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생각날 때 책상 앞에 앉아 빨리 빨리 글을 쓰려고 한다. 그래야만
하려고 했던 내용을 많이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하이파이는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전기전자와 물리와 기계 공학이 맞물리는 반드시 있어야만
살 수 있는 듯 있지 않은 그런 분야다. 하지만 밥만 먹고 살 수 있던가? 이 세상을 움직이는 이들에게 커다란 영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이 하이파이로 음악을 듣는 일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 영감의 주체는 위대한 아티스트들이지만…
각설하고.. 스피커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는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크게 캐비닛, 드라이버 유닛, 크로스오버로 나뉜다. 하지만 정말 좋은 음을 뽑기 위해선 아주 디테일
요소가 많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드라이버에 존재에 대해 아주 크고 중요하게 생각한다.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향 자체를 결정 짓는 가장 큰 요소가 드라이버 유닛에 담겨
있다. 그것도 진동판에 재질에 따라서 말이다. 이것은 물리적
특성을 결정 짓는 요소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 그 특징을 한번 살펴보자. (참고 : 사진의 유닛은 여러
설명을 돕기 위한 것으로 설명 내용이 절대적이지 않을 수 있다)
페이퍼 또는 펄프라고 불리는 방식
기존의 스피커는 종이 진동판의 시대가 있었다. 실질적으로 과거에는
특이한 소재를 가지고 진동판을 성형할 기술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아야 한다. 실제 아주 오래
전엔 주파수 응답을 확인할 길이 없어 아주 구식적 방법으로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제한되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왜 꼭 페이퍼였을까?
파워앰프 때문이다. 불과 20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가 고능률을 지향했다. JBL, EV, 웨스트레이크, 탄노이등 그 시대를 지배하다시피 했던 브랜드들 모두가 고능률을 지향했다. 고역과
중역은 소리 지향 방식을 혼이라는 발음 방식으로 틀을 두었고 컴프레션 방식으로 능률을 쥐어짜다시피 했다.
문제는 저역이다.
고역과 중역의 능률을 맞추기 위해 대형 우퍼가 필요했다. 현대
스피커와 같이 초저역 재생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7인치 드라이버의 개념으로 12인치 우퍼가 탑재됐다. 더 나아가 15인치, 18인치가
요즘 10인치, 12인치 개념으로 탑재 되었고 더 큰 우퍼도
존재했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대로 초저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고능률을 위한 것이었다.
저역은 50Hz이나 45Hz에서 제한 되었다. 그래서 지금처럼 콘이 들썩거리지는 않았다.
여기에 가장 최적화 된 유닛은 페이퍼다. 가볍고 저렴하고 성형이
좋다. 그래서 대형 우퍼의 진동판으로 사용 되기에 최적이다. 가볍기
때문에 반응이 무척 빠르다. 과거엔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나 트위터까지도 페이퍼가 있었지만 현대 스피커에선
거의 우퍼로 제한 된다.
페이퍼 진동판의 가장 큰 문제는 무게감이다. 가벼운 대신 두텁거나
무게감 있는 소리를 재현하긴 쉽지 않다. 물론 간혹 영국의 A사와
같이 아주 두꺼운 페이퍼 재질로 무게감을 늘리고 있으나 저능률이 되어버리고 만다. 물론 그 나름대로
맛은 있다.
하지만 페이퍼 본연의 맛은 연결감이 좋고 산뜻한 맛이 있다.
실제 JBL의 경우에도 기존 팬층이 워낙 두텁기 때문에 과거의
영광을 그대로 이어나가기 위해 혼 드라이버와 페이퍼 우퍼를 계속 발전해 나가는 경향도 있다. 과거의
JBL 우퍼는 순간적인 큰 입력에 우퍼가 뒤틀리기도 했으나 육안으로 이를 구별할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JBL은 이를 완벽하게 보완하여 빠른 반응과 내구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물론 이 때문에 과거의 JBL 소리보다
저역이 약간 더 두텁게 느껴지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최신 트랜드라 할 수 있다.
