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오디오에서 올–인–원
컴포넌트는 금기시 되어왔다. 그래서인지 이렇다 할만큼 흥행을 이끈 제품을 손으로 꼽기엔 내 기억력이
부족한 것만 같다. 하지만 여러 제품의 설계에 동참해본 인물로써 하이엔드 오디오급 올–인–원 컴포넌트를 제작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사실 이미 매끈한 모양과 화려한 디자인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하이엔드 제품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문제는 재생음의 품질이었다. 딱, 재생음의 품질만 빼고 완벽한 제품이라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고집스럽게도 하이엔드 오디오에서만큼은 옛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대용량 토로이달 트랜스포머가 탑재되어 있고 레귤레이션 방식도 아주 고전적인 방식의 제품을 좋아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진정한 하이엔드 제품은 부재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이러한 생각은 바뀐 것이다. 바로 naim의 유니티 노바 때문이다. 1부에서도 설명했지만 유니티 노바에
매료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디자인 때문이다. 어디에서도 본적 없던 디자인, 이러한 디자인과 철학이 세계 최고의 명차라 꼽히는 벤틀리의 마음을 움직였는지도 모르겠다.
음악을 듣는내내 자꾸 볼륨 노브를 움직이고 싶게 만드는 만듦새는 naim의
유니티 노바가 유일한듯 싶다.
지난 1부에서 예고했듯이 2부에서는
스피커의 체급을 조금 더 올려 유니티 노바의 성능을 살펴보기로 했다. 그런데 2부를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 스피커 그룹과 유니티 노바가 가장 잘 어울리는 조합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2부에서 함께할 스피커는 Bowers
& Wilkins의 805D3 북쉘프 스피커와, 포컬의
소프라 No.1 그리고 하베스의 수퍼 HL5 스피커이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북쉘프 스피커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북쉘프
스피커는 2웨이 구성으로 상대적으로 저음 구동이 어렵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구동이 어려운 스피커들도 있지만 이번 비교 시청 그룹의 스피커들의 구동은 적당한 구동력만을 요하는 스피커들이라
할 수 있다.
한 가지 변수가 있었다면 3웨이 스피커인 하베스의 수퍼 HL5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이 역시 수퍼 트위터를 추가한 형태이며 미드우퍼는 하나의 드라이버로 구성되어 있다. 재미났던 것은 1부에서의 비청만큼 2부에서도 드라마틱한 음색 변화를 느낄 수 있었는데 이는 naim의
유니티 노바가 스피커의 성향을 잘 살려주고 있다는 반증이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Uniti Nova with Bowers & Wilkins
805D3
Bowers & Wilkins의 800D3 시리즈 중 하위에 속한 북쉘프 스피커이다. 2웨이 구조이지만
트위터에 다이아몬드 진동판이 쓰이며 디스토션을 더욱 억제시킨 컨티넘 콘 드라이버가 미드우퍼로 쓰인다. 상위
모델들 모두 저역 재생을 위해 에어로포일 우퍼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것과는 조금 대조적인데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805D3만의
매력도 존재하는 것 같다.
트위터는 트위터 온 탑 기술로써 재생음의 직접적인 복사를 피하는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를통해 자연스러운
고역의 확산을 기대할 수 있다. 이전 제품도 금속 바디를 가공한 하우징을 사용해 고역의 투명도를 확보했지만
805D3의 경우 솔리드 알루미늄 바디를 사용해 이와 같은 효과를 더욱 높이고 있다.
북쉘프 스피커로써 유니티 노바가 가지고 있는 고역의 순도를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스피커라고
할 수 있다. 그외에도 수 많은 딤플이 새겨진 플로우포트를 통해 북쉘프 스피커에서 저역을 재생하기 위한
필요 조건인 에어 플로우에서 경쟁 모델들보다 우위에 있다.
유니티 노바와 조합한 첫 인상은 재생음이 무척 고급스럽다는 느낌이었다. 이것이
더욱 강하게 다가온 이유는 하위 라인업에 포진한 703S2와 직접적으로 비교 되었기 때문이다. 한 단계 아래의 라인업일 뿐이었지만 이 차이는 정말 대단하다 느껴졌다.
