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카드라는 이야기는 어떻게 나오게 되었을까? 흔히 비장의 무기라는 뜻으로도 쓰이지만 놀랍게도 국어사전에 명사로 등록되어 있다. 남에게 보여주지 아니하는 카드라는 뜻으로,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도록 숨겨 둔 비장의 수 라고 설명하고 있다.
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전 세계 최고의 프리젠터로 남겨져 있다. 아니 정확히는 전설적인 프리젠터라고 해야 할 것이다. 프리젠테이션의 기조나 분위기 등 모든 틀을 바꿔놓았고 그 영향력과 파급력은 엄청났다.
그의 비장의 무기는 항상 ‘One more thing’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이 문장을 외치면 관중들은 환호하며 열광했다. 그 이유는 모두가 기다려온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이라이트는 항상 마지막에 소개된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도 주연상이나 작품상은 항상 마지막에 소개 된다. 하이라이트이기 때문이다.
포르쉐의 911 역시 카레라, 카레라 S가 먼저 소개 된 다음 터보, 터보 S가 소개되며 그 다음 모두가 기다린 합리적인 스펙과 가격의 GTS를 소개한다. 하지만 진짜 하이라이트는 자연흡기에 고회전형 엔진을 탑재한 GT3이다.
독일의 엘락(정확한 발음은 일락으로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일락으로 통한다)은 전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메이커이다. 포르쉐와 부메스터 카오디오에 엘락의 제트 트위터가 탑재되며 제트 트위터는 전 세계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을 위해 한 해 20만개 이상 생산이 된다.
엘락의 제트 트위터는 절대적인 성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제트 트위터가 엘락의 보편적인 스피커에까지 탑재될 수 있는 이유는 대량 생산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산 과정에선 대단히 비싼 부품들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엄청난 비용을 투입해 생산 라인까지 꾸며져 있다.
핵심은 제트 트위터의 진동판인 초박막 필름을 정교하게 주름잡는 것이 필요한데 여기에 쓰이는 금형 부품은 BMW 330i 한대 값과 맞먹는다. 그리고 년간 20만대에 해당하는 제트 트위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초고가의 금형 부품 몇 개를 필요로 한다.
즉, 엄청난 투자가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에 절대 성능의 트위터를 제작할 수 있는 것이며 만약 이 투자가 실패로 돌아갔다면 엘락이라는 회사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하이엔드 오디오계에 정상적인 유일한 메이커라고 생각한다.
엘락 역시 1억원대 레퍼런스 스피커가 존재한다. 콘첸트로 시리즈로 특별한 넘버링이 붙지 않으며 그 하급 라인업에 콘첸트로 S라 부르며 넘버링이 붙는 라인업이 존재한다. 이 역시 대부분 1,000만원대로 엘락은 고급 스피커로 분류하고 있다.
그리고 하이엔드 스피커 라인업에 엔트리 레벨이라 할 수 있는 VELA(벨라) 시리즈가 존재한다.
벨라 시리즈 역시 넘버링이 존재하는데 북쉘프 모델의 경우 VBS(벨라 북쉘프 스피커) 플로어 스탠드형 스피커의 경우 VFS(벨라 플로어 스탠드)라는 라인업 명이 붙으며 뒤에 벨라 시리즈의 등급을 의미하는 4 그리고 해당 등급의 레벨을 의미하는 숫자가 부여되며 북쉘프 모델은 03, 플로어 스탠드형 2.5웨이 모델은 07, 플로어 스탠드형 3웨이 모델은 09가 부여 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403, 407, 409가 존재했지만 오늘 리뷰 페이지를 장식할 408은 없었다는 사실이다. 사실 2웨이, 2.5웨이, 3웨이 구성만 놓고 보면 라인업이 이미 다 채워진 것 같지만 엘락은 추후 벨라 시리즈를 다시 한번 띄울 수 있는 모델을 남겨 두고 저울질 했던 것 같다.
바로 VFS-408이다.
우선 크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VFS-408은 VFS-407의 설계적 바탕을 가지고 있으며 스펙은 VFS-409의 것을 많이 따르고 있다. 무슨 이야기일까? 스피커 설계의 이론적 바탕은 VFS-407의 2.5웨이를 따르고 있으며 크기와 우퍼 스펙은 VFS-409의 것을 가져 왔다는 의미이다.
