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와 달리 예전에는 독창적인 설계를 바탕으로 한 하이엔드 스피커가 많았다. 설계 방식이 달랐기 때문에 음색이 다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그 당시엔 스피커를 듣는 재미가 지금 보다 폭 넓었고 또 수많은 매니아층 존재했다..
확실히 기억하고 있는 것은 비슷한 성향의 스피커를 만나기가 더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당시엔 특정 장르에 편향된 스피커도 많았다. 그래서 지금보다 리뷰
하기 더 쉬웠는지도 모르겠다. 현악재생에 특화된 스피커, 또
피아노 재생에 특화된 스피커.
이들 스피커 중에는 특정 장르는 듣기 힘들 정도로 무너진 밸런스를 보여주는가 하면 또 어떤 장르에서는 기막힐
정도의 음색과 다이나믹스를 보여주었다. 보통 이런 특화된 표현력이 돋보였던 악기들은 현악과 피아노 정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스피커 설계 방식이 비슷해져 갔다.
3웨이 스피커에서 1인치
트위터의 사용은 마치 약속한 것처럼 이뤄졌고 크로스오버 주파수도 2.5kHz 설정이 많이 쓰이지만 4kHz 대역에서 나뉘는 설계도 예전보다 훨씬 많이 보인다. 그리고
저역은 300Hz 대역에서 나누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갔다.
모두가 비슷한 설계 방식을 쫓으면서 과거 스피커 시장보다 개성이 뚜렷한 스피커를 그만큼 찾기 어려워졌다. 드라이버 유닛의 진동판이나 캐비닛 재질, 크로스오버 설계 노하우에
따른 음질 차이는 여전하지만 다른 메이커의 스피커들에서 공통적인 특징을 찾을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다.
사실 스캔스픽 드라이버가 시장에서 점차 큰 점유율을 보이면서 드라이버에 따른 음질 차이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만큼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들로썬 검증된 쉬운 길로 가겠다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물론 아직도 독창적인 설계 디자인이 돋보이는 메이커들이 있다. 미국에
J사, W사, 얼마
전 리뷰 했던 Y사 제품들도 독창적인 설계로 매력적인 음을 들려주었다.
<소브란의 청음은 내 시청실에서 이뤄졌다. 매력이 많았던 스피커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성향의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회사가 있다. 만약
당신이 이태리 하이엔드 스피커에 관심이 많다면 차리오의 소브란이란 스피커에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차리오 소브란 스피커를 관심 목록에 올리라고 권하고 싶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외관이다. 처음 보는 순간 완벽한 이태리 스타일임을
느낄 수 있다. 외관에서 아주 화려하거나 세련된 느낌은 덜하지만 이태리 장인의 손에 의해 제작된 느낌이
스피커 외관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이들은 솔리드 우드를 무척 잘 다루는 회사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솔리드 우드를 캐비닛 재료로 사용하는 곳이 드물어졌다. 그
이유는 아마도 HDF나 MDF에 비해 비싼 재료 값과 더불어 MDF와 접합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그래서
전부터 솔리드 우드를 다뤄보지 못한 이들은 좀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솔리드 우드의 특성은 MDF나 HDF에 비해 좋다. 아주
두꺼운 솔리드 우드 패널을 배플로 사용하는 메이커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솔리드 우드는 마감에서도 좋은 특징을 가져다 준다. 특히 소브란은
솔리드 우드 특유의 표면 질감을 더욱 극대화 시켜 놓았다. 스피커의 캐비닛은 반드시 나무여야 하고 외관에서
목질의 온기감이 느껴져야 한다고 고집하는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물론 솔리드 우드를 채용함으로써 느껴지는 어쿠스틱 특성(음질적
특성)도 잘 묻어 난다. 외관에서 느껴지는 미적 요소가 심미안을
갖춘 이들을 설레게 하지만 재생음의 특성 역시 외관과 공통적인 특징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무척 합리적인 가격이다. 소브란은 국내 소비자 가격이
1,200만원이다. 이 가격대에서 비슷한 스펙에 이태리 하이엔드
스피커를 찾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소브란은 자신만의 특징적인 스펙 여러 개를 가지고 있는데 3웨이 디자인의 스피커이지만 실버 소프트돔에 의한 1.3인치 트위터를
갖추고 있다.
이 외에도 7인치의 로하셀 풀–아펙스
미드/우퍼와 8인치 내추럴 파이버 더블 우퍼가 채용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만 가지고 소브란을 설명할 수 없다. 자칫 평범한
천 만원 초반에 이태리산 스피커 같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소브란만의 특별한 기술들을 엿볼 수 있다.
