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와 관련해 옛 기억을 떠올리면 재미난 기억들이 많다. 실제
리뷰 기사를 작성하면서 무언가 언급해야 할 때 관련된 옛 기억들이 떠오르는데… 10년 전쯤 캐비닛의
통울림을 이야기 하면 다수가 보통 우리 스피커에 캐비닛의 통울림은 없다. 너의 리스닝 룸이 문제가 있다는
답변이 항상 돌아왔다.
이해할 수 없는 문제였다. 처음엔
덕트 설계에 실수가 있다고 느꼈지만 캐비닛의 문제였다.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 8년 전쯤인가? 지금은 존재하지 않은 스피커 메이커와 캐비닛 통울림과
관련해 전화로 논쟁한 적이 있었다. 그 스피커 부밍이 장난이 아니었다.
보통 캐비닛의 울림은 저음을 캔슬(없애버리는) 시키기도
하고 부스팅 시키기도 한다. 가끔 캐비닛 기술로 이것을 컨트롤 한다는 메이커가 존재하지만 반은 과장된
것이고 반은 가능한 사실이다. 실제 아주 작은 미드우퍼에 컴팩트한 캐비닛에 악기와 비슷한 개념을 도입해
캐비닛 자체의 울림으로 중저음을 크게 내는 스피커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본다면 캐비닛의 울림은
없는 것이 좋다. 왜냐면 결과적으로 이미 통의 울림을 이용해 소리를 내는 악기의 음을 녹음해 재생하는
것이 스피커이기 때문이다. 과거 MDF가 주를 이루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최근 스피커는 각양각색의 캐비닛 기술이 접목을 이루고 있다.
Bowers & Wilkins는
MDF를 사용하지만 밴딩 기술과 매트릭스 기술을 통해 캐비닛 내부의 스탠딩 웨이브를 억제하고 있고 알루미늄
캐비닛을 사용하는 스피커 메이커, 카본을 사용하는 스피커 메이커도 존재한다. 알루미늄 그리고 카본 캐비닛 기술을 이용한 메이커의 특징은 고가라는 것이다.
<RC7은 Rib Construction 캐비닛 설계와 더불어 배플 그리고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세라믹 드라이버로 구성 된다>
그런데 독일의 가우더 어쿠스틱은 새로운 발상을 통해 캐비닛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했다. 바로
Rib Construction 기술이다. 이 기술을 적용한
제품에 부여한 모델명도 RC인데 현재 모델은 베를리나 시리즈로 통일하였다. 그렇다면 Rib Construction 기술의 개념은 무엇일까?
실제 스피커는 MDF나 HDF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요즘 스피커 메이커들은 HDF는
사용하지 않는다. 저역 컨트롤을 위한 과도한 댐핑이 미드–레인지의
울림의 특성을 죽여버리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얇은 합판 여러 겹을 본드로 접착시켜 무척 두꺼운 캐비닛을
완성한다.
최근 하이엔드 스피커 무게가 100kg에 육박하거나
넘어서는 가장 큰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가우더 어쿠스틱은 색다른 발상을 선보였다. 캐비닛을 갈비뼈 형태로 여러 조각을 쌓아 올리는 형태를 취한 것이다. 확실히
좋은 아이디어이다. 이것은 그간 스피커 캐비닛의 거대한 면적들의 공진점이 저역에 맞춰져 대형기일수록
취약해져 결국 거대한 질량으로 축적되는 에너지에 대응할 수 밖에 없었다.
<RC7은 이와 같은 시스템으로 적층하여 캐비닛이 완성된다. 캐비닛 조각 사이에는 댐핑재와 본드로 접합하여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베를리나 RC 시리즈는 여러 조각을 통해 노출되는 공진 주파수를 바뀌어 버린 것이다. 물론
이것이 하나의 캐비닛을 이루면서 공진 에너지가 쌓이게 되지만 일반적인 캐비닛에 비하면 그 스트레스가 훨씬 덜하다.
이것이 오늘 리뷰하는 RC7의 기술이자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실제 틸 & 파트너의 세라믹 우퍼 드라이버는 경도가 무척
좋기 때문에 초저음의 재생에서 디스토션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그래서 쿵쿵~ 거리는 중저음이 아니라 우우웅~ 우우웅~ 거리는 초저음에서의 결이 어떤 우퍼 드라이버 보다 부드러운 편이다. 하지만
문제도 존재한다.
순간적인 큰 입력이나 지속적인 큰 진폭에선 강도가 확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 진동판에 크랙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보통의 스피커 메이커들이 세라믹 우퍼 드라이버를 2발이나 3발로
설계하는 경우가 많다. 팀워크의 개념으로 그만큼 적은 진폭에서도 낮은 저음을 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세라믹 우퍼 드라이버 채용 스피커의 경우 캐비닛의 완성도가 그만큼 중요해진다고 볼 수 있다. RC7은 7인치 우퍼 3발이
사용된다. 실제 단일 우퍼로 환상해도 상당한 대형 우퍼와 면적이 비슷해지지만 제한된 지향 범위 내에서
저음의 능률은 상대적으로 더욱 높아짐으로 트리플 우퍼 설계의 이점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RC7은 캐비닛 내부에 작용되는 공진 문제뿐 아니라 세라믹 우퍼가 마운트 되는 배플의 재질을 개선시키는 작업까지
함께 이뤘다. 가우더 어쿠스틱스 이에 대한 정확한 재료를 밝히고 있지 않는데 결과적으로 돌과 그 성질이
비슷하다.
