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내가 팩토리 투어를 처음 시작했던
곳. 그곳은 스위스 북쪽에 위치한 피에가였다. 스위스의 수도는
공식적으로 바젤이라고 한다. 피에가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에 스위스는 30개가 넘는 주로 이뤄진 나라이다. 무척 흥미로운 것은 스위스 내에서는
크게 4가지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들은 독일어권의 슈바이츠, 프랑스어권의 스위스, 이탈리아어권의 스비체라, 레토로망스어권의 스비즈라로 나뉘어 지는데
슈바이츠가 65%로 독일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공식 언어에 대해 무척 의견이 다양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결국 그들의 조상인 로마제국 시대의 라틴어로
국가에 이름을 짓기로 했고 그것이 CH이다. Confederation
Helverica로 콘페더라치오 헬베티카 곧, 스위스 연방을 뜻한다.
스위스는 하나의 국가를 형성하고 있지만 원래 작은 주들이 모여 동맹을 맺은 결과이고 연방에 필요성을 주장한
슈비츠에 의해 국가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러니 한 것이 생긴다. 스위스 국민에 65%가 독일어권에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스위스–저먼이라는 조금 변형된 언어로 바탕은 독일어이고 악센트도 비슷하지만 독일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와 반대로 스위스–저먼 언어를 사용하는 스위스 국민들은 독일어를
쉽게 알아 듣는다고 한다.
우리에게 알려진 쥐리히나 바젤 같은 도시는 스위스–저먼을 사용한다.
하지만 스위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제네바는 다르다. 제네바는
프랑스어권이다. 그래서 제네바를 가보면 자신들을 나타내는 Suisse란
단어를 이곳 저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프랑스어와 거의 100% 같다고 한다.
하이엔드 오디오 리뷰에 왜 갑자기 뜬금 없는 스위스 얘기일까?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들도 있을 텐데 이건 아주 중요한 이야기다. 같은 스위스에서 제작한 물건이라도 전혀 다른
품질을 갖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피에가 스피커를 리뷰하면서 나는 이 회사의 제품이 스위스 보다는 독일 제품에 가까운 품질을 가진 스피커라고
평가했다. 제품 가격도 그렇다. 요즘은 너무 높은 가격표가
매겨진 스피커가 많지만 피에가는 여전히 합리적인 하이엔드 스피커를 제작하고 있다.
그들 제품 중에 가장 높게 평가하는 것은 여전히 Master One이라는
스피커이다. 피에가 역사상 앞으로 다시는 없을 명기라고 평가하고 싶다.
왜냐면 많은 메이커들에 의해서 알루미늄 하우징을 사용한 스피커를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모두 패널 조합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피에가의 Master One은 베이스 캐비닛이 완벽한
모노코크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유일한 것이고 지금은 엄청난 비용과 생산량이 따르기 때문에 앞으로
이와 같은 스피커가 발매 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평가한 것이다. 이것은 다이폴 형태로 디자인해
압도적인 사운드 스테이지를 연출한다. 이 스피커의 유일한 단점은 디자인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는 것이다.
각설하고 피에가는 Coax 라인업에서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 과거엔 10.2, 30.2, 70.2 90.2 120.2로 총 5가지 제품을 선보였는데 새롭게 선보인 X11 시리즈의 경우 3가지로 축소됐다. 그 이유는 라인업을 줄여 좀 더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이를 통해서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스피커를 공급하기 위해서이다.
오늘 리뷰 페이지를 장식할 711은 정확히 이전에 90.2 스피커와 120.2 스피커 사이에 놓여지는 제품이다. 스피커의 체급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내부 용적이다. 스피커의
크기와 무게에 큰 연관성을 갖게 되는데 내부 용적은 120.2에 가깝다.
