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오디오파일 입장에서 대중적인 헤드폰과 블루투스 스피커에 관한 정보를 좀 더 폭넓게 다뤄볼까 합니다. 첫 번째는 헤드폰입니다. 우선 제가 사용하고 있는 헤드폰 2종류를 중심으로 적어보려고 합니다.
최근 하이파이 스피커 메이커는 사업 영역을 헤드폰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생산 규모가 있는 스피커 메이커가 자신들의 브랜드를 새겨놓고 헤드폰을 제작하고 있죠. 사실 스피커를 만드는 기술에 비해 헤드폰은 덜 어렵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은 분야임은 분명합니다.
좋은 소리를 재생해야 하는 문제만큼 착용감과 디자인이 중시되고 있습니다.
이제 헤드폰이 패션으로 자리매김 하려는 느낌도 강하거든요. 어차피 대중적인 하이파이는 보다
쉽게 음악을 들으려는 시장으로 대체되고 있고 하이엔드 하이파이 시장은 더 무식해져 가기 때문일 겁니다.
저는 Bowers & Wilkins의 P7 헤드폰과 오디오퀘스트의 나이트호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면 젠하이져 HD800이 있는데요. 필요할 때만
사용하고 거의 사용을 못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만큼 거대하고 임피던스가 300옴이라 그렇습니다.
포노라는 모바일 플레이어를 구입하고 나서 젠하이져 HD800으로
외부에서도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지만 역시 휴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무튼.. 헤드폰의 개념은 명확해지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음질로만 비교되곤 했었는데요. 이제는 타겟이 분명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Bowers & Wilkins의 P7은 오버 이어(귀를 완전히 덮는)
헤드폰입니다.
그들의 첫 번째 제품은 P5였는데
온–이어(귀를 완전 밀착하는) 패드 형태였죠. 온–이어
패드는 외부음을 확실하게 차단해준다는 측면에서는 훌륭하지만 밸런스가 좋은 음은 아닙니다. 또한 진동판이
Mylar 재질이라 아주 평탄한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용감이 좋았고 26옴의 로우 임퍼던스 설계는 애플의 아이폰,
아이팟 유저가 타겟이라는 확신을 주었지요. 출시 전만 하더라도 예상 된 것은 매니악한 헤드–파이 유저를 위한 제품이라 생각했던 것이죠. 그런데 이 시장은 무척
작을 뿐이죠. 제조사 입장에선 돈도 안 되는 시장을 공략할 이유가 전혀 없는 거죠. 온–이어 패드 구조를 취한 것만 보아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P7이 출시 된다는 정보를 접할 즘엔 헤드–파이 유저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한 걸음 더 나아가 22옴 설계입니다. 드디어 오버–이어 디자인을 취하고 있어 저음과 전체적인 소리 밸런스에
있어서 균형감을 들려주었죠. 타겟은 역시 아이폰, 아이팟, 안드로이드폰. 여기에 케이블 교체가 가능한 형태이고 40mm 진동판 크기를 가졌고 재질은 나이론 댐프드 방식입니다. 코일도
CCAW 형태로 대세를 따르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P7은 밀폐형 타입이라는 겁니다. 헤드폰에서 밀폐형 타입과 오픈형은 음질에 큰 차이를 가져다 줍니다. 밀폐형이
좋다, 오픈형이 좋다를 떠나서 밀폐형으로 좋은 음을 만드는 것이 무척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에 비해 밀폐형이 가지는 장점은 외부 소음을 상당히 차단시키기 때문에 오픈형에 비해 음질적 장점이 더 많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헤드폰과 결국은 스피커와 구조는 비슷합니다. 다만 20kHz에 이르는 고역을 40mm 진동판에서 얻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특히 밀폐형의 경우 어쿠스틱 챔버 디자인에 따라서 소리가 달라집니다. P7은 반대음을 별도의 댐핑재를 통해 흡음하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그 어쿠스틱 챔버에서 밀폐형 구조를 취하면서도
10Hz에서 20kHz까지 조정된 에어 서스펜션을 통해 이뤄낼
수 있는 거죠.
