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 디자인에는 공통 분모가 하나 있다. 바로
디자인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디자인은 단순히 그 제품의 멋을 표현하는 수단 같지만 최근 들어 디자인의
가치는 단순한 멋에 지나지 않고 특별한 기능성을 담아내는데 있다.
예전에는 단순히 멋지기만 하면 됐지만 그 멋이 불편함을 초래한다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디자인에는 더 중요한 것들이 우선되어야 한다. 첫
번째는 안정성이다. 제 아무리 뛰어난 디자인의 드로잉이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이것이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면 철저하게 폐기될 수 밖에 없다.
둘째는 에어로 다이나믹이다. 이것을 흔히 공기역학적 설계라고도
표현하는데 우리 눈에 보이진 않지만 지구엔 공기가 존재하며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자동차엔 이 공기가 움직임의 저항 요소가 된다. 문제는 이러한 공기의 저항이 단순히 자동차의 연비나 최고속을 제한하는 것을 넘어 소음과 크게 연관돼 있어 웅장한
자태를 뽐내던 대형 럭셔리 세단 역시 점점 각진 디자인에서 부드러운 유선형 디자인으로 흐르고 있다.
즉, 자동차의 디자인은 이처럼 많은 기능적 요소와 직결된다. 그래서 이러한 기능성을 살리며 동시에 미를 뽐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과거엔
세그먼트에 따라 디자인의 차별화를 이뤘지만 최근엔 하나의 아이덴티티를 정의하고 세그먼트에 따라 디테일의 차별성을 두는 것으로 디자인을 마무리 하는
것도 이러한 문제 때문이다. 물론 이는 차량 개발 비용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러니하게
사람들은 특이하게 생긴 스피커에 대해 단순한 미적 기준을 가지고 못생겼다고만 표현한다. 물론 성형 기술이
부족하거나 제품 디자인 능력이 부족해 그런 못생긴 스피커를 제작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가끔 그러한
스피커에 황당한 가격표가 매겨진 경우 나는 정말 못된 스피커 메이커라 평가한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철저하게 기술적인 면으로 디자인 드로잉에 접근하는 메이커도 있다. 이러한 스피커들의 특징은 소수라는 것이고 이를 대표하는 스피커 메이커가 바로 비비드 오디오이다. 비비드 오디오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로렌스 디키는 오리지널 노틸러스 디자인의 초석을 마련한 인물이기도 하다.
내가 전해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테이퍼링 튜브 로딩 기술을 발명했으나 초기 디자인은 그리 좋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의 오리지널 노틸러스의 디자인에 맞게 다듬는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은 다름 아닌 그 당시의
여자친구였다고 한다.
나는 로렌스 디키가 추구하는 재생음의 세계를 좋아한다. 그래서
그가 내세우는 어쿠스틱 디자인 즉, 스피커 디자인도 무척 좋아한다. 남들은
내가 갖고 있는 생각과 다를 수 있지만 남들이 잘 인지하지 못하는 관점을 바라보는 내 입장에서 GIYA S2의
디자인은 무척 대단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비드 오디오는 수 많은 취향에 오디오파일을 겨냥한 스피커를 제작해야 한다. 제 아무리 뛰어난 디자인이라도 수 많은 오디오파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하지만 자신들의 뛰어난 스피커 디자인의 철학에 대해 꾸준히 설명해온 비비드 오디오의 노력이 전 세계 수 많은
오디오파일들이 GIYA S2에 인정하고 선택하게 만들었다.
비비드 오디오의 노력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보다
현대적인 디자인과 자신들의 어쿠스틱 이론을 지탱할 새로운 디자인적 아이덴티티가 필요했다. 그들의 보다
많은 노력을 통해 자신들의 디자인 철학을 지키면서 보다 많은 오디오파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스피커의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그 결과물은
바로 KAYA라는 이름으로 완성되었다.
KAYA(이하 카야)는
크게 25와 45, 그리고 90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플로어 스탠드형 디자인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며 2웨이, 3웨이, 그리고 풀 스펙의 3웨이 디자인으로 설계 되었다..
카야 시리즈가 등장하기 전 스피커 개발 소식을 듣게 된 나는 새로운 스피커가 어떤 이론의 디자인으로 마무리
될까 무척 궁금했으며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왜냐면 이미 상급 라인업으로 GIYA S2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것이 중급 라인업을 위한 새로운 제품이 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영자는 국내 최초로 카야 45의 리뷰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고 더불어 카야 45 스피커에 대해 누구보다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카야 시리즈는 GIYA S2와는 차별화 된
새로운 로렌스 디키의 어쿠스틱 이론을 바탕으로 완성된 스피커다.
