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하이엔드 스피커 가격은 정말 안드로메다로 향하고 있습니다. 아마
내년부터는 10억이 넘는 스피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이미 150만 달러의 가격표가 붙은 스피커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18억입니다만 미국 가격이라면 부가세 별도니까
20억은 거뜬히 나갈 겁니다.
리뷰를 하는 입장에서 이것을 오디오파일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곤혹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하이엔드 오디오를 리뷰 한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지만 점점 오디오파일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죠.
왜냐면 내가 단순히 오디오파일이고 누군가의 하이엔드 오디오 리뷰를 읽게 되었을 때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이지만
“환상적인 소리를 들려주며 이건 정말 가치 있는 물건” 이라고
써 있다면 나 역시도 상실감을 느낄 것이라 생각 되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인지라.. 써야 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사실 하이엔드 스피커의 가격 인상의 주범은 틸 & 파트너라는
회사에 있습니다. 포르쉐라는 자동차를 흔히 외계인이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틸 & 파트너 역시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외계인이 만든 드라이버
정도로 묘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입니다. 그들이 만든 5인치 다이아몬드 드라이버의 가격은 6,000만원 정도 되니깐요.
아큐톤 드라이버가 세상이 나오고 나서 스피커의 가격은 미친 듯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수율이 정말 안 좋고 말 그대로 하이–테크를 추구하기 때문에
이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그룹의 스피커는 높아진 가격에 대한 이유가 있었지만
다른 그룹의 스피커들의 파격적인 가격 인상엔 동의할 수 없었죠. 이게 현실입니다.
유럽에는 틸 & 파트너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스피커
메이커가 많습니다. 다이아몬드 드라이버나 세라믹 드라이버를 제조하는 틸 & 파트너가 그리 큰 규모의 회사는 아닙니다. 실제 드라이버를
개발하는 개발 핵심 인력은 3명입니다. 그 중 한 명을 직접
만난 적이 있는데 저와 동갑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죠.
<기존 아큐톤의 7인치 세라믹 드라이버의 구조>
각설하고.. 오늘은 스웨덴의 마르텐의 밍거스 퀸텟이라는 스피커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합니다. 마르텐이라는 회사는 같은 성을 쓰는 3명의
형제가 만든 회사입니다. 사실 막내는 스피커 개발에 관여를 하지 않고 웹사이트 개발을 맡고 있습니다. 큰 형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둘 째 레이프씨가 스피커를 개발합니다.
회사 이름이 Marten인 이유는 레이프씨의 중간 이름에 Marten이고 이것은 자신의 회사임을 분명히 하고 싶어서 사용된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엄청난 재즈 매니아입니다. 클래식 음악의 작곡가를 모델명으로
사용하는 회사들도 있듯 이들은 재즈 아티스트의 이름을 모델명으로 사용합니다. 재즈를 좋아하지만 실제
자신들이 연주하는 것을 즐기고 클래식 음악에도 상당히 조예가 깊습니다. 단지 모델명일 뿐입니다.
밍거스는 하나의 라인업 등급일 뿐입니다. 콜트레인 시리즈와 헤리티지
시리즈의 갭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 사이를 메우는 새로운 라인업입니다. 그러니까 정확한 모델명인 퀸텟
정도가 될 겁니다. 모델명에서 추측이 가능하지만 5개의 드라이버를
가졌기 때문에 퀸텟으로 명명된 것입니다.
<아큐톤의 상급 드라이버인 셀 컨셉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의 구조>
그렇다면 이 스피커는 어떤 존재일까?
0.75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5인치 세라믹 미드레인지, 그리고 7인치의
알루미늄 샌드위치 드라이버가 탑재된 스피커입니다.
키는 1미터 7cm이며
폭은 28cm로 비교적 컴팩트한 사이즈입니다. 인터넷 쇼핑몰에
표기된 가격은 6,500만원(피아노 월넛 마감은 엑스트라
챠지)으로 크기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가격이라는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 제가 이 글을 적는 것입니다.
