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오랜만에 자료 조사해 가면서 필드에서 몸으로 부딪쳐 봤습니다. 솔직히 고백하겠습니다. 하파 최초로 스피커 공제를 하고 싶었습니다. 가칭 마스터피스 디 얼티밋 스피커. 그러나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아 포기했습니다.
아…….. 이 프로젝트 한번 만들어 보려고 여러 곳을 알아보고 찾아 다녔는데 생산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견적을 받아보니 “놀라 자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사진은 락포트사의 Lyra 스피커입니다. 이 스피커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기술로 제작되는 풀 메탈 스피커입니다. 이 스피커를 보고 소름 돋았고 이 녀석은 상당한 고가이니 나는 제작해서 내 마음에 맞춰 써야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이 스피커 디자인의 핵심 기술은 풀 메탈이며 모노코크 방식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락포트 스피커 제작자가 또라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게 더블 모노코크 바디를 접목시킨 겁니다. 완전 또라이 제작자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금속 가공 방식인 CNC 방식이나 압출(Extrusion) 방식으로 제작되지 않습니다.
다이-캐스팅 방식에 의해서만 제작이 되는 기술인데요. 그래서 이렇게 금형을 제작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본 곳입니다. 찾긴 찾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금형 1개당 1억원이라는 견적이 나왔습니다. Lyra와 같은 디자인으로 완성하려면 2억원을 줘야 됩니다. 그러니까 제가 이걸로 스피커를 제작한다면 기본 2억원의 금형 제작비가 있어야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방식으로 보다 저렴하게 제작 가능한지 알아보려 했지만 불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저 스피커를 설계 하려면 항공기 설계 수준에 3D 툴이 있어야 합니다. 곡면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요. 일반적인 3D 툴로는 설계가 불가능한데 문제는 이런 설계 툴을 다룰 수 있는 회사가 몇 곳 없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설계비 견적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이런 악조건을 다 이겨 내보자 몇 대를 만들면 타산성이 나올까? 계산기를 정신 없이 두들겨 봤습니다. “답이 안 나옵니다”
그 이유는 다이-캐스팅에 의해 캐비닛을 완성시켜도 소위 후처리라고 하는 “아노다이징이 불가능” 합니다. 그리고 표면도 거칠어서 후가공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 비용 견적이 또 미친 견적이 나오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 웃긴 건 아노다이징이 안 되면 그냥 둘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페인팅으로만 마감이 가능한데 페인팅을 위해 엄청난 도장 기술이 들어가야 합니다.
이건 국내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단 답변을 받았습니다. 페인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라 무게가 얼마냐 되냐고 묻더니 200kg 중반 정도 된다니까 이걸 옮길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도장 비용도 개당 1,000만원 정도 나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깔끔하게 포기했습니다. 이정도 알아보니 포기해도 마음이 정말 편하더군요.
그래서 락포트에 대해서 엄청난 호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이 스피커의 설계를 주도한 사람은 또라이입니다. 이건 금속 스피커의 마지막 기술이며 이 스피커 보다 더 대단한 기술은 나올 수가 없습니다.
요즘 카본, 카본 이러지 않습니까? 그런데 여러분이 아셔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카본 스피커라고 불리는 것 들 중 진짜 리얼 카본은 없습니다. “카본 테크놀러지”라 하면 맞습니다만 리얼 카본은 아닙니다.
진짜 리얼 카본 스피커 하나가 존재했는데 그게 소너스 파베르의 ex3ma라는 북쉘프 스피커였습니다. 모노코크 카본 바디였고 진짜 리얼 카본이었습니다. 그러나 소비자 가격이 1억 정도… 그게 아마 7~8년 전이었나? 그랬을 겁니다. 30주년 기념작으로 30대만 만들고 폐기한다며 금형을 박살내는 퍼포먼스를 펼친 걸로 기억납니다.
제작비가 상당하기 때문에 북쉘프로 밖에 못 만든 겁니다.
하이엔드 오디오의 뻥 중에 하나가 카본이 고가이고 제작이 쉽지 않다보니 샌드위치 공법을 많이 쓰는데… 흠…
아무튼 그에 비해 락포트 Lyra는 미친 캐비닛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완전한 모노코크 풀 메탈 기술이며 고난이도의 스펙을 구현하는데 사실상 제한은 없습니다. 제한이 따른다면 그건 저걸 기계화 시켜서 들고 나르는 것에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느냐의 문제일 뿐…
캐비닛의 통울림은 Zero입니다.
왜 풀 메탈 스피커로 잘 나가던 회사가 카본으로 전향했을까? 카본의 특징 중 하나가 금속보다 가벼우면서 강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가볍다” 입니다. 그래서 수퍼카나 자전거 프레임에서 많이 쓰입니다. 그러니까 가볍고 강도도 다 잘나와야 하는 사업에서 말이죠.
그런데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에서 카본은 댐핑이라는 측면에선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매지코와 같은 회사도 드라이버를 마운트하는 배플은 금속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카본이 스피커 기술에서 특징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은 진동 소멸을 빠르게 시켜줄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통울림이 없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자전거를 예로 들자면 알루미늄 프레임과 카본 프레임의 차이는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양쪽 팔뚝에 피로도가 다릅니다. 그 이유는 앞서 설명한 진동을 빠르게 소멸시켜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스펜션 운동만큼은 아닙니다.
로드 자전거에서 엔진(주행하는 사람)의 동력 손실을 억제하기 위해 서스펜션도 없고 더 하드한 주행 설계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때 카본은 좋은 조건이 될 수 있지요. 그리고 자전거 프레임의 카본은 등급도 나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이엔드 오디오에서는 카본 기술로 설계된 스피커도 결국 배플은 금속, 심지어 받침대도 금속입니다.
결국 금속이 답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락포트의 Lyra는 그 기술에 정점에 서 있는 형태이고요.
개인적으로 이 스피커에 어울리는 이름은 에베레스트라는 단어밖에는 생각이 안 됩니다. 이름을 에베레스트라고 지었어야 했단 것 같습니다.
아무리 봐도 미친 것 같아요. 바디 1개만 되었어도 이미 세계 최고인데 이걸 또 2개로 제작하다니… 제가 락포트는 꼭 방문해 보고 싶습니다. 이 스피커를 제작하는 금형을 제 눈으로 보고 싶고 여기에 대해서 정말 자세하게 이야기 나눠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하이엔드 오디오 거품론에 대해서 회의적이고 또 분노까지 치밀어 오르는 상황에서 이런 결과물을 보고 있으면 또 희망이 생깁니다.
국내에 수입이 되어 있다는 데 고가이다 보니 전시를 못해 두는 것 같더라고요. 정말 실물이라도 한번 보고 싶을 뿐입니다.
저 스피커의 기술에 대해 알게 되니 심장은 더 뛰게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