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 스피커가 발음 방식을 바꾸지 못하고 있지만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변화를 누군가는 엄청난 변화라고 이야기하겠지만 누군가는 요~만큼
바뀐 것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이파이 시스템이나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장 큰 비중을 두는 부분은 스피커일 것이다. 시스템 구성 중 가장 존재감이 넘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스피커가 시스템의 음질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건 절반은 맞고 절반은 맞지 않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스피커에
드라이브 유닛을 움직이는 것은 아날로그 사인파에 의한 것이고 가장 이상적인 피스토닉을 얻고자 한다면 깨끗한 아날로그 사인파를 입력 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재생음의 물리적인 주파수 범위는 진동판이 넓을수록 좋다. 이는
물리적으로 크기가 큰 스피커가 더욱 깊고 파워풀한 저역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공기를 매질로 삼아
인간의 고막을 울리는 과정에서 넓은 면적으로 공기를 많이 밀어낼수록 음압이나 재생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두 가지 중 하나다. 넓은 면적 또는 앞/뒤로 크게 움직이는 것.
문제는 앞/뒤로 크게 움직이는 것 보다 넓은 면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좋다. 하지만 여기선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바로
높아진 질량으로 인해 물리적인 움직임이 떨어지게 된다. 100미터 단거리 질주에 똑 같은 근육량을 가진
두 육상 선수 중 한쪽은 70kg에 몸무게를 또 다른 한쪽은 100kg
몸무게가 나간다고 했을 때 당연히 가벼운 육상 선수가 더 빨리 들어올 수 밖에 없다.
진동판 역시 그렇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15인치 싱글 우퍼 보단 8인치 더블 우퍼나 10인치 더블 우퍼로 스피커를 설계하는 것이 마치 약속이라도 하듯 모두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저음을 크게 낼 수 있는 드라이브 유닛 구성만 10인치
더블이나 9인치 트리플 우퍼가 된다고 해서 좋은 스피커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피커의 유닛은 앞/뒤로 움직이며 재생음을 만들어
낸다.
<자비안이 자랑하는 인피닛 디자인의 실체이다. 아주 정교한 구성이다>
그리고 이러한 동작 원리는 사인파라고 하는 주파수에 의해 움직이는 것으로 플러스 180도 마이너스 180도의 그래프를 갖추고 있다. 이 둘의 관계는 쌍둥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우리가 진동판이 앞으로 움직이면서 공기를 매질로 삼아 고막이 움직이면서 음으로 느끼는 부분이 진동판이 반대로
움직이면서 스피커 캐비닛 안쪽으로 똑 같은 음이 나오게 된다.
단지 이 둘은 위상만 정 반대일 뿐이다.
여기서 스피커 캐비닛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모든
전자기기 재생음에는 위상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사람의 목소리나 자연의 목소리에 위상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이파이 스피커나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에서 위상 처리는 굉장히
복잡한 문제로 통한다. 하지만 지금 이야기 하고 있는 사인파의 위상 충돌은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이다. 플러스 180도의 음악 신호와 쌍둥이라 볼 수 있는 마이너스 180도의 음악 신호를 부딪치지 않게 해주기 위해서 스피커 캐비닛이 존재하는 것이다. 즉, 둘 중 하나를 가두는 것이다.
문제는 모든 소리에 어떤 물질이든 공진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듣는 20Hz에서 20kHz에 이르는 주파수가 스피커 캐비닛
내부에 쌓일 수 밖에 없고 이는 캐비닛에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하게 된다. 이것이 캐비닛의 착색, 통울림이 되는 것이다. 세상에 통울림이 없는 스피커는 존재하지 않는다. 메탈 스피커 역시 MDF 스피커와 다른 공진 주파수에 노출되어 있다.
이렇게 쌓이는 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디자인이 바로 덕트형 디자인이다. 저음 반사형 스피커로 위상을 180도 반전시켜 위상 충돌 없이 3웨이 기준으로 제 4의 우퍼처럼 위상 정합시켜 저음을 확장시켜 준다.
문젠 이러한 디자인이 말은 쉽지만 실제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제 아무리 잘 설계된 스피커라도 공간에 따라 스탠딩 웨이브를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여전히 캐비닛의
착색은 존재하며 덕트의 위치나 구경에 따라 예상치 못한 착색을 더 만들어 낼 수 있다.
<콰르타 스피커에는 Made in Italy. 즉, 이태리에서 생산하는 자사의 최상급 드라이버가 사용된다>
이와 함께 제시되는 또 다른 디자인이 밀폐형 스피커 디자인이다. 영어로는
어쿠스틱 서스펜션이다. 마이너스 180도에 의한 재생음을
완전히 캐비닛에 가둬버리자는 것이다. 하지만 통울림은 여전히 존재하며 저음의 효율도 떨어진다. 그런데 이 디자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인피니트 배플 디자인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밀폐형이면 밀폐형이지 인피닛 배플이라는 것은 뭐지?
한글로 직역하면 무한 배플이다. 그렇다면 또 무한 배플이라는
것은 뭐지?
앞서 나는 스피커 캐비닛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캐비닛이
존재할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도 설명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무한 배플이다. 배플은 스피커 드라이브 유닛을
장착하는 앞 부분을 말한다.
그런데 이 배플을 무한대로 키우면 회절이 아주 잘 일어나는 저음대역의 주파수도 플러스 음악 신호와 마이너스
음악 신호가 만날 수 없게 된다. 그럼 주파수 상쇄도 일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주파수 파장에 따른 길이를 잘 계산해야 한다. 왜냐면 실제 무한한 배플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100평대 아파트 거실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리뷰 페이지를 장식할 자비안의 콰르타 스피커는 이런 디자인의 스피커가 아니다. 과거 브리티쉬 메이커들이 추구하던 클래식한 박스형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인피닛 디자인이라고 이야기 하는 걸까?