보다 많은 오디오파일들이 비비드 오디오를 선택할 수 있게끔 제작된 스피커라는 것이다. 여전히 GIYA G1 Spirit이나 G2 S2의 경우 카야 시리즈보다 상급 스피커라 여길 수 있겠지만 G3 S2나 G4 S2의 경우 취향 차이로 인한 또 다른 선택점을 마련한 스피커라 여겨졌다.
무엇보다 G4 S2와 유사한 재생음을 가지면서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택 가능한 카야 45와 25의 등장은 크게 환영할만한 일이라 여겨졌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비비드 오디오의 야심작 카야 45는 어떤 스피커인지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카야 시리즈의 절반은 GIYA S2 시리즈에 적용된 기술적 이론을, 나머지 절반은 로렌스 디키에 의해 새롭게 고안된 이론이 적용된 스피커이다. 일반적으로
그들이 캐비닛의 공진을 줄이기 위해 시도했던 설계 이론은 거의 동등한 수준이다. 컴포지트에 의한 소재로
제작된 인클로저 역시 그렇다.
다른 것이 있다면 여전히 파격적인 면이 있지만 보수적인 형태의 디자인으로 스피커가 완성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그렇게 큰 거부감은 없었다. 카야 45를 리뷰할 당시 몇몇 회원 분들에게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구했는데 상당히 긍정적인 이야기들을 얻을 수 있었다.
나 역시 카야 45는 무언가 생각하게 만드는 미적 요소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GIYA S2 시리즈의 경우 캐비닛 디자인 자체가 캐비닛 내부로 작용되는 저음의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기능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카야 45 역시 효율적인 면에서 GIYA S2와 동급까진 아니지만 캐비닛 내부로 작용되는 저음의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이것은 저역부에서 트위터부로 올라갈수록 캐비닛이 좁아지는 디자인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여기에 GIYA S2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비비드 오디오의 로렌스
디키가 이룩한 드라이버 내부 재생음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테이퍼드 튜브 로딩 방식이 적용되었다. 이것은
트위터 드라이버와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에 적용되었는데 스피커의 체급에 맞춰 새롭게 개발된 C100SE 드라이버가
사용된다.
이러한 이유는 테이퍼드 튜브 로딩 방식은 디자인과 길이에 따라 감쇄 가능한 주파수 범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비비드 오디오의 스피커 설계 철학에 다시 한번 호감을 갖게 만든 것은 적당히 타협하여 대충대충 짜맞추는 것이
아니라 카야 45의 테이퍼링 튜브 로더에 맞춰 미드레인지 드라이버 구경을 결정했다는 것이며 카야 45가 높은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부분이다.
이 외에도 카야 45는 GIYA
S2와 마찬가지로 6점 지지 스파이크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실제 카야 시리즈는 경쟁 가능한 스피커에 비해 보다 가벼운 무게를 가지고 있어 다소 의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개인적인 입장에서 6점 스파이크 시스템이 추후 보다 이상적인 재생음을 만들기 위한 요소로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하며 실제 그 효과를 경험한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보다 이상적인 무게 하중 배분을 통해 캐비닛의
공진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그리고 GIYA S2에서 가장 중요한 설계 요소중 하나였던 리액션
캔슬링 기술도 카야 45에 그대로 적용되었다. 비비드 오디오가
특별하게 고안한 이름으로 이와 같은 디자인을 흔히 밸런스드 푸시–푸시 풀–풀 디자인으로 부른다.
좌측과 우측에 똑같은 우퍼 드라이버를 포진시켜서 발생되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이용해 자칫 캐비닛에 쌓일 수
있는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잡아주는 기술이다. 그래서 밸런스드라는 단어가 사용되는데 카야 45에 적용된 컴포지트 캐비닛 소재의 특성과 시너지를 이뤄 무척 파워풀한 저음을 만들어 내면서도 잡음은 적은 조용한
캐비닛 특성을 이뤄낸다.
