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은 영악하다. 사실 남자의 취미 영역에 놓인
자동차나 카메라, 모터사이클 등등은 고가 행진을 달리고 있어도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만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가슴에 양심을 담고 회사를 운영하는 곳이 바로 패스 랩스이다.
나는 국내에서 패스 랩스 본사를 두 번이나 다녀온 리뷰어이고 넬슨 패스와 1박 2일을 함께하며 다음 미국행에선 넬슨 패스의 집을 방문할 기회도
얻었다.
나는 왜 패스 랩스 본사를 두 번이나 방문했던 것일까? 그들의
앰프 기술에 놀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패스 랩스의 회사 경영은 산업 디자이너를 겸하고 있는
데스먼드씨이다. 그는 크렐 출신이며 단 다고스티노와 함께 앰프를 개발한 인물이기도 하다.
넬슨 패스는 현재 자택에서 파워 앰프 설계에 집중하고 있으며 패스 랩스 본사에는 상주하고 있진 않고 있다. 프리 앰프 설계는 웨인 콜번이 담당하고 있지만 몇 해전부터 합류한 새로운 엔지니어가 전원부 설계를 맡으며(HPA-1을 개발한 엔지니어) 프리 앰프 역량에서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완벽에 가까운 제품을 선사할 수 있게 되었다.
패스 랩스는 넬슨 패스가 창업한 회사로 그는 과거 하이엔드 오디오 회사가 창업과 회사 운영과 엔지니어링을
모두 맡고 있는 시대를 넘어 분업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모든 분야를 담당하고 있던 넬슨
패스는 회사를 운영하는 이의 결정이 향후 수십 년을 어떻게 좌우하게 될지 여실히 보여주는 아주 모범적인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라 할 수 있다.
바로 도시바의 Mosfet이다.
한때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에 황금기가 있었다. 과거엔 하이엔드
오디오 보다 하이파이라는 의미가 더 통용되던 시절로 하이파이 시스템이 불티나게 판매되던 시절이 있었다. 거의
모든 상당히 많은 반도체 메이커가 하이파이 컴포넌트를 위한 반도체 칩도 내놓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시장이
위축되기 시작했고 도시바와 모토로라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도시바는 하이파이를 위한 Mosfet 소자를 더 이상
개발하지 않기로 했다. 이 소식을 접한 넬슨 패스는 도시바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Mosfet 소자를 사들이기로 결정한다. 이 소자는 Mosfet 소자 중 가장 뛰어난 특성을 갖추고 있으며 단종 된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모조품이 돌고 있을 정도이다.
<패스 랩스의 앰프 제품들엔 고효율을 이룬 대형 방열판이 탑재된다. 이것은 아이들 상태에서 높은 AB급 출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다>
패스 랩스의 파워 앰프의 품질이 시대를 지나도 안정적일 수 있는 절대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요즘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수익성을 추구한다.
그래서 디스트리뷰터나 리셀러조차 혀를 내두를 때가 많다. 그러나… 패스 랩스의 경영 철학은 수익성을 회사 경영에 후 순위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압도적인 성능을 추구하면서 현실적인 가격을 추구하고 있다. 경쟁모델
대비 1/3에 지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패스 랩스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패스 랩스가 정상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난 패스 랩스를 방문할 때 회사 수익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냐는 질문에 “우린 잘하고 있으며 충분한 이윤을 얻고 있다”는 답변에 감동을 받았을
때가 있다.
패스 랩스는 중국과 홍콩 시장에서 가장 압도적인 판매율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 이유를 중국시장까지 커버하고 있는 홍콩 디스트리뷰터들은 뛰어난 성능과 리즈너블한 가격에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앰프의 설계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가 영악하다는 것은 가격에 따라 제품의 등급을 철저하게 차등시킨다. 문제는 등급의 차등화는 괜찮지만 일부러 소리의 품질을 낮추는 경우도 허다하다.
