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기적의 북쉘프 스피커라고 아주 높게 평가한 스피커는 바로 엘락 (원래 발음은 ELAC, 일락임) VELA (벨라) 403 스피커입니다. 제가 퀴즈를 냈지만 사실 약간 바보 같았습니다. 제가 포스팅한 게시물의 일부 사진에 벨라 403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하이엔드 스피커를 개발하는데 부분적으로 추가금이 많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아세요? 처음 디자인부터 적용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 메이커는 일부로 기능을 제약시킵니다.
그리고 상위 스피커 모델에 슬그머니 적용하지요. 제가 다른걸 다 때려치우고 커스텀 튠에 매진하는 이유도 그런 허점을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시작하는 겁니다. 하이엔드 오디오는 거품이 너무 많아요.
하지만 엘락 스피커는 그렇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 걸 모두 넣어줍니다. 이를테면 덕트 디자인에 있어 다운-파이어링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는 하이엔드 오디오 북쉘프 스피커는 한참을 생각해봐야 생각이 날 정도로 이례적인 디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스피커는 물리적인 캐비닛의 체적을 가볍게 능가하는 저음을 재생해 냅니다.
그런데 엘락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 스피커가 낼 수 있는 성능 이상의 것을 불어 넣습니다. 바로 저능률입니다. 저능률은 파워 앰프에게 좀 더 많은 출력을 요구하지만 보다 평탄하고 안정적인 주파수 특성과 더불어 더 깊은 저음을 낼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반대로 최대 출력 음압은 약간 낮아집니다.
실용 구간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기술이며 최대 출력 음압이 약간 낮아질 뿐 여전히 최대 음압은 일반적인 가정에서 근접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이를 토대로 벨라 403은 41Hz라는 초저역을 재생해 냅니다. 이는 IEC 268-5의 규격대로 측정한 자료로 타사 측정 기준으론 30Hz 초반대나 20Hz 후반대로 기록할 수 있는 사항입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죠.
제 리스닝 룸 거실이 워낙 큽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북쉘프 스피커로는 저음을 느끼기 힘들 정도의 체적입니다. 사실 후에 나오겠지만 1,000만원대 북쉘프 스피커들의 저음이 허전하다고 느끼게 만들 정도로 벨라 430의 저음 재생 능력은 플로어 스탠드형 스피커 급이었습니다. 그것도 3웨이.
실질적으로 86dB의 능률은 저음 재생 능력을 크게 확장시키지만 이 같은 스트레스는 모두 미드/우퍼의 진동판으로 가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콘이 미세하게 뒤틀릴 수도 있고 보이스 코일이 고열로 타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벨라 403에 탑재된 6인치 우퍼의 콘은 알루미늄 샌드위치 구조의 크리스탈 멤브레인 입니다. 여기서 물리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같은 질량의 알루미늄으로 더욱 높은 강도를 실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는 꼭지점 A와 꼭지점 B사이의 최단강하선을 찾는 방법과도 비슷한 논리일 수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디자인은 벨라 403에 적용된 크리스탈 멤브레인입니다. 엘락의 이 이상적인 디자인은 정말 많은 모델에 적용되어 있습니다. 사실 CNC로 가공하는 모 회사의 스피커 진동판을 바보로 만드는 기술이기도 하죠.
그러나 이 같은 디자인이 여태까지 실현되지 않은 것은 보이스 코일 보빈과 진동판을 서로 Contact 시킬 방법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엘락은 알루미늄 샌드위치 기술로 역돔 형태의 페이퍼 콘과 보이스 코일 보빈을 1차적으로 결합시키고 알루미늄 크라스탈 멤브레인 진동판을 별도의 물리적인 계산을 토대로 컨택시킵니다.
