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F GR을 보내고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이 왔습니다. 그리고 첫날 아! 나는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을 구입해야겠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실
GRF GR의 재생음은 정말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습니다. GRF를
제 리스닝 룸에서 들어봐야겠다 생각한 것도 탄노이 프리스티지 라인업에 중심이 되기 때문이었고 가장 최신 버전인 GRF
GR은 무엇이 변했는가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스피커 포지션과 세팅은 쉽다고 할 수 없지만 탄노이 라인업중에 가장 쉽게 좋은 재생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개방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납니다. 사운드 스테이지가
좌/우로 정확하게 펼쳐지는 것은 물론 심도도 끝내주게 깊게 들어갑니다.
무엇보다 2.1인치 컴프레스드 혼을 중심으로 한 12인치 듀얼 콘센트릭(동축) 드라이버는
컴프레스드 혼의 장점과 더불어 믿기 힘들 정도의 재생음의 정위감을 만들어 냅니다.
카본, 풀 메탈과 같은 신소재를 캐비닛에 적용한 스피커는 두루
찾아볼 수 있지만 이 같은 드라이버를 가진 스피커는 탄노이가 전 세계에서 가장 유일합니다.
그러면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그렇게 좋은 드라이버라면
왜 매지코와 같은 회사는 이런 드라이버를 채용하지 않나?
정답은 탄노이가 80년에 가까운 기술력을 갖추고 있고 또 컴프레스드
드라이버의 제조 단가는 일반 트위터보다 엄청 비쌉니다. 그마저도 최소 생산량은 2만개 이상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 독일에 모 메이커가 컴프레스드
혼을 공급받으려 했으나 이 때문에 포기했다고 창업자로부터 직접 들었습니다.
그리고 음악성에 있어선 Horn이 답입니다. 이걸 증명하듯 매지코 역시 M9 이전에 그들의 최상위 레퍼런스 스피커는
Horn 스피커였습니다.
GRF GR은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이라는 최상위 스피커 모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위 기종에 대한 목마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고 고전의
미와 현대적 미를 가장 잘 살린 스피커였습니다.
그러나…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이
007 작전처럼 제 리스닝 룸에 들어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왕 탄노이로 가는 거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을 들어보고 가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그 크기가 부담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플래그쉽이 가지는 상징성과 백로드 혼이 결합된 15인치 듀얼 콘센트릭 드라이버의 느낌은 어떨까? 그리고 99dB의 능률을 구현하고 감도에 제한이 걸리지 않는 2.1인치 컴프레스드
혼의 재생음은 어떨까? 무척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작년만큼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에 대한 욕구는 아니었습니다. GRF GR에서
대단히 만족스러운 재생음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007 작전을 방불케 하듯, 탄노이
플래그쉽 스토어인 에이플랫폼에선 4명이, 또 받는 쪽에서도
4명이 수고를하여 처음 생각했던 것 보단 수월하게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제 리스닝 룸에 들어온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은 정말 거대했습니다. 하지만 기품이 남달랐고 모두가 다이렉트 라디에이터(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스피커 방식) 디자인의 스피커를 채택하여 키만 커지고 있는 이 때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은 말 그대로 “Sir 웨스트민스터 로얄” 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와~~~ 집안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스피커 하나 갖다 놓았을 뿐인데 우리 집 인테리어가 바뀐 느낌이 들더군요.
이제 파워 앰프를 연결해 음악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스피커 포지셩은
대충 잡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번–인이 되면 재생음의 특성이 계속 바뀌니까 이제 됐다 싶을 때 까진
음악만 오지게 재생하자는 생각이었죠.
그러나 겨울철 정전기 때문이었는데 파워 앰프 한쪽 마이컴 보드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첫날은 스테레오 채널을 한쪽 채널로만 듣게 되었습니다.
