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 생활을 갓 시작할 땐 모든 것이 생소하기에 신기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다. 그 단계선 많은 제조사들이 제작한 스피커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며 차이가 뚜렷하게 느껴진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취향이 이때 크게 나뉜다. 왜냐면 이땐 정말 느껴지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성격이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느긋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편안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행동이 빠르고 조금 급하다면 다이나믹하거나 호방한 소리를 좋아하는 경향이 많다. 사실 하이파이에 있어서 기준이 무척 중요한데 이게 극과 극으로 나뉘는 경우가 많아 틀 안에서의 기준이 모호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하이파이로 음악을 듣는 과정에서 수 차례 성향의 변화를 거듭하기도 하는데… 문제는 하이파이 시장은 무척 작고 선택의 폭이 넓다. 그러니
대량 생산은 불가능하고 핸드 빌드 제품들이 무척 많다. 결국 비싸고 다 들어보고 사긴 어렵단 얘기다.
그래서 음악을 듣는 시스템의 모든 것이 완성 되었다고 느낄 때쯤 한 번도 접하지 못했던 전혀 예상치 못한
스피커 메이커의 재생음이 이상적으로 다가와 혼란을 느낄 때가 있다.
핀란드의 펜오디오는 많진 않지만 무척 두터운 매니아층을 국내에서 확보하고 있다. 펜오디오가 아니면 절대 안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오디오파일들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 궁금하다고 느껴본 적은 있지만 솔직히 알고 싶진 않았다. 솔직히 관심 밖의 대상이었다.
<펜오디오 신포니에타는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사이에 4.4kHz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갖는다. 다른 메이커에서 쉽게 구현하지 못했던 기술이다. 이 부분에 대한 노하우가 펜오디오는 확실히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이로 인한 재생음의 완성도는 일반적인 스피커와 확실히 차별점을 갖는다>
펜오디오에 처음 호기심을 갖게 된 건 신포니아였다. 믿을 수
없었다. 2,000만원대에 키가 1미터 80센티에 가까운 초대형 스피커였기 때문. 펜오디오는 배플의 면적이
좁고 깊이가 깊은 캐비닛 디자인을 추구하는데 우퍼의 배치가 측면에 놓여진다.
여기서 펜오디오가 개념 있고 실력 있는 스피커 메이커라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대부분의 스피커 드라이버 유닛이 전면에 위치하는 이유는 지향성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고역으로 올라갈수록 좁아진다. 하지만 저역으로 주파수가 내려갈수록
소리의 지향성을 느끼지 못한다. 결국 리스닝 룸으로 구석구석으로 소리가 퍼져나간다.
진짜 황금귀가 아닌 이상 80Hz대 이하에서 소리의 방향성을
느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말 어렵다. 그리고 펜오디오의
캐비닛 디자인에서 드라이버간의 시간 정렬도 어렵다. 그래서 위상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좁은 배플 면적을
특징으로 잡아 해 중/고음에 있어 소리의 직접 복사를 완전에 가깝게 피해 가는 것도 좋은 음을 만드는
이상적인 구조다.
결과는 의도적으로 마케팅에 초점을 맞춰 디자인을 완성한 개념 없는 메이커와 달리 스피커 제작에 확실한 개념을
정리한 메이커라 판단 할 수 있다.
하지만 신포니아는 조금 달랐다.
처음 사진으로 신포니아를 봤을 떈 이건 ‘대박’이라고 생각했다. 1미터 77cm짜리
스피커가 2,000만원대 구입이 가능하다면 누구나 나처럼 여길 것이다.
<신포니에타는 아주 좁은 배플 면적을 가지지만 깊이가 무척 깊어 슬림하면서도 대형기에서 요구되는 큰 볼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과도한 저음이었다. 11인치 페이퍼 콘 우퍼를
캐비닛이 소화해내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실력은 부족했다. 그제서야
이 스피커의 무게가 70kg 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보게 되었다.
그렇기에 신포니아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까다로운 것이 존재할 것이다.
파워앰프의 매칭도 저역의 드라이브 능력이 무조건 좋아서도 안 될 것이며 공간도 잘 맞추지 않는 이상 깜짝 놀랄 재생음을 만나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됐다.
이 조건을 다 맞춘다면 신포니아 스피컨 세상에서 가격대 성능비가 가장 좋은 초대형기가 될 것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여기서 한번 펜오디오에 대한 열정이 꺼졌다.
그런데 매번 펜오디오 수입사에 다른 일로 방문할 때 눈에 들어온 모델이 있었다. 신포니에타였다. 신포니아에 비해 높이가 절반 보다 약간 큰 정도이며 11인치 싱글 우퍼였다. 처음엔 그렇게 썩 관심 있게 여겨지진 않았다.
그런데 이 스피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신포니에타가 시연 중일 때 시청실에 들어선 순간이었다. 현의 질감이 아주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착색이 다소 가미된
느낌이었는데 뭔가에 이끌렸다.
