성도를 지녔으면서도 이는 제한된 가격 내에서 이뤄진 결과물이라 아쉬움도 있었다. 이를테면 호불호가 나뉘는 디자인이라던지 답답하게 느껴졌던 고역 특성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고역 레벨 조정이 가능해 이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ECC88의 사용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기반의 올–인–원 컴포넌트로써의 매력도 분명했다.
그런데 올해 MR780이 등장했고 지난 MA600 리뷰에서 아쉬움으로 느껴졌던 부분을 모두 개선시켜버렸다. 마그낫은
생산 규모가 무척 큰 하이파이 메이커로써 전 세계의 디스트리뷰터가 제품 개선에 바라는 의견을 잘 수렴하는 것 같다.
그리고 MR780은 MA600에서
느꼈던 아쉬움 외에도 더욱 확장된 기능으로 무장하여 돌아왔다.
우선 MR780이 지원하는 기능은 다음과 같다.
2개의 ECC81 진공관이
탑재된 프리섹션 + 트랜지스터 파워앰프로 구성된 하이브리드 디자인.
MM포노 (서브소닉
필터 적용)
DAC 기능 (2개의
옵티컬 입력, 2개의 동축 입력
24비트 192kHz까지
입력 가능한 USB 오디오
aptX 지원과 블루투스 4.0
지원
FM 튜너
6.3mm 헤드폰 출력단자
이렇게 많은 기능들을 MR780은 담아내고 있다. 최근 들어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의 개념이 확장되어 DAC가 탑재되거나
USB 오디오가 탑재된 외산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는 접할 수 있었지만 FM
튜너까지 탑재된 경우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더불어 100만원대
초/중반에 구입할 수 있는 제품 중에선 더더욱 그렇다.
사실 마그낫 MR780이 이렇게 무수한 기능성만을 가지고 하이파이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이나 음악 애호가들에게 접근한 것은 아니다. MR780이 올–인–원 컨셉을 지향하고 있지만 근본은 진공관이 탑재된 프리앰프를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라는 사실이다.
사실 MR780에 부가된 수 많은 기능들을 제외하고서도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로써 100만원대 값어치를 가진다. 이러한 음질적 이득을
갖추기 위해 많은 곳의 회로를 디스크리트로 구성하고 있다. 여기에 회로마다 개별 전원 공급을 위한 전원부를
갖추고 있다는 것도 MR780이 완전한 하이파이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뒷받침 해준다.
그리고 마그낫이란 회사는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의 기술을 아주 잘 벤치마킹하고 이것을 자신들의 제품에 잘
적용하는 메이커이기도 한데, 리케이지 플럭스를 억제하기 위해 MR780에
사용된 토로이달 트랜스포머에 쉴드 디자인까지 적용해 두었다.
마그낫이나 HECO의 스펙을 읽다 보면 가격을 초월하는 부분들이
많은데 이번 MR780에서도 이와 같은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저녁엔 헤드폰 출력 단자를 통해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둔 것도 크나큰 장점이다.
물론 MR780의 기능 중 하나인 FM 라디오 소리를 헤드폰으로 듣는 것은 무척 큰 재미로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FM 라디오 수신을 위해 복잡한 안테나 시스템을 구비하지 않아도 되는데 동봉된 DAB 안테나를 연결하는 것 만으로 수준급의 수신 감도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MR780은 디자인 측면에서도 크게 좋아진 것 같다. 전면 패널 디자인을 보면 볼륨 노브가 정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좌측에 넓은 디스플레이 창이 자리하며 우측엔
2개의 ECC81 진공관이 붉은 빛나고 있어 만족감 넘치는
비주얼을 연출하고 있다. 여기에 프론트 패널의 헤어핀 처리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하고 있다.
참고로 좌측 디스플레이에선 블루투스 오디오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도 표시되는데 노래 제목뿐(한글 미지원)아니라 aptX 코덱을
사용 중인지 SBC 코덱을 사용 중인지 까지 표시되어 제품 완성도에 적잖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외에도 MR780은 톤 컨트롤을 통해 고역의 레벨과 저역의
레벨을 조절할 수 있으며 좀 더 순도 있는 재생음의 구현을 위해 톤 컨트롤 바이패스 기능인 다이렉트 모드도 지원하고 있다.