모노로 듣게 된 셈인데 진짜 모노는 아닙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게 저에겐 기회가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스피커를
개발할 땐 한쪽 스피커만 가지고 최대한 잠재력을 끌어 냅니다. 한쪽 채널을 갖고 재생음이 스피커를 얼마나
잘 떠나는지 뻗는지 연구하기 때문입니다.
한쪽 채널로 듣는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은 그 거대한 스피커
자체가 발음체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종종 다이렉트 라디에이터 방식의 스피커를 한쪽 채널 케이블 연결을
까먹어 한쪽 채널로 들어본 경험이 많긴 한데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은 차원이 다르더군요.
그 거대한 스피커 자체가 발음체인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100인치 유닛에서 나오는 소리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백로드 혼이 재생음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을 깨달은 겁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에 대해 깔려면 수 없이 깔만한 요소가 많습니다. 재생음의
연결감에 대해서라던지 2.1인치 컴프레스드 혼과 15인치
콘의 물리적인 주파수 연결이라던지 말입니다.
저 역시 그런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직접 제대로 들어보고 난 뒤에 저런 이야기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탄노이의 열열한 팬이 되었죠.
그리고 세대를 거듭나면서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의 예술적인 재생음뿐만
아니라 무늬목 마감 품질이나 질감은 과거 제가 알던 웨스트민스터 로얄 오리지널이나 HE, SE, 오토그라프트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음날이 되어 힘들게 파워 앰프를 연결하여 음악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 편견이 또 한번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제대로 세팅이 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사운드 스테이지가 펼쳐지고 심도가 깊게 들어가고 포커싱이 맺히는
겁니다. 솔직히… GRF GR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 것은
탄노이 답지 않게 현대적인 캐비닛 디자인 기술 덕분에 기막히게 펼쳐졌던 사운드 스테이지와 심도 때문이었습니다.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은 들어보기도 전에 “얘는 안될 거란” 생각에 잡혀 있었습니다. 왜냐면 배플 폭이 1미터가 넘고 15인치
듀얼 콘센트릭 드라이버는 전기적 설정치와 어쿠스틱적인 설정치가 복합되어 움직이고 백로드 혼에 전면 배플 조차도 15인치
콘을 위한 혼 디자인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예상이 잘 빗나가는 스타일이 아닌데 예상이 철저하게 빗나갔습니다. 솔직히
많이 놀라웠고 다음날 경남쪽으로 2박 3일 일정이 있었습니다만
새벽까지 웨스트민스터 로얄 GR 때문에 잠을 청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열심히 번–인 중에 있습니다. 번–인이 GRF GR때
보다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습니다. 15인치 우퍼를 12인치
우퍼만큼 움직이게 만들려면 꽤 큰 출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GRF GR에 비해 진동판의 면적 때문에 능률도 높지만 저음도 깊게 나옵니다. 여기에
전면 혼과 백로드 혼 때문에 더욱 말이죠.
아~~~ 웨스트민스터 로얄 GR과
함께 할 시간이 무척 즐거울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가 될는지 모르지만요. 그래서 당당하게 주문을 했습니다. 이건 내가 아주 오래도록 가져갈
스피커다. 지금 당장 두 조를 운영해야 해도 또 스피커가 하나가 팔려 나가게 되어도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의 포지션은 변함 없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해 5월
말까진 재고가 없다고 합니다. 그마저도 저는 후순위로 밀려서 언제 받을지 모른다고 합니다. ㅠㅜ 정말 슬픈 소식이 아닐 수 없지만 그래도 줄은 섰습니다. 지금
당장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이 제 리스닝 룸에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언제 회수가 될지 모르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켄싱턴 GR이 제 리스닝 룸에 있었을 때도 판매할 물건이 없는 상황에서
전시품도 상관 없다는 분이 계셔서 작별의 준비의 시간도 없이 떠났기 때문입니다. ㅠㅜ
그래서 지금은 하루도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을 놀릴 시간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사용기와 또 많은 회원 분들을 한 분씩 초대해 진짜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을 들려 드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조만간 포스팅 될 리뷰를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