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오디오에서 DMS-700을 출시 했습니다. DMS-500의 엄청난 세일즈 볼륨에 뿅 간 캐리 현 사장이 다시 한번 again DMS-500을 바라며 제작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비즈니스 마인드가 탁월합니다. 임베디드 보드, R코어 트랜스포머, 레귤레이터 회로를 그대로 둔 채 DAC 보드를 완전 재설계 합니다.
그리고 가격은 무려 8,500달러를 찍게 됩니다. 어떤 면에선 캐리 오디오의 진짜 ‘출사표’와 같은 성격도 보입니다. 동시에 우리가 이 클래스에선 최고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 같아요. 이걸 증명하기 위해 한 번도 보지 못한 기술을 보여줄게 “으하하~” 뭐 이런 분위기가 엿보입니다.
바로 R2R 기술입니다.
하지만 DMS-700에서 구현되는 R2R 기술은 아주 특이하며 특별합니다. 제 생각엔 아주 오랫동안 이런
아키텍처에 대해 오래도록 고민한 사람이 설계한 DAC 회로 같습니다.
DMS-700의 DAC 회로엔 AKM의 4499EQ와 더불어 FPGA(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반도체로 프로그래밍에 따라 용도가 달라지는 칩)에서 동작하는 해상도 향상 알고리즘이 연계되어 동작합니다. 하지만 최종적인 사인웨이브 변환은 R2R 회로로 동작합니다. 캐리 오디오는 이걸 스위치드 저항 아키텍처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게 뭘까요?
바로 릴레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아주 기초적인 수준의 릴레이가 아닙니다. 아날로그 스위치(반도체로 제작된 고속 아날로그 스위치)이며 이는 엄청난 속도로 동작시킬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R2R 기술이 DAC 아키텍처로 사용될 수 있는 겁니다. 여기서 관건은 사인웨이브를 생성할 때 얼마나 더 부드럽게 연결할 수 있냐에 따라 회로가 달라집니다. 다중 비트이며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하는 16비트냐 24비트냐 입니다. 지금은 24비트 이상이 대세입니다.
저항의 구성은 비트수에 따라 달라지며 아날로그 스위치 구성도 달라집니다. 앞서 가장 핵심이 되는 기술은 아날로그 스위치라고 설명 드렸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저전력(스피드)으로 동작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처리 속도는 현재 반도체 기술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만큼 스위치 속도가 빠르지만 얼만큼 저전력으로 가능하냐는 문제가 남습니다. CMOS 계열의 초고속 아날로그 스위치 소자라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R2R로 구성하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디지털에서는 0과 1만 존재(논리적으로)합니다. 이를
전압으로 바꿔 설명하면 0과 5볼트입니다. 디지털에서는 0과 Yes만 존재하지만 반대로 아날로그의 시각에서 보면 0과 5볼트 사이에 무수히 많은 전압 레벨이 존재하며 이게 무수히 많은 데이터가 되는 겁니다.
상당히 오래 전엔 0과 5볼트 사이를 스레숄드 전압으로 규정했지만 그 이후 갈수록 복잡해지는 회로 규모와 이에 따른 전력 소모를 줄이고자 0과 3.3볼트가 새롭게 제시되었고 (그래서 3.3V에서 동작하는 회로들이 많이 나옴) 현재는 논리 레벨에서 스레숄드 레벨은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정확하게 R2R Ladder 방식으로 멀티 비트 회로를 구성한다면 연산(복원) 과정에 있어 보다 부드러운 사인웨이브를 형성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같은 이론은 과거 볼륨 회로의 어테뉴에이터에서 션트 방식 보다 Ladder 방식이 음질적으로 더 스무스하게 연결 된다는 이점으로부터 구상된 것으로 보입니다. 확실히 R2R Ladder 방식은 고유 음색이 존재합니다.
