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쯤 재미난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 10년이 지나면 과연 어떤 얼티밋 스피커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인가? 당시에
하파의 운영자인 나는 재생음의 끝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온갖 Loan을 땡겨 윌슨 오디오의 알렉산드리아
시리즈 2를 도입한 적이 있었다.
당시 윌슨 오디오는 평생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WAMM(Wilson Audio Modular Monitor)라 불리는 레퍼런스 스피커가 있었지만 반드시 레퍼런스
가이드대로 설치가 필요로 하는 복잡한 스피커였고 이는 데이비드 윌슨만이 가능했다.
윌슨 오디오의 사업이 점차 커지자 데이비드 윌슨은 이 설치 업무가 점차 비효율적이 될 수 밖에 없었고 WAMM이라는 스피커를 대신할 굉장한 스피커 프로젝트를 완성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그랜드 슬램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WAMM은 마이너
업데이트를 걸쳐 레퍼런스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레퍼런스의 지위를 내려놓게 된 것이 바로 알렉산드리아의 등장이었다.
모듈러 디자인 스피커이지만 WAMM과 같이 아주 복잡한 계산을
필요로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설치 교육만 받으면 디스트리뷰터에서도 충분히 소화 가능한 그런 디자인을
완성했다. 지금의 X 매터리얼과 S 매터리얼의 근본이 되는 소재와 디자인의 기초를 마련한 스피커이기도 했다.
<WAMM MC는 윌슨 오디오 최초로 메탈 윙이 채용되었다. 이 윙은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시간차 조절도 가능한 인터페이스를 탑재하고 있다>
알렉산드리아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지금의 윌슨 오디오가 있기까지
1등 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이것은 데이비드
윌슨에 의한 것이다. 그는 아주 똑똑하고 감각적인 경영자라고 할 수 있다. 그가 타계한 지금도 윌슨 오디오는 보통의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 메이커와 다른 방식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알렉산드리아 시리즈 2의 존재는 내가 커다란 도전일
수 밖에 없었다.
윌슨 오디오가 내세우는 것은 크게 2가지이다. X 매터리얼과 S 매터리얼의 조합을 통한 이상적인 레조넌스 컨트롤이다. 저역 캐비닛과 트위터 모듈은 모두 X 매터리얼 소재를 통해 완성해
레조넌스를 크게 억제한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 S 매터리얼은 미드레인지 배플에 적용해 일종의 하이브리드 모듈러 캐비닛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이것은 윌슨 오디오가 철저히 의도한 음색의 노하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나머지 하나는 바로 타임 얼라이먼트이다. 재생음은 드라이버 유닛의
구조 때문에 필연적으로 시간차 왜곡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직각을 이루는 배플에 트위터, 미드레인지, 우퍼 모두를 일렬로 수납하게 된다면 말이다.
하지만 윌슨 오디오가 APD라는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이론을 완성할 때 이런 문제에 대한 인지하고 있는 다른 스피커 메이커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JBL이 미국 하이파이 시장을 장악할 시기였고 유럽의 경우 탄노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재미난 것은 아직도 윌슨 오디오와 같은 시간차 왜곡에 대해 100% 대응하는
디자인을 가진 회사는 없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시간차 정합보다 위상차 정합이 더욱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위상차 정합도 완벽하게는 불가능한 것이고 시간차 정합과 위상차 정합 이 둘의 완전한 일치는 현재까지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언급한 이 두 가지가 윌슨 오디오 스피커의 등급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하지만
가장 심한 차등을 두는 것이 바로 시간차 정합 기술이다. 하위 모델엔 이런 개념 없이 조절이 불가능한
디폴트 셋팅만 있으며 사샤 시리즈에 도달해서 2개로 분리된 헤드에 의해 리스너의 위치에 따라 제한적으로
시간차 정합을 가능케 한다.
물론 이마저도 아주 타이트한 오차까지 맞추지는 못한다.
