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윌슨 오디오의 알렉시아 스피커 리뷰다. 윌슨 오디오가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했다. 데이브 윌슨은 하이파이 업계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40년 동안
소리의 유행의 변화를 쫓은 것이 아닌 아닌 발전의 계기가 되는데 수 많은 제작자 중 한 명으로 견인차 역할을 했던 것도 확실하다.
알렉시아를 리뷰하게 되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이 떠 올랐다. 사샤2 리뷰 때와는 다른 생각이었다. 사실 리뷰를 진행한 ‘나’라는 사람 입장에서는 일반적인 오디오파일과는 다른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제품을 바라보거나 관찰하는 시각이 확실히 다름(달라진)을 느낀다.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것은 내가 하이엔드 오디오에 입문하면서
처음 느꼈던 많은 부분들이 보다 체계적이고 현실화 되었고 또 다른 면에선 환상으로 정리 된 부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얘기에 수줍은 느낌도 들지만 하이파이에 환상을 갖게 만들어준 스피커는 와트퍼피 5.1이고 하이파이로 놀라움을 선사해준 스피커는 Bowers &
Wilkins (B&W)의 노틸러스 801이다. 둘
다 그 당시 정점에 서 있던 스피커들이다.
알렉시아를 바라보는 내 관점은 데이브 윌슨이 정말 제작하고 싶었던 스피커를 이제서야 제작했다는 느낌이었다. 그는 철저한 사람이다. 개인적 견해를 삽입하자면 철저하게 로드맵을
기획하고 필요한 만큼만 기술을 적용하는 사람이다. 어떤 과정에서 10개를
얻었다고 10개를 모두 주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다음
모델을 위해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제품에 ‘철학’이라는 의미를 갖다 붙이는 걸 싫어하지만 데이브 윌슨은 자기 주관이 무척 뚜렷한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유행이 어느 쪽으로 흐른다고 해서 그걸 쫓지 않는다. 지금의 윌슨
오디오가 이만큼 성장하게 된 배경엔 데이브 윌슨의 영향력이 무척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나는 알렉시아라는 스피커가 데이브 윌슨이 정말 제작하고
싶었던 스피커라 생각든 것일까? 이제껏 만들어왔던 규칙을 깨는 스피커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엔트리 모델에서 레퍼런스 모델까지 차별적으로 드라이버의 하우징 설치와 세팅이 가능해진다. 차이는 세분화의 정도이다. 윌슨 오디오는 이걸 APD라 부른다. 알렉시아는 드라이버의 시간차와 음원을 한꺼번에 모을 수 있도록 설계 되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윌슨 오디오는 하이엔드 라인업만을 추구하면서도 모두가 같은 소리를 추구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알렉산드리아 시리즈는 그가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스피커이고 오직 알렉산드리아 시리즈에서만 허락되고 구현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항상 남겨놓았다는 것이다.
알렉산드리아의 바로 하위 모델 MAXX3(이하 맥스3)가 알렉산드리아와 거의 같은 정체성을 가졌으면서도 결과는 완전히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알렉시아는 알렉산드리아 XLF의 DNA를 새겨 넣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라는 것이다.
윌슨 오디오는 제품을 개발할 때 부여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해 엄격했다. 다른
메이커라면 기념작을 만들면서 상위 기술 1~2가지쯤을 사용했다고 광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하위 라인업의 구분 점이었던 비구면 소리 전달 지연 기술인
Aspherical Propagation Delay(이하 APD)은
오직 알렉산드리아에게만 주어졌다.
맥스3가 APD의
기술을 가졌지만 알렉산드리아 시리즈처럼 100%는 아니었다. (APD에
대해서 잠깐 설명하자면 윌슨 오디오는 기존의 스피커 유닛 배치는 소리의 왜곡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시간차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것을 렌즈에 비교한 것인데 소리의 시간차를 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일반적인 것이다.
윌슨 오디오는 시간차를 조정하면서도 리스너에게 각 드라이버에서 재생되는 음원을 모을 수 있는 것이 가장
완벽한 방식이라 생각했고 그걸 원했다. 대형기일수록 더 큰 공간이 필요로 한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리스너와
스피커의 거리가 멀어야 하는데 소리의 지향 범위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브 윌슨은 아주 작은 방에서도
대형기를 운영할 수 있는 그런 스피커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이것은 그가 처음 완성한 레퍼런스 모델
WAMM의 사상과도 같다. 하지만 지금의 APD는 WAMM때 보다 더 진화한 것이다.
이게 윌슨 오디오가 지향하는 첫 번째 좋은 소리를 만드는 기술 중 하나이다.
