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즈음인 것 같다. Bowers Wilkins는 그들이
20세기 마지막에 발표했던 800 시리즈에 풀 체인지에 해당하는
800 D3 시리즈를 발표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크로스오버
회로의 일부 부품과 다이아몬드 트위터에 진동판, 그리고 바인딩 포스트를 제외하면 모든 것을 바꾼 한
마디로 혁명을 가져다 주었다.
여기서 혁명이라고 일컫는 것은 단순히 많은 것을 바뀐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15년의 스피커 기술을 이끌어 갈 고음질을 위한 최첨단의
기술로 무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나는 이제야 802
D3 스피커에 대해 리뷰를 작성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초창기엔 공급이 수요보다 턱없이
부족했던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변하였고 이것에 대해 함부로 추측해 리뷰를 작성할 순 없었다.
802 D3의 리뷰는 한 마디로 도전과 같았다.
하지만 이젠 어느 정도 리뷰를 적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글을 작성하고 있다. 나는 솔직히 놀라웠다. 나는 단순히 재생음을 듣고 평가하기 보단
모든 컴포넌트의 구조에 대해서 알고싶어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스피커가 나아가야 할 이상적인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서 그걸 그려나가고 있었다. 놀랍게도 802 D3는 그 조건에 완벽에 가까운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음의 재생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완벽하게 이해한 새로운 드라이버들
Bowers Wilkins의 800
D3 시리즈는 새로운 레퍼런스 스피커이다. 상급 모델로 오리지널 노틸러스가 존재하지만 26년의 세월의 차이로 인해 적어도 재생음 자체만은 800 D3 시리즈의
품질이 훨씬 좋아졌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바로 이전 800 다이아몬드 시리즈 때만 하더라도 노틸러스는
20년에 가까운 세월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훌륭한 재생음을 들려주었다.
802 D3가 이토록 대단한 재생음을 연출할 수 있었던 이유엔
새롭게 변경된 컨티넘 드라이버와 에어로포일 우퍼 디자인이 있다. 우리가 새로운 Bowers Wilkins의 드라이버가 얼마나 좋은지 이해하고 싶다면 일반적인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와 우퍼 드라이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나 우퍼 드라이버의 진동판은 극도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로 인해 미드레인지 진동판의 경우 주파수 대역에서 특정 주파수의 피크나 딥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연속되는
피스토닉에 의해 공기를 파동시키고 난 이후 콘에 잔류하는 에너지와 다음 재생음을 위한 진동판의 움직임에 의해 생기는 디스토션은 피할 수 없다.
이를 테면 이런 현상은 저역까지 담당하는 미드우퍼가 탑재된 2웨이
스피커에서 결코 3웨이 스피커에 준하는 투명함을 얻을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Bowers Wilkins는 수십 년 전부터
케블라 소재를 이용한 직조 방식으로 미드레인지 드라이버 진동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직조 방식은 진폭 이후 잔재하는 음의 에너지들을 빠르게 분산시켜 소멸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같은 방식이 이상적인 진동판으로 쓰이기에 부족한 조건도 있지만 Bowers
Wilkins는 후면에 막과 댐핑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재료를 정확한 양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이상적인 조건의 진동판을 가지고 있었지만 Bowers
Wilkins는 완전 새로워진 800 D3 시리즈를 위해 새로운 미드레인지 드라이버 진동판을
개발하게 된다. 그 이름은 Continuum(컨티넘)으로 동작성과 새로운 직조 방식에 의해 탄생되었음을 의미하고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좌측이 이전 시리즈에 우퍼 로하셀, 우측이 802 D3에 에어로포일 우퍼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연속적으로 이뤄지는 진동판의 피스토닉에서 다음 진폭이 이뤄지기 전 거의 모든 에너지를 소멸시켜
투명한 음을 지속적으로 출력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Bowers
Wilkins는 8년이란 시간 동안 무려 80번에
가까운 미드레인지 드라이버 디자인을 시도했다.
완전히 새로워진 컨티넘 드라이버는 수 많은 동급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를 압도하는 투명함을 갖추었다. 이를 위해 직조율은 이전에 케블라보다 더욱 낮아졌다. 컨티넘 드라이버를
면밀히 살펴보면 직조율이 높아 반대편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50% 수준이다. 절반은 비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Bowers Wilkins는 더욱 개량된 기술로 후면에
막과 댐핑이 동시에 작용되는 재료를 사용해 이를 해결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변경된 직조 소재인데
현재 특허 출원 중이기 때문에 밝히기 어려운 상태라고 한다.
