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많은 하이파이 메이커들이 처음에는 하나의 아이템에 주력한다. 그러다가 그쪽 시장의 전문가로 인정 받으면 그 다음 아이템으로 진출한다. 이렇게 해서 풀 라인업의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풀 라인업의 시스템을 갖출 만큼 역량 있는 회사는 몇 되지 않는다.
걸어야 하는 길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페이지에 리뷰할 에소테릭 역시도 소스 기기 전문 회사였다. 소스 기기에서도 저가형부터 고가형까지 풀 라인업을 갖추는데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프리앰프와 인티앰프까지 개발의 영역을 넓혔다.
그래서 이제 에소테릭도 적어도 인티앰프와 소스기기를 통해 스피커를 제외한 자신들의 소리를 낼 수 있는 메이커가 되었다. 물론 MG-20이라는 탄노이의 도움으로 제작한 자사의 스피커도 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사 사이트에는 이제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오늘 리뷰는 콤비네이션으로 K-05 일체형 SACD 플레이어와 I-03이라는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와 함께 리뷰를 작성했다. 모니터 스피커로는 리뷰를 의뢰 받은 곳에서 매칭이 좋다고 권해준 윌슨 베네쉬의 벌텍스 북쉘프 스피커를 사용했다.
출중한 메커니즘에 32비트 듀얼 구성의 D/A 회로, 그리고 24/192 USB 대응의 K-05
CD 플레이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정확하게 말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단 하나도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메커니즘을 꼽는다. 그것이 무엇일까? CD는 지름 12cm에 원형으로 제작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여기에 디지털 신호가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레이저 방식에 의해 기록층의 데이터를 읽어 낸다. 그렇다면 메커니즘이 중요하다는 이유는 뭘까? CD는 동그란 원반이다. 이것을 돌리면 저속에선 괜찮지만 고속에선 들뜨기 (회전 관성에 의해) 시작한다. 어느쪽이고 할 것 없이 튈려고 한다는 것이다. 완벽한 원과 무게 밸런스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클램프만 올려놓고 돌렸지만 보다 나은 음질을 얻기 위해 메커니즘의 발전은 시작되었다. 여기서 현재까지 가장 큰 발전을 이룩한 메이커가 바로 에소테릭이다. 디스크를 클램핑 하는 것이 아니라 압착하며 내부에서 일어나는 손실을 막기 위한 브릿지까지 장착했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VRDS라 불렀다. 하지만 입문용부터 최상급기까지 같은 이름으로 불렸지만 내용물은 달랐다. 하지만 K-05는 다르다. 위치로 보자면 K-05는 중급기에 위치하게 된다. 여기에 가장 최신 메커니즘인 VRDS-NEO를 채용했는데 VMK-5 버전으로 알루미늄과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의 하이브리드 턴테이블을 채용하고 있다.
그리고 VMK-5는 브릿지도 탑재하고 있는데 굵직한 벌크 몰딩 컴파운드 소재와 스틸과 복합된 하이브리드 구조를 채용해 보다 폭 넓은 진동을 감쇠시켜낸다. 여기에 스핀들 모터에 회전 검출 신호를 사용한 고도의 서보 컨트롤에 의해 신호의 디코딩 능력 또한 높이고 있다니 어디까지 발전을 이룩할지 참으로 궁금하다.
이 외에 K-05의 D/A 회로부를 보자. 32비트 타입의 DAC AK4399를 채용하고 있다. 채널마다 2개의 회로를 조합한 병렬/차동 출력 방식을 사용한다. 이는 높은 리니어리티와 낮은 노이즈를 실현한다고 하는데 디지털 신호 처리 회로부터 좌/우 각각 배치되어 있다.
여기에 아날로그 출력 회로부를 완전 듀얼 구성함으로써 뛰어난 채널 분리도 특성을 가져 뛰어난 소리를 재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 외에도 어싱크 방식의 24/192 USB 재생이 가능하며 VCXO 고정밀 클럭 탑재, 추후 10MHz 레퍼런스 클럭 입력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향후 고음질을 꾀하기 위한 확장성도 좋고 기본 설계도 훌륭하다는 점엔 이의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요즘 K-05의 인기가 높은 엔화 환율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 하다.
