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음악 듣는 것이 즐겁다. 사실 나는 집에서 음악을 즐기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왜냐면 밖에서 음악 들을 일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수입사의 하이파이 시스템, 또 다른 수입사의 하이파이 시스템, 또 가끔은 회원 분 하이파이 시스템을 들을 날도 있다.
이렇다 보니.. 집에 돌아와서 음악을 듣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땐, 그냥 티비를 켜고 10분
정도 보다가 끄고 잠에 들거나 다 하지 못한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어느 때 보다 내 시스템의 소리 만들기에 열중이었던 나는 점차 길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재생음에 만족감이 높아졌음에 만족하여 올 여름엔 선풍기를 동작시키면서 레코드 재생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요즘엔 일을 마치고 귀가하거나 약속이 있어 외출 후 귀가해도 꼭 시스템을 한 번씩 켜 레코드 재생을 한다.
요즘엔 레코드 음악을 듣는 일이 정말로 즐겁다.
올해에 이상한 일이 또 있다. 사실 내 주변엔 하이파이에 입문한지
꽤 되었거나 열정으로 가득 찬 오디오파일로 불리는 이들이 많다. 그렇다 보니 항상 최신 제품에 대한
의견을 내게 자주 묻는다. 그런데 요즘은 앞서 언급한대로 약간 생소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들의 지인들이 하이파이에 입문을 원해 이와 관련된 이야기로 말이다.
그래서 어떤 시스템이 가장 좋겠냐고 물어오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하이파이에
새로 입문하려고 하는 이들은 시스템의 완성도 보다는 시스템을 구입하는데 예산에 이미 정해져 있다. 그렇다
보니 시스템 구성이 쉽지 않다.
마치 가구를 배치하려 하는데 가구를 놓을 공간을 보지 못하고 가구를 구입해야 하는 느낌이랄까? 뭐 어느 때 보다 까다롭다. 그런데… 입문자의 입장에서 고려하다 보니 하이파이 컴포넌트 가격들이 정말 장난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파이가 좀 더 대중화 되었더라면.. 그래서 1,000만원에 지금 1억원을 써야 얻을 수 있는 재생음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갖는다. 물론 1,000만원이라는
돈도 엄청난 돈이긴 하다.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취미다. 나는 이미 미쳤고
중증환자 수준이지만…
그렇다 보니 입문자들이 본격적으로 하이파이에 제대로 된 맛에 빠질 수 있는 제품이 없을까? 종종 찾아보게 된다. 물론 합리적인 가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제품 말이다. 여담이지만 눈에 들어온 제품 중 하나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파라사운드사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였다.
물론 오늘의 리뷰 제품은 파라사운드사의 분리형 앰프로 JC2BP 프리앰프와
A21 2채널 파워앰프이다. 파라사운드는 하이파이에 입문한지 15년 이상 된 오디오파일이라면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하이파이 브랜드이다.
디자인을 이렇게 오래도록 한결같이 지켜 나가는 브랜드도 없을 것이다. 또한
내부 회로도 마이너 업데이트가 종종 이뤄졌겠지만 그들만의 전통적인 회로는 크게 변경하지 않고 이어나가고 있다.
우선 JC2BP의 스펙을 살펴보자. 사실 프리앰프로써 기능성은 셀렉터와 볼륨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단순히 그렇게 치부할 수 없다. 프리앰프가 시스템의 음색을 크게 좌우하고 있고 수 많은 오디오파일들이
그 중요성에 대해서 인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리앰프에 차동증폭 회로의 품질이 무척이나 중요해졌다.
JC2BP는 일반적인 프리앰프의와 비교해 크게 특징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내부를 살펴보면 상당히 모범적으로 설계된 프리앰프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우선 볼륨부는 가변저항에 의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최근 들어
하이엔드 프리앰프의 경우 가변저항 방식을 택하기 보다는 디스크리트에 의한 FET 방식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가변저항 방식은 낮은 볼륨 영역에서 볼륨의 좌/우에
편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JC2BP에 사용된 가변저항 방식의 볼륨은 A사의 B 볼륨으로 수 많은 하이파이 메이커에 의해 널리 사용된 제품이다.
또한 파라사운드는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통해 낮은 볼륨 구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볼륨의 좌/우 편차를 억제해내고 있다.
여기에 JC2BP는 듀얼 모노 회로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 실제 하이파이 컴포넌트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좌/우 채널의
혼선이다. 그래서 하이파이 컴포넌트 스펙에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용어가 듀얼 모노 디자인인데 이것은
좌/우 채널의 간섭을 의미하는 크로스토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디자인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론 똑 같은 회로가 좌/우로 나뉘지만 JC2BP는
상/하로 나눠 간섭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막고 있다.
이 외에도 프리앰프로써 입력 단자 역시 풍부하다. 2개의 밸런스
입력과 더불어 6개의 언밸런스 입력을 지원한다. 여기에 밸런스
출력 1계통과 언밸런스 출력 1계통을 지원하고 있어 독립적인
프리앰프로써 기능성도 수준급이다.