우선 밍거스 퀸텟은 셀 컨셉 드라이버를 사용합니다. 셀 컨셉이
뭐지?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마그넷 시스템이
완전히 변경된 드라이버입니다. 자석 디자인과 코일 보빈, 스파이더의
형태등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다이아몬드 진동판만 생각하는데요. 실제 다이아몬드
진동판을 움직이는 것은 마그넷 시스템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이전 시리즈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비교해 엔진
출력이 증가하고 더 부드러워졌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셀 컨셉의 다이아몬드 트위터가 신형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입니다.
왜냐면 기존 다이아몬드 드라이버도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셀 컨셉 다이아몬드 트위터가 더 상급 모델입니다.
피스토닉 방식은 같지만 자력의 밀도를 더욱 높여 더욱 자연스러운 진폭을 유도합니다. 그만큼 디스토션이 억제된 것이지요.
<아큐톤의 기존 세라믹 베이스 드라이버 구조>
하지만 1인치가 아닌 0.75인치
드라이버가 채용된 것은 상급 모델인 콜트레인 시리즈와 차별화 때문으로 보입니다. 대신 0.75인치의 이점도 있습니다. 고역 에너지의 리니어리티는 1인치 드라이버에 비해 조금 아쉬우나 고역의 확산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 다음은 5인치 세라믹 드라이버입니다. 개인적으로 완성도가 굉장히 높은 셀 컨셉의 세라믹 드라이버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세라믹 진동판은 말 그대로 도자기 형태의 진동판입니다. 이것을 아주
얇게 성형하여 미드레인지 진동판으로 사용하는 겁니다. 문젠 레조넌스 입니다. 이상적인 진동판의 조건으로 레조넌스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다른 드라이버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칼집을 내거나 댐프재를 발라 해결하는 것을 보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기존
7인치 미드레인지의 경우 레조넌스를 억제하기 위해 좌/우측
테두리에 점을 박은 것도 레조넌스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셀 컨셉 드라이버는 디자인 자체가 완전히 변했습니다. 마그넷
디자인, 보빈 구경, 바스켓 디자인이 완전히 새로워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표현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새로운 드라이버라는
표현이 올바를 것 같습니다. 이 차이는 재생음에서 굉장한 차이를 구현해 냅니다. 5인치는 공기를 밀 수 있는 면적 대비 무게가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순수한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라는 조건에서 말이죠. 7인치가
대중화되는 것은 미드/우퍼로써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게 미드레인지 드라이버가 될 땐 트위터와의
크로스오버 주파수가 2kHz에서 2.5kHz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영역은 인간의 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4kHz로
두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밍거스 퀸텟의 크로스오버 포인트는 4kHz 입니다.
<아큐톤의 상급 드라이버인 알루미늄 샌드위치 베이스 드라이버 구조>
하지만 이 스피커는 1차 필터링의 크로스오버 회로를 지녔습니다. 저역부의 크로스오버 포인트는 370Hz이지만 1차 필터링이기 때문에 5인치 미드레인지가 상당 부분의 중저음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볼륨을 꽤 올리면 5인치 진동판이 상당히 들썩거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중저음을 담당하는 드라이버 하나가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7인치 알루미늄 샌드위치 드라이버입니다.
아큐톤은 세라믹 베이스 드라이버의 내구성 문제에 대해 고심이 많았습니다.
DC가 뜨면 진동판이 깨지는 것은 99% 보장할 수 있는 일이었죠. 물론 초저음 재생의 에너지가 지속되면 내구성의 보장이 쉽지 않습니다.
여전히 세라믹 베이스 드라이버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급
베이스 드라이버로 돔 형태의 베이스 드라이버를 발매합니다. 세라믹 베이스 드라이버의 상급 모델로 가격은 2배 정도의 고가이며 자석의 종류에 따라 더욱 높은 가격표가 달린 모델도 있습니다.