세라믹 드라이버
독보적이라 할 수 있는 존재다. 다른 어떤 메이커도 세라믹이라고
주장하는 경향도 있지만 순수함이란 관점에서 보면 틸 앤 파트너의 세라믹 드라이버가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드라이버 유닛은 고역과 중역, 저역 모두 구현하고 있다. 중역과 저역은 모르겠지만 고역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이점이다. 왜냐면
진동판 재질에 따른 위상 특성을 통일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커다란 이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진동판 특성은 고역에 맞다고 보아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진동판은 결국 자기를 굽는 방식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방식으로 제작 된다. 울림은 아주 영롱하다 볼 수 있다. 장점과 단점 모두 혼재되어 있는데
트랜스듀서에 의해 의도되지 않은 소리들이 재생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언제나 하이파이라는 취미 생활에서 유념해야 할 것이 있는데 모든 물질은 소리에 공진한다는 것이다. 공진점만 다를 뿐…
결과적으로 피아노와 같은 악기에서는 하이파이 컴포넌트가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 진동판 특성에 의해 표현력이
더 좋아지기도 하지만 반대 작용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울림이 진하고 배음의 표현이 기가막히다는 이야기도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이것은 순수히 음악 신호에 녹음된 것은 아니다. 그것이 일부 강조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초기에 세라믹 드라이버는 그랬다.
하지만 이걸 만들어낸 틸 앤 파트너도 무척 뛰어난 기술력을 가졌다. 과거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기술로 진동판을 제작하면서 진동판이 가지는 문제점들에 대해 분석, 보완해 나가기
시작했다.
우리가 최근 세라믹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에서 좌/우측에 까만 점
2개가 보이는 드라이버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은 공명을 억제하기 위한 기술이다. 불필요한 공명을 억제하기 위한 진동 분할 기술로 확실히 조금 더 정확한 음을 재생해 낸다. 일종의 댐핑 효과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제작 과정에 있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세라믹은 깨지기 쉽다. 유닛에 기본적으로 그릴을 탑재시킬 정도로 약하다. 계란 껍질 같다.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얻어진 노하우로 인해 조금씩
내구성은 증가되며 물리적 특성 변경으로 인해 소리도 계속 좋아지고 있다.
최근엔 마그넷 회로까지 개선시켰는데 소리가 좋아지고 있는 만큼 가격도 인상되고 있다.
세라믹의 가장 큰 특징은 디스토션이 적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퍼의 경우 취향 차이가 확실하게 존재하지만 초저음의 결이 너무나 분명하다. 저음 자체가 잘 느끼기
힘들긴 하나 음계 구분이 느껴질 정도로 깨끗하다.
케블라 드라이버
최근에 각광받는 것은 케블라이다. Bowers & Wilkins에
의해 유명세를 탄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 가볍고 엄청나게 질긴 섬유이다. 예를 들자면 케블라를 30겹 정도 겹쳐 놓으면 권총에 의해 발포된 총알도 뚫지 못한다.
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성형할 것인지도 방법에 문제가 된다. 앞서
언급한대로 케블라는 무척 가볍고도 내구성이 훌륭하다.
소리는 무척 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 Bowers & Wilkins는
이것을 가장 잘 활용한 메이커이다. 그것은 FST 기술과 2웨이 북쉘프 스피커에서 미드우퍼이다.
일반적인 스피커를 보자. 현대 스피커에서 풀 레인지 드라이버
스피커를 제작하는 곳은 정말 드물다. 기본적으로 2웨이 이상이다. 최소 2개의 드라이버로 가청 주파수 대역을 커버하는데 여기선 크로스오버
포인트라는게 존재한다. 2개의 유닛의 재생 주파수가 나눠지는 곳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스피커는 2kHz에서 2.5kHz이다. 문제는 인간의 가청대역 중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파수가 1kHz인데 측정 때도 거의 표준처럼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크로스오버 포인트 지점에서 위상 특성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Bowers & Wilkins와 같은 경우 이
지점을 피해 4kHz에서 크로스오버 포인트를 설정한다.
트위터의 한계 재생 지점을 2kHz까지 내리는 것은 쉽지만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를 4kHz까지 올리는 것은 응답은 있지만 심각한 피크나 딥이 생기는 문제를 초례 한다.