본격적인 MR780 시청에 들어갔다. 이전 제품인 MA600에 비해 큰 차이점으로 느껴졌던 것은 앞서
언급한 소리의 청감상 밸런스였다. MA600에선 고역 레벨을 상향 조절해줘야 하는 필요성도 느껴졌지만
MR780의 기본 세팅에선 이와 같은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MR780은 MA600와
마찬가지로 하이브리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로써 이 가격대 제품에서 쉽게 구현이 되지 않는 다이나믹스의 표현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동일했다. 고역 특성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청감상 SN비를 무척 중요시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같은 특성이 저가형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에선 무척 답답한 재생음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MR780은 전반적으로 소리의 입자감이 잘게 쪼개진 느낌으로 표현돼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예도와
샤프한 재생음의 특징을 나타내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높은 해상도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이것은 하이브리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의 특성으로 그만큼 다이나믹스의
표현력을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청감상 정보량에선 MA600과 비교해 비약적인 개선을 보여주었지만
재생음의 힘이나 임팩트 측면에선 상급기라는 느낌을 가져다 줄 정도로 큰 폭으로 개선되었다.
물론 주파수 재생에서 광대역이라 표현 할 만큼 화려한 느낌은 없지만 청감상 SN비가 좋고 비교적 타이트한 저역에 임팩트가 느껴지는 중저역 특성은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MR780은 수 많은 부가적인 기능도 갖추고 있다. 디지털 입력 처리를 위한 D/A 회로도 갖추고 있으며 포노 단자와
FM 라디오 기능도 갖추고 있다. 즉, USB 케이블과 컴퓨터만 연결되어 있다면 MR780 자체가 소스기기
역할도 가진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 이전에도 스스로 소리를 출력할 수 있는데 바로 FM 기능을
통해서이다. 최근 들어 하이파이 오디오의 아날로그 소스기기로써 FM 라디오가
각광받고 있다. 이미 방송국에선 파일화 되어 있는 음원을 송출하지만 전송 방식과 수신 방식이 있어서
아날로그화가 이뤄지다 보니 아날로그의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다.
하지만 문제는 수준급의 FM 튜너가 100만원대부터 시작한다는데 있다.
MR780에 탑재된 FM 튜너는
140만원대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에 탑재된 튜너의 완성도 보다 별도의 FM
라디오에 탑재된 튜너에 가까운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내부 패키지에 포함된 D.A.B 수신 안테나로 용산구 원효로에 위치한 수입사 사무실 4층
시청실에서 93.1MHz를 원활히 청취할 수 있었는데 두께감이나 해상도의 표현에서 마케팅 포인트로 억지로
탑재한 제품들과는 재생음의 품질이 확실히 다르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느낌은 블루투스 오디오 재생에서도 돋보였다. 개인적으로
아이폰 7 플러스와 LG V30을 가지고 있어 SBC 코덱과 aptX 코덱의 뚜렷한 음질 차이도 경험할 수 있었지만
비교적 하위 스펙인 SBC 코덱을 통해서도(아이폰은 현재
SBC 코덱만 지원함) 준수한 재생음을 즐길 수 있었다.
물론 소스의 품질 자체가 그저 그렇기 때문에 고해상도를 경험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우리가 지금껏 익히 경험했던
블루투스 오디오의 압축 현상(소리가 무너지는 것을 말함)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MR780이 하이브리드 디자인을 고수하려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었다. 사실 MR780이 가지는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별도의 CD 플레이어를 외부 입력으로 연결했으나 음질적으로 MR780의 자체 소스부와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물론 상대적으로
고가의 CD 플레이어가 아니었던 만큼 자체 소스부의 품질이 뛰어나다면 가능한 일이다.
MR780은 전반적으로 무난한 음색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기본기가 무척 충실하기 때문에 하이파이에 입문하거나 가볍게 하이파이를 즐기고자 하는 음악 애호가들에게
권할 수 있는 제품임엔 분명하다.
수입원 – (주)다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