또한 파워풀한 저음은 좌/우측에 마련된 덕트 디자인을 통해 피스토닉의
배압을 줄여 얻으면서도 이상적인 주파수 대역과 커브로 조합돼 만들어 내는 듯 했다. 확실히 나는 GIYA S2에서 경험한 이와 같은 디자인에서 얻을 수 있는 저역 스타일을 좋아하며 카야 45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와 유사한 저음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카야 45는 어떤 재생음을 경험하게 해줄까? 첫 인상은 대단히 윤택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재생음이었다. 카야
45의 디자인은 무척 심플하지만 GIYA S2와 마찬가지로
버릴 것이 하나 없는 훌륭한 어쿠스틱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앞서 설명한대로 재생음을 구현하기 위한
디자인적 이론은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단숨에 GIYA S2를 떠올리게 만드는 DNA를 갖췄다.
솔직히 포커싱의 핀 포인트 표현에 있어서 GIYA S2에 비해
약간 두리뭉실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지만 대신 보다 고풍스러운 음색을 지니고 있다. 이것이 필요한 번–인 시간에 도달하지 못해 얻은 문제일수도 있지만 나는 카야 45와의
첫 만남에서 이점 하나만으로도 나를 매료시켰다.
전반적인 다이나믹스의 표현력이나 저역과 고역의 밸런스는 GIYA S2만큼
뛰어난 면을 갖추고 있다. 이것은 하루 종일 레코드 음악과 마주해도 귀가 피곤하지 않을 만큼 뛰어난
밸런스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밸런스 속에서도 중고역의 피어 오름은 잔잔한 설레임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 보니 이러한 재생음의 완성은 컨스텔레이션의 분리형 앰프 조합과 실텍의 스피커 케이블의 영향력도
상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카야 45의 재생음을 면밀히 관찰해 보면 중고역의
표현력에서 GIYA S2와 차별화가 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GIYA S2의 배플 디자인은 재생음의 직접적인 복사를 억제하고 자연스러운 회절을 유도하기 위한 커브드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디자인은 고역의 확산 범위를 넓혀주며 재생음이 뻗는 패턴에 방해를 가하지 않도록 만들어 준다.
하지만 카야 45의 배플 디자인은 중고역의 에너지의 리니어리티를
높이는 방향으로 결정되었다. 이를 위해 트위터부의 배플 디자인은 커브드 디자인 대신 웨이브 가이드가
새겨져 있고 이와 같은 디자인이 중고역 에너지의 리니어리티를 높여줌과 동시에 미드레인지 재생 주파수 대역과의 연결감을 높여주는 역할도 해낸다.
이 같은 결과물의 재생음은 인상적이었다. 특히 피아노 재생에서
아주 탁월한 결과물을 만들어 냈는데 피아노의 배음 표현이 무척 뛰어났다. 희생되기 쉬운 아주 작은 약음도
희생되지 않고 표현되었으며 여리게 연주되는 건반음에서 폭발적인 힘이 실린 건반음까지 부분적으로 정확한 묘사가 일어난다.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의 고정도 GIYA S2와 마찬가지로
후면으로 뻗은 봉을 후면에서 고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것이 불필요한 댐핑을 억제해 약음을 희생시키지 않는 비비드 오디오만의 디자인이다.
제공하는 저역의 양감 역시 좋다. 카야 45 역시 GIYA S2와 마찬가지로 리액션 캔슬링 디자인으로 우퍼를
정렬시켰다. 상대적으로 우퍼 구경은 작지만 상식을 넘어서는 뛰어난 저음을 들려준다. 이게 아주 깊게 떨어지는 저역이라 설명할 수 없지만 한국 오디오파일 취향에 가장 가까운 저역 스타일이라고 확실히
설명할 수 있다.
그만큼 저역의 존재감이 탁월하며 이는 스피커의 뛰어난 덕트 설계와 맞물려 이뤄낸 결과물이다. 그만큼 로렌스 디키는 이론적인 면을 중요하면서도 청감적인 요소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다.
카야 45 역시 기본적으로 비비드 오디오 태생으로 넓고 광활한
사운드 스테이지를 만들어 내는 탁월한 능력을 갖췄다. 확실히 사운드 스테이지의 표현 능력에 있어선 비비드
오디오를 따를 스피커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또한 포커싱의 표현 능력에서도 GIYA S2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조금 두리뭉실하다는 것이지 경쟁 가능한 스피커와 비교하면 여전히 압도적인 표현력을
갖췄다.
이는 트위터 드라이버와 미드레인지의 시간차 정렬이 이미 캐비닛 디자인에서부터 결정되었기 때문으로 카야 45 역시 무척 훌륭한 스피커로 평가가 이뤄질 것이다.
수입원 – (주)소리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