정확하게 무한 배플이라 이야기 할 수 있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캐비닛 내부로 작용하는 마이너스 180도의 음악 신호의 출력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재생음을 모두 먹어버리자는 것이다. 마치 진짜 인피닛 배플 처럼 말이다. 그래서 다른 스피커와 달리
내부는 서로 통로가 마련된 각각의 챔버가 존재하고 그 챔버마다 두터운 울을 가득 채워 놓았다.
각각의 챔버 형태로 디자인 된 이유는 캐비닛 내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레조넌스를 제거하기 위한 디자인이기도
하다.
<내 리스닝 룸에서 1달 이상 콰르타를 들으면서 자비안의 역작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가장 이상적인 디자인임에는 분명해 보이지는 한 가지 가장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HiFi.CO.KR의 리뷰 카테고리를 보면 어쿠스틱 서스펜션 디자인. 즉, 밀폐형 스피커가 콘이 움직일 때 캐비닛 내부 공기압에 의한 배압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즉, 콘이 앞/뒤로 움직이는
것이 덕트형 디자인에 비해 어렵다는 의미이다.
인피닛 배플 디자인 스피커는 더 어렵게 만든다. 얼마 존재하지
않는 공기 + 울이 콘의 움직임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캐비닛에 쌓이는 스트레스가 현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보다 이상적인 재생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문제는 어쿠스틴 서스펜션 디자인의 스피커 보다 더욱 떨어지는 저음 효율과 드라이버의 피스토닉을 어떻게 원활하게
만드는가 하는 것이다.
다행히 자비안은 드라이브 유닛을 직접 개발하는 회사이다. 이
드라이브 유닛에 이름을 오디오바르레타 라고 부른다. 자신의 이름을 드라이버에 붙인 것이다. 자비안의 콰르타는 3웨이 구성으로 11인치 우퍼와 7인치 미드레인지 그리고 1.2인치의 트위터를 탑재하고 있다.
능률은 87dB로 생각보다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리고 캐비닛을 구성하는 패널은 MDF로 무려 30mm에 이른다. 이렇게 구성된 스피커의 개당 무게는 40kg에 이르는데 크로스오버 주파수도 모범적으로 300Hz에서 2.7kHz로 정직하게 표기해 놓았다.
재생 주파수 범위는 47Hz에서 30kHz로 -3dB까지 끌어 모은 주파수 영역이다. 그런데 콰르타의 재생음을 들어보면 이 주파수가 마치 자동차를 평가할 때 뻥마력이라고 부르는 헛된 수치가 하나도
없으며 아주 정직한 스펙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사용된 11인치 우퍼는 자비안의 레퍼런스 스피커에 사용되는 베이스
드라이버를 그대로 채용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인피닛 배플에 사용되는 만큼 모터 회로를 개선시켰을
여지가 있어 보인다. 왜냐면 콘을 실질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모터 회로이기 때문이다.
콰르타는 클래식 시리즈에 편입된 스피커이지만 자비안의 플래그쉽에 사용되는 기술이 대거 투입 되었다. 1% 토로런스를 자랑하는 문도로프제 저항, 그리고 3% 토로런스를 자랑하는 문도로프제와 얀센제의 코일과 캐패시터가 사용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컴포넌트(드라이버, 크로스오버 부품)의 조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좌/우 편차를 +/-0.5dB 이내에서 해결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콰르타 스피커는 얼티밋 스피커에 준하는 제작 스펙을 지니고 있다. 자비안이 스펙에 스스로 밝히고 있는 것이니 이건 사실일테고 이는 기존 스피커 제작 시간을 2배에서 3배 이상 필요로 하게 만든다.
콰르타를 한 달 이상 내 리스닝 룸에서 운영하면서 느낀 것은 이 스피커는 셋팅에 의해 어떤 캐릭터로도 변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인피닛 배플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무척 타이트하고 정확한 반응의 저역을 얻도록
디자인 된 것이다.
하지만 믿기 힘들 정도로 파워풀 한 저역을 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스펙엔 47Hz에 -3dB라고
적혀 있었지만 저 숫자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깊고 파워풀한 양감이었다. 전반적으로 클래식이라는 라인업에
소속된 스피커라 펑퍼짐하고 조금 답답하면서 편안한 재생음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박스형 캐비닛 디자인을 갖추고 있지만 무척 현대적인 재생음이며 사운드 스테이지도 넓고 깊은 심도를 만들어
낸다. 흔히 말하는 로하스 계열의 스피커와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재생음은 훨씬 고차원적이라는 것이다.
청감적으로 쭉쭉 뻗어 나가는 초고역의 맛을 볼 순 없지만 30kHz에
이르는 초고역 재생 특성에 의해 배음 역시 상당히 좋다. 무엇보다 현을 이루고 있는 소재의 질감이나
광채가 은은히 드러내는 것은 이 스피커의 최대 장점이자 아주 잘 만들어진 소프트돔 스피커에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만약 소프트돔 트위터 계열의 재생음을 즐기면서 풍성하면서도 탄력 있는 저역을 가진 박스형 스피커를 찾고자
한다면 자비안 콰르타를 꼭 들어볼 것을 권한다. 인피닛 배플 디자인은 설계에서부터 마무리까지 정말 어려운
기술이다.
장담하지만 인피닛 배플 디자인의 스피커를 디자인하다 포기한 메이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자비안이 인피닛 배플 디자인의 스피커를 이런 완성도로 마무리 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움을
가져다 준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수입원 – (주)다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