<처음 부터 네 번째까지가 일반적인 스피커의 구성 방법이며 다섯 번째가 소브란의 드라이버 유닛 구성을 설명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트위터와 미드/우퍼가 탑재된 메인 모듈과 서브우퍼가
탑재된 우퍼 모듈이 완전히 분리된 세퍼레이티드 디자인을 가지고 있기에 비슷한 가격대의 일반적인 스피커 보다 좀 더 특징 있는 소브란만의 재생음이
잘 드러난다.
그렇다면 소브란은 어떤 특징들을 더 갖추고 있을까?
소브란은 일반 스피커와 다른 크로스오버 주파수 설계를 갖추고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소브란은 메인 스피커와 서브우퍼 모듈로 분리되어 있다. 얼핏 보면 미국 W사의 스피커와 디자인이 유사한 듯 하다.
그러니까 잘 설계된 북쉘프 스피커에 서브우퍼 모듈을 더한 형태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약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2.5웨이 디자인이 아닌 왜 3웨이라고 표기 했는가 이다. 사실 이런 디자인은 파워풀한 저음을 내기
위한 디자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저음 모듈에서 발생하는 진동이 메인 스피커 모듈과 완전히 끊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아했던 것은 실제 청음에서 내가 상상했던 재생음의 특성이 예상을 빗나갔다는 것이다. 소리에 대한 부분은 나중에 정리하기로 하고 크로스오버 주파수에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
일반적인 스피커에서 1.3인치 트위터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건 아마 15인치 우퍼를 채용한 스피커를 찾는
일보다 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1인치 트위터가 보편화
되어 있다. 이것은 공기를 파동 시키는 진동판의 면적과 응답 속도를 타협한 가장 이상적인 결과물이라고
믿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 기준은 20kHz까지 평탄한
응답이 있느냐 없느냐가 될 것이다.
소브란은 1.3인치 트위터를 사용하고도 20kHz까지 응답 특성을 이어간다. 다만 1.5kHz에서 6kHz 구간에 딥이 다소 발생한다. 이런 이야기에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이 일반적인 스피커 모두 딥과 피크가 존재한다. 그 외의 주파수 특성을 살펴보면 소브란은 비교적 좋은 특성을 갖추고 있다.
1.3인치의 트위터를 바탕으로 트위터와 미드/우퍼의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1.18kHz에 이른다. 일반적인 스피커에 비하면 상당히 끌어 내린 것이지만 소브란의 1.3인치
트위터가 다른 트위터와 비교해 1옥타브를 더 커버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소브란의 지향성 컨트롤을 통한 직접음과 반사음이 리스너로 어떻게 향하는지
나타내는 그림>
그리고 7인치 미드/우퍼
드라이버는 스펙상으로 보면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100Hz에서 설정해 둔 것 같지만 소브란은 2웨이 스피커 + 서브우퍼의 디자인이기 때문에 별도의 크로스오버 주파수가
없다. 여기서 일반적인 3웨이 스피커 보다 유리한 점이 있는데
미드레인지에 하이 패스를 위한 필터링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만큼 중역에 정보량이 손실이 적어지게
된다.
100Hz의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더블릿 기술에 의한 우퍼 모듈의
크로스오버 주파수로 쓰인다. 메인 스피커에 자연스럽게 커브가 일어나는 지점과 우퍼 모듈의 재생 주파수를
연결시켜 놓은 것이다.
그런데 더블릿 우퍼 모듈의 디자인이 심상치가 않다. 일반적인
스피커와 같은 발음 방식의 우퍼 드라이버를 사용하고 있지만 방사 방식은 다르다. 더블릿 기술은 우퍼
모듈 안에 두 발의 우퍼 드라이버를 설치하여 각자의 진동판을 서로 마주보게 만들어 놓고 저역을 방사시킨다.
그리고 스피커 아랫면에 270도의 개구부를 만들어 100Hz 이하의 저음을 방사시키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소브란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느꼈던 것은 저음이 상당히 자연스럽게 퍼져 나간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는 상당히 괜찮은 아이디어라 판단 됐다. 물론 이것을 완성시키는 데엔 많은 기술이 필요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소브란을 설계한 마리오씨 역시 그저 그런 스피커 디자인이 불만족스러웠거나 아니면 정말 자신만의 스피커를
설계하고 싶었던 욕망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스피커의 생김새와 일반적인 드라이버 유닛을 사용한다는
것 외엔 일반적인 스피커와 비슷한 내용은 없다. 둘 중 하나다. 무모하거나
아니면 스피커에 대한 이해력이 높거나.