그러나 엘락은 이 같은 진동판 기술에 그 어떠한 프리미엄 기술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엘락을 존경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미드/우퍼 진동판은 41Hz에 이르는 깊은 저음을 재생하면서 받게 되는 그 엄청난 스트레스에 변형되지 않습니다. 이게 바로 엘락의 기술력이며 실 구매가 200만원대 후반의 스피커에서 실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캐비닛 안으로 작용되는 재생음의 커다란 저음 에너지는 위상 반전을 시켜 다운-파이어링 방식으로 뿜어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덕트가 앞에 있지도 않고 뒤에 있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음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느 방향으로던 잘 타고 움직이는 회절 능력이 낮은 저역 주파수일수록 좋습니다. 그래서 덕트가 앞에 있거나 뒤에 있다고 해서 커다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에너지의 리니어리티는 다릅니다. 이 역시도 하나의 개구부로 볼 수 있으며 에너지가 시작되는 점이 가장 큰 에너지를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벨라는 가장 이상적인 구조로 상당히 와이드한 앵글의 개구부 형상을 디자인하여 무척 자연스러운 저음의 에너지 방출을 돕습니다. 이것이 바로 JET 5 트위터와 함께 맞물려 엄청난 사운드 스테이지를 만들어 냅니다.
제 리스닝 룸에서 물리적인 한계 저역 재생에선 플로어 스탠드형 스피커에 뒤쳐질 수 밖에 없었지만 사운드 스테이지 만큼은 동등했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주력 스피커라고 할 수 있는 대형기에서 펼쳐지는 사운드 스테이지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습니다.
이 스피커를 기적의 북쉘프 스피커라고 평가한 주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벨라 403에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성능을 가진 고성능 트위터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무려 50kHz에 이르는 초고역 재생 특성을 갖춘 JET 5 트위터입니다. 엘락의 JET 트위터는 AMT 트위터를 기반으로 합니다. 오스카 하일 박사의 기술로써 특허권이 살아있을 때부터 엘락은 기술 사용권을 지불하며 고성능 트위터 기술 확보에 앞장섰고 그 결과 특허권이 소멸된 이후 엘락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트위터 기술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JET 트위터의 풀 네임은 Jet Emission Tweeter 입니다. 그리니까 JE 트위터라는 표현이 맞지만 모든 이들이 JET 트위터라 쓰는 만큼 저도 그렇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풀 네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하는 트위터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론적인 측면에서 일반적인 트위터와 비교할 수 없는 것은 바로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에 흔히 사용되는 1인치 돔 트위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진동판의 면적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돔 트위터 역시 더 큰 면적을 가질 수 있지만 문제는 질량의 증가로 스피드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현재도 20kHz까지 플랫하게 재생되는 소프트 돔 트위터는 거의 없다시피 하며 별도의 댐핑이 가해지는 트위터가 아니라면 20kHz를 초과하는 주파수 대역을 얻질 못합니다. 그래서 금속 트위터로 향하게 되는데 1인치의 면적에서 벗어나질 못합니다.
하지만 엘락의 JET 트위터는 부채 모양으로 접혀진 박막 필름 진동판이 부채처럼 펼쳐지고 접혀짐을 반복하면서 엄청난 고역 에너지를 만들어 냅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능률을 실현하죠. 중요한 것은 이런 에너지를 바탕으로 움직임을 최소화 해도 1인치 돔 트위터와 맞먹거나 그 이상의 트랜스듀싱이 가능하며 결과적으로 JET 트위터는 50kHz에 이르는 엄청난 초고역 재생 특성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문제는 이 진동판의 정밀도입니다. 엘락은 한해 20만개 이상의 JET 트위터를 제작합니다. 하지만 성능의 편치는 없습니다. 그 이유가 바로 무려 4만 달러를 초과하는 초고정밀 금형에 의해서 제작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같은 트위터가 타사에서 제작 되었다면 이 진동판의 가격은 최소 1만 달러 이상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규모의 경재를 토대로 엘락은 JET 트위터의 최신 세대인 JET 5 트위터를 벨라 403에 탑재할 수
있었던 것이죠.
제가 하이엔드 오디오 거품론을 제기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엘락 같은 회사가 존재하며 기준이 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정말 흠 잡을 것이 전혀 없는 트위터입니다. 취향 차이는 인정할 수 있어도 성능에 대해서는 까방권을 가지고 있는 고성능 트위터라는 점을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쐬기 박으려 합니다.
그렇다면 벨라 403의 매력은 여기서 끝일까요?
아닙니다.