이게 핵심이다.
VFS-408은 VFS-409에 필적하는 스케일과 부분적으로 VFS-409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으며 단점도 존재하겠지만 장점도 존재하는 모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VFS-408은 VFS-407과 VFS-409와 함께 출시되지 않았던 것 같다.
크기를 보자, 스피커의 체급을 분류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숫자는 캐비닛의 높이다. VFS-407의 경우 정확하게 1미터이지만 VFS-408의 경우 1미터 14.2cm이다. 폭은 4.7cm 더 크다. 그래서 꽤 체급이 큰 스피커로 느껴진다.
더 흥미로운 것은 키를 제외한 부분에서 VFS-409와 동일한 캐비닛 스펙을 지녔다는 것이다. 이건 순수하게 VFS-409의 저역 스타일을 손쉽게 가져오기 위한 엘락의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180mm 크기의 AS-XR 우퍼가 그대로 사용 된다. 크리스탈 멤브레인이라 불리는 진동판으로 알루미늄 샌드위치 구조이며 고성능 스펙을 지닌 미드/우퍼 드라이버이다.
결국 VFS-408과 VFS-409의 차이는 2.5웨이냐 3웨이냐의 차이이다.
그러나 이건 결과적으로 각자의 장점이 단점으로 반대로 단점이 장점으로 작용될 수 있는 부분이다. 나는 무엇을 여러 분들에게 이야기 하려는 것일까?
바로 크로스오버 디자인이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고차원의 드라이버 웨이 타입의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지만 2웨이를 사랑한다. 음? 2웨이? 2웨이는 입문용 스피커에서 주로 쓰이는 디자인 아니야? … 이건 정말 잘못된 편견이다. 내가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들에게 애증을 갖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2웨이 스피커와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를 엔트리 레벨로 석화시켜버린 이유 때문이다.
인티그레이티드 앰프가 얼마든지 분리형 앰프를 능가할 수 있으며 더 합리적일 수 있다. 반대로 이야기 하자면 제대로 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가 없다는 것이다.
2웨이 스피커 역시 패시브 크로스오버라는 생태계 속에서 가장 이상적인 장점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3웨이 스피커가 내세우는 박력 있는 저음은 상대적으로 아쉬울 수 있지만 말이다.
3웨이 스피커는 구동도 어렵고 무엇보다 3웨이에 가장 가운데에 해당하는 미드레인지는 필터링에서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4웨이 구조로 간다면 트위터와 우퍼 사이의 드라이버가 필연적으로 큰 손해를 입을 수 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2웨이의 경우 다르다. 감쇄 특성을 하이 패스 필터와 로우 패스 필터 하나씩만 채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감상 정보량은 3웨이 스피커를 압도하는 부분이 있다.
2.5웨이는 2웨이의 확장 버전으로 생각하면 된다. 근본적으로 2웨이 디자인을 바탕으로 하나의 미드/우퍼 드라이버를 확장시켜 사용하는데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동일하게 설정하지 않고 중저역부 주파수에 설정하는 것이다. 보통 150Hz에서 200Hz 부근에서 설정하는데 VFS-408은 독특하게 450Hz에 설정되어 있다.
이게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크로스오버의 옥타브당 슬로프 특성을 공개하지 않아 감쇄 특성에 대해 알 수 없지만 크로스오버 포인트로 인해 어떤 좋지 않은 영향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엘락 엔지니어들 보다 지식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내가 알 수 없는 어떤 마법을 부렸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왜냐면 리스닝에서 흠잡을 수 있는 그 어떤 부분도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3웨이 스피커에 필적하고도 남을 저역 재생 능력을 바탕으로 2웨이의 청감상 정보량을 얻을 수 있는 디자인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2웨이 스피커의 단점도 따라오는데 그건 미드레인지까지 담당하는 미드/우퍼가 저역 재생까지 담당하기 때문에 피스톤 모션에서 중역 재생이 3웨이 스피커 보다 조금 불투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엘락의 7인치 AS-XR 미드/우퍼의 스피드가 워낙 빠르고 알루미늄 샌드위치 콘이 그와 같은 단점을 커버하고도 남는다.