결과적으론 청감상 평탄한 소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P7의 장점은
Bowers & Wilkins가 추구하는 평탄한 특성에 있습니다. 레퍼런스라고 할 수 있는 젠하이저 HD800에 비해 해상력이나 음의
청감상 정보량은 아쉽지만 밸런스라는 측면에서 추구하는 바는 비슷합니다. 다만, 22옴의 로우–임피던스 설계라 중저음의 양감은 P7쪽이 좀 더 도드라지게 나타나죠. 그에 비해 HD800은 공간감이 좋고 정말 플랫한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7을 수년 동안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이유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 연결하여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음질을 들려준다는데 있습니다. 이는 안드로이드폰이나
모바일 뮤직 플레이어에 완벽하게 대응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밀폐형으로 외부 차음 능력도 좋고요.
솔직히 아이패드와 연결해 들을 때 가장 좋습니다. 소스가 MP3나 녹음 질이 떨어지는 가요라 할지라도 P7만의 성향으로 들려줍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고가의 헤드폰 앰프나 포노 플레이어와 결합했을 때 잠재 능력의 상승이 그렇게 뛰어나지
못하다는데 있습니다. 그래서 P7의 평가는 상대적으로 매칭되는
기기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7의
확실한 용도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쭉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재미난 헤드폰이 있습니다. 오디오퀘스트의 나이트호크
입니다.
오디오퀘스트는 케이블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메이커입니다. 이미 케이블 업계에선
No.1으로 올라섰고 앞으로도 순탄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사업 영역을 확장했죠. 헤드폰과 전원장치 입니다.
그런데 오디오퀘스트의 사장인 윌리엄 E 로우씨는 전문성을 무척
중요하게 여깁니다. 헤드폰을 제작하기 위해 용병을 고용했습니다. 스카일라라는
사람이죠. 그리고 윌리엄 E 로우씨는 후발 주자가 미지의
분야를 성공적으로 개척하고 진입하기 위해서는 2배 이상 뛰어난 제품을 제작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인재 영입이나, 개발비나, 개발
시간, 원가등 말이죠.
오디오퀘스트에서 헤드폰을 개발중이라고 할 때 무시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적당히 소개 됐다가 적당히 팔리다가 사라지겠지.. 그러니까 아무런 기대가 없었다는게 솔직한
심정이었을 겁니다. 사람 심리가 정말 재미난데요. Bowers
& Wilkins에서 헤드폰을 개발한다고 할 때와는 기대감에 온도 차가 뚜렷했습니다.
이걸 2015 뮌헨 하이엔드 오디오 쇼에서 체험하곤 정말 깜짝
놀랬습니다. 그리고 제작자인 스카일라씨의 바쁜 시간 쪼개어 1시간
정도 인터뷰를 나눴을 땐, 기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특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죠.
추후 나이트 호크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겠지만 대단한 헤드폰 입니다. 제작자나 윌리엄 E 로우씨의 욕심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헤드–파이로써 또 외출 가능한 형태로 아이폰이나 아이팟으로도 음질을
즐길 수 있는 그런거 말이죠. 그래서 헤드폰 케이블도 2가지를
제공합니다. 외출용 일반 선재와 헤드–파이를 위한 레드 카퍼
케이블.
하지만 나이트 호크는 헤드–파이로써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나이트 호크는 세미 오픈형 입니다. 좋은 음을 제공하기 위한
조건이 밀폐형 보다는 덜 까다롭습니다. 그리고 이 구조를 최대한 활용합니다.
진동판은 바이오 셀룰로오스 진동판입니다. 마일러 재질의 진동판의
장점은 저렴하고 가볍다는데 있습니다. 하지만 순간적인 임펄스에 진동판이 뒤틀어지거나 중고역에서 디스토션이
발생합니다. 그에 비해 바이오 셀룰로오스 진동판은 무척 견고합니다.