<일반적인 스피커의 예, 시간차 정합이 이뤄지지 않으며 각 드라이버에서 재생되는 음원이 리스너에게 모아지지 않는다>
<윌슨 오디오의 Aspherical Propagation Delay 기술은 각 드라이버에서 재생되는 음원을 리스너에게 모아주며 이 구조에서 시간차 정합도 이뤄낸다>
하지만 절대 이 기술은 와트퍼피에서나 사샤 시리즈에는 허락되지 않았다. 나는
10년 전부터 “윌슨 오디오는 왜?” 라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왜 주력 모델에선 완벽한 APD를 추구하지 않는 것일까? 적어도 배플의 디자인은 지금의 사샤2처럼 다른 각을 주지 않는 걸까? 이야기 하고 다닌 적이 있었다. (생각해 보면 당시엔 미친놈 소리 참 많이 들었다.. 니까짓게 뭘
아냐는 식이었다.. 그런데 10년을 지나서 사샤2에 적용됐다)
하지만 알렉시아는 달랐다. 지금까지 데이브 윌슨이 이룩한 모든
기술을 접목시킨, 보다 많은 오디오파일이 접근 가능한 크기의 스피커가 바로 알렉시아다.
알렉시아엔 윌슨 오디오 스피커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그래서
소리가 좋다. 유일한 단점은 소리가 좋은 만큼 가격이 나간다 정도가 되겠다. 결론을 너무 빨리 내버렸나? 하지만 알렉시아가 재밌어 지려면 조금
심오하게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알렉시아는 APD 사상에 100%
접근한 스피커다. 트위터 모듈과, 미드레인지
헤드, 베이스 모듈이 모두 따로 움직인다. 여기에 윌슨 오디오가
알렉시아와 리스너의 거리에 따라 제공하는 프리셋에 맞춰 시간차와 음원 모두를 집중시킬 수 있다.
그런데 사샤2에서도 이야기 한 적이 있지만 위상 특성이란 조건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변칙적인 세팅은 존재한다고 이야기하고 설명한 적이 있다. 이건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이 조건에 있어서 사샤2와는 조건이 달라진다. 사샤2도 오리지널 사샤에 비해 발전한 것이지만 모든 것을 조절할
수 있는 알렉시아와 비교하면 제한적이다.
또한 캐비닛 볼륨이 커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보다 더 큰
의미는 8인치 더블 우퍼가 아닌 8인치와 10인치 우퍼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데이브 윌슨이라는 사람의
감각을 또 한번 발견할 수 있는데 철저하게 청감을 기준으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데이브 윌슨은 수치적으로
아무리 특성이 좋아도 자기 취향에 부합하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는 것 같다.
특히 베이스 드라이버를 선택할 때 더욱 신중을 기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마그넷 회로는 어떤 회사께 좋은 것 같고.. 진동판은 어느 회사께 더 좋은 것 같다고 하면 조합해
사용한다.
그리고 이 드라이버들을 요즘엔 잘 사용하지 않는 우퍼 배열 방식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수입원 시청실에 준비된 알렉시아>
윌슨 오디오는 크로스오버 회로에 대해 절대 설명을 안 해준다. 누군가
크로스오버를 뜯어서 확인할 수 없게 밀봉시키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물론 이런 조립 방식이 소리에
영향 미치기는 한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일반적인 개념으로 4개의 각기 다른 크기의
드라이버를 사용하면 4웨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이런 설계는 3.5웨이인 경우가 많은데 3.5웨이의 경우는
스태거 튜닝이라고 불리는 기술을 사용하기도 한다. (스태거 튜닝? 이런
이야긴 처음 들어 봤을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좀 더 와이드란 주파수 범위를 갖게 하면서 하나의 유닛을
더 붙여 특정 대역을 로우패스 시켜 능률과 저음을 확장시키는 방식이다. 이런 전문적 용어는 리뷰에선
잘 안쓴다. 제작자들 사이에서 쓰인다)
하지만 알렉시아는 3웨이다.
8인치 우퍼가 10인치 우퍼가 같은 대역을 재생한다. 과거
그랜드 슬슬램에부터 쓰였던 방식을 아직까지 고집하고 있다. 알렉산드리아도 같은 방식이다.
이것도 일종의 스태거 튜닝이다. 이를 통해서 자신의 캐비닛 기술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으로 나는 판단하고 있다. 왜냐면 윌슨 오디오는 저음의 공진을 억제하면서도 풍부한
저음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트랜드는 조금씩 정확하고 타이트한 저음에
집중하고 있지만 말이다.
생각해보면 개별적인 기술로썬 단점을 노출하기 쉽지만 하나 하나 자신의 스펙으로 완성시키면서 지금은 평범한
스피커 제작 기술이 몇 가지도 안쓰이는 스피커가 바로 윌슨 오디오이다. 하지만 전 세계 수 많은 오디오파일이
윌슨 오디오 소리에 열광하고 있고 그런 의미에서 데이브 윌슨은 확실한 감각이 있는 엔지니어라고 평가 할 수 있다.
