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하이엔드 오디오 파워 앰프는 미국이 시장을 꽉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럽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이 무척 빈약합니다. 내수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모두 수출에 의존합니다. 유일하게 독일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만 규모가 큰 편입니다.
매우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하이엔드 오디오를 사치품으로 보는 시각도 큰데 재미난 사실은 부유한 유럽인도 하이엔드 오디오를 사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영국은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등 수퍼카 시장이 거대한 편입니다. 그러나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 세일즈는 무덤에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100,000 파운드 이상의 제품을 사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에 비해 배트남, 태국 시장은 장난이 아닙니다. 3년 전 기준으로 9억 9천 만원에 이르는 WAMM MC가 태국 시장에서만 7대가 판매 되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쓰리랑카에도 판매가 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은? 1대입니다.
결론은 유럽 사람도 잘 안 사주는 제품을 한국 사람들은 참 많이 사줍니다.
아무튼 하이엔드 오디오 파워 앰프 시장은 미국이 참 Strong 하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서론이 좀 길었습니다.
제 개인을 위한 파워 앰프를 제작하다 보니 패스 랩스가 대단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존경을 표하고 싶다”는 생각은 어제 처음 들었습니다.
수퍼카 시장에서 포르쉐 보다 고가의 차량은 많지만 엔지니어링적으로 포르쉐를 능가하는 기술력을 가진 회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포르쉐 보다 상위 이미지라면 페라리, 람보르니를 쉽게 떠오르지만 기술적 바탕이 안돼 있습니다.
페라리는 그렇게 타는 거다. 람보르기니는 그렇게 타는 거다. 라는 수식어들이 붙지요. 실제 페라리가 자동차 한 대를 판매할 때 얻는 이익과 포르쉐가 자동차를 한 대 판매할 때 얻는 이익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심지어 세일즈 볼륨에서 포르쉐는 페라리를 압도하는데도 말이죠.
포르쉐가 0-60mph를 표기할 때 누가 타도 그 기록이 찍힙니다. 다른 회사들처럼 수십 번 도전해서 최고 기록을 표기하는 것이 아니고요.
내구성도 작살납니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911 기준으로 손 하나 들어 갈 틈이 없을 정도로 빡빡한 설계 때문에 모델에 따라 에어컨 필터 하나를 교환하기 위해서 범퍼를 탈착 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쨌든 진짜 자동차를 잘 아는 매니아는 포르쉐를 최고로 평가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패스 랩스의 XS300은 외계인을 고문으로 모시고 만든 파워 앰프 같다는 겁니다. 넬슨 패스를 외계인으로 보는 것은 아니고요.
현대 메머드급 파워 앰프들은 공통적으로 출력 트랜지스터가 80개다 120개다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건 부하를 1/80로 낮추거나 1/120으로 낮추어 그들이 스펙에 표기하는 최대 출력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조건 같지만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위험한 짓 입니다.
일단 80개의 출력 트랜지스터를 사용한다고 할 때 80개의 특성을 다 맞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만약, 1개의 트랜지스터에 문제가 생긴다면 80개의 출력 트랜지스터를 모두 교체해야 합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앞서 언급한 대로 80개의 특성을 다 맞추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편차를 상호 흡수해 줄 수 있는 에미터 저항이 필수적입니다. 문제는 이 저항 값이 크면 클수록 편차에 따른 리스크는 줄어들지만 음질을 다 까먹습니다.
출력 트랜지스터를 120개나 달고 AB Class 증폭에서 아이들 출력(Pure A Class)이 10와츠도 안 되는 메머드급 파워 앰프를 보면… “넌 부끄럽지도 않냐?”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게 현실입니다.
초~~~ 고가 파워 앰프를 제작하는 메이커를 방문했을 때 당신들은 아웃풋 트랜지스터 선별을 어떤 기준으로 하냐고 물어봤을 때 우린 10와츠에 이르는 전류를 흘려서 선별해 어때? 대단하지? (ㅎㅎㅎ)
다들 AB Class 증폭을 실현하고 있지만 아이들(Pure A Class 증폭)에서 하이 바이어스를 거는데 주저하는 이유는 내구성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수퍼카로 따지자면 최고 시속 350KM/H로 표기하고 실제 주행하는 사람도 있지만 하이엔드 오디오는 이 같은 스펙에 도달하는 출력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쌀 한 가마니에 한 톨 정도 밖에 안 되는 확률이라는 점을 악용하는 겁니다.
그래서 결국 AB Class 증폭에서 B Class 출력에 의존하게 되는 것입니다. 참.. AB Class 증폭 방식이라는 것은 광범위하고 그만큼 악용하기 좋은 표기법 입니다.
그런데 패스 랩스의 XS300은 Pure A Class 300와츠 입니다. 그것도 8옴에서요. 또한 300와츠를
넘어서면 B급으로 전환돼 600와츠에 가까운 출력을 내주는데요. 이미 아이들이 300와츠에 이르기 때문에 이 수치를 크로스 해도 B급 증폭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옳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수치는 엄~~~~~~~~~~~~~~~~~~~~~~~~~~~~~~~~~~~~~~~~~~~~~~~~~~~~~~~~~~~~~~~~~~~~~~~~~~~~~~~~~~~~~~~~~~~~~~~~~~~~~~~~~~~~~~~~~~~~~~~~~~~~~~~~~~~~~~~~~~~~~~~~~~~~~~~~~~~~~~~~~~~~~~~~~~~~~~~~~~~~~~~~~~~~~~~~~~~청난 수치입니다.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씩 고장이 나도 XS300은 그렇게 쓰는 거야~ 라는 이야기가 나와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는 아주 말이 안 되는 스펙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고장이 안 납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외계인을 고문으로 납치해 만든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 겁니다.
고장이 안 나요………….. 정말 패스 랩스의 대출력 Pure A Class 파워 앰프들은 고장이 안 나요. 열 관리도 엄청나지만 고장이 안 나요.
그래서 얘네도 구라 스펙인가? 측정을 해보면 포르쉐처럼 아주 정확합니다.
Pure A Class 300와츠의 능력은 어마어마합니다. 모든 레코드 앨범에서 아주 농익은 재생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랙돌님께서 방문해 주셨을 때 패스 랩스의 XS300이 완전히 농익은 느낌이었습니다.
그 상태에서 듣는 김윤아의 River는 리스닝 포지션에 스윗스팟에서 한참 벗어난 저도 소름이 밀려오곤 했습니다. 그리고 휘몰아 치는 대북 연주에서 압도당하고 말았죠. 어느 정도 실감나는 연주인지 익히 알고 있지만 들을 때 마다 당하는 느낌입니다. 익숙해질 법해 질릴 법 한데 그런 것이 없어요.
이제 마무리 하겠습니다.
하이엔드 오디오파일이라면 패스 랩스의 XS300의 존재에 대해서 경의를 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히 그럴 이유들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제가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는 이유는 제가 지난 10년 이상의 관측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봤을 때 XS300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패스 랩스는 이 엄청난 자신감을 통해 햇수로 XS300의 생산을 10년째 이어오고 있다는 겁니다. 어떤 메이커처럼 4억원짜리 파워 앰프를 3년만에 마이너 체인지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것이 진짜 명품이고 진정한 얼티밋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