이후 제한적이지만 신포니에타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 스피커의
기본 틀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측면에 서브우퍼가 탑재된 스피커다. 배플 면적을 무척 좁게 설계해 소리의
회절이나 직접적인 복사는 무척 적다. 그만큼 중/고음은 자연스럽게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제약이 되는 것은 6인치 이상의 우퍼를
탑재할 수 없다는 문제에 직면한다.
이에 대한 해결법으로 측면에 서브우퍼를 설치하는 것이다. 캐비닛
용적은 무려 557mm에 이르는 깊이로 해결된다.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이 스피커는 3.5웨이 스피커다. 펜오디오는 특별 주문으로 시어스 엑셀 드라이버들을 사용하는데 1.2인치의
트위터로써는 무척 큰 드라이버 유닛과 2개의 미드우퍼 드라이버를 채용하면서도 이들의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4.4kHz에 설정했다.
이 정도 스펙이면 다른 메이커에서 ‘이상적인 만큼 우리도 해봤지만
주파수 응답이 완벽하지 않았다’ 라고 이야기 한다. 뭐, 자주 듣는 이야기니깐 잘 안다. 이상적인 조건은 인간의 청각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주파수가 1kHz 부근이고 대부분의 스피커 메이커가 2kHz나 2.5kHz에서 크로스오버 영역을 삼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연결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완벽하겐 현실 세계에선 불가능하다.
그래서 몇몇 메이커는 이 부근을 피해 4kHz 이상 대역에서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설정한다. 문제는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의 능력이다.
신포니에타처럼 4.4kHz에서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설정할 수 있는 것은 마그네슘 진동판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가볍고 강하다. 하지만 무조건 강한 것이
아니라 경도를 생각해 커스텀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페이퍼-콘으로 설명 되지만 댐프제가 발려있다. 11인치에 90dB 수준의 능률로도 상당히 깊이있는 저음이 나오지만 20Hz에 이르는 낮은 저음 재생을 위해 능률은 86dB로 설계 되었다. 그만큼 고신뢰의 베이스 드라이버이다>
이런 작업으로 크로스오버 대역은 4.4kHz, 200Hz, 85Hz로
설정하게 된다. 변태적인 크로스오버 주파수 설계다. 하지만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건 스피커 제작에 뭔가 아는 엔지니어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기존 스피커와
전혀 다른 음으로 완성 시킬 수 있었던 근본적 이유가 설명이 된다.
신포니에타는 확실한 장점과 단점을 가진다.
이 스피커가 재생하는 음의 최대 강점은 기타에 있다. 광채가
난다. 밝지만 곱다. 무척 예민하지만 신경질적이지 않다. 그렇기에 아주 정확한 선율로 다가온다. 여기에 음의 넘김이 무척
좋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클래식 기타의 통울림도 무척 자연스럽고 좋게 느껴졌는데, 스피커의 기본 설계에서 의도된 것인지 몰라도 울림의 컨트롤이 무척 잘되는 느낌이었다.
음을 잘 듣고 있는데 시어스 엑셀 드라이버 특유의 고역 특성을 느낄 수 있었다. 청감상 S/N이 무척 뛰어나다는 느낌이다. 소란스러운 느낌이나 고역이 약간의 히스음 처럼 들뜨는 느낌이 무척 적었다. 매칭하는
기기에 따라선 적막함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좋은 느낌.
그런데 이런 성향을 갖는 스피커의 최대 단점은 고역이 피어 올려야 하거나 튀어 올라야 할 때 쾌감을 실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포니에타의 경우 크로스오버 설계에 얼만큼 심혈을 기울였는지 판단하기 어려우나
이런 표현이 생각 이상으로 표현해냈다. 보통 이런 표현에 강점을 가지는 스피커들의 실력 만큼은 아니었지만
묘한 중독성을 가지게 하는 음 끝의 늬앙스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지고 만든 스피커’ 정도로 의미를 압축할 수 있었다.
그럼 신포니에타의 특징을 이해해 보자. 보통 대부분의 스피커의
트위터는 1인치 크기다. 이 보다 작은 크기는 초 고역을
위한 것이고 반대로 트위터 크기를 늘리게 되면 몇 가지 장점과 제약이 생기는데 장점은 울림이 더욱 자연스러워진다는 것이다. 다만 초고역 반응은 늘어난 질량만큼 떨어진다. 하지만 이걸 마그넷
시스템 효율(자력 밀도)로 극복하기도 하는데 헥사다임 마그넷
시스템으로 30kHz에 이르는 고역 반응을 이끈다.
하지만 이 정도쯤으로 이런 묘한 음이 완성되진 않는다.