<사진속 노브를 돌리는 것으로 밀리세크 단위의 시간차 조정이 가능해진다. 무단 노브로 미세한 재생음의 분위기까지 조절 가능하다>
본격적으로 완벽한 APD를 제공하기 시작하는 것은 알렉시아 시리즈부터이다. 사실 알렉스의 경우도 트위터, 어퍼 미드레인지, 로워 미드레인지에 대한 시간차 정합 조절 프리셋을 제공하지만 이전에 MAXX
시리즈 3에서도 허용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알렉시아나 알렉스는 대단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왜냐면 과거엔 오직 알렉산드리아 시리즈만이 완벽한 시간차 정합을 이룰 수 있는 완벽한 모듈러 디자인과 프리셋
환경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물론 윌슨 오디오는 정말 똑똑했다. 알렉시아의
등장만으로 열광했던 나는 드디어 알렉산드리아 시리즈 2 이후에 구입하고 싶은 윌슨 오디오의 스피커가
등장했다고 생각했지만 이상하리만큼 봉인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예상은 맞았고 알렉시아 시리즈 2에서 본격적인 포텐셜이 터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와 관련된 기사는 http://www.hifi.co.kr/?_filter=search&mid=webzine&search_target=title&search_keyword=%EC%95%8C%EB%A0%89%EC%8B%9C%EC%95%84&document_srl=1227328
링크를 참조하면 된다.
이렇듯 알렉시아나 알렉스의 등장으로 알렉산드리아 XLF이 가지는
유일했던 스펙에 의미는 퇴색되고 말았다. 사실 어떤면에서 알렉산드리아 XLF 보다 알렉스가 월등한 재생음의 특징을 갖추고 있었고 실제 전 세계에 오디오파일들이 알렉스에 크게 열광해
알렉사그 발매된 그 첫해에만 무려 150조나 판매 되었다고 한다.
<노브를 움직이게 되면 얼마나 움직이게 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저 마이크로미터들은 셋업을 위한 가이드이며 그 범위 안에서 청감상으로 얼마든지 미세 조정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데이비드 윌슨은 새로운 레퍼런스를 지향할 새로운 스피커를 제작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WAMM Master Chronosonic 이다. 재미난 사실은 WAMM MC는 원래 알렉스 보다 더 일찍 데뷔하기로
결정된 스피커였다는 것이다. WAMM MC가 먼저 등장한 이후 알렉스가 등장했어야 했지만 WAMM MC의 개발 총책임자이기도 했던 데이비드 윌슨은 조금 더.. 조금만
더…를 외치며 출시 시가를 무려 2년 이상 늦춰야만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WAMM MC를 위해 개발 되었던 기술들 중 알렉스에
일부 적용하기로한 파생 기술들을 통해 WAMM MC를 엿보게 되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그 기술은 새로운 10.5인치 우퍼와 12.5인치 우퍼였으며 MTM 구성의 드라이버가 어퍼 미드 / 트위터 / 로워 미드로 바뀌게 되었다. 즉, 중역의 정위감을 포기하는 대신 미드레인지의 대역을 나누어 투명도를
높이는 쪽으로 디자인을 변경한 것이다.
창업 40년이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렸음에도 오디오파일들이 윌슨
오디오의 기존 음색에 지루함을 느낄 때쯤 완벽에 가까운 현대화를 이뤄냈다. 그것도 아주 절묘한 타이밍이라고
할 수 있는데 윌슨 오디오 스피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면 많은 오디오파일들이 알만큼 안다라는 인식을 가질 때쯤이었다.
<기존 알렉산드리아 XLF에서 트위터 모듈의 그라운딩은 X 매터리얼로 완성된 미드레인지 모듈 캐비닛이었다. 하지만 WAMM MC에서는 알루미늄 합금 플레이트에 의해 그라운딩되어 알렉산드리아 XLF와 차원이 다른 고역 재생 특성을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에 나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오디오파일들이 열광했고 그 폭발의 시점은 알렉스였으며 스피커 가격이
75만 달러에 이르는 WAMM MC 역시 폭발적인 주문으로
윌슨 오디오는 대성공을 이루게 되었다. WAMM MC는 엄청난 가격에도 불구하고 정말 엄청난 주문으로
이어졌다. 이것은 윌슨 오디오 역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WAMM MC에 열광하게 만들었을까? 데이비드 윌슨은 초기 알렉산드리이를 발매할 때 플랫폼의 이름을 정해 놓았다.