문제는 R2R 방식은 논리적으로 반드시 특수한 I/O 회로를 별도로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TV 디스플레이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4K 해상도도를 가진 디스플레이지만 4K 입력 외의 낮은 해상도의 신호를 입력 받기 위해서는 별도의 연산 회로를 필요로 합니다. 즉, FHD이지만 4K 해상도로 변환해서 뿌려줄 수 있는 프로세서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기능은 꼭 R2R 이라서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D/A 컨버팅 아키텍처에서 흔히 칩셋이라고 부르는 고밀도 직접화가 이뤄진 칩은 이러한 솔루션까지 모두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R2R 방식은 그저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사인웨이브로 매핑(복원)해줄 뿐입니다. 이는 아주 자세하게 들여다 보게 되면 정확히는 웨이브라기 보다는 계단에 가깝습니다.
결국 일반 해상도의 음원(16비트)을 처리 할 때 문제가 생깁니다. 데이터를 어떻게 정렬해서 연산하여
출력해 줄 것이냐? R2R DAC의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으며 거의 모든 R2R DAC 메이커가 여기에 대한 고차원적인 솔루션이 없습니다. 이런 문제로 R2R DAC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를 캐리 오디오의 DMS-700에선 별도의 FPGA를 통해서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직 한 가지 연산만 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이 칩을 FPGA matrix라고 부릅니다. 일반 해상도의 음원의 데이터를 정렬하여 DMS-700이 가진 R2R 연산 체계에서 최고의 음질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DMS-700만의 솔루션입니다. 여담이지만 matrix라는 단어 선택이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이런 이유로 DMS-700은 가장 이상적인 R2R DAC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R2R DAC은 요즘 엔지니어가 공부를 좀 빡쌔게 하면 설계가 가능한 난이도지만 앞서 언급한 문제점들을 FPGA matrix 기술로 해결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캐리 오디오오 사장이 똑똑한 것이 대단한 용병 엔지니어과 인연이 닿아 설계를 의뢰 했다는 것이고 이 엔지니어는 R2R 설계와 더불어 FPGA 프로그래밍까지 동시에 가능한 괴물 엔지니어라는 것입니다.
DMS-700에 대해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회로를 보면 디지털 레벨에서 아주 세분화 시킨 버퍼 회로를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웬만해선 회로를 보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데 이 회로는 한참을 보고 생각하고 고민해야 했습니다. 최신 세대의 DAC 회로가 이런 것인가? 몇 번을 생각하게 했죠.
그리고 DMS-700은 아날로그 증폭부가 디스크리트 방식이 아닌 Op앰프 방식을 따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특성을 가진 소자라면 디스크리트 방식 보다 월등한 품질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Op앰프 방식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프리 앰프로 mbl 6010D이 있는데 Op앰프 방식은 아무래도 엔지니어에 따라 완성도가 크게 나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MS-700의 아날로그 증폭부를 높게 평가 할 수 있는 것은 상당히 고가의 Op 앰프가 사용 되었다는 것과 훌륭한 R/C 네트워크 회로의 채용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화룡정점은 고품질 클럭 소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바로 Crystek사의 펨토 클럭입니다. 일단 Crystek 클럭은 고가입니다. 하이엔드 오디오 DAC에서 펨토 클럭의 개념을 처음 만든 회사가 Crystek 입니다. 캐리 오디오가 DMS-700에서 8,500달러라는 가격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같은 스펙에 타사 제품이었다면 최소 $30,000에 이르렀을 것 같습니다.
고로 DMS-700은 R2R 방식을 추구하면서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을 극소화 시킨 DAC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캐리 오디오가 하이엔드 거품론에 대해서 완벽하게 이해했는지 이 회로를 물리적으로 분리하여 레이-아웃을 재배치한 DMS-800PV를 무려 15,000달러라는 가격에 내놓았죠. 이제 네트워크 DAC 전문 회사라는 자신감이 붙은 결과물로 보입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론 현 시점에서 DMS-700이 가장 가치가 높은 DAC가 된 것은 캐리 오디오 사장의 의문에 1패 정도로 여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