그만큼 유니티 노바가 가지고 있는 소스기기로써 스트리밍 품질이나 앰프 품질이 뒷받침 되기 때문이라 여겨졌다. 무엇보다 채널 분리도가 확실하게 증가되면서 중역대 스티링 계열 악기의 표현력이 보다 명확하게 느껴졌다.
새로운 그룹의 스피커로 넘어오면서 덩달이 유니티 노바의 실력도 높아진듯한 느낌을 곳곳의 레코드 재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음의 표현력이 더욱 예민해지면서 저역의 양감과 스피드라는 양면에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 여기엔 컨티넘 드라이버가 기여하는 바가 있다. 경도가
더욱 높아진 콘으로써 기본적으로 좀 더 단단한 재생음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naim 특유의 다이나믹스의 표현력이 가세해 음과 음
사이의 표현력의 단계가 좀더 촘촘해짐을 알 수 있다. naim의 하이엔드 제품이라면 당연한 결과라고
받아들였겠지만 유니티 노바에서 이런 표현력은 제품에 가치를 더하는 일이라 생각된다.
다만 북쉘프에서 재생하기 어려운 낮은 저역에서 스피드가 다소 아쉬운 점도 느껴졌다. 하지만 이것은 장르에 따라 그리고 녹음질에 따라 느껴지기도 느껴지지 않기도 하며 아주 작은 부분이라 유니티
노바와 805D3가 만들어내는 음악적 흥에 쉽게 눈치채지 못할수도 있다. 무엇보다 북쉘프 태생의 한계점이기도 하여 크게 문제되지 않을 만큼의 옥의 티가 보이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화사하고 고급스러운 직관적인 재생음을 원한다면 이 조합에서 상당한 매력을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Uniti Nova with Focal Sopra No.1
개인적으로 과거 포컬 스피커에 큰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적이 있었다. 그랜드
유토피아가 처음 등장할 당시 오디오파일이었던 동네 아저씨의 동생분이 부산에서 운영하기도 했던 스피커였다. 당시
하이엔드 오디오에 대한 개념이 크게 부족했을 때라 다가오는 그 중압감과 카리스마는 아직도 잊기 힘들다.
아는 이들도 많겠지만 그 당시엔 대형 하이엔드 스피커 자체가 많지 않았다.
당시 화폐 가치로도 어마어마한 금액이어서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니었다. 포컬
역시 다른 메이저 스피커 메이커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기술력을 토대로 스피커를 제작하는 메이커이다.
티타늄 소재를 트위터에 적용하여 금속 트위터의 정점을 이룩해 냈으며 이것은 베릴륨으로 진화해냈다. 당시 베릴륨 트위터가 재생할 수 있는 초고역 지점은 40kHz로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물론 다이아몬드 트위터의 등장과 새로운 방식의 트위터의 등장으로 인해 이것은
일반화 되어버렸다.
하지만 포컬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베릴륨 트위터가 보다 이상적인 피스토닉을 이뤄낼 수 있도록 이룩해 냈으며
트위터의 챔버 구조에 변화를 가져와 베릴륨 트위터 기술을 갖춘 스피커 메이커 중 가장 이상적인 재생음을 실현해 내고 있다.
소프라 No.1도 여기에 해당된다. 이 스피커에서의 청음의 포인트는 트위터 보다 경도가 높아진 샌드위치 콘에서 과연 어떤 음색을 얻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관심이 컸다.
그런데 이 조합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결과물을 만날 수 있었다. 이것은
전체적인 부분보다는 세부적인 부분에서 접근을 이뤄야 알 수 있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중저음의 응집력이었다. 같은 그룹내에
스피커들과 비교해 조금 더 좋은 느낌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포컥 특유의 샌드위치 콘의 특성이 비교적
잘 드러나며 저역의 반응이 생각보다 더 좋게 다가온다.
