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내게 물어본다. “운영자는 아날로그에 대해서 잘 모르시죠?” 나는 “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라고 물어본다. 그러면 “하파는(hifi.co.kr을 줄여서 부르는 말) 디지털 소스 기기 전문 사이트인
것 같아서요” 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개인적으로 LP 디스크 재생에 대한 오해를 종종 받는다. 이런 오해는 다름 아닌 디지털 소스 기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오해에서 비롯됐다. 사실 나는 하파를 운영하기 이전에 또 운영 초기에 국내 매거진에서 DAC나 CD 플레이어에 대한 리뷰를 전문적으로 의뢰 받았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리뷰어가 싫어해서였다…
아무래도 컴퓨터와 관련된 내용도 알아야 하며 동작 원리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그렇다 다른 기기에 비해 리뷰를 꺼려할 만도 하다.
적어도 한국에서 그것도 자신의 리스닝 룸에서 나보다 많은 DAC를
접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 자부한다. 또 이러한 경험을 통해 막시무스나 마스터피스 트랜스포트 공동제작을
기획할 수 있었다.
최근엔 2,000만원이 넘는 1미터짜리
이더넷 케이블을 경험해보기도 했다. 이유는? 정말 이런 것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1년에 한번씩 테크니컬 팩토리 투어를 다니다 보면 항상 듣는
이야기가 너의 전공 분야는 무엇이냐는 것이다. 다른 리뷰어들처럼 적당히 설명해 주면 대부분 질문이 돌아오진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질문을 막 쏟아낸다. 그러면
그들이 당황할 때가 있다. 나의 지식이 고급스러워서가 아니라 다른 리뷰어들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옛 기억을 떠올려 보면 LINN 사장과 처음 만났을 때 테크니컬한
질문을 쏟아내자 그가 살짝 화가 난듯 내게 물었다. “당신 사이트 회원들이 그런 내용을 궁금해 합니까?” 그 이후 질문의 종류를 좀 더 세분화 하고 조화를 이뤄 인터뷰에 응한다. 그리고
분위기가 아니다 싶으면 민감한 질문들은 패스하기도 한다.
<C1 DAC의 후면, 모듈러 타입으로 확장이 가능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내 캐릭터가 강렬한 인상을 주었는지 LINN 사장은
언제나 나를 기억했다. 만난적이 있다는 기억뿐 아니라 내 영어 이름까지도.
이런 순간 순간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소스 기기를 리뷰하는데 있어 가장 어려운 것은 그들이 어떤 기술로 완성했냐는 것이다. 이것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경부 고속도로가 정체를 겪는 상황에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장 빠른
길을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가끔 DAC 설계에서 선택할 수 있는 회로 방식에 대해 무엇이
좋다 또는 나쁘다로 구분지어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전혀 의미가 없다. 이미 그러한 기술들은 수십
년 전에 발표된 기술이고 실력 있는 그 어떤 엔지니어도 그 회로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DAC는 어떤 방식으로 구성을 가져갈 것이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된다.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는 방식은 모듈러 방식이다. 실제 DAC는 지난 10년동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변화를 겪었다.
기술의 발전에 따른 변화라고 하기엔 무척 어색하다. 왜냐면 반도체
기술에 비해 디지털 오디오 설계나 아날로그 오디오 설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단지
무엇 하나 손대면 바뀌어가는 음질을 어떻게 잡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이런 변수는 전원부 더 나아가 전원부
부품들, 그리고 섀시, 케이블 차이에 의한 오랜 경험을 필요로
할 뿐이다.
작은 변화에 우리는 DAC를 통째로 교체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엄청난 비용을 함께 지불하면서 말이다. USB 오디오, 24비트 96kHz, 24비트 192kHz,
DSD, 이더넷, roon ready 순으로 말이다.
처음 USB 오디오는 1.1 기반이었다. 하지만 2.0이 등장하면서 24비트
192kHz를 지원하면서 USB 3.0 DAC이 나올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루머도 돌았다. 최근엔 썬더볼트 기술 기반에 새로운 USB
인터페이스가 등장하며 엄청난 전송 속도를 자랑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디지털 파일 오디오 포맷은 USB
2.0이면 충분하다.
<C1 DAC의 내부 구조이다. 토로이달 트랜스포머와 메인부 회로, 전원부가 격리되어 있으며 모듈러 구조가 선명하게 보인다>
그렇다 보니 멀쩡하고 품질 좋은 회로를 갖춘 DAC도 새로운
스펙이 등장하면 구시대 유물 취급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엔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DAC가 뜨면서 새로운 소프트웨어
따른 음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러한 DAC가 대세가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CH 프리시즌의 C1 DAC는 무척 훌륭한 DAC라 할 수 있다.
