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하이엔드 오디오엔 신기한 점들이 참 많습니다. 10년 전쯤인가? 국내 최정상이라고 자부하신다는 엔지니어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마드리갈 산하의 마크 레빈슨 No32 프리 앰프에 대해서 분석이 다 끝났다는 겁니다. PCB를 자신이 다 본 따 놓았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아니 단면 PCB도 아니고 멀티 레이어 PCB를 사용한 제품의 회로를 어떻게 본
따 놓으셨다는 건가요?
분위기는 싸해졌고 당연히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습니다. 어려운 이야기 같지만 이건 엔지니어링에서 가장 기초적인 이야기입니다. 깨달은 것은 아… 이런 X소리가 통하는 시장이구나… 쯔쯔…
제가 하이엔드 오디오 리뷰를 할 때 글을 읽는 사람들은 단순히 느낌만으로 평가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전 세계 99%의 리뷰어들이 그러니깐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1990년대에 펜티엄 기반의 마더보드나 DVD 디코더 보드를 디자인할 때 참여해 봐서 회로의 세계에 대해서 경험을 착착 쌓아 왔습니다.
하이엔드 오디오가 가장 주관적인 분야라고 이야기 하지만 절~~~대적이진 않습니다.
최근에 아주 씁쓸한 장면을 목격하고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는데요. 바로 오디오 케이블입니다.
오디오 케이블은 요물입니다. 왜냐면 이게… 아주 미세한 저항에도 재생음이 달라지거든요. 동이거나, 은이거나, 골드일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오메트리에 의한 변화는 납득할 수 있어도 선재에 따른 음색 차이는 참으로 놀랍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절대적으로 동선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은은 같은 게이지의 동선 보다 약 4%에서 5% 정도의 전류를 더 흘릴 수 있다는 점 외엔 객관화 시킬 부분은 없습니다. 둘의 기능적 차이라면 동은 산화하게 되면 저항이 증가하게 되지만 순은은 산화해도 그렇지 않다는 정도? 그래서 내구성 측면에서 동선 보다 은선이 더 유리합니다.
그런데 수 많은 전자공학도를 당황케 하는 것이 바로 오디오 케이블 차이에 따른 음질 차이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첫 째 – 그건 바로 지오메트리 디자인입니다.
지오메트리는 디자인에 따라 캐피스턴스나 인덕턴스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캐피스턴스 입니다. 다르게 이야기 하면 용량성 저항입니다. 즉, 케이블 디자인에 따라 캐피스턴스 값은 각기 다르며 용량성 저항은 증가하게 됩니다. 그럼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파워 앰프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스피커 케이블이 만들어 내는 용량성 저항은 일종의 파동을 만들어 냅니다. 이건 크고 작은 발진 성분으로 다이렉트 커플드나 AC 방식 상관이 없습니다. 최종 출력단에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파워 앰프 메이커들은 요즘 골치가 아픕니다. 하이엔드 오디오 케이블들 중에 이런 불완전 요소를 생각하지 않고 파워 앰프에 부하를 거는 스피커 케이블들이 많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한 파워 앰프 메이커의 대응은 RC 네트워크를 보다 촘촘하게 설계하는 겁니다. 이 RC 네트워크는 직렬 방식, 병렬 방식, 직/병렬 방식이 존재하는데 효율이 높을수록 로스가 많이 생깁니다.
즉, 파워 앰프를 리뷰할 때 이 RC 네트워크 회로만 봐도 대충 이 파워 앰프가 어떤 성능을 내줄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까지 대응하는 걸까요? 앞서 언급한 일종의 작고 큰 파동들이란 발진 노이즈를 이야기 하는 겁니다.
최근 하이엔드 오디오 케이블 메이커의 경우 점점 겁이 없어져 아주 무리한 스펙의 케이블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스피커 케이블에 따라 파워 앰프의 온도가 달라지는 경우도 관찰할 수 있는데 이는 파워 앰프에 스트레스를 가하는 현상으로 이에 따라 음질이 바뀌게 되는 겁니다.