아니 기획자로써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데이브는 알렉시아를 사샤 정도의 크기만 차지하면서도 XLF의
라이벌이라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많은 오디오파일들이 바라던 이상적 조건이다.
그리고 사샤와 같은 것은 미드레인지 드라이버 하나 뿐이라는 것이다. 즉, 사샤와는 전혀 다른 스피커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베이스 드라이버도 모두 새롭게 개량했으며 그 기술은 모두 알렉산드리아 XLF로부터 파생된 것들이라 할 수 있겠다.
소리는 최근 발표된 사샤2와도 비교될만한 게 없다. 같은 메이커이지만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다가온다. 윌슨 오디오를
논하는데 있어서 알아야 할 것은 와트퍼피 시리즈나 사샤 시리즈를 듣고 그것만 가지곤 꼬집어서 이야기 할 수 없다.
알렉산드리아 시리즈가 가지는 음악성엔 여유가 있다. 풍요로우며
이는 어렵지 않게 소리의 은빛 펄감이 자연스레 묻어 나옴을 알 수 있다. 음악을 오직 열정으로 표현하려는
하위 시리즈들과 다르게 완숙의 맛이 확실하다는 의미이다.
알렉시아는 알렉산드리아 XLF의 이런 음색을 따르는 첫 하위
모델이 된다는데 의미가 크다 할 수 있다. 맥스3 보다도
음색에선 더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더 쉽게 표현하고자 누군가를 빌려야 한다면 위대한 작곡가 쇼팽이다. 수많은 연주자들이 쇼팽이 작곡한 피아노 음악을 연주한다. 쇼팽의
많은 곡들은 화려하면서도 우아하다. 기술과 감정을 동시에 표현해야만 한다. 그것도 면밀하게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주자가 이 두 가지를
모두 표현하진 못한다. 대다수의 피아노 연주자들은 기술의 강점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빠르고 현란하고 패시지가 분명하게 느껴지지만 마음이 쉽게 동하지 않는 경우다.
이런 기준으로 평가하자면 사샤 시리즈가 음악을 표현하는 확고한 기술은 갖췄지만 사샤2에 와서 앞서 언급한 두 가지를 가져가기 시작했다면 알렉시아는 이 두 가지를 모두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이점을 더 가져가는데 최근에 바뀐 패브릭 실크 돔 트위터가 적용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고역의 입자감이 현악을 표현하는데 있어 문제가 없다.
다이나믹스의 표현력에 있어서 현악의 울림이 훨씬 끈적하고 길게 이어지는 느낌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과거의 윌슨 오디오와 음악적 해석이 크게 달라진 부분이기도 하다.
출시된 지 조금 흘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수입원의 시청실 뿐 아니라 알렉시아를 몇 곳에서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기존의 윌슨 오디오 스피커들은 자기 성향이 무척 강했다는 것이다. 어떤 기기를 매칭해도 절대 자기 음색을 놓지 않으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알렉시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베이스 드라이버는 최적화 되었다. 8인치와 10인치 다른 크기의 우퍼이지만 재생 주파수 대역이 같다는 것도 윌슨 오디오의 튜닝법 중 하나이다>
매칭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것은 음의 밀도나 저역의 재생 품질, 그리고
사운드 스테이지나 음의 집중도 정도를 크게 좌지우지 했다. 적어도 소리의 대역 밸런스는 그 성향 그대로였다.
하지만 알렉시아는 이전 보다 훨씬 모니터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적어도
무조건 다이나믹한 소리가 아니라 좀 더 여유롭거나 질감이 조금 더 첨예하거나 이것이 부담스럽다면 조금 담백하게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보였다.
컨버전트 시너지 트위터 덕택이 크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한 크로스오버 회로 수정도 기인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논란이 될 수 있는 것은 결국 가치다. 윌슨 오디오가
알렉시아에 책정한 가격에 대한 부담은 있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은 크기에 무척 예민하기 때문에 사샤와
비교하는 것도 문제로 작용한다. 실제 오디오는 무형적 가치와 핸드 빌드로 생산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것에 대한 가치 판단은 저마다가 다를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윌슨 오디오의 음색이 싫어했던 사람들까지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알렉시아에는 담겨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업그레이드 계획을 세워놓았던 사람들도 경험이라는 차원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도 있어 보인다.
그리고 사샤2 리뷰에서 언급했지만 80Hz 대역에서 최소 임피던스가 2옴까지 내려가기 때문에 출력 보다는
전원부 용량이 넉넉하고 스피드가 빠른 파워앰프와 매칭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수입원 : (주)케이원A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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