마리오씨가 후자에 가깝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 부분이 차리오만의 지향성 컨트롤 디자인 때문이었다. 지향성 컨트롤은 일반적인 리스닝 룸 환경에서 음질을 향상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차리오의 이 기술은 이미 리플렉스 라인업에서도 쓰인바 있다. 작년
차리오 리플렉스 시리즈 론칭 쇼에서 기억나는 이야기 하나 전하자면 홍보를 위해 비전문가들인 블로거들을 초대해 리플렉스 시리즈로 음악을 들려주고
설명했던 일이 있었다.
<소브란의 지향성 컨트롤을 통한 직접음과 반사음이 리스너로 어떻게 향하는지 나타내는 두 번째 그림>
행사를 마치고 난 뒤 한 분이 내게 다가와 몇 주 전 1억원
정도의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 론칭 쇼를 다녀왔는데 오디오적인 특성은 잘 모르겠지만 리플렉스 시리즈가 훨씬 편안하게 들렸다는 이야기를 접한 기억이
생생하다.
그만큼 제한된 리스닝 룸 환경에서 반사음의 응용이나 지향성 컨트롤은 더 나은 재생음을 구현하는데 도움이
된다.
차리오의 소브란은 옆 벽의 반사음을 기초로 이상적인 사운드 스테이지를 만들어 낸다. 여기엔 두 가지 경우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인데 첫 번째는 토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다. 이때 소브란은 스피커에서 직접 방사된 직접음과 벽에서 반사되는 반사음의 관계에서 하스(HAAS)효과를 통해 스피커와 리스너 간의 물리적인 거리보다 더 확대된 거리가 만들어진 듯한 사운드 스테이지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이런 효과는 오디오파일들이 공을 들이는 토인이 가해진 경우에도 발휘 되는데 앞서 언급한 효과와
유사하지만 더 깊은 심도를 만들어 낸다. 리뷰 기사에서 오랜만에 사용하는 표현이지만 차리오 스스로도
벽을 뚫는 사운드 스테이지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뭐, 사실 실제 청음에서도 벽을 뚫을 정도의 사운드 스테이지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사운드 스테이지가 깊게 맺힌다는 느낌은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었다.
소브란은 리스닝 중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독창적인
설계를 무기로 하지만 이에 따른 위화감은 없었다. 이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특히 솔리드 우드를 바탕으로 제작된 캐비닛은 무리한 댐핑력을 가져다 줄 만큼 많은 물량은 투입되지 않았다.
<메인 스피커와 우퍼 모듈이 완전히 분리된 디자인. 양 모듈 사이는 별도의 지지대에 의해 고정되고 있다>
이런 점은 재생음을 조이는 성향이 아니라 목질의 울림이 은은하게 퍼지는 듯한 분위기로 연출 되었는데 저음은
앞서 언급한대로 270도 범위로 방사되어 중저음의 양감이 응집되기 보단 자연스럽게 울려 퍼지는 느낌이다. 확실히 저음의 에너지의 존재감이 적지 않은 느낌이지만 270도 범위로
분산시켜 비교적 평탄한 느낌으로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분이 목질의 울림과 결합되어 묘한 느낌을 갖게 만들었는데 전 대역에 걸쳐 두께감을 증대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다만 한 가지 유일하게 아쉬운 것은 무척 담백한 소리의 입자감이다. 다이나믹스의 특성은 나쁘지 않지만 재생음에 조금 더 촉촉함이 배여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갖게 만들었다. 물론 이걸 제외하고도 만족감은 높은 수준.
그래서 좀 더 윤택함이 돋보이는 시스템에 매칭된다면 상당히 높은 만족감을 가져다 주리라 판단 된다.
적어도 확실한 것은 사운드 스테이지의 심도 표현은 동 가격대 비교할 만한 스피커가 쉽게 떠오르지 않을 만큼
깊숙하고도 리얼리티를 잘 살려 준다는 것이다. 차리오는 이런 음을 쉽게 만들기 위한 가이드도 제공하는데
리스너와 스피커의 거리는 3미터, 그리고 양벽과의 거리는
1미터씩 공간을 만들어 주면 된다. 그러면 소브란만의 사운드
스테이지가 열리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수입원 – (주)테크데이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