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 메이커가 헤드폰 시장을 노크하기 시작했다. 수 많은
하이파이 메이커가 헤드폰 출시를 함께하고 있는데 주목해야 할 점은 이것이 유행이라는 것이다. 시장이
존재하면 그 파이를 나눠먹기 위해 달려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재생 음악은 예술을 바탕으로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에겐 비즈니스인 부분이 있다.
물론 몇몇 하이파이 메이커들은 돈을 버는 목적 보단 열정을
불사르는 메이커들도 있다. 대다수의 경우 이런 메이커가 잘 되는걸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오늘의 오디오퀘스트와 같은 메이커일 것이다. 2년 전
오디오퀘스트를 방문 했을 때 그들은 나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해줬다.
자신들이 전원 장치를 개발 중에
있고 헤드폰 개발까지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Bowers
& Wilkins와 같은 하이파이 스피커 전문 메이커들도 출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기하진 않았다. 하지만 의외였던 것은 하이파이 케이블 메이커가 이 분야에 뛰어 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2년 전부터 계획했다고 했다. 출시가 언제쯤 이뤄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2014년 여름즈음이라고
했다. 자신들은 출시 기한을 두고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완벽하게 디자인이 마무리 되는 시점을
출시 시기로 본다는 것과 개발자에 단 하나에 푸쉬도 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품을 개발하는데 있어
약간의 부담이 완성도를 해칠 수 있다는 경영 철학 때문이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오늘 리뷰할 제품인
나이트 호크 헤드폰이다. 리뷰를 통해 꼭 알리고자 하는 것은 하이파이 메이커가 노리는 헤드폰 시장은
모바일 시장이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폰을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그런 제품 군이다. Bowers & Wilkins의 제품들도 그러하다. 헤드폰 앰프가 필요한 헤드폰 시장보다 월등히 크기 때문이다.
리뷰를
시작하기 앞서 결과부터 이야기 하자면 나이트 호크는 1,000달러 미만의 헤드폰 중에서 가장 잘 만들어졌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다. 그 이유를 리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나이트 호크에 채용된 50mm 바이오 셀룰로오스 진동판. 일반적인 헤드폰에 채용되는 진동판에 비해 가볍고 주파수 응답 특성도 좋다>
헤드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설계 이전에 드라이버 유닛에 있다. 나이트
호크 헤드폰의 경우 기존의 전통적인 헤드폰 드라이버 유닛 설계를 탈피했다. 기존 헤드폰 드라이버 유닛들은
분명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자기 회로 방식이던지 진동판의 재료와 같은 방식이다.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것은 나이트 호크를 설계한 스카일라 그레이라는 엔지니어의 설계 사상이다. 그는 경쟁 제품이라 할 수 있는 대부분의 헤드폰 메이커가 40mm의
진동판을 사용한다는 것을 생각했다. 왜 40mm일까? 왜 꼭 40mm일까? 답은
드라이브 능력이 있다.
헤드폰 역시도 가볍고 단단한 재질이 넓은 주파수 대역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물리적인 것은 어쩔 수 없다. 별도의 헤드폰 앰프 없이 구동해야
하며 300옴이나 600옴이 아닌 32옴 이하로 휴대용 플레이어와 결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트
호크는 이런 제품들에 허를 찌르는 설계를 했다.
바이오 셀룰로오스 재질의 50mm 진동판을 탑재했다. 기존의 대부분 헤드폰 메이커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마일러 수지는 가볍지만 중고역에서 들뜨는 성질이 있다. 바이오 셀룰로오스는 경도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중고역에서 대단히 평탄한 특성을 얻을 수 있으며 저역에서 디스토션도 적다.
<진동판 후면에 보이스 코일>
하지만 진동판이
40mm로 결정 되었어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50mm로
결정한 것은 신의 한 수와도 같다. 40mm 드라이버 헤드폰과 비교해 50mm 드라이버가 같은 주파수 특성에 진동판의 피스톤 움직임이 훨씬 작아도 되기 때문이다. 40mm 드라이버와 비교해 덜 움직여도 같은 음압과 주파수 특성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한 스텝 더 낮은 디스토션 특성을 얻을 수 있다. 헤드폰에선
아주,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 같은 조건에서 40mm 보다 50mm는 무겁다. 확실히
구동이 어려운 조건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상적인 조건에 따르는 문제점을 Split-Gap이란 자기 회로 기술을 통해 얻어내고 있다. 헤드폰의
드라이버 기술의 발음 방식 구조는 일반적인 하이파이 스피커 드라이버와 같다.
차이가 있다면 디자인이
다르다는 것이다. 쉽게 얘기해 헤드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드라이버 구조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마그넷
구조나 보이스 코일의 구조는 다소 다르다. 하지만 발음 방식은 같다.