<RC7의 캐비닛은 단순히 적층 형태가 아니다. 파란색 립의 조각은 캐비닛 강도를 높이기 위한 보강목으로 사용되며 빨간색 립은 미드레인지와 우퍼 모듈, 크로스오버 회로 사이의 공간을 만들며 분리하는 역활을 가진다>
실제 우퍼는 내부에 작용되는 공진뿐 아니라 드라이버가 움직이면서 진동을 발생시킨다. 하나의 배플에 마운트 되어 있다면 그 영향은 중역과 고역에 고스란히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투명도나 해상력에서 손해를 가져다 준다. 하지만 RC7에 채용된 배플의 재질은 Rib Construction 캐비닛
기술과 접목되어 다이아몬드 트위터나 미드레인지 세라믹 드라이버가 표현할 수 있는 투명도나 해상력을 잘 표현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 거의 모든 스피커는 기본적으로 스파이크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기본 옵션으로 제공한다. RC7은 스파이크가 스피커 시스템 자체에 채용되어 있으며 측면에서 좌/우로
돌려 높이 제공 기능을 제공해 바닥에 아주 견고히 설치가 가능, 댐핑에 도움 조금 더 타이트한 저음
컨트롤이 가능하다.
RC7은 상당히 다양한 옵션의 선택이 가능하다. 스피커
터미널 구성에 있어서 싱글 접속과 바이 접속이 가능한데 국내에선 바이 접속을 기본 채용해 수입된다. 그
외에도 세라믹 트위터가 기본 스펙으로 0.75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1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 채택이 가능한데 국내에선 0.75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가 기본적으로 채용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0.75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는 90kHz에 이르는 초고역 특성을 얻을 수 있고 1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는 50kHz 수준의 초고역 특성까지 얻을 수 있다.
장/단점으론 0.75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는
고역에서 지향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다는 것이다.
<시청 공간에 따른 저음의 양감의 밸런스를 조절할 수 있다 중심으로 부터 +/- 1.5dB의 조절이 가능하다>
그리고 1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는 고역 에너지의 직선성이 면적 보다 좀 더 특성이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향 범위는
상대적으로 0.75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 보다 좁아지기 때문에 스피커 특성에 따라 옵션을 달리 할 수
있다. RC7의 특징은 캐비닛 기술과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세라믹 드라이버가 결합된 것 뿐은 아니다.
아주 독창적인 크로스오버 설계를 바탕으로 한다. 우선 이 스피커가
3웨이 구조라고 밝히고 있지만 2.5웨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미드레인지와 베이스의 크로스오버 포인트가 170Hz다. 중저음의 펀치감 보다는 청각적으로 자연스러운 저음을 재생하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
중요한 것은 이 스피커의 크로스오버 감쇄 특성이 옥타브당 -50dB(아주 급격하게 주파수가 꺾인다)에
이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중저음에 풍성한 저음을 재생하고자 초점이 맞춰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설계가
가능한 이유가 바로 Rib Construction 캐비닛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캐비닛을 설계하고 여기에 맞춰 음을 튜닝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소리가 날까? 한국에서 가우더 어쿠스틱이 유명해진 이유는 아라바라는 스피커 때문이다. 현재는 V2 모델이 생산 중에 있는데 9인치 트리플 우퍼로 캐비닛 볼륨도 상당하다.
문제는 RC7과 비교해 과도하다 느낄 정도로 파워풀한 저음을 쏟아낸다. 상대적으로
아라바쪽이 양감도 좋고 깊고 두터운 현의 선율을 만들어주지만 저음의 투명함은 RC7쪽이 확실히 앞선다. 상대적으로 저음의 양감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다이아몬드의 고역 특성과 세라믹 드라이버의 특징은 RC7 쪽이 더 잘 나타낸다.
세라믹 드라이버로써는 이례적이라 할 만큼
나긋나긋한 음색과 선이 일그러지지 않는 고역 특성을 기기 매칭과 크게 상관 없이 잘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폴리니의 피아노 연주가 일반적인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세라믹 드라이버의 조합에선 어딘가 모르게 조금 과격하거나 신경질적으로 들리는 경우가 있는데
RC7에선 피아노 건반의 터치의 능숙한 면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세라믹의 조합은 해상력이 과도하다고 느낄 수 있을 만큼 좋지만 스피커 설계 완성도가 따라주지 않으면 이런 해상력이 피곤하다고 느낄 정도의
산만한 느낌이 동반한다. 이런 점에서 RC7은 기존 세라믹
스피커와 확실히 비교 된다.
확실한 것은 바이–앰핑을 통해
RC7을 구동하면 더욱 차분한 다이아몬드 트위터 특성을 들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베를리나 RC 시리즈는 가우더 어쿠스틱의 탑 라인업에 위치하는
제품인데 재생음의 품질에 초점을 맞췄다는 느낌은 분명해 보인다. 베를리나 시리즈 중 가장 합리적인 가격대라는
것도 RC7의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수입원 : 인베스트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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