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오디오 웹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수 많은 궁금증을 풀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럴싸한 이론을 세워 많은 사람들을 납득 시킬 수 있는 현상들도 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신비함들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전원부에 트랜스포머가 음질에 미치는 영향이다. 가장 미스터리하다고 느껴지는 트랜스포머의 핵심은 바로 코어에 있다.
파워 앰프를 제작할 땐 이 코어의 크기에 따라 출력 용량이 달라진다.
신비로운 점은 이 코어의 제작 과정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최종적으로 오븐에 구워지는 과정이 매우 위험하고 복잡하다. 800도 이상의 고열 처리와 더불어 열을 식히는데에만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자칫 QC가 일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더 나아가 이야기 하면 최종적으로 100개를 생산했을 때 어느 트랜스포머는 험이 없는데 어떤 트랜스포머는 험이 일어나기도 한다. 가장 골 때리는 상황은 모노럴 파워 앰프를 구입했을 때인데 이때 트랜스포머의 양쪽 특성이 다르다는 것을 Hum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트랜스포머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트랜스포머를 통해 전압을 높이는(승압)일을 할 수 있고 낮추는(감압) 일을 할 수 있다.
실제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전자 기기들은 220볼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필요한 2차 전압 및 3차 전압을 얻기 위해 트랜스포머가 필요하다. 하지만 요즘은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필수로 쓰이는 토로이달 트랜스포머가 산업에서 쓰이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크고, 무겁고, 비싸고 그 외에도 요즘 전자 기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단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하이엔드 오디오의 미스터리가 시작된다. 왜 저렇게 무겁고, 크고, 비싸고, 제작 환경이 녹록치 않은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사용해야 할까? 바로 음질 때문이다.
눈부신 산업 혁명을 거치면서 우린 상당히 많은 부분들을 객관화 시킬 수 있는 기술도 얻었다. 이를테면 신호의 질이나 신호에 포함된 노이즈 성분들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엔드 오디오의 음질에선 이런 시각화를 통한 객관화를 이룬 자료들로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를 테면 프리 앰프이다.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 구성에서 프리 앰프의 역할은 무척 크다. 사실 원가로 따진다면 프리 앰프는 DAC, 파워 앰프와는 다르게 낮은 제작 비용을 차지하게 된다. 실상 개발 비용도 크지 않다. 프리 앰프가 실제 하는 역할은 감압을 이루는 볼륨부와 입력 신호의 선택이 가능한 셀렉터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리 앰프는 ‘감압’이란 특수한 상황에 의해 드라마틱한 음질 차이를 만들어 내게 된다.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의 구조에서 파워 앰프를 제외한다면 쌀 한 톨 보다 작은 칩 하나로 모든 것을 구현할 수 있다.
D/A 프로세싱, 볼륨 조절, 이어폰을 구동할 수 있는 출력까지 얻을 수 있다. 이런 회로를 구동하는데 필요한 전력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배터리만으로도 아주 긴~ 음악 재생이 가능하다.
그런데 하이엔드 오디오에선 Mobile 생태계에서는 아주 원시적이라고 볼 수 있는 컴포넌트들의 집합체로 사실 현재 전자 업계의 주류 부품들로 전환을 시도했지만 음질이 엉망이라 오디오파일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더 황당한 사실은 하이엔드 오디오는 무척 작은 시장이라 필수 부품들의 품질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후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젠 전원부에 트랜스포머를 탑재하는 것 조차 귀찮은 것인지 중국에서 생산된 아답터를 연상시키는 DC 출력 모듈을 사용하고 있다.
아니.. 1억 전/후의 컴포넌트를 개발하면서 그런 모듈을 직접 개발해도 오디오파일들을 납득하기 힘들 것인데 고작 수십 달러의 중국제 모듈을 구입해 박아버린 것이다. 이 업계에 종사하고 있지만 함께 하고 싶지 않은 역겨움조차 느껴질 때가 많다.
각설하고 하이엔드 프리 앰프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야겠다.
우리는 스테레오 사운드를 통해 음악을 듣는다. 좌측 음악 신호와 우측 음악 신호를 달리해 시간차와 음압 레벨을 달리해 입체적인 음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우수한 스테레오 사운드 효과를 얻기 위해선 레코드에 기록된 좌/우 채널의 음악 신호를 편차 없이 감압 시키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놀라운 일이지만 수천 만원을 호가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컴포넌트에서도 미세하지만 편차가 존재한다. 프리 앰프에서 음악 신호의 감압은 필수적인데 신호의 로스를 줄이면서 좌/우의 편차를 줄이는 것이 하이엔드 오디오 프리 앰프의 핵심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 리뷰의 대상인 비투스 오디오의 SL-103 프리 앰프는 무척 효과적인 회로를 통해 프리 앰프의 고품질을 실현하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
일단 비투스 오디오의 SL-103 프리 앰프는 시그너쳐 라인업에 위치한 제품이지만 실질적으로 상위 모델인 마스터피스 라인업의 프리 앰프의 많은 기술들을 물려 받았다. 이를테면 마스터피스 라인업의 레퍼런스 프리 앰프인 MP-L201의 경우 전원부 분리형 프리 앰프이다.