진정한 모듈러 방식을 탑재한 DAC로써 추후 부분적인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이론적으론 어떤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등장하더라도 대응 가능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하이엔드 DAC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는 USB 오디오 입력뿐 아니라 이더넷 오디오 입력까지 가능하며
클럭 입/출력 보드까지 커버하고 있다는 점에서 CH 프리시즌의
기술력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C1의 라이프
사이클은 다른 하이엔드 DAC 보다 넓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CH 프리시즌이 하이엔드 오디오 종합 메이커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사실 CH 프리시즌은 분업화가 정말 잘된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이다. 메커니컬 디자이너부터 아날로그 회로 전문 디자이너, 디지털 회로
전문 디자이너, 그리고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까지 당대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의기투합하여 이뤄진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출신 배경은 스위스에 로잔 공대인데 전 세계 Top 10 안에
꼽히는 공대이며 CH 프리시즌을 이끄는 이들은 로잔 공대내에서도 인재로 평가 받던 인물들이다.
CH 프리시즌은 두 명의 창업자에 의해 설립된 회사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수 많은 인재들이 존재한다. 그러고보면 CH 프리시즌의
거의 모든 직원은 R&D에 종사하고 있는데 다른 회사와는 달리 무척 흥미로운 부분이다.
<C1 DAC은 외부에 자사의 레퍼런스 10MHz 클럭을 입력 받을 수 있다>
그들의 이력은 더욱 흥미롭다. 스위스에 유명한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에 의뢰로 앰프를 설계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매각하였지만 플로리안 코시의 경우 ABC PCB라는
하이엔드 오디오용 임베디드 보드를 설계하는 회사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때마다 흥미를 느끼는 분야를 파고드는 전형적인 엘리트이다.
또한 CH 프리시즌은 디지털 플랫폼 설계부터 아날로그 설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컨트롤을 할 수 있는 세계 Top 3 메이커이기도 하다.
그들이 C1을 설계할 때 고려한 것은 오직 음질이었다. 4개의 버브라운 PCM1704를 개별 채널에 할당시키는 독창적인
회로(스테레오 구성의 경우 총 8개이다)를 구현해 냈으며 최대 24비트에 705.6kHz나
768kHz에 이르는 컨버젼 솔루션을 갖추고 있다.
이 역시 플로리안 코시가 이전에 창업했던 회사에서 이미 구현해냈던 기술을 바탕으로 완성한 것이다.
이 회로는 리니어라이즈드 R-2R 기반으로 만들어지는데 R-2R 기반이러는 것은 일종의 회로의 모양을 가리키는 것이며 회로 구성은 제작자마다 천차만별의 품질을 만들어
내게 된다. CH 프리시즌은 여기에 그들만의 DSP 프로세싱을
입히는데 CH-PEtER 업샘플러 엔진과 더불어 해상력 향상 기술 그리고 DSD를 PCM으로 컨버젼시키는 기술이 이 안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제 아무리 뛰어난 디지털 오디오 처리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하더라도 문제가 일어난다.
복잡한 디지털 오디오 프로세싱을 구현할수록 예상치 못한 쉐도우 노이즈가 만들어진다.
<C1은 외부 클럭과 별도로 추후 전용 DC 전원부 입력을 통해 음질 향상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오디오 처리 프로그램에 따라 재생음의 품질이 변하게 되는 것이다. 진짜 큰 문제는 디지털 프로그래밍 레벨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다. 이러한
문제는 놀랍게도 디지털 프로세싱 레벨 내에서가 아닌 아날로그 레벨에서 처리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아날로그 회로 설계 전문가가 구현할 수 없는 없는 것은 디지털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한데 CH 프리시즌의 엔지니어들은 협업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아날로그에
속해 있지만 디지털 쉐도우 노이즈를 억제하기 위한 일종의 필터 설계이다.
CH 프리시즌의 C1 DAC가
대단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하파에서 가장 먼저 C1 DAC에 대해서 언급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은 이더넷 오디오 입력을 통해 현재까지 roon ready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2년 전 CH 프리시즌을 직접 방문할 당시에도 그들은 지원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인터페이스의 편리함을 추구할 뿐 음질은 ABC-PCB 제품을
커스터마이징한 우리의 보드가 훨씬 좋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대세는 거를 수 없었는지 CH 프리시즌 역시 C1에서 roon
ready를 지원할 예정이며 일반적인 프로그램 업데이트에 지나지 않고 하드웨어 변경까지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말 그대로 roon ready 지원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진화된
이더넷 오디오 보드를 거의 완성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것은 C1의 시리얼 번호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대응된다고 한다.
나 역시 C1 DAC이 roon
ready를 공식적으로 지원하게 이르면 다시 한번 C1 DAC을 집중적으로 리뷰할 계획이다.
나는 하이엔드 오디오 DAC를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기기라고
설명하지 않는다. 또한 과거처럼 모든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가 만들 수 없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또 쉽게 제작하려는 마음도 먹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CH 프리시즌은 진정한 의미에서 Top Class 하이엔드 오디오 DAC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판매원 – AV프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