중요한 것은 최근 드라이버 유닛 기술에서 마그넷 회로의 디자인이 무척 중요해 졌는데 자력의 밀도를 올려 보다 정확한 피스톤 모션을
얻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이트 호크는 두 개의 폴 피스 사이에 마그넷이 설치 되어 있는데 탑
폴 피스쪽에 홈을 파둬 자력의 집중을 유도한다. 보이스 코일과 그만큼 더 밀접해져 보다 정확한 피스톤
모션을 얻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은 스피커의 드라이브 능력은 파워앰프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전부는 아니다. 드라이버의
진동판을 움직이는 것은 자기회로이며 파워앰프는 그 다음의 얘기이다.
결과적으로 나이트 호크가 50mm를 채택하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은 자기 회로의 뛰어난 설계를 통해 해결 했다고 볼 수 있으며 이것은 좀 더 좋은 재생음을 얻을 수 있는 기술적 요소가 된다. 참고로 Split-Gap은 오디오퀘스트의 특허이다.
<오디오퀘스트의 특허 기술 Split-Gap, 가운데 회색 부분이 자석이며 위 아래로 폴이 구성되어 있다. 윗쪽 폴쪽에 홈이 난 것이 Split-Gap 이다>
이 외에도 나이트 호크에 대해 감탄해야 할만한 기술들이 많다. 밸런스드
에어 플로우 기술도 이 중 하나인데 기존에 무시되어 왔던 부분들에 대한 대폭적인 개선이다. 스피커의
캐비닛 기술과 밀접한 부분이다. 쉽게 설명해 캐비닛 용적이 넓으면 저음이 평탄하게 떨어진다.
반대로 캐비닛 용적이 우퍼 드라이버 대비 작으면 중저음의 양감이 많아진다. 물론
덕트 디자인 스피커라 할지라도 말이다. 50mm의 진동판을 채용한 나이트 호크도 링 형태로 홀을 뚫어
두었다. 진동판이 싸인 음악 신호에 맞춰 앞/뒤로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배압을 줄이기 위한 것이며 큰 볼륨으로 음악을 듣는다거나 저음이 지속적으로 재생될 때 진동판의 움직임의 폭이 커지는데 이때 보다 정확한
움직임을 유도할 수 있게 된다.
즉, 큰 볼륨에서의 디스토션도
상당히 해결하고 있다. 이 에어 플로우는 홀에 의한 벤틸레이션의 성격을 띄지만 바깥쪽에 흐름을 조절하기
위한 별도의 벨트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 흐름은 수학적인 정확한 계산에 의해 이뤄졌다. 그렇기 때문에
초저음의 재생에 문제가 전혀 없다.
정말 판타스틱하다. 처음 설명을 듣고선 헤드폰의 가격이 가볍게
1,000달러 초반 대에 형성 될 것이라 예상했다. 굉장히
복잡하고 구조가 생산이 쉽지 않은 디자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디오퀘스트의 창업자 윌리엄 E. 로우는 엔지니어이면서도 경영 마인드가 탁월하다.
오디오퀘스트의
헤드폰 시장 진입에 있어 단숨에 탑 포지션에 진입하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보아도 무방할 듯 싶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이야기는 선택적 레이저 소결 방식의 3D 프린트 기술로 제작된 그릴의 채용은 인상적이다. 이론은 이렇다. 빛을 무지개 빛으로 확산시키는 다이아몬드 큐빅 격자를
모티브로해 마이너스 음을 분산시켜버리는 것이다.
<3D 프린팅 기술이 적용된 다이아몬드 큐빅 디자인의 그릴. 세미 오픈백 디자인에 완벽한 완성도를 가져다 준다>
마이너스 음에 의한 왜곡이나 공진을 확실히 해결하는
기능적 역할을 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은 더욱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이 디자인으로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3D 프린팅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오디오퀘스트는 완벽한 세미 오픈–백이라
이야기 할 수 있는 헤드폰으로 완성 시켰다는 점과 요즘은 헤드폰 매니아들 사이에선 필수가 되어버린 케이블 교체에 대해 오디오퀘스트의 전문 분야이며
나이트 호크에 상급의 케이블이 기본 제공된다는 점에서 만족감은 극에 달해진다.
PSC+ 선재를 기본으로
채택한 것으로만도 만족스러운데 폴리에틸렌 절연체와 카본 베이스의 노이즈 소멸 시스템, 그리고 은도금
단자 채용으로 고음질에 확실히 다가 서 있다. 그리고 레드–카퍼(동)와 베릴륨–동 베이스의
금속에 클래드 실버 코팅에 1/4인치 – 3.5mm 헤드폰
어댑터도 준비되어 있다. 완벽한 구성이다.