시그너쳐 라인업에 속한 SL-103은 MP-L201을 원박스 형태로 리노베이션 했다는 표현이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회로들이 직접화 되어 있다.
이를 테면 세부적으로 나뉘어진 전원부의 레귤레이션 파츠를 더 확대시키고 등급을 나누기 위한 시도는 제한적이며 MP-L201에서 누릴 수 있었던 세부적인 볼륨 회로의 단계를 더 세분화 시키면서 이전의 레퍼런스 프리 앰프였던 MP-L201을 능가하는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물론 현재 레퍼런스 지위를 가지고 있는 MP-L201은 MK2 버전으로 마이너 업데이트 되면서 MP-L201에서 크게 발전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리뷰를 통해 경험한 SL-103 프리 앰프를 통해 더 높은 수준을 제공하는 프리 앰프에 대한 갈망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훌륭한 재생음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나는 비투스 오디오의 제품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 한번도 갖고 싶다는 유혹을 가진 적도 없다. 그러나 이런 편견들을 최근 비투스 오디오의 제품들이 깨트려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비투스 오디오가 추구하던 재생음은 여유롭고 윤택한 재생음이었다. 소름 끼칠 정도의 청감상 S/N이라기 보단 그런 느낌을 들게 만드는 재생음의 분위기로 튜닝 되어 있으며 기기가 가진 음색 특성과 잘 어우러지는 레코드 음반 재생에는 탁월하단 느낌을 받곤 하지만 비트가 빠르거나 그곳이 어디이던 열기를 더하는 음악에서는 파티의 컨셉과 어울리지 않는 드레스 코드로 참여한 것과 같은 어색함이 있었다.
하지만 SL-103은 상당히 달랐다. 전체적인 음색의 분위는 기존의 비투스 오디오의 스타일을 답습하고 있다. 하지만 해상력이라는 측면에서 확실한 개선이 이뤄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정도 성능으로 나로 하여금 리뷰를 위해 하루 종일 며칠씩 음악을 그냥 틀어 놓을 만큼 매료시키긴 쉽지 않다.
왜냐면 난 최근 들어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AI 선곡으로 음악을 종일 틀어 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선곡에 따라 성향이 맞지 않아 전원을 내린 경험이 적지 않았는데 리뷰를 위해 내 시스템에서 프리 앰프 컴포넌트만 변경시킨 SL-103은 비트 있고 때론 딥 임팩트를 쳐줘야 하는 장르의 음악에서도 아주 인상적인 모습을 들려 주었다.
무엇보다 음악성과 더불어 스피커의 물리적인 특성, 그러니까 오디오적 쾌감의 밸런스를 아주 잘 살려낸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 실제 프리 앰프의 경우 증폭 회로에 따라 어느 한 쪽으로 성향이 치우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프리 앰프 개발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인데, 이건 레코드 음악에 대한 경험이 많고 수 많은 컴포넌트에 대한 경험이 있다면 귀가 완전히 트여 있지 않더라도 튜닝을 통해 이런 이상적인 밸런스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극단적으로 두 가지 성향 중 하나를 택하라고 강조하는 기기들이 많다. 나긋나긋하고 다소 여리지만 편안하고 세부적인 표현력이 돋보이는 음악성 또는 모든 스트레스를 다 풀어버릴 수 있는 것 같은 오디오적 쾌감의 물리적 특성.
프리 앰프 하나 바꿨을 뿐인데 시스템 전체 특성이 달라졌다고 느낄법한 요소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적으로 프리 앰프에 탑재된 증폭 회로 때문이다.
이런 특성은 감압을 통해 게임에서 캐릭터가 모든 아이템을 잃어버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다시 많은 아이템을 장착 시켜주는 것과 같은 마법을 일으켜준다. 증폭 회로의 완성도에 따라 음색이 크게 달라지며 재생음의 두께감이나 전체적인 힘이 결정된다. 이것은 회로의 세부적인 요소이며 큰 틀은 게인 값에 의해 결정된다.
쉽게 얘기에 증폭률이라는 것이다. 게인이 높으면 오디오적 쾌감이 늘어나고 음악성이 줄어들며 게인이 낮으면 그 반대 효과가 일어난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음악성과 오디오적 쾌감의 밸런스를 가져다 주려면 적절한 게인 값이 필요하며 세부적인 튜닝은 그 이후다.
SL-103은 증폭 회로에 디스크리트를 연상시킬 만큼 세부적인 회로를 가지고 있지만 직접적으로는 직접화를 이룬 회로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인정해야 할 것은 과거에서부터 위화감이 없는 음색을 추구해왔다는 점, 여기에 음악의 장르에 따른 오디오적 쾌감을 더하는 쪽으로 튜닝해 왔다고 완성을 이뤘다는 점에서 SL-103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SL-103에 대해 한 가지 더 인상적인 것을 꼽으라면 XLR, RCA 출력에서 모두 2계통의 프리-아웃을 출력한다는 것이다. 이는 비투스 오디오가 바이-앰핑 구성에 얼만큼 진심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수입원 – 큐브 코포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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