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수 많은 제작사의 엔지니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심도 있는 이야기와 더 나아가 전 세계 온라인에서 활동하지 않는 매니악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가끔 만날 일도 있습니다. 그래서 얻은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근본적으로 진공관 앰프와 솔리드 스테이트 파워 앰프의 구조는 아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솔리드 스테이트 파워 앰프는 있는 재생음을 모두 내보자는 의미와 효율이 진공관과 비교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현재는 솔리드 스테이트만이 주력이 되는 겁니다.
신기한 것은 진공관 앰프가 주류이고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가 갓 나오기 시작했을 때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는 저가형 앰프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는 겁니다. 지금은 정 반대 상황이지만요.
하지만 진공관 앰프와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는 크게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오늘 진공관 앰프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 드리겠습니다.
진공관은 음질을 결정 짓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오늘은 본론으로 들어가면서 결론 일부를 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수 많은 진공관 제작자를 만나 인터뷰와 공장을 방문하여서 물었습니다. 진공관 앰프의 음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디냐? 일관되게 첫 번째로 출력 트랜스포머를 꼽습니다. 두 번째가 진공관이고 세 번째가 주변 회로 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진공관 앰프를 평가할 때 진공관을 제일 먼저 보지만 이건 잘못된 것입니다.
또 과거에 명기로 손꼽히는 진공관 앰프들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매킨토시의 오리지널 MC275 같은 제품 입니다. 왜 오리지널 MC275만 명기로 꼽히는 걸까? 거의 모든 회로는 구현이 가능하지만 트랜스포머 코어와 와인딩은 구현이 안 되는 겁니다. 당시 트랜스포머를 제작하던 장인들이 오래 전에 장인이 되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오리지널 MC275 앰프나 당시 명기로 손꼽히던 앰프의 가치가 대단히 높은 것 입니다.
진공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히터 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중요하지 않는 부분은 아닙니다. 이 히터 회로는 자동차로 따지자면 엔진의 점화 플러그 같은 역할을 합니다.
히터가 들어오지 않으면 진공관은 동작하지 않고 그냥 0볼트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진공관 스펙에 따라 히터 동작 전압이 다릅니다. 보통 6.3볼트나 12볼트가 많은데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12AX7이 12볼트 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공관의 사용수에 따라 직렬 또는 병렬로 구성하고 직렬로 구성할 경우 사용되는 진공관 수에 맞춰 고전압이 걸리는데 대부분은 병렬로 구성 됩니다.
그런데 아주 재미난 이야기를 해드리자면 과거에 이 히터 전압은 거의 모두 AC 방식이었다는 겁니다. 문제는 AC 전원은 60Hz로 공급이 되지요. 이 얘기는 히터가 초당 60번씩 켜졌다 꺼졌다 한다는 겁니다. 이걸 슬로우 비디오로 촬영해 보면 켜졌다가 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게 음질적으로 문제가 됩니다. 60Hz의 성분이 그대로 스피커의 험으로 출력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딱 60Hz 주파수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C 전원이 대세가 된 이유는 회로가 간단해서 입니다. 트랜스포머 하나로 직결해주면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 60Hz의 험 문제를 레귤레이션을 통해 DC로 전환해 해결 수도 있습니다. DC로 전환하게 되면 히터의 동작이 보다 안정화 됩니다. 노이즈도 사라지지요. 문젠 단순한 정류 회로를 꾸며 DC화 시키고 리플 노이즈를 제거 하는 수준이라면 과거 AC 전압 공급 음질이 훨씬 좋습니다.
실제 옛날 진공관 앰프가 주류일 땐 지금과 달리 좋은 소자가 거의 없어서 DC 구동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복잡했지요. 하지만 지금도 AC 구동 음질이 훨씬 좋다는 주장에 설득력도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보면 DC 구동이 훨씬 좋지만 AC 구동이 음질적으로 보다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이는 반평생을 진공관 앰프만 사용한 미국의 어느 오디오파일의 의견이기도 합니다.
또한 최근 등장하는 메머드급 진공관 앰프들의 경우 앰프 채널당 엄청난 개수의 진공관이 사용되는데 이때는 필연적으로 AC 구동 방식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는 회로의 효율이나 음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메머드급 진공관 앰프는 설계 난이도 자체가 차원이 다릅니다.
재미나죠?
그런데 히터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 바로 B Power Supply 입니다. 흔히 B전원이라고 하는데 한국말로 잘못 발음하면 비전원 그러니까 전원이 아니다. 라고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 B전원은 트랜지스터 앰프로 치면 콜렉터와 같습니다.
진공관은 관에 따라 구동 전압이 달라지는데 흔히 특별하다고 이야기하는 진공관엔 송신관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플레이트쪽에 600볼트가 걸리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KT88은 보통 350볼트가 걸리는데 이는 출력과 직결 됩니다.