정말 의외였던 것은 유니티 노바와 소프라 No.1의 궁합이 생각외로
좋다는 것이었다. 사실 naim과 포컬은 한 지붕 두 가족이라고
볼 수 있는데 기존에 포컬 스피커의 단점이라 지적되었던 부분도 찾기 힘들었다.
그만큼 고역의 순도나 음색은 순하지만 여기에 청량감을 높이는 작업을 이뤄냈다. 그만큼 재생음의 밸런스가 잘 맞아 들어가며 여기에 중역의 표현력조차 인상적이었다. 소리가 무척 단단하며 채널의 분리도에서도 중역의 표현 범위에서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그렇지만 아쉬웠던 부분이 없던 것은 아니다. 힘을 바탕으로 재생음을
조금 더 펼쳐줄 주었더라면 더욱 좋은 점수를 얻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이와
같은 결과물을 얻기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는 점도 이야기하고 싶다.
Uniti Nova with Harbeth Super HL5
스피커 케이블을 연결하기 전에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든 스피커이다. 가장
큰 고민은 이 둘의 조합은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하베스와 수퍼
HL5의 조합은 스피커의 특성을 중심으로 재생음을 다듬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통울림이 매력적인 스피커로 알려져 있는데 그래도 밸런스 측면에서는 수퍼 HL5가
개인적인 취향에 맞아 떨어진다. 구동력이 너무 없어도, 구동력이
너무 넘쳐도 현대적인 하이파이 재생음에 익숙한 이들에겐 부정적인 놀라움을 가져다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스피커 케이블을 연결하고 첫 레코드를 재생하였을 때 이러한 나의 고민은 기우일 뿐이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 이들 조합이 연출해 내는 멜로디의 리듬에 몸을
맡길 수 있을 만큼 신나진 않지만 수퍼 HL5가 가지고 있는 캐비닛의 울림은 중저역 드라이버와 딱 기분이
좋을 만큼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수퍼 HL5를 하베스 스피커에서도 매력있는 스피커로
꼽는 이유가 수퍼 트위터의 존재로 인해 심벌과 같은 금속 악기의 청량감이 어느 정도 묻어나기 때문인데 가끔 이러한 표현력을 묻어버리는 매칭도 존재한다.
하지만 유니티 노바와의 매칭에선 인내심을 요하지 않을 만큼 적절하게 퍼져 흘렀으며 무엇보다 양감을 동원한
중저역의 반응은 의외라 할만큼 기분 좋은 재생음으로 다가왔다. 실제 하베스의 스피커는 타악기의 재생
주파수 범위에서 드라이버에서 재생되는 소리뿐 아니라 공진에 의한 캐비닛의 울림까지 묻어나오는데 이것이 얼마나 기분 좋게 들리냐가 매칭에 좋고 나쁨을
말해주기도 하는데 유니티 노바와의 조합은 정말 딱 기분 좋을 만큼 묻어 나왔다.
그리고 해상력 역시 수퍼 HL5가 갖추고 있는 해상력만큼 무리
없이 음을 조밀하게 쪼개준다. 개인적인 생각은 동 가격대 인티 앰프에서 얻을 수 있는 수준보다 조금
더 좋다고 생각되었다. 레코드를 재생하는데 직접적인 비교가 없다면 음악을 즐기는데 전혀 무리가 없는
수준이지만 이것은 유니티 노바를 기준으로한 비교 청음이었고 그렇기에 재생음에 명징하다는 표현을 입히기엔 약간의 머뭇거림이 느껴지는 재생음이다.
유니티 노바를 중심으로한 비교 청음 기사 3부에선 유니티 노바의
성능을 극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어려운 스피커와의 매칭이 이뤄졌습니다. 그 대상은 오디오벡터의 SR3 아방가르드와 프로악의 리스폰스 D48R 그리고 ATC의 SCM 40 V2 스피커입니다. 기사의 마지막 구성으로 유니티 노바의 성능의 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으로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겠습니다.
수입원 – (주)소리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