여기에 홈시어터 사용자들을 위해 언밸런스 출력과 밸런스 출력에 바이패스 기능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JC2BP 설계에 가장 완성도 높은 부분이라고 설명하고
싶은 곳은 바로 전원부다.
일반적인 프리앰프의 85% 이상이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사용한다. 가장 일반적인 디자인이기 때문에 제작 가능한 곳도 많고 제작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물론 커스텀 스펙으로 제작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지만…
JC2BP는 이와 같은 디자인을 넘어 R코어 디자인에 트랜스포머를 탑재하고 있다. 토로이달 방식에 비해 스피드가
조금 떨어지지만 노이즈 레벨은 확실히 낮다. 또한 일반적인 프리앰프 거의 모두가 A급 증폭 회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R코어 트랜스포머의 장점은 더욱
살리고 단점은 억제할 수 있다.
그리고 R코어 트랜스포머가 상대적으로 고가인 점을 생각해 보면
제작자가 JC2BP에고 구현하고자 하는 음색이 무엇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JC2BP와 짝지어 리뷰했던 파워앰프는 A21이다. 상당한 크기를 가진 A21은
그 무게만도 27kg에 이른다. A21은 8옴에서 250와트의 출력을 낼 수 있는데 4옴에선 400와트의 출력을 낼 수 있다. 그리고 브릿지 설정으로 모노럴 파워앰프로 사용이 가능한데 이 경우 8옴에서
750와트의 출력을 낸다.
흥미로운 부분은 전원부가 8옴과 4옴이 정비례로 증가하진 않지만 채널당 순간 60암페어를 출력할 수
있다는 점이다.
A21은 JC2BP 프리앰프와
마찬가지로 파워앰프로써 몇 가지 특징을 갖추고 있다. 비교적 고속으로 동작하는 베타 매치된 15암페어 스펙에 바이폴라 아웃풋 트랜지스터를 사용한다는 것과 하이 바이어스를 기반으로 A급 동작과 AB급 동작이 가능하다는 부분. 그리고 회로 경로에 캐패시터가 없는 다이렉트 커플드 회로로 완성되었다는 점이다.
다이렉트 커플드 회로는 비교적 우수한 해상력과 청감상 정보량을 선사해주는 디자인으로 최근 들어 파워앰프에
각광받고 있는 회로 방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A21에 특이한 이력이 있다. 바로 이 파워앰프가 THX Ultra2의 인증까지 얻어냈다는 사실이다. 2채널이지만 멀티 채널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후면에 게인 조절 기능까지 갖춰 두었다.
JC2BP 프리앰프와 A21 파워앰프
조합을 리뷰하기 위해 선택한 스피커는 마일스5였다. 사실
우려가 된 부분은 세라믹 드라이버가 채용된 스피커는 앰프와 매칭이 탁월하지 않을 경우 다소 경질에 가까운 소리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인데 결론은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마일스5 스피커가 모니터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첫 인상은 소리가 무척 예쁘다는 느낌이었다. 음의 입자감은 소리결에
펄이 적당히 느껴질 정도의 크기였다. 중고역의 입자감은 약간 크게 느껴졌지만 대신 청럄감도 다소 부드럽게
간질이 듯 표현 되었다.
하지만 마일스5의 모니터적인 성향 때문인지 사운드 스테이지는
비교적 선명하게 펼쳐지진 않았다. 대신 악기의 배열이 상대적으로 분명하게 위치감을 나타내 주었고 포커스가
다소 얇지만 분명하게 표현되었다.
음색은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자연스럽게 표출되었다. 이건 JC2BP가 가진 전원부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부분이라고 생각되었는데 안타깝게도 칼 같은 해상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것이 단점으로만 작용되지 않았다. 마일스5 스피커를 통해 상당히 부드럽고 편안한 음색과 마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온화한 음색이다.
이런 느낌은 오래간만에 달달한 비스킷을 먹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 주었다.
설계자가 철저하게 의도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또 그렇지 않다고도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겼지만 확실한 것은 이것이 파라사운드의 음색이라
여겨졌다.
전반적으로 해상도가 좋은 스피커와 잘 어우러지는 느낌인데 날이 서기 일수인 성향에 스피커를 아주 잘 다듬어
낼 것 같다.
현의 질감은 상당히 끈적하게 표현해 냈다. 그런데 이런 느낌은
브러시를 살짝 비비는 질감 묘사에서 더욱 극대화 되었다. 저음도 적당한 양감을 배경으로 상당히 둥글게
묘사해 낸다.
확실히 파라사운드와 같은 음색의 앰프 시스템은 현의 질감 표현에 상당한 쾌감을 선사한다. 선은 얇지만 비브라토의 분명한 표현력이나 낑낑대는 느낌 말이다. 듣다
보면 상당히 오래된 마크 레빈슨의 20번대 시리즈를 연상시켜 내기도 했다.
파라사운드의 제품이 한 동안 수입되지 않아 브랜드 이름에 대해 생소하게 느낄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파라사운드는 전통 있는 메이커로 로하스 계열의 스피커의 음색에 취해 있거나 이들 스피커에 끈적함을 더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일수도 있겠다.
수입원 – (주)샘에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