예를 들면 바이어스 전압 설정은 재생음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 놓고도 바이어스 전압 설정을 통해 재생음의 품질을 떨어트릴 수 있다.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의 존재는 너무 처량하다.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의
의미가 결코 저가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잘못된 시장 의식을 바꾸기 위해 5,000만원이 넘는 하이엔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가 등장했지만 오디오파일들의 인식을 바꾸진 못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패스 랩스는 무시무시한 일을 벌리고 만다. INT-250이
그 주인공이다.
INT-250을 위해 패스 랩스는 연구비를 별도로 투자하진 않았다. 제품을 제작하는데 어떻게 투자하지 않고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인가? 정확히
별로 투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정답은 정 반대라는
것이다. 패스 랩스의 제품 중에서 완성도가 높지 않은 제품을 찾기 힘들 정도로 훌륭한 제품들이 많은데
INT-250은 정공법을 선택했다.
<INT-250의 후면 디자인. X250.8을 그대로 활용해 상부에 입력부를 프리 앰프부로 바꿔버렸다. 정말 후덜덜한 디자인이다>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의 좋지 않은 인식을 정면으로 박아버렸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형식이나 패스 랩스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자랑하고 있는 X250.8 파워 앰프 회로와 전원부를 그대로 탑재해 버렸다. 이러한
디자인이 충분히 가능했으나 하이엔드 오디오 앰프 메이커는 상위 기종과의 마찰을 걱정해 해오지 않았던 일이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프리 앰프 회로의 탑재인데 이는 X250.8에선
파워 앰프의 전원부와 회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정확하게 일반적인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탑재한 파워 앰프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패스 랩스의 모든 파워 앰프의 출력 트랜지스터 소자는 Mosfet이
사용된다. Mosfet 소자는 바이–폴라 트랜지스터의 임피던스
특성과 반대되는 것을 가지고 있다.
<사진이 바로 X250.8의 내부 모습이다. 막강한 대용량 트랜스포머와 듀얼 모노 출력 회로가 인상적이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바이–폴라 방식의 파워 앰프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는 프리 앰프 회로와 별도로 입력부 증폭 회로를 필요로 한다. 이것은 임피던스 특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원활하게 구동시켜주기 위해선
별도의 드라이버 트랜지스터와 연계되어 전압뿐 아니라 출분한 전류를 걸어줘야지만 동작이 가능하다. 그래서
입력부 증폭 회로가 필수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폴라 트랜지스터 소자를 채용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는 더욱 많은 공간을 요구하게 된다.
하지만 도시바의 Mosfet 소자를 사용한 INT-250의 경우 바이–폴라 특성과 달리 충분한 전압만 걸어주어도
원활한 드라이브가 가능하다. 다만 정말 어려운 것이 Mosfet쪽이
바이–폴라 보다 훨씬 민감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튜닝 능력과 회로 설계가 뒷받침 되어주지
않으면 INT-250과 같은 제품을 완성시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패스 랩스에서 그것도 넬슨 패스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설계 난이도이다.
그래서 INT-250은 X250.8
파워 앰프와 완전히 같은 스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입력부 증폭 회로를 자신들의 프리 앰프 회로를 약간의 커스터마이징을 거쳐 그대로
탑재시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이지만 전자 회로적으로 프리부와 파워부가 완전히 분리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로 완성 시켰다.
죽이지 않는가?
<X250.8과 딱 하나 차이가 있다면 입력부 증폭 회로를 프리 앰프 회로로 변경한 것이다>
그러니까 검증된 바디와 분리형 회로를 그냥 투입해버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INT-250을 위한 개발비는 크지 않고 완성도는 극에 달한다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패스 랩스의 프리 앰프 회로와 파워 앰프 회로가 하나의 섀시 안에 통합 되면서 가장 이상적인 임피던스
특성과 바이어스 전압 설정이 가능해지면서 패스 랩스 내에서도 비슷한 스펙의 프리 앰프와 파워 앰프를 조합하는 것 보다 더욱 좋은 재생음을 기대할
수 있다.