벨라 403의 진짜 매력은 이 스피커가 2웨이 디자인이라는 것입니다. 2웨이 디자인이 왜 중요하냐고요? 전에도 설명 드렸지만 물리적인 측면에서 초저역 재생까지 염두에 둔다면 3웨이 디자인이 답입니다. 하지만 3웨이 디자인에서 미드레인지에 가해지는 필터링 조건은 너무 가혹합니다.
그래서 어떤 3웨이 스피커라도 패시브 크로스오버 플랫폼이라면 중역의 시그널 로스는 감당할 수 밖에 없는 조건입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초저음 재생을 포기한다면 2웨이 스피커는 너무나 이상적인 조건이 됩니다. 바로 트위터와 미드/우퍼에 하나의 필터링 단계만 지나치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건 퍼스트 오더나 세컨드 오더, 포스 오더와는 다른 개념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2웨이 스피커가 음악적으로 훨씬 성숙합니다. 물론 스피커 자체의 설계 완성도가 높다는 가정하에 말이죠. 하지만 거의 모든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 메이커는 2웨이를 3웨이 스피커로 도약하는 발판으로 2웨이 스피커를 제물로 바치는 경향이 강합니다. 비즈니스니까…
하지만 제대로 된 2웨이 스피커가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 제 이론입니다. 비즈니스를 떠나서 말이죠. 벨라 403은 제 이런 신념에 엄청난 완성도로 보답하는 스피커라고 생각합니다. 가격을 생각하면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까지들 스피커입니다.
무엇보다 86dB의 능률로 파워 앰프의 출력 도움을 받아 더욱 깊은 저역 재생과 더불어 전 대역에 걸쳐 보다 평탄한 재생 특성을 갖게 만든 것은 엘락의 센스라고 보아야 겠지요. 무엇보다 벨라 403의 크로스오버 회로의 완성도는 무척 높습니다. 고역과 저역까지 정말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보컬의 호소력은 가격을 떠나 정말 대단한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고 강추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 스피커를 200만원대 후반이라고 해서 인티 앰프에 연결하는 것은 비추입니다. 실제 제가 기적의 북쉘프라고 게시물을 올린 뒤에 많은 연락이 왔습니다. 그 중에서 각기 다른 1,000만원대 북쉘프를 사용하시는 분들이 자기 스피커를 가지고 와서 똑 같은 조건에서 1대1로 비교해 보자고 하시더군요.
북쉘프 스피커 스탠드가 호환이 안 되는 부분에서 홈이 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벨라 403을 플로어 스탠드형 스피커 위에 올려놓고 비교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사운드 스테이지와 저역의 한계 재생 능력에 있어서 벨라 403이 우세했습니다.
솔직히 그 스피커의 재생음은 무척 얇고 가냘픈 느낌마저 있었습니다. 그 이후의 스피커는 고역 재생에 있어 좀 더 자극적이고 에너지의 리니어리티가 돋보였지만 사운드 스테이지가 너무 제한적으로 펼쳐지더군요.
제가 적극적으로 방어의 리액션을 취하지 않았던 것은(같은 위치에 스탠드를 어떡해서든 활용하는 것) 이미 절대적인 성능 평가에서 굳이 필요 없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정말 재미난 것은 이 비청 이후에 오신 두 분은 엘락의 상급 플로어 스탠드로 업그레이드 하고 현재 본인들이 사용하던 스피커를 장터에 내놓은 상태입니다. 당시 상황을 기록으로 남겨 달라고 했지만 자신들의 스피커를 장터에 내다 팔아야 하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이야기 하시더군요. ㅠㅜ
아무튼 벨라 403은 정말 대단한 스피커입니다. 고로 1,000만원대 북쉘프를 울린다고 생각하고 대접해주시지 않을 분들은 스피커 구매를 비추 드립니다. 그리고 이 스피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고 싶으시다면 가능하면 예산에 맞춘 싱글-와이어링 보단 절반 가격의 바이-와이어링을 추천 드립니다.
어쩔 수 싱글-와이어링 체결을 해야 한다면 HF에 연결 하시라고 이야기 드리고 싶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강력 추천하는 제품이며 수입사에서 공동구매는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공동구매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벨라 403 북쉘프 스피커. 따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