결과적으로 711의 주파수 재생 범위나 저음의 표현 능력은 120.2에 가까워 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완벽하게 120.2와 같은 품질을 갖진 못한다. 그 이유는 120.2가 압도적으로 무겁다. 재생음의 품질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가
캐비닛이 가지는 자체적인 댐핑 능력인데 이것이 120.2와는 약간의 차이를 나타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에가는 711 스피커가 120.2를 대체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711 상급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711은 충분하다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포르쉐를 연상시킬 수 있는 911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피에가 스피커 개발의 총책임자 쿠르트씨가 왜 상급 모델이 필요하냐고 내게 직접 질문하기도
했는데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가 911이(포르쉐의 911를 의미함) 아니냐고
답하자 그는 크게 웃어주었다.
아무튼 711은 기존 90.2나
120.2과 비교해 생김새만 닮았을 뿐 풀 체인지에 가까운 변화를 가져왔다. 첫 번째가 그들이 자랑하는 Coaxial 드라이버이다. 이 드라이버 유닛의 모델명은 C211로 기본적인 생김새를 보면 가장
바깥쪽 프레임을 제외하면 거의 같은 디자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피에가는 새로운 711을 위해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새로운 Coaxial 드라이버 역시 플랫 패널 드라이버로 보이스 코일이 진동판 안에 자리잡고 있으며 앞/뒤로 네오디뮴 마그넷이 포진하고 있다.
새로운 Coaxial 드라이버는 마그넷 파워에서 좀 더 발전을
이뤘다. 기존 드라이버 보다 자력의 밀도를 증가시키면서도 더불어 굉장한 파워를 불어넣고 있는데 트위터
기준으로 크로스오버 회로가 없는 상태에서 +6dB나 능률이 좋아졌다.
이것은 정말 놀라운 발전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능률만을 끌어 올리는 것이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회로를
개선시켜 놀라울 정도의 능률 향상을 가져왔는데 드라이버 유닛의 레조넌스 특성도 바뀐 것이다. 그래서
과거 C1 드라이버에서 반드시 필요했던 고무 댐핑재가 더 이상 진동판 테두리에 설치되어 댐핑을 가하지
않아도 될 만큼 좋은 특성을 얻어냈다.
댐핑이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 사용해야 할 뿐 필요하지 않는 곳에 사용할 경우 작은 소리를 잡아먹는
특성을 나타낸다. 기존에 자리하고 있던 댐핑은 위치가 바뀌어 진동판 테두리 위가 아닌 마그넷 위로 위치를
바꾸게 되었다.
그리고 C1 드라이버 설계에서 쿠르트씨의 애를 먹였던 전면 프레임도
바뀌었다. 모든 물질은 소리에 공진한다는 이론이 있다. 공진점이
맞으면 음압에 맞춰 크게 진동시킨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방탄 유리는 총알을 막을 순 있어도 공진 주파수에
의한 충격은 막아내지 못한다. 이건 영화에서도 가끔 등장하는 효과이다.
C1이 재생하는 재생음에 의해 전면 프리엠이 링잉은 피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C211 드라이버엔 최상위 층에 프라스틱
커버를 씌워 서로 다른 성격의 재질이 맞닿아 링잉을 크게 줄여내고 있다.
여기까지가 711에 사용되는 C211의
변화다. 개인적으로는 중역과 고역을 담당하는 동축 유닛인 C211이
기존 90.2나 120.2에 사용되는 C1에 비해 정말 큰 음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사실 711이 재생하는 음에 적응하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음의
입자감부터 달라졌을 정도니 말이다.
변화의 흐름은 좀 더 체급이 큰 스피커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에너지의 리니어리티를 갖기 위해 많이 노력한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여기에 맞춰 변화를 가져온 것이 바로 우퍼 드라이버 유닛이다. 이
우퍼 드라이버는 시어스가 개발을 담당한다. 스캔스픽 우퍼 드라이버를 사용하다 시어스제로 바꾼 것은 꽤나
큰 충격이었다.
구경은 220mm의 9인치로
120.2에 가까운 스펙이다.
진동판은 알루미늄으로 교체 되었다. 한 때 알루미늄 진동판에
우퍼에 채용되는 것이 미래지향적이라는 관점도 있었지만 최근엔 더욱 많은 신소재가 쓰이고 있다. 또한
더 큰 저음의 능률과 효과적인 댐핑을 유도하기 위해 711은 같은 진동판으로 9인치 더블 패시브 우퍼를 채용하고 있다.