적어도 파워 케이블에 대한 중복 투자가 줄어들고 INT-250 자체가
동급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중에서 가장 높은 바이어스 전압을 바탕으로 한 AB급 증폭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선택에서 가장 걱정해야 할 파워 앰프 출력에 따른 프리 앰프의 전압 드롭에 의한 음질 저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90dB에 이르는 능률을 갖춘 스피커를 일반적인 가정에서 상식적은
볼륨으로 음악을 듣는다면 INT-250은 Pure A급 증폭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로 평가해도 무방하다. 그만큼 아이들 상태에서 높은 순 A급 증폭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대형 방열판과 도시바 Mosfet 소자, 그리고 세대를 거듭할수록 안정화 된 패스 랩스의 설계 능력 덕분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INT-250을 가지고 비슷한 가격대에 구입 가능한
다른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와 시연회를 열고 싶었다. 모든 수입원이 직접적인 비교를 원하지 않는 이유로
이뤄지지 못했지만 사뭇 INT-250의 성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실제 뚝섬역 1번 출구에 위치한 에이플랫폼에서도 INT-250은 가격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미들 클래스 스피커와 조합하여 구동하는 것이 아니라 레퍼런스 사운드를
추구하는 스피커들과 함께 메인 시청실에서 당당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 가치를 알아본 에이플랫폼의 눈썰미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사이트에서 INT-250을 평가한 부분적인 항목들이다. 오른쪽에 경쟁 제품으로 손꼽을 수 있는 제품들과 평가 점수가 눈에 띄게 차이난다>
INT-250에 대한 음질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인티그레이티드라는
수식어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다. 그냥 분리형 그것도 수준급의 제품의 평가 기준을 바로 도입해도 어색하지
않다.
재생음의 심리적 분위기는 대단히 안정되어 있다. 이것은 특정
대역이 쏘거나 귀를 피로하게 만드는 요소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과거의 패스 랩스의 제품과 달리 음의
입자감은 분석하기 힘들 정도로 쪼개진 느낌이다.
무척 담백하며 변비가 걸린 우퍼도 원활하게 구동할 만큼 드라이빙 능력이 뛰어나며 흡사 이 느낌은 우퍼 드라이버의
자기 회로가 아주 강력한 전류에 의해 꼼짝하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느낌이 든다.
전기 자동차로 설명하자면 일반적인 인티그레이티드 앰프가 100kw의
모터 출력의 느낌이라면 INT-250은 200kw쯤 되는
느낌이다. 만약에 이것이 권투 시합이었다면 패스 랩스는 실격이다. 미들급
경기에 헤비급 선수를 내보내는 것과 같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패스 랩스의 설명에 아직도 잘못된 편견이 뒤따른다. 느리고
편안한 진공관 같은 재생음이라는 것이다… 아… 정말 누가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인지 참 의심스럽다.
Mosfet은 진공관 특성과 아무런 상관 없는 반도체 소자이며
바이–폴라와 달리 대단히 민감하다. 그렇지만 현재 도시바의
Mosfet 소자를 유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패스 랩스의 INT-250에서
이토록 안정적이고 편안한 재생음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은 압도적인 엔지니어링이 뒤따라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는 못 속인다고 Mosfet 소자는 무척 민감하다. 그렇기에 파워 케이블 특성에 따라 엄청난 저역의 반응을 이끌 수 있는 앰프가 되기도 또 편안하고 아주 리치한
중역이 돋보이는 앰프로써 쉽게 재생음의 방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느리고 편안한 진공관 같다는 평가를 한 사람은 고작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 환경에 파워 케이블만
연결해 보고 이 같은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는 게 내 추론이다.
수입원 – (주)사운드솔루션
http://www.sscom.com/hifi_brand.php
판매원 – 에이플랫폼
02-512-5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