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같은 은 도체나 동 도체라도 제조사마다 재생음이 다르다고 이야기 하는데 알루미늄 섀시는 다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할까요? 그렇다면 상품화 된 알루미늄 블록의 가격은 모두 같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품질이 제각각입니다. 여기에는 무수히 많은 문제가 야기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하이엔드 오디오 업계에서 최초로 기고되는 글임을 밝힙니다. 아마도 해외쪽에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모두가 알루미늄을 그냥 알루미늄으로 알고 있으니 말이죠. 한번도 섀시에 대해서 논쟁이 된 적이 없습니다.
인류가 석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가기 전에 청동기시대가 존재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철기 이후에 알루미늄이 사용되었다는 겁니다. 왜 이런 역사가 생겼을까요? 알루미늄의 녹는점이 2,072도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알루미늄은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금속이라는 겁니다. 지각에서 산소와 규소 다음으로 흔한 원소이죠.
문제는 거의 모든 알루미늄은 산화 알루미늄 상태라는 겁니다. 철의 녹는점이 1,530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산화 알루미늄을 정제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티타늄과 철의 사이 정도랄까? 그렇다 보니 알루미늄이 흔해도 알루미늄을 쉽게 정제할 수 없어 알루미늄이 산업계에 널리 쓰이기까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정제된 알루미늄 그러니까 순수 알루미늄의 녹는점은 658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차이가 너무 크죠. 자연에서 순수 알루미늄을 찾기 힘든 것은 알루미늄 자체가 산화 성격이 너무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알루미늄의 대중화가 일어난 것은 미국과 프랑스의 과학자로부터 전기분해 기술이 등장하고 나서부터 입니다. 여기서 딴지 거시는 분들이 계실 수 있으니 산화 알루미늄의 정확한 명칭은 알루미나입니다. 편의상 산화 알루미늄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정확히 빙정석에 산화 알루미늄을 융해시키고 이 용액에다 전기분해를 가하면 순수 알루미늄을 얻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순수 알루미늄이 우리 산업 현장에 그대로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금속 중에서 비교적 무른 편에 속합니다. 그래서 나온 방식이 합금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합금 비율에 따라서도 강도가 달라 쓰이는 곳이 다 다릅니다.
지금부터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니 정독해 주시기 바랍니다.
두랄루민은 독일의 금속공학자 A. Wilm에 의해 개발 되었습니다. 4% 정도의 구리가 함유된 알루미늄 합금이 기존 알루미늄에 비해 훨씬 단단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해서입니다. 그래서 Wilm이 당시 근무했던 회사 Duren과 Aluminium 합성하여 두랄루민이 된 것입니다. 요즘은 두랄루민이라는 이름 대신 알루미늄 합금 또는 Al-Cu라고 부르기도 하고 그냥 AL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만큼 많이 쓰이는 금속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알루미늄 섀시가 아니라 알루미늄 합금이라고 불러도 정확한 것입니다.
알루미늄 합금은 흔히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6061 형번이 주로 쓰입니다. 이걸 대중화시킨 인물이 제프 롤랜드입니다. 물론 그 이전에 Aircraft grade라고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죠.
중요한 것은 왜 6061가 주로 쓰일까요? 적당한 댐핑력 때문입니다. 더 단단한 계열의 알루미늄 합금도 있습니다. 이건 7000번대 계열이고 애플의 아이폰이 밴딩 게이트를 겪은 이후 바로 7075 알루미늄 합금으로 넘어갔습니다.
7075는 하이엔드 오디오 섀시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댐핑이 지나칠 정도로 강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이미 해봤거든요. 그리고 딱딱하기 때문에 아노다이징 품질이 좋지 않습니다. 땟갈이 좋지 않게 나온다는 겁니다.
그런데 6061도 모두 같지 않습니다. 흔히 뒤에 T(숫자)가 붙기도 하는데 열처리 과정이 조금 다릅니다. 마그네슘과 실리콘이 첨가되어 인장강도가 다릅니다. 인장강도는 금속 강도를 평가하는 몇 가지 기준 중 하나입니다.
자.. 그러니까 이제 알루미늄 합금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고 설명 드렸습니다. 제품마다 댐핑 특성을 조금 달리할 수 있다는 것을요.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알루미늄 정제 과정과 합금 과정에서 불순물이 섞이는 겁니다. 이때 알루미늄의 품질은 떨어집니다. 이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알루미늄 합금은 그래도 조금 무른 편입니다. 가공 후에 가공 툴이 지나간 흔적들이 남지요. 이걸 에칭을 통해 지우는데 이 또한 화학 작용입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표면이 다소 이상한 점들이 나타날 수 있고 결국 아노다이징 품질도 떨어지게 됩니다.
이 문제에 대해 알루미늄 합금 가공 공급사가 책임을 져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자사 제품을 썼을 경우이죠. 성분 분석을 하면 바로 나옵니다. 중요한 것은 그 회사가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통해 보상해준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프로세싱에선 절대 나올 수 없는 것이죠.
그리고 같은 알루미늄 합금이지만 아~~~주 고가의 고품질 블록을 제작해 공급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모델에 따라 등급도 다릅니다. 똑 같은 6061인데 알루미늄 합금 블록에 모델명까지 부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가 그 엄청난 비용을 감내하면서도 사용합니다. “음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댐핑 특성의 미묘한 차이 때문입니다. 재미난 사실은 비싼 것이 꼭 좋다고 할 수 없기에 절대적으로 비교를 해봐야 할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니.. 할 수
있다면 필요하겠지요.
국내 시장에 빌렛 코어에 의한 모노코크 섀시, 즉 솔리드 알루미늄 섀시를 제일 먼저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몇몇 회사가 따라왔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흉내내기에 급급하지 않다는 겁니다. 빌렛 코어 그러니까 알루미늄 블록은 크기에 따라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간이 있습니다.
그 밑은 CNC 가공에 의한 패널 사용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바보같이 그냥 마케팅용으로 내부를 통으로 다 가공해 버리는 제품은 의미가 거의 없습니다.
뭐 오늘은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제가 리뷰를 하고 엄지를 척! 키워줄 때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굉장히 안 좋게 생각하는 스피커 메이커는 풀 메탈 디자인으로 이중 레이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재미난 사실은 밖에는 비교적 괜찮은 알루미늄 패널을 썼지만 정작 중요한 내부엔 싸구려 알루미늄 패널로 도배를 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도 하나의 원가 절감이겠죠. 그러나… 알고 난 이상 저는 그 제품을 논외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