<덕트는 금속재가 사용되었다. 스피커 터미널은 WBT의 최상급 제품, 그리고 슬림한 크기의 단점을 극복시킬 전용 받침대가 아예 고정되어 있다>
중고역을 6인치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로 4.4kHz 대역까지 끌어 올렸다는 것이다. 2kHz에서 4.4kHz 사이의 음을 1인치 트위터에서 울리는 것에 비해 6인치의 드라이버에서 재생하면서 완전한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훨씬
깊고 여운 있는 울림으로 소리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서라운드(엣지) 설계가 특정 방향으로 패턴이 나 있는데 이 역시 드라이버의
움직임에 있어 저항을 줄여 묘한 늬앙스를 가져다 주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런 기술적 이득은 금관 악기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사실
질감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자면 신포니에타는 분명 듣기 좋은 음으로 마무리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걸
장점으로 꼽고 싶은 것은 자극적이지 않고 온화한 느낌으로 재생해 준다는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첨예한 맛은 다소 부족하지만 무척 실키한 재생음을 들려주며 음의 입자도 무척 곱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만약 글을 읽는 당신이 신포니에타의 재생음에 꽂힌다면 당신은 그 어떤 스피커로도 펜오디오 신포니에타의 대안을
찾긴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다. 피아노 음은 그렇게 매력적이진
않다. 음이 무척 농밀하고 번지는 느낌은 없지만 광채가 돋진 않는다.
보통 1.2인치 트위터가 가지는 최대 장점은 피아노 음에 있다. 하지만 생각했던 만큼 잘 울려주진 못하는 느낌이었다.
이 부분은 제작자가 추구하는 음의 스타일을 나타내는 정도라고도 여길 수 있을지도..?
<펜오디오의 전유물이 되어버린듯한 마감. 무척 훌륭하다>
하지만 문제는 저음이다.
11인치의 페이퍼 콘은 내구성을 올리기 위해 댐프제가 발라져
있다. 페이퍼 콘을 보강해 가볍지 않다. 무척 강한 진동판이다. 당연하다. 왜냐면 85Hz 이하의
저역만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4층 구조의 보이스 코일은
언제든 깊고 큰 양감의 저음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냥 11인치
우퍼로 여기면 안 되는 것은 이 스피커의 능률이 86dB로 설계 되어 있어 초저역까지 재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능률을 희생시킨 이유는 4.4kHz의 크로스오버 영역을 완전하게
완성시키기 위한 일이 컸을 것이다. 그리고 덩달아 20Hz(룸
측정)에 이르는 저음을 구현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캐비닛이 이런 거대한 저음을 완전하게 잡음 없이 내기엔 부족한 것이 있다. 내 생각이다. 전체적인 밸런스에서 캐비닛의 울림이 어느 정도 필요했을
것이라 여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파워풀한 저음에선 문제 되지 않지만 가끔 연주에서 불필요하게 저음이
개입 된다고 느낄 때가 있었는데 크로스오버 설계의 잘못이 아닌 특정 대역에서의 불필요한 캐비닛의 울림 때문으로 여겨졌다.
만약 이런 울림을 제거하고 완벽에 가까운 저음 통제 능력을 보였다면 나는 이 스피커가 최고라고 누구에게나
이야기하고 다녔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매력을 갖추고 있다. (사견은 여러 가지 튜닝 값 중에서 단점을 안고 가더라도 이게 최상이라고 여겼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신포니에타에겐 마력과도 같은 매력이 현의 질감에 있다는 것이다. 이게 펜오디오 소리의 원동력이라면 원동력이겠다. 단순히 착색이라고만
여길 수도 없는 것이 녹음에 따라 묘하게 다르게 나타낸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소리의 색채를 분명하게
나타내지만 모니터적이라는 것이다.
이 음은 분명 1.2인치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의 크로스오버
영역인 4.4kHz 설계가 만들어낸 음이다. 현의 선율은
무척 깔끔하고 유연하다. 하지만 무척 고급스러운 늬앙스가 지속적으로 펼쳐진다는 것이다. 첨예하다고 얘기하기엔 무언가 다른 느낌이지만 첨예하다. 여기에 두께감의
묘사력도 좋다. 특히 비올라나 첼로에서 음의 높낮이나 활을 꺽을 때의 느낌을 무척 분명하게 살려준다. 이런 면에서 보면 분명 모니터적 성향도 함께 지니고 있는 것이다.
결과를 놓고 보면 신포니에타와 신포니아는 11인치 우퍼 하나를
더하고 빼기를 위함의 차이다. 하지만 음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그만큼
대형기를 위한 음 튜닝은 정말 어렵다.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신포니에타는 신포니아에 비해 매칭의 실패가 적고 더 쉽게 좋은 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추천하는 것은 음색을 고려해 컴포넌트(연결 기기)를 매칭하는 것이 좋다. 진공관 앰프와도 매칭을 고려해 볼 수 있겠는데
사실 기기보다는 케이블 매칭에 따른 효과를 더 크게 볼 수 있는 스피커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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