사용할 진공관과 진공관에 전압을 얼마나 걸어줄 것이냐 이것이 전적으로 설계자의 노하우인데 우리는 출력만 보고 진공관 앰프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지요. 문젠 출력뿐 아니라 열과 직결되는데 이는 수명과 직결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높은 전압을 걸어줘야 하기 때문에 진공관에는 감압 트랜스가 아닌 승압 트랜스를 필요로 합니다. 이 트랜스포머 품질이 무척 중요합니다. 굳이 이야기 하자면 진공관의 경우 내가 사용할 관이 정해져 있다면 이 관의 잠재 능력을 끌어 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위에 뭐라고 얘기했죠? 그 당시 트랜스포머 장인들은 고인이 되었다는 겁니다.
아무튼 지금은 21세기니까 지금은 이론적으로 더 깨끗하고 질 좋은 소자로 뛰어난 S/N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기도 합니다.
B전원은 무조건 DC로 구동 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간단하게 정류 회로로 꾸며지느냐 규모 있는 레귤레이션 회로로 완성 되느냐 이건 설계자의 몫으로 남게 된다는 겁니다. 흔히 쵸크 필터가 달리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음질적으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00%는 아닙니다. 때에 따라서 음질 튜닝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니깐요. 쵸크 트랜스가 사용되는 이유도 결국 DC 변환 후에 남겨진 AC 성분을 제거하기 위한 역할입니다. 하지만 아주 잘 설계된 회로에서는 굳이 쵸크 트랜스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규모 있는 DC 레귤레이션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조차 LP 디스크의 초반과 리이슈의 음질 이슈처럼 저건 진공관 앰프가 아니라 TR 앰프에 가까운 소리라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래서 제대로 된 리뷰가 필요한데 국내에선 진공관 앰프 리뷰 때 이런 내용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단지… 진공관의 특성에 대해서만 줄줄이 나왔지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출력 트랜스포머입니다.
이게 제가 이야기 하려고 했던 요점입니다. 솔리드 스테이트 파워 앰프는 스피커가 가지고 있는 임피던스 특성에 맞춰 전류 공급을 달리합니다. 그래서 스피커가 가지고 있는 고유 음색이라는 것이 파워 앰프에 따라 달리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를 테면 스피커가 순간적으로 요구하는 전류에 반응하지 못하고 클리핑 노이즈를 순간적으로 발생시키는 것 조차 고유 음색이라 생각합니다. 이게 좋던 나쁘던 말이죠.
하지만 진공관 파워 앰프는 고전압입니다. 스피커가 요구하는 정확하게 드라이버의 모터 시스템을 구동하기 위한 임피던스 매칭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출력 트랜스포머가 반드시 필요하며 진공관 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재미난 사실은 진공관 앰프 뒤를 보면 8옴 또는 4옴 어떤 경우엔 16옴도 있는데 흔히 이야기 하는 공칭 임피던스에 탭을 맞추면 스피커의 임피던스 특성은 출력 트랜스포머가 잡아줍니다. 그러니까 8옴이면 그냥 쭉~ 8옴으로 구동되게 되는 것이고 4옴이면 4옴으로 쭉 구동되게 되는 것입니다. 리니어하게… 그래서 스피커의 특성 보단 앰프의 특성이 더 짙게 나옵니다.
스피커의 성향이라고 해봐야 진동판의 레조넌스 특성 정도랄까요? 그리고 크로스오버 설계에 따른 독특한 음색 정도…
10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진공관 앰프의 출력은 트랜지스터에 3배를 곱해야 형평성이 맞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많이 웃었습니다.
진공관 앰프의 출력은 진공관뿐 아니라 진공관에 걸리는 전압 설계 기타 회로 그리고 출력 트랜스포머의 용량에 따라 결정되고 트랜스포머는 자장 유도방식이기 때문에 음악 성분만 남고 노이즈 성분은 유입되지 않지만 반대로 설계에 따라 출력 밴드가 잠겨 청감적으로 위/아래가 짤린 소리가 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출력 트랜스포머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아이솔레이션 입니다. 진공관 파워 앰프는 사인파의 옵셋에 의해 높은 전압이 그대로 스피커에 걸릴 수 있는 문제를 야기시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출력 트랜스포머가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진공관 앰프와 연결된 스피커가 DC에 걸려 우퍼가 타버리는 일은 절대 일어나진 않습니다.
쓰다 보니 예상보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글로써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다만 진공관 앰프는 진공관 앰프일 뿐이고 솔리드 스테이트는 솔리드 스테이트일 뿐입니다. 다만 수 많은 진공관 앰프 메이커의 위용이 옛날 같지 않은 이유는 제 글을 정독하시면 그 이유를 찾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다음엔 좋아요 수의 강도를 올려 좀 더 재미난 글을 작성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아요 버튼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