그리고 VFS-408의 커다란 장점 중 하나를 꼽는다면 전용 금속 받침대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패키지 구성은 진짜 죽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역시 대량 생산으로 인한 프로덕션 코스트를 낮추는 진짜 회사다운 면모를 갖췄기 때문으로 판단한다. 그것도 Made in Germany인데.
압도적인 고역 재생 능력을 갖춘 제트 5 트위터와 7인치 알루미늄 샌드위치 크리스탈 멤브레인 우퍼 덕분으로 파워풀한 저역 재생 체감은 물론이거니와 청량미가 뛰어난 고역의 확산력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고역 특성이 인상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은 오스카 하일 박사에 의한 AMT 트위터의 가장 완벽한 기술이 집약된 트위터가 제트 5이며 지난 수십 년간 기술 발전으로 인해 하이엔드 레벨에 당당하게 올라 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진동판 주변에 웨이브 가이드 디자인을 비롯 세밀하게 새겨진 불규칙한 미세홈을 통해 보다 리즈너블한 고역 재생 특성을 만들어 낸다. 엘락은 정말 정직하다. 생산에 별도의 추가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무형적 가치를 기본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VFS-408을 내 리스닝 룸에서 처음 구동할 때 인상은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그 부분은 저역 재생이었으며 상당한 쾌감과 더불어 180도 위상 반전된 초저음이 다운-파이어드 디자인을 통해 바닥에 깔아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콘첸트로 S507을 오래 운용해왔던 나로써는 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콘첸트로 S507은 무척 단정하며 낮은 저음의 음계 구분까지 가능할 만큼 저역의 해상도가 뛰어 났는데 VFS-408은 양감에서는 콘첸트로 S507을 연상시켰지만 저음의 결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들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고역 에너지의 리니어리티는 상당하다는 장점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역시 베이스 드라이버 어레이 디자인에 있어서 푸쉬, 푸쉬 & 풀, 풀의 물리적인 특성이 얼마나 대단한 것임을 직감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내겐 캐비닛의 잡음을 잠재울 수 있는 액세서리가 있었기에 그걸 VFS-408 위에 올리는 순간, 이 글을 읽는 오디오파일들은 믿기 힘들겠지만 저역에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고 콘첸트로 S507을 연상시키는 해상력을 보여주었다.
고역의 특성도 함께 바뀌긴 했지만 분명히 레퍼런스쪽으로 기울었다.
이걸 확인하기 위해 VFS-408보다 훨~씬 고가인 내 레퍼런스 스피커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으니, 확실하다.
2.5웨이 스피커는 조금 위험한 부분이 존재한다. 2.5웨이는 굉장히 이상적인 스피커 타입으로 인정 받지만 실제 구현할 땐 까다로운 부분이 꽤 많이 존재한다. 물론 일부러 중저음이 부풀어진 스피커를 설계하기 위해 2.5웨이나 3.5웨이를 선택하는 메이커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스피커 구매 포인트에서 스펙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좀 더 큰 숫자에 목매는 메이커가 늘면서 2.5웨이 스피커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엘락은 역시 엘락이었다. 2.5웨이의 낮은 완성도가 가져오는 부분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파워풀한 저음 재생 능력은 진짜 인상적이었다. 700만원대 스피커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저역 양감과 고역 재생의 품질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건 단순히 표면적인 부분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속이 꽉 찬 재생음의 품질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꼭 염두에 둘 것이 있다. 이 스피커가 700만원대 스피커라고 해서 어설픈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로 울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이 스피커를 1,000만원대 후반의 스피커로 생각하고 주변 기기를 붙여줘야 한다.
하이파이의 경험이 적은 애호가들이 실수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미스 매칭이다.
엘락의 모든 스피커는 하이엔드 스피커에 기준을 두고 설계에 임한다. 예를 들면 입문자들을 현혹시키기 위해 특정 대역이 부풀어져 있거나 홀쭉하게 만들어 특정 악기의 음만 강조되게 만드는 편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제대로 울리기 위해선 그에 맞는 주변 기기가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VFS-408을 선택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점을 꼭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만약, 장기적인 주변기기의 업그레이드를 계획과 더불어 VFS-408을 장기적으로 고정할 계획이 있다면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수입원 – (주)사운드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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