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겪어봐야 안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는 그 잠재력을 알기 까지는 더욱 어려운 것 같습니다. 탄노이는 제게 아직 먼 그대였습니다. 왜 지금에서야 탄노이에 열광하게 된 것일까? 생각해보면 답이 빨리 떠오르진 않습니다.
그런데 이유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탄노이 드리븐 by 바이-앰프 때문입니다.
사실 탄노이를 주로 접했던 곳은 회원댁이 아닌 대리점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매칭을 기대하는 것이 어려웠고 탄노이엔 진공관이라는 이상한 공식이 아직까지 남아있어 프레스티지 라인업에 골드 레퍼런스 시리즈를 제대로 경험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켄싱턴 GR을 3주간 가지고 있었고 GRF를 3주간 가지고 있었습니다. 3주라는 시간이 무척 짧게 느껴졌고 그래서 하루에 12시간 이상 번–인을 가해 이 과정을 지켜보며 또 나머지 1주는 탄노이에 찐한 음색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GRF는 진~~~짜! 엄지 척! 입니다.
이건 시대의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GRF에 대한 편견이 너무 많았고 수입사나 플래그쉽 스토어인 에이플랫폼에도 자신있게 제 견해를 이야기 했습니다. “저건 탄노이가 아니다”
이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려 합니다. 탄노이 GRF는 예술 그 자체입니다.
다이아몬드 트위터가 채용된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지만 금관 악기의 질감은 탄노이의 2.1인치 컴프레스드 혼을 따라올 기술이 없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많은 것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현대 스피커 기술이 무작정 깨끗하고 투명한쪽으로 나아가는 것에 반해 탄노이는 듀얼 콘센트릭이라는 전통을 지키고 동축 컴프레스드 혼의 개구부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금관 악기의 질감과 음색 그리고 아주 사실적인 에너지에 전 들으면 들을수록 놀랐습니다.
개인적으로 빈필, 베를린필, 로얄 콘체르토 헤보우등을 방문하며 왜 현대 스피커는 실감나는 레코드 환경에 무대는 표현하면서 음색을 완벽하게 재현하지 못할까에 대해 많은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 10%는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이었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제 물음에 대한 답을 GRF를 통해서 얻었습니다.
상위 모델로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이 존재하지만 이 스피커는 그 거대한 스피커 자체가 하나의 발음체가 되는 컨셉이 다른 스피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탄노이의 최신 기술이 집약된 스피커는 GRF라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12인치 듀얼 콘센트릭에 탑재된 2.1인치 컴프레스드 혼과 균형감 밸런스는 탄노이 제품 중에서 가장 발군이라 할 수 있고 탄노이 스피커에서 사운드 스테이지나 심도, 포커스를 논하면 안 된다는 논리도 GRF 앞에선 산산조각 낼 만큼 뛰어난 무대도 만들어 냅니다.
GRF에서 느꼈던 쾌감은 오디오적인 것이 아니라 음악적인 것인데 95dB에 이르는 능률을 가진 스피커로 엄청난 에너지를 동반한 저음은 안 나옵니다. 그런데 정말 재생음의 튜닝의 난이도가 기막히다 싶을 정도로 저역 에너지의 슬로프가 기가막힙니다.
대북 연주가 이렇게 실감나고 현실감 넘치는 사이즈로 그리는 스피커는 클래스와 금액을 떠나 GRF가 처음입니다. 똑 같은 레코드 앨범을 제 레퍼런스 스피커로 들어보니 저역의 에너지의 입자가 마치 데이터처럼 느껴졌고 그걸 채우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면 GRF는 연주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GRF에서 가장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것이 바로 후면에 위치한 거대한 덕트 2개였는데 임의적으로 중저음을 부풀리기 위한 디자인으로 생각했던 이유입니다. 그런데 와~~~ 덕트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기막히게 튜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2.1인치 컴프레스드 혼과 12인치 콘은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탄노이는 전자적인 크로스오버 설정치와 어쿠스틱상에 걸리는 설정치 두 가지를 감안하여 설계를 하더군요.
탄노이로 가곡을 듣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GRF에선 불가능이 아니었습니다. 슈베르트의 An die Musik을 듣는 순간… 와~~~ GRF 너를… 이란 생각에 잡히고 말았는데 어 어울리지 않는 크기의 유닛을 어떻게 연결시킨 것인지 제 지식으론 놀랍기만 합니다. 이건 프레스티지 라인업 중에서도 GRF가 가장 탁월한 능력을 가졌습니다. 더 작고 민첩할 것 같은 켄싱턴 GR보다 더요.
그런데 로워–미드까지 커버해야 하는 12인치 우퍼의 응답 능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안 믿을 분들이 워낙 많으셨기에 제가 10분을 초대해 제 글에 신뢰도를 높이려고 한 겁니다.
반응성에 굼뜸이란 1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역 특정 대역에 퍼지는 영역도 없으며 심지어 통울림도 없습니다. 통울림이 1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목질의 울림은 존재합니다.
정말 신기한 나머지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세팅했던 영역을 표기해 둔 뒤 같은 레코드 앨범을 제 레퍼런스 스피커와 번갈아 가며 리포팅 해두었습니다. 이건 후에 탄노이에 관한 글을 적을 때 두고두고 써먹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GRF가 모든 장르를 커버하진 못 합니다. 하지만 탄노이가 세월을 거듭할수록 그 제약이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GRF는 정점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매력은 더해간다는 생각입니다. 관현악, 저음현, 타악기의 묘사나 질감은 따라올 스피커가 없습니다. 그런데 심지어 피아노까지 잘 나오더군요.
그런데 피아노나 관악기 음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건 2.1인치 컴프레스드 혼입니다. 그리고 동축 혼 드라이버는 탄노이가 유일하다 볼 수 있고 절대적이라는 겁니다.
추후 리뷰를 작성할 테니 기다려 주시고요.
참고로 리빙 보이스라는 스피커 메이커가 있습니다. 그들의 레퍼런스 스피커는 혼으로 이뤄진 스피커이며 대단히 좋은 디자인과 재생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뮌헨 쇼에서 종종 경험할 때마다 느낀 것인데 세팅에도 대단한 공을 들였겠지요. 들을 때 마다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5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디자인을 제외하면 GRF가 더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저는 웨스트민스터 로얄 GR과 GRF를 면밀히 검토하고 이 둘 중에 하나를 구입할 생각입니다. 탄노이에 대해 더 실험하고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는 생각이 솟구치거든요. 정말 오래간만에 하이엔드 오디오가 재밌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런 재미를 공동제작에서 찾았었는데 발음체가 다른 탄노이를 만나면서 음악의 감흥에 새로 빠지고 있습니다.
2 comments
웨스트민스터 로얄 HW 예전에 신품 구입해서 사용했는데
요즘 나오는 웨스트민스터 로얄 GR 은 어떤지 궁금해지네요…
정말 많이 좋아졌습니다. 특히 중고역에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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