바로 X-1이라는 이름이다. WAMM MC의
개발이 오래 걸렸던 이유는 이 플랫폼을 능가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완성해야 했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리아 시리즈의 X-1 플랫폼은 모듈러 캐비닛 디자인으로써
그라운딩의 역할을 개별적인 모듈에 쌓아 올림으로써 해결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를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배플을 제외한 모든 캐비닛 소재가 X 매터리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레조넌스를 크게 억제시키지만 너무 딱딱하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고역에서 급진적인 발전을 이루고자 했던 데이비드 윌슨 입장에선 이에 대한 문제가 시급했을 것이다. 그래서 WAMM MC에서 결정된 것은 새로운 그라운딩의 디자인이다. 윌슨 오디오 최초로 알루미늄 6061 프레임이 사용되었다.
트위터 모듈은 개별적으로 그라운딩 되며 두 개로 나뉘어진 어퍼/로워
미드레인지 모듈 한쌍도 이 메탈 프레임이 그라운딩된다. 이 윙 모듈의 무게만하더라도 사샤 DAW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WAMM MC는 향후 10년 이상 레퍼런스의 지위를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설계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WAMM MC의 시작의 불가하다. 데이비드 윌슨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스피커 개발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그것도 그의 인생작이라고 불릴만한 제품을 기획했던 것이었다. 그가
지난 40년 이상의 하이엔드 오디오 생활을 통해 얻었던 가장 이상적인 재생음의 구현을 위해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직 마스터 크로노소닉에만 허락된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드라이버 간격을 조절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마련하게 된다.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기술이냐면 드라이버간의 재생음의 간격을 밀리세크 단위로 조절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WAMM MC도 APD(비구면 소리 전달 기술)를 위한 셋팅은 여전히 건재하다. 이것이 마스터 크로노소닉 마이크로미터 기술과 만나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한다>
이 엄청난 기술을 통해 리스닝 룸의 환경을 극복할 수도 있으며 파워 앰프의 증폭 방식에 따른 미묘한 음색이나
저역의 양감조차 맞출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와 관련된 노하우나 셋팅법은 온전히 데이비드 윌슨 머리에만
존재했던 것인데 이것을 피터 맥그래스라는 인물과 공유하였고 아주 치밀하고 정밀한 셋팅을 WAMM MC 구입만으로
얻을 수 있다.
상상해 보았나? 드라이버간의 시간차 왜곡을 밀리세크 단위로 맞출
수 있는 날이 도래할 것이라는걸? 이건 엄청난 사건이며 발음 방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20년 내에는 WAMM MC를 모방할 수 있는 스피커가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와 같은 디자인을 통해 WAMM MC는 결코 믿기 어려운 사운드
스테이지와 포커싱 이미지를 표현한다. 감히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재생음이라고 확신한다. 적어도 이와 같은 평가를 내릴 수 있는 명확한 증거를 가지고 있는데 지난 2017년
데이비드 윌슨의 자택에서 그가 나만을 위해 할애한 4시간의 레코드 플레이를 통해 확신할 수 있었다.
그 후 나는 반년 이상 WAMM MC 앓이에 심각한 후유증을
견뎌야만 했다… (당시 데모스트레이션 현장을 데이비드 윌슨의 동의를 구한 뒤 녹음을 해놨는데 그 생생한
느낌을 일일이 내 목소리로 기록해 두었다)
하지만 이것은 WAMM MC를 위해 개발된 기술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데이비드 윌슨 자신이 평생에 염원을 담은 스피커를 설명하다 보니 리뷰 한편으로 끝내기가 어려워졌다. 물론 WAMM MC에 담긴 수 많은 기술들을 다 나열하기엔 지면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2부로 나누어 작성했으며 2부에선 WAMM MC와 관련된 또 다른 기술들과 재생음의 완성도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수입원 – 샘오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