그래서 711은 채널당 4개의
9인치 우퍼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그만큼 깊은 저음을 실현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이런 풀 체인지에 가까운 변화로 인해 예전 90.2나
120.2가 재생하던 저음에 익숙해 있던 나는 적응하는데 꽤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피에가의 확실한 의도를 엿보기엔 충분했다. 이것이 앞으로
피에가가 추구해 나갈 재생음이며 이전 보다 더 확장돼 있으며 더 파워풀한 소리가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또한 피에가는 화려한 고역과 더불어 파워풀한 저역 재생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회사이다. 9인치 더블 우퍼와 9인치 더블 패시브 라디에이터를 통해 한 체급
더 큰 스피커의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저역 재생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우퍼는 끝도 없는
진폭을 유지해야 하며 보이스코일에 걸리는 온도는 200도를 육박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열에 의해 자력이 떨어지게 되며 결과적으론 디스토션이 발생하게 된다.
사실 우퍼 드라이버에서 보이스코일 보빈 소재가 음질에 차지하는 비중은 무척 큰데 711은 저음에서도 큰 폭의 향상을 위해 1억원에 육박하는 MLS2에 사용된 9인치 UHQD 우퍼를
그대로 가져다 적용했다.
또한 이 우퍼의 보빈이 티타늄 소재로 완성되어 있으며 티타늄 소재가 가지는 큰 장점 중 하나가 자연 쿨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알루미늄 보빈이나 캡톤에 비해 음질적으로 훨씬 유리하며 메카니컬 Q 역시 2.5에서 최대 27.5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우퍼의 성능이 얼마나 막강한지 잘 설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이러한 강력한 우퍼에도 캐비닛의 잡음 레벨을 억제하기
위해 피에가는 새로운 댐핑 방식을 고안했다. 기존에 90.2나
120.2는 이디케일이란 댐핑재를 캐비닛 내부에 아주 큰 면적에 사용했다.
하지만 711은 TIM 기술로
이를 대체하는데 Tension Improve Modules의 약자로 내부에 브레이스와 같은 모양세의
모듈을 통해 장력 조절을 통해 캐비닛의 잡음을 억제시킨다. 이를 통해 예전 모델들에 비해 좀 더 여유로운
용적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으며 711 역시 부분적으로 댐핑재가 사용되고 있지만 이디케일과는 다른 댐핑재가
사용돼 전반적으로 더 훌륭한 스피커로 완성될 수 있었다.
청음을 위해 711은 내 자택에 약 보름 정도 기간 머물러 있었는데
이전 시리즈에 비해 고역과 중역의 에너지의 리니어리티가 확실히 좋아졌다는 것을 단 번에 알 수 있었다. 확실히
재생음의 입자감은 이전 시리즈 보다 더 촘촘하고 조밀해졌다. 하지만 번–인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전 시리즈 보다 약간 러프하다는 인상도 받을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저음은 놀라울 정도로 존재감 있는 스타일로 변했다. 저음의
양감은 확실한 덩어리 형태로 떠오를 만큼 적극적이며 파워풀하게 나타난다. 확실히 그만큼 저음의 움직임이
좋아졌다. 과거엔 모델들은 저음을 통제하는 것 보다 구동하는 것이 어려웠다면 711은 저음 구동 보다는 통제에 좀 더 신경을 쓰면 될 것이라 느껴졌다.
711은 100리터가 넘는 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론 대형 스피커 초입 단계에
올라 서 있는데 그만큼 파워앰프 매칭에 신경을 써줘야 한다.
한 때 한국은 금속 스피커의 무덤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 시절부터
금속 스피커를 제작해왔던 곳이 바로 피에가다. 지금은 많은 이들이 금속 스피커에 열광하고 있어 무척
아이러니 하지만 합리적인 비용에 효과적인 금속 스피커를 선택한다면 대안은 피에가 밖에 없으며 그 중 711을
가장 높게 평가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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