강력한 전원부와 C-03 프리앰프 회로를 계승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I-03
일반적인 인티그레이티드 앰프가 그러하듯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은 파워앰프의 전원부나 회로를 넣기에도 부족한 스페이스에 프리앰프 회로까지 넣는데는 분명한 타협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잘 만들어진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는 오디오파일들에게 있어 큰 사랑을 받는다.
편의성과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음질 때문일 것이다. I-03은 이러한 만족감을 얻기에 충분한 설계 능력을 가졌다. 무게가 10kg가 넘는 대용량 커스텀 트랜스와 대형 콘덴서로 구성된 아날로그 전원 회로를 채용하고 있다. 여기에 Pure Class D라는 파워 블록을 채용 고효율로 최신형 모스펫을 3패러렐 푸리풀로 구성해 스피커를 드라이브 한다.
하지만 I-03의 진짜 매력은 따로 있다. 에소테릭 스스로도 자랑하는 C-03 프리앰프의 증폭 회로부럴 계승해 I-03에 탑재 했다는 것이다. 이 회로는 좌측과 우측 채널을 완전 독립해 설계한 기판으로 이 증폭 회로 전용의 섀시 컨파트먼트를 스틸 플레이트로 분할해(위/아래) 좌/우 채널용 증폭 보드로 탑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도더 나은 음질을 위한 설계를 스페이스를 고려해 한 경우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뿐만이 아니다. 2개의 증폭 채널이 보드에 탑재된 것 이외에도 볼륨 역시 DVC라는 시스템에 의해 증폭 채널에 탑재된 볼륨 회로의 컨트롤 신호를 보내 독립적으로 볼륨이 제어 된다는 것이다.
볼륨의 편차를 줄일 수 있고 제어 방식 역시 소자의 배선을 없애 짧은 신호 경로를 통해 음질 향상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뛰어난 회로 설계와 더불어 확실한 섀시 설계 역시 갖추고 있다. I-03의 무게는 31kg 이다. 전원부의 무게를 제외한다면 섀시의 무게가 대략 추측이 된다.
에소테릭은 원래 섀시 가공 능력이나 디자인 능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회사이다. K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으며 각 회로부가 투입될 파트를 효율적으로 분리, 설계해 출력 모듈을 좌/우에 설치, 증폭 모듈 회로의 신호 경로를 짧게해 출력 단자로 바로 이어지며 사이드 패널이 히트싱크 역할을 해 별도의 히트싱크 없이 방열을 이뤄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성으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로써 상당히 아름다운 디자인을 얻어내고 있다.
상당히 정밀하게 다듬어진 음의 느낌
모니터 스피커로 사용된 윌슨 베네쉬 벌텍스라는 스피커는 상당히 모니터적인 느낌이었다. 자기 소리 밸런스를 갖추고 있었는데 트위터에 금속 가공된 웨이브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상당히 편안한 소리를 내어 주었다. 그리고 2개의 돌출된 다운 파이어 방식의 덕트가 탱글탱글한 저음을 만들어 준 것도 인상적이었다.
K-05와 I-03은 조합을 이룰 수 있는 가격대로써 기본적으로 대단히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음색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스피커의 드라이브 능력을 최대한 끌어 올려 음의 확산 능력을 높이는 능력은 분리형에 비해 조금 부족한 느낌은 든다. 하지만 반대로 음의 밸런스에 있어선 상당히 편안한 느낌이라는 것이다.
벨벳을 만지는 듯한 느낌이랄까? 정보량은 평균 이상이지만 밀도는 상당한 수준임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레코딩 녹음이 상당히 잘 된 앨범에서는 오밀조밀 대단히 잘 짜여진 깨끗한 음을 느낄 수 있었다. 현대 기기의 특성을 상당히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할까?
알프레도 브렌델의 피아노 음은 그 선율이 굵게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적당한 배음과 하모닉스는 상당한 수준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순간 이 조합의 시스템은 하이파이에 입문하여 장시간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 적합한 시스템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들었다.
문득 영자는 책 한권을 붙잡았고 나 스스로도 모르게 3~4시간 음악에 잠긴 것 같은데… 직접 들어본다면 이러한 음색을 찾는 이들도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디자인의 매칭에 있어서는 상당한 만족감을 주는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