이를 통해 802 D3는 믿을 수 없는 투명도를 확보했고 디스토션
수치도 현격히 떨어졌다. 무엇보다 Bowers Wilkins처럼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에서 와이드 밴드를 확보해야 하는 입장에서 청감상 해상력은 정말 믿기 힘들 정도로 투명해졌다.
이젠 작은 스트레스나 디스토션을 느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
이런 개선은 미드레인지 드라이버 뿐 아니다. Bowers Wilkins는
에어로포일이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를 들고 나왔다. 비행기의 날개를 수직으로 자른 단면을 보면 서서히
두꺼워졌다 서서히 얇아지는 모양을 확인할 수 있다.
에어로포일 우퍼 디자인은 비행기 날개의 단면 디자인과 유사해 채용한 이름으로 Bowers Wilkins가 정확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우퍼 진동판이 받는 스트레스의 유형을 분석해 완성한
디자인이다. 공교롭게 에어로포일 디자인의 형태와 같다.
현재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스피커는 90dB 부근이 많다. 1와트를 입력했을 때 출력할 수 있는 음의 크기다. 하지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90dB 스피커는 저능률 스피커에 가깝다. 당시엔
15인치 우퍼는 물론이고 18인치 우퍼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능률을 위한 것이지 초저음을 위한 우퍼들은 아니었다.
<유니바디 다이아몬드 트위터, 좌측이 가공전 알루미늄 덩어리이며 우측이 가공된 유니바디이다>
하지만 최근 스피커들은 초저음을 재생하기 위한 디자인으로 이뤄지고 있다.
물리적인 우퍼의 지름은 크지 않다. 100Hz보다 빠른 반응을 얻어내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요즘은 10인치 더블 우퍼 이상의 디자인을 보기가 쉽지 않은
이유이다.
우퍼 진동판의 물리적인 면적이 좁다면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진동판의 진폭을 키워 공기를 그만큼 많이
파동 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많은 디스토션을 유발하며 보이스코일에 많은 열을 동반시킨다.
하지만 진동판도 뒤틀어지려 한다. 단순한 스트레스가 아님을 설명한다. 이는 많은 디스토션을 유발시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최근 스피커 메이커들이 단순한 페이퍼를 진동판으로 성형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분야에서 Bowers Wilkins는 큰 업적을
가지고 있다. 바로 로하셀 진동판이었다. 항공 소재로 쓰이는
로하셀을 코어 형식으로 디자인해 필요한 강도를 얻기 위해 질량을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경도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조차도 초저음을 내기 위해 부족한 것이 있었나 보다. 에어로포일의
기본적 디자인의 핵심은 초저음이 재생될 때 어느 부분이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느냐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이는 중심부였고 802 D3에 채용된 에어로포일 8인치 더블
우퍼는 이에 멋지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치를 통해서도 똑 같은 주파수에 압력을 가했을 때 로하셀의 경우 시뮬레이션 내에서
안쪽과 바깥쪽 사이에서 크게 솟구쳐 안쪽과 바깥쪽으로 커다란 웨이브(디스토션으로 작용)를 형성하지만 에어로포일은 무척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인다.
이를 통해 802 D3는 동급 스피커들을 압도하는 17Hz의 초저음 재생을 실현해낸다.
동급 스피커를 압도하는 캐비닛의 혁명적인 변화
하이엔드 스피커가 이렇게까지 비싼 이유가 무엇일까? 사실 우리가
마트를 가봐도 라면 하나를 고르는데도 가격이 다 비슷하다. 과자를 골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하이엔드 오디오 산업에 돈을 쉽게 벌기를 희망하는 이들이 참여한다. 그들은 터무니 없는 가격을 책정하는데… 유행에 편승하는 것이다. 수천 개를 생산할 필요도 없다. 그냥 몇 개만 팔려도 되는 것이다.
<좌측이 이전 시리즈의 매트릭스 구조, MDF이다. 우측은 플라이우드가 사용된 새로운 매트릭시 시스템>
하지만 Bowers Wilkins와 같은 메이커는 다르다. 이전 시리즈에 비해 802 D3가 큰 폭으로 가격이 인상된 것은
맞지만 내용을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802 D3는 다이아몬드 트위터부와 컨티넘 미드레인지부 캐비닛을
솔리드 알루미늄으로 완성했다. 알루미늄 무게로만 따지자면 엄청난 고가는 아니다. 이를 제작하는 방식과 그에 따른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Bowers Wilkins는 400만 파운드에 이르는 금액을 오직 800 D3 시리즈를 위해 투자했다고 한다.