그런데 가장 큰 특징은 나이트 호크의 50mm 진동판은 서라운드(엣지)가 존재한다는 겁니다. 거의
모든 헤드폰은 서라운드가 없습니다. 일종의 픽시드 구조에 가깝습니다.
아주 작은 음압으로도 귀에 밀착되기 때문에 실제 아주 큰 소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초고역 특성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50mm의 진동판이 서라운드에 의해 일반적인 헤드폰에
비해 훨씬 큰 진폭을 이뤄내기 때문에 최대 음압이 일반적인 헤드폰에 비해 전기적으로 2배 이상 이뤄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진동판 구조를 뒷받침할 만한 어쿠스틱 챔버 디자인도 필요합니다. 다르게 이야기 하자면 일반적인 음압 영역에선 디스토션이 그만큼 적다는 의미도 됩니다.
이걸 직접 눈으로 모두 확인했는데요. 균형적으로 설계된 대형
에어 플로우 포트 디자인과 조정된 미세 튠을 통해서 진동판이 들뜨거나 하는 문제를 확실히 잡아내죠. 진폭이
크게 가능한 50mm 드라이버라면 이보다 진동판 면적이 더 큰 헤드폰과도 비교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자면 젠하이저 HD800 같은 경우입니다.
<나이트호크의 진폭 가능 50mm 바이오셀룰로스 진동판, Split-Gap 자기 회로 기술과 어우러져 로우 디스토션과 더불어 큰 음압을 재현해 낸다>
그런데 나이트 호크는 아이폰이나 아이팟, 안드로이드 폰에서 성능은
무난한 수준입니다. 확실히 진폭 가능한 50mm 진동판이
완전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저음은 물론이고 아주 미세한 잔향음이 잘 표현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작용합니다. 그래서
Bowers & Wilkins의 P7과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비교하면 장/단점이 있겠지만 P7쪽이 더 균형
잡혔다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하지만 1와트 출력이 가능한 스마트폰이나 헤드폰 앰프와 연결해서
나이트 호크를 청음하게 되면 모바일 플레이어와 연결해서 듣던 헤드폰과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상당히 파워풀한 저음을 느낄 수 있는데요. 중저음의 타격감이 저음과
어우러져 굉장히 그루브한 느낌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교한 헤드폰 앰프와 매칭되면 저음뿐 아니라 중고역의 표현이 무척 좋아집니다. 특히 배음의 표현력이 두드러지는데 피아노나 현악에서의 잔향이 무척 깨끗하며 풍부하게 잘 느껴집니다.
하지만 단점은 세미 오픈형이기 때문에 외출용으론 적합하진 못합니다. 그래서
후속 모델로 나이트 아워라는 밀폐형 헤드폰이 곧 출시 되는 것 같습니다.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제 상황에선 비행기에 탑승할 때가 아니라면 지금도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헤드폰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과거 헤드폰에
비해 지금은 폭이 넓어지고 다양해졌습니다. 설계도 더욱 정교해지고 $2,000
넘는 것들 중 돈 값 못하는 것도 수두룩하거든요.
그런데 희소식은 $600 전/후에
많은 제품들이 선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사실 앞으론 블루투스 헤드폰이 강세일 수 밖에 없는데요. 편리하지만 APT-X가 아닌 경우 손실압축 방식이라 좋을게 없습니다. 하지만
배터리 전원부와, 앰프, 디지털 회로가 모두 헤드폰쪽에 탑재되어
튜닝 된다면 향후 몇 년 안에 HD800 같은 것이 무선 형으로 못나올 이유도 없는 거죠. 그래서 앞으로가 기대되는 겁니다.
또한 이러한 헤드폰들이 모두 현실적인 가격에 소개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관심을 가질만한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