오디오퀘스트가 처음 헤드폰을 개발한다고 할 때만 하더라도 케이블을 가지고 승부할 것이라는 오해를 가졌었다. 기대가 안되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런 생각은 나 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이트 호크를 처음 듣게 된 것은 한국에서 열린 2015 국제 하이엔드 오디오 쇼가 아닌 두 달 뒤인 뮌헨 하이엔드 오디오 쇼에서였다. 메리디안 헤드폰 앰프와 결합된 나이트 호크의 소리는 초저음 재생에서 나를 놀래켰다.
사실 수많은 헤드폰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최고가의
다이나믹 헤드폰부터 정전형 헤드폰까지 그리고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한정판 진공관 헤드폰 앰프까지 들어볼 기회가 존재했다. 웃기는 이야기가 되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감 높았던 헤드폰은 젠하이져의 HD800이었다. 이보다 해상력이 뛰어나고 더 세밀한 음을 표현하는 고가의 헤드폰은 많지만 균형 잡힌 밸런스와 오래 들어도 피로도가
많지 않은 이유에서였다.
<밸런스드 에어 플로우 기술, 진동판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하며 공기 흐름을 정확히 계산한 펠트가 사용 된다. 제품의 정밀도를 확인할 수 있는 디테일한 설계다>
하지만 나이트 호크를 통해 들었던 헤드폰의 음은 새로운 영역이었다. 우선
저음의 에너지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정확히 넓은 공간의 공기를 매질로 음을 듣는 것과 귀에 밀착되어
들리는 음은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트 호크가 재생하는 초저음의 느낌은 단단한 캐비닛에
여러개의 우퍼가 탑재된 스피커에서 듣던 것과 맛이 비슷했다.
쿵~쿵~ 거리는 저음이 아니라 우웅~ 우우웅~ 결이 살아있는 저음이다. 팝에선 더할 나위 없는 끝내주는 그루브를
연출했고 오케스트라에선 저음현의 두께감이나 팀파니, 대북의 연주에서 단순한 펀치감이 아니라 음을 아래에서부터
힘있게 받쳐주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중역과 고역 특성도 기존에 내가 사용하던 페이퍼 소재의 헤드폰과 비교하면 비교 불가였다. 다소 음이 가볍다고 느껴졌던 불만들에 대해 우위에 청감상 정보량과 음의 밀도가 느껴졌던 것이다. 리뷰를 위해 음악을 듣는 내내 헤드폰으로 듣는 음악의 맛에 대해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유일한 단점도 존재한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에 3.5mm 플러그를 통해 직접 듣게 된다면 저음이 터지려다 이내 사라지는 구동력의 아쉬움을 이내 맛 볼 수 있다. 뭐 사실은 아쉬운 것은 저음일 뿐 그 외의 재생음은 수준 이상이다. 직접
연결에선 아이폰 보다 아이패드 미니의 음이 좀 더 낫고 아이패드 애어를 통해 연결하면 저음의 구동의 아쉬움은 크게 개선 된다.
<주파수 재생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비주얼 그래프, 좌측이 나이트 호크의 진동판의 응답 특성이며 오른쪽이 일반적인 드폰 진동판의 특성이다. 좌측은 무척 균일하며 피크가 없지만 오른쪽의 경우 특성 주파수 대역에서 심한 피크를 확인할 수 있다>
아웃도어에서 활용할 수 있게 설계 되었지만 집에서 성능을 100% 발휘하기
위해서는 헤드폰 앰프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디오퀘스트에서 드래곤 플라이와 조합하면 구동 능력이
거의 해결된다는 점과 곧 나이트 호크를 완벽하게 구동할 수 있는 드래곤 플라이의 신형 모델이 출시 된다면 합리적인 비용으로 고음질을 즐길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리라 생각한다.
사실 요즘은 3.5mm 플러그 출력으로 1와트의 출력을 갖는 USB 스틱형 DAC나
포터블 기기들이 있다. 물론 스마트 폰도 존재한다. 이렇게
아날로그 출력에 특화된 기기들과 조합을 한다면 나이트 호크를 소유하는 것 만으로도 대단한 흥을 일으킬 만한 재생 음악의 세계를 접할 수 있게 된다.
리뷰를 작성하는 내내 이런 생각을 해봤다. 내게 만약 음악을
좋아하는 자녀가 있다면 꼭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 말이다. 요즘처럼 이어폰으로 몇 주 음악을 듣고 잊혀지는
시대에 재생 음악의 참 맛을 깨우쳐 줄 수 있는 헤드폰 시스템이라 평가하고 싶다.
짧은 평
무척 기술적인 만듦새지만 합리적 가격, 구동이 다소 어렵기 때문에 고출력에 특화된 기기와 매칭시 잠재력을 맛보게 됨.
합리적인 비용에 고음질을 얻길 원하는 입문자나 자녀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헤드폰
수입원 – (주)로이코
02-335-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