솔리드 알루미늄 헤드는 다이캐스팅에 의해 제작되어 대량 생산도 쉽지 않다.
정확하게 그 크기가 크고 무거워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단순히 솔리드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솔리드
알루미늄은 높은 강도와 경도를 가진다. 하지만 이런 섀시도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레조넌스를 발견할
수 있다.
일반적인 알루미늄 스피커 메이커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별도로 내부에 댐핑재나 금속 브레이싱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Bowers Wilkins는 이런 브레이싱 자체도 다이캐스팅
디자인에 의해 완성하고 있다.
<에어로포일 우퍼 마운트 링, 이것이 새로운 매트릭스 시스템에 바로 직결된다>
그래서 Bowers Wilkins는 이것을 ‘터바인 헤드’(Turbine Head)라고 부른다. 비행기의 터빈의 모양과 비슷하다고 하여 가져온 이름이다. 이를 네거티브
음의 압에 인한 레조넌스를 거의 제로에 가깝게 줄여내고 있다.
이는 트위터도 마찬가지다. 과거와 달리 유니바디 형태로 디자인
되어 레조넌스를 제로에 가깝게 억제하고 있다. 이는 음의 정확한 피스토닉을 가능케하여 음을 평가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개선시킨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개선은 바로 저음이다.
스피커의 체급이 커지면서 비싸지는 이유는 바로 저음에 있다. 더
낮은 저음을 실현하려고 할수록 용적은 커지고 더욱 비싼 소재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대형급 스피커를 제작하라고 한다면 제자 원가가 가파르게 상승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Bowers Wilkins의 802 D3는 기술을 내세웠다. 일반적으로 통울림 즉, 저음의 레조넌스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가 수행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그들은 지금의 스피커 내부 격자형 구조의 원조가 되는 매트릭스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기존 매트릭스 시스템은 훨씬 복잡한 형태로 디자인이 가능했지만 문제는 MDF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802 D3에선 좀 더 심플하면서 더욱 효과적인 디자인을
찾아야 했다. 이를 위해 MDF에서 플라이우드로 변경하였다. 두께는 더욱 두꺼워졌다.
<개선된 받침대, 이전 시리즈의 경우 캐스터가 기본 장착되어 스파이크를 장착했어야 하지만 802 D3는 캐스터와 스파이크가 일체화 되어 스피커 최적 위치를 찾은 후 손을 아래에 넣어 돌리기만 하면 고정된다>
키는 기존에 우퍼 드라이버를 배플에 고정하였으나 802 D3는
새롭게 디자인된 매트릭스 시스템에 직접 고정된다. 이를 통해 802
D3는 이전 시리즈에서 느껴졌던 통울림을 크게 억제시켰다. 이 또한 제로에 가까운 느낌이다.
이를 통해 우퍼 캐비닛은 커브드 배플 디자인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음이
뻗어나가는 패턴이 스피커 디자인에 방해 받지 않고 가장 이상적인 패턴으로 무척 자연스러운 음을 얻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802 D3는 흔들림이 없는 음을 표현한다.
802 D3 지난 1년간
수 많은 오디오파일들이 국내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나는 802 D3가
왜? 이렇게 좋은 재생음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해 페이지를 통해 설명할 뿐이었다. 이전 시리즈은 802 다이아몬드와 음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저음의 양감이나 질에 있어서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새로운 솔리드 알루미늄 가공에 의한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컨티넘 미드레인지 역시 믿을 수 없는 해상력과 투명함을
선사하는 것이 사실이다. 여태까지 내가 지겹게 들었던 수 많은 앨범들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던 부분이다.
확실한 것은 흔들림이 전혀 없는 재생음이라는 것이다. 크로스오버
부품질이 이전에 비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았지만 예프게니 키신이나 치메르만의 연주 녹음에서 이전보다 잔향이 무척 잘 살아있음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것이 인위적으로 다듬어진 것이라면 분명 어느 대역이든 옥의 티를 느낄 수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들을 개선시킨
것이기에 저음에서 초고역에 이르기까지 위화감이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Bowers Wilkins가 이제야 체급을 넘어서는 파워풀한
초저음을 구현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인지 덕트 디자인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로 인해 17Hz에 이르는 초저음을 재생할 수 있게 되었는데 대신 중저음의 양감이 비교적 희생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엄밀히 얘기해서 802 D3의 저음이 그만큼 투명해진 것으로 판단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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