알루미늄 샌드위치 드라이버로 소개 되었지만 진동판의 정확한 구조는 메탈릭 포밍입니다. 아큐톤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구조를 선호합니다. 기술력의
우위를 점해 엄청난 가격표를 매기는 정책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이 새로워진 진동판은 세라믹 진동판을 만드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프로세싱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은 기회가 되면 다음에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알루미늄 샌드위치 진동판 구조의 이해를 위한 실제 촬영 사진>
밍거트 퀸텟에 탑재된 7인치 드라이버의 진동판은 아주 강합니다. 주먹으로 때려도 그 형태가 잘 뒤틀리지 않을 만큼 뛰어난 강도를 지녔습니다.
하지만 경도조차 뛰어납니다. 메탈릭 포밍과 샌드위치 기술 덕분입니다. 하지만 콘은 무척 가볍습니다.
이보다 더 뛰어난 것은 바스켓 구조가 정말 21세기형 디자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똑똑해졌다는 겁니다. 서라운드(엣지) 구조도 바뀌었고요. 이로 인해 초저음에서 지속적인 에너지 방출로
인한 큰 진폭에도 걱정이 없습니다. 물론 경도가 아주 뛰어난 세라믹 드라이버 수준의 디스토션이 유지되며
세라믹 특유의 레조넌스도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알루미늄 샌드위치 콘의 가장 큰 장점은 돔 형태라는 것입니다. 베이스
드라이버가 기존엔 역돔 타입이었지만 왜 돔으로 변경 되었을까요? 여기에 대해 국내에선 그 누구도 해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정답은 어쿠스틱 센터를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기존에 90도 직각으로 서 있던 일반적인 스피커에서는 중음과
저역의 시간차 지연은 필수적이었습니다. 베이스 드라이버와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의 출발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큐톤의 알루미늄 샌드위치 드라이버는 진동판을 돔의 형태로 디자인해 이 출발점을 맞출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90도 직각의 배플에 그대로 배열해도 시간 축 정합을
맞출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 드라이버를 개발할 때부터 다이아몬드와 세라믹 드라이버간의 위상 특성을
염두 해 두었기 때문에 크로스오버 없이도 가장 이상적인 조건에 가깝게 다가 설 수 있는 겁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메탈릭 포밍의 구조, 실제 알루미늄 샌드위치 구조는 아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지만 밍거스 퀸텟은 배플이 뒤로 약간 누워있는 형태입니다. 디자인적인 요소로 작용했을지도 모르겠지만 1미터 7cm에 비교적 낮은
키에서 리스너에게 음원을 집중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밍거스 퀸텟에는 많은 기술들이 있습니다. 콜트레인 시리즈는
카본/케블라 샌드위치 재료가 사용되며 헤리티지 시리즈엔 MDF가
사용됩니다. 상급 모델에 사용된 캐비닛 재료는 비싸고 그렇다고 MDF를
사용하면 헤리티지 시리즈와 차별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사용된 것이 발크로맷 소재입니다. HDF는 배음의
표현에 제약을 가합니다. 발크로맷은 MDF에 비해 강도가
대략 30~40%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전체적인 하중 강도도 높으며 휨 강도도 좋으면서 가공에 용의하기 때문에 캐비닛 재료로 쓰이기에 좋습니다.
비교적 캐비닛 볼륨이 적지만 불필요한 잡음을 크게 일으키지 않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카본 만큼 잡음을 억제하지는 못하지만 헤리티지와 콜트레인 사이에서의 역할은 분명해 보입니다.
국내에 제대로 된 셀 컨셉 기술이 적용된 아큐톤 드라이버가 탑재된 스피커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밍거스
퀸텟은 좋은 대안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비교적 작은 몸집과 높은 가격이 유일한 문제가 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6 뮌헨 하이엔드 오디오 쇼에서 비교적 오랜 시간 청음이
가능했던 스피커입니다만 빠른 시일 내에 리뷰가 이뤄진다면 그 가능성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