즉, 인간이 가장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주파수 영역의 손실을
없애고 덜 민감한 주파수 대역으로 설계할 수 있는 것이 케블라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왜냐면
가볍고 강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문제에서 4웨이나 5웨이가
등장한 것인데 문젠 드라이버 유닛이 하나 늘어날수록 설계는 너무나 복잡해지기 때문에 추세는 3웨이나
서브우퍼만 추가시킨 4웨이다. 요즘은 좀처럼 5웨이를 보기 어렵다.
사실 케블라는 다른 메이커에서도 활용하는 곳이 있지만 제작이 까다롭고 몇 가지 부가적 기술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 엄청난 기술력이 쌓인 Bowers & Wilkins의 전유물로 느끼는 이들도 많다.
폴리프로필렌
스카닝이라 부르는 유닛과 다인오디오에서 제일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하나의 혈통이었다. 폴리프로필렌은 현대 스피커의 특징과 거리가 제법 있다.
실질적으로 드라이버의 능률을 결정짓는 것은 기본적인 물리의 법칙, 진동판의
면적이지만 무게도 크게 작용한다.
폴리프로필렌은 일단 저능률을 추구한다. 다인오디오는 대구경 우퍼가
없다. 싫어해서가 아니라 폴리프로필렌으로 대구경 우퍼를 제작하면 반응 속도가 크게 떨어져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하지만 스카닝은 대구경 우퍼가 있다. 하지만 주파수 응답을 보면
3웨이 스피커에는 적용이 불가능하다. 오디오 테크놀러지 역시
이 부분을 잘 안다. 그래서 3웨이의 경우 11인치나 10인치라 이야기 하는 우퍼까지이다.
하지만 파워앰프 기술 발전 덕택에 이제 90dB의 능률을 가진
스피커도 고능률 스피커로 불린다. 20년 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다.
마그넷 회로 기술 발전도 폴리프로필렌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린 10년 전 폴리프로필렌 스피커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저음의 무게감도 대단하지만 초저역에서 진동판이 받는 스트레스는 굉장히 적다. 순간적인 큰 입력에서도 뒤틀림이 없으며 이를 제대로 표현한다. 실제
폴리프로필렌만이 주는 쾌감이 상당한데 여기에 중독되면 저음의 표현에 대한 시각이 바뀌기도 한다.
또한 진동판이 무거운 대신 주파수 응답은 아주 넓진 않지만 아주 안정된 흐름을 보인다. 어찌보면 세라믹 드라이버와는 완전 반대되는 특성인데 그래서 서로간의 소리에 대한 시각차가 크다. 극단적으로 소수는 서로의 취향에 대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대립 각을 세우는 경우도 봤다.
폴리프로필렌의 특징은 퍼커션의 표현력이 압도적이라는데 있다. 적어도
이 부분에선 정말 사실적이다.
다만 다인오디오의 경우엔 조금 다르게 활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자사가 개발한 트위터와의 매칭이다. 웃기게도 모렐과 같은 회사도 폴리프로필렌 진동판 드라이버를 제작하기도 했는데 모 회사가 에소타 트위터와 매칭하기도
했다. 잘못 설계하면 야생마와 같은 특징을 나타내기도 하는 트위터가 폴리프로필렌 진동판 드라이버와 잘
어울리는 것이다.
폴리프로필렌 드라이버의 특징은 출력이 되는 파워앰프와 결합이 좋다. 음이
여리게 재생되다 포르테가 갑자기 터지는 경우나 패시지의 연결감도 좋다. 그 이유는 아주 미묘하게 들뜨는
음이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경이 깨끗하다거나 적막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한다.
결론
무엇이 좋다와 무엇이 나쁘다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진 않다. 결국
취향 차이지만 스피커 메이커에 따라 장점을 더욱 극대화 하고 단점을 줄이는 결과를 낳을 순 있다. 어디까지나
진동판이 가지는 특성이다. 하지만 우리가 같은 진동판을 사용하더라도 어떤 스피커는 좋고 나쁘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앞서 언급한대로 장점은 더욱 크게, 단점은 줄이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듣고 판단하는 것이 어려운 부분인데 사실 이러한 것을 해결한 기술적 내용들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피커는 드라이버 하나로 모든 것을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면 스피커 드라이버를 진동시키는 음의 데이터는 크로스오버 회로에서 결정되며 드라이버 유닛이 작용할 때 캐비닛
역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이파이가 재밌는 것은 이런 작은 변화에 따라 내가 느끼는 감동의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는데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