우린 바보 같이 이 변화를 스피커 케이블이 가져왔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그 스피커 케이블의 성능에 대해 찬양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같은 리뷰를 읽고 같은 케이블을 구입한 다른 사람은 전혀 다른 성능표를 받아 들일 수 있죠.
이 두 사람의 결정적 환경 차이는 파워 앰프에 탑재된 RC 네트워크 회로 때문입니다. 한쪽은 민감하게 한쪽은 둔하게 받아 들이게 되는 것이죠.
둘 째 – 정말 쓰레기 같은 케이블 메이커가 있습니다.
이건 도시락 통 같이 생긴 장치를 달고 나온 케이블들입니다. 이건 확실하게 “쓰레기”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제 기준에선 그렇습니다.
이런 케이블들의 특징은 “종합 임피던스” 성분을 만드는 것 입니다.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 케이블을 표장하는 스피커 케이블들 중 도시락 통 같은 게 달린 케이블들은 전부 패시브 형태입니다. 이것은 증폭은 하지 못하지만 잘라는 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대로 종합 임피던스 장치 기능을 하죠. 이것은 3종 세트입니다. 콘덴서 효과, 저항 효과, 코일 효과 등을 낼 수 있습니다. 즉, 고역을 좋게 만든다거나, 중역을 좋게 만든다거나 저역을 좋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100% “왜곡” 입니다. 그래서 이런 케이블들을 고가에 팔며 원음 운운 하는 것에 대해서 전 사기꾼 치부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쓰레기” 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적어도 이런 제품에 대해서 원음에 충실하다는 이야기는 삼가해야 할 겁니다.
셋 째 – 오디오 케이블은 일반적인 전기 케이블과 다릅니다.
컴퓨터나 TV와 같은 디스플레이 장치, 진공 청소기들과 다르게 오디오는 과도 전류 방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즉, 기기를 동작 시킬 때 항상 최대 스펙의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만약 90dB의 능률을 가진 스피커에 100와츠를 지속적으로 공급한다고 할 때 110dB의 능률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스펙으로 지속적으로 전류가 공급되면 버틸 수 있는 스피커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디오는 음악을 들려주기 때문입니다. 잔잔한 음이 흐를 땐 보이스 코일은 작게 진폭하고 가끔 쾅쾅 때릴 때 진폭을 크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전류 전송 방식을 과도 전류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스피커 케이블은 일반적인 케이블과는 다른 특성으로 접근합니다. 일반적으로 스피커 케이블로 가장 이상적인 두께로 평가 받는 것은 16게이지에서 그 보다 얇은 선들 입니다. 100와츠 기준으로 1암페어에서 2암페어 이상 전송하면 충분하며 과도 전류 방식이기 때문에 16게이지 보다 얇아도 무관합니다.
에이~~~ 그러면 더 두꺼워도 상관 없잖아? 우린 지금 아파트 벽 안에 설치하는 전원 케이블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케이블이 두꺼워지면 두꺼워 질수록 케이블 자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 저항은 커집니다. 이건 테스터로 간단하게 테스트 할 수 있는데요. 케이블이 길면 길어질수록 두꺼우면 두꺼워질수록 고유 저항이 커지며 전기가 흐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테스터로 측정하면 저항이 뜹니다.
이 저항은 케이블이 전자를 이동시킬 때 또 다른 반대되는 저항 성분을 만들어 냅니다.
제가 서론에서 도체에 따른 재생음의 차이는 말 그대로 아주 작은 전압의 변화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이 같은 로스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터 케이블, 파워 케이블, 스피커 케이블 모두 저마다의 적정 스펙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 글은 기초적인 지식 조차 없이 리뷰를 쓰거나 제품을 개발한다는 사람들에게 참고가 되길 희망하면서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