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이엔드 오디오를 20년 가까이(하이파이는 30년 가까이) 해온 나에게 아주 강렬한 인상을 끼쳤던 헤드폰의 등장으로 다시 헤드–파이 시스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헤드폰은 이미 정해진 것과 다름 없어서 쓸만한 헤드폰 앰프를 찾고 있는 중이다.
쓸만한 헤드폰 앰프를 찾는다는 핑계로 정말 많은 헤드폰 앰프와 마주하면서 내린 결론은 하이엔드 오디오 파워 앰프 보다 어쩌면 더 개성 있는 제품들로 넘치는 곳이 헤드–파이가 아닌가 생각되어진다. 어쩔 땐 극과 극의 체험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곳 역시 돈 값 못하는 제품들도 많고 무려 5,000만원을 가뿐히 넘기는 앰프도 존재하더라는…
우선 헤드폰 앰프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헤드폰 앰프의 구조에 대해서 알아둬야 할 내용이 있다.
근본적인 디자인은 프리 앰프를 답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프리 앰프의 출력으로 헤드폰을 구동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출력이라는 측면에서 구동이 가능하지만 중요한 것은 헤드폰 역시 자기 회로를 가지고 있는 진동판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를 움직일 수 있는 전류를 요구하게 된다. 그래서 프리 앰프 회로에는 없는 버퍼 스테이지를 필요로 하게 된다.
출력이라는 측면에선 가능하지만 실제 전압이 아닌 전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간혹 하이엔드 오디오 프리 앰프의 경우 6.3mm에 헤드폰 앰프 출력단을 갖추고 있기도 하지만 헤드폰 구동이라는 측면에서 아주 제약적이며 그마저도 품질이 아주 좋지 않다. 가끔은 왜 이런 시도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사실 헤드폰의 표현력은 이전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세밀한 표현력이 가능해졌다. 다만, 헤드폰 앰프의 발전은 헤드폰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한 것 같다. 과거에 200만원 전/후를 이루던 헤드폰 앰프들이 주를 이루던 시대에는 그저 헤드폰이 구동만 되면 Okay였던 것 같다.
우선 이어폰에 비해 상당히 큰 진동판으로 인해 디스토션이 낮고 비교할 수 없는 공간감을 제공했으며 무엇보다 넉넉한 저음은 수 많은 음악 애호가를 헤드–파이로 이끌었다.
그러던 어느 날 1,000만원이란 비용은 우습다는 듯이 이 가격을 가볍게 넘어가는 헤드폰 앰프들이 등장했고 현재는 헤드폰 앰프의 춘추 전국 시대라고 일컬을 만큼 수 많은 회사의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헤드폰 앰프의 발전은 실로 놀라웠다. 이를 테면 이젠 시장에서 잊혀질 때도 된 젠하이저의 HD800이 재평가를 받고 있으며 뛰어난 헤드폰 앰프와 더불어 커스텀 케이블을 이용하면 눈물 날 정도로 만족스러운 재생음을 제공해 준다.
오늘 리뷰 페이지를 장식할 페럼 오디오의 OOR(오어) + Hypsos(힙소스) 전원부 분리형 헤드폰 앰프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상대적으로 무척 합리적인 가격에 전원부 분리형 헤드폰 앰프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헤드폰 앰프인 OOR(오어)의 경우 일반적인 헤드폰 앰프에 비해 과도할 정도로 세부적인 디스크리트 회로가 돋보이는 헤드폰 앰프이다. 근본적으로 오어는 전원부 분리형 헤드폰 앰프이다. 즉, 컴비네이션을 이룰 전원부 힙소스가 없다 하더라도 24볼트의 전원 어댑터를 통해 구동할 수 있다.
이 경우 가격적인 부담은 상대적으로 많이 내려간다. 하지만 오어를 단독적으로 사용하기 보단 힙소스를 꼭 연결할 것을 권하고 싶다. 그 이유는 아래에 내려가서 설명하겠다.
페럼 오디오는 자사의 오어에 대해 Fully balanced, proprietary discrete power amp technology를 아주 강조하고 있다. 내부 회로를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교과서적인 설계라고 부르고 싶은 만큼 모든 면에서 대칭형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알프스사의 블루벨벳 볼륨을 사용하여 검증된 재생음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의도적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동작시 열은 꽤 있는 편이다. 이것은 외부에서 24볼트 전압을 받아 헤드폰 앰프 회로를 구동시키지만 각 회로에 공급되는 저전압 레귤레이터의 설계에 있어 전압 강하나 리플을 없애는 쪽으로 설계하기 위해 효율을 떨어트린 결과물이라 보여진다.
다른 시각에서 보았을 땐 이런 결과물은 내구성에 있어서 상당히 자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오어 헤드폰 앰프는 전처후의 헤드폰 구동력을 보여준다. 밸런스 출력 기준으로 300옴에서 무려 1.6와트의 출력을 보여주며 60옴에선 무려 8와츠의 출력을 보여준다. 실로 엄청난 스펙이다. 이 때문일까? 해외 헤드–파이 포럼에선 구동이 아마추어 마라톤 완주 만큼 어렵다는 하이파이맨의 서스바라 헤드폰과 매칭이 좋은 기기로 평가나 있다.
나 역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어 하이파이맨의 서스바라를 섭외해 리뷰에 임했고 그 결과는 지금까지 들어온 서스바라 + 헤드폰 앰프 매칭 중에 가장 정직하고 모니터적이지만 군더더기 없는 아주 깔끔한 밸런스를 들려주었다.
물론 여기엔 힙소스가 함께 사용 되었다.
오어는 기본적으로 +6dB의 증폭률로 증폭을 시킨다. 만약 정말 지랄 같이 구동이 어려운 헤드폰이 있다면 무려 +16dB의 증폭률을 허락하는데 이는 지나칠 정도의 오버 스펙으로 보는 것이 맞을 정도이다. 또한 32옴 헤드폰이나 이어폰과 매칭을 위해 마이너스 증폭 셀렉터도 제공하는데 -4dB이다.
그래서 어떤 헤드폰을 선택하던 매칭의 폭이 아주 넓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무엇보다 서스바라와 매칭시 +16dB의 증폭률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페럼 오디오는 볼륨 회로에서 손실되는 음악 신호의 로스를 크게 줄인 합리적인 볼륨 운영을 선택했다. 그게 바로 노말로 선택한 +6dB의 증폭률이다.
그래서 기본 노멀 모드 상태에서 서스바라 헤드폰과 매칭시 꽤 많은 볼륨을 올려야 하지만 이는 아주 나이스한 설계 포인트라 생각한다. 해외 포럼에서 서스바라와 매칭이 좋다고 평가한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이를 통해 입력 신호의 로스는 최소화 시키고 가장 이상적인 증폭률을 통해 무척 안정적이고 정확한 재생음의 표현과 평소에 같은 레코드 앨범 재생에서도 놓쳤던 들리지 않는 음들이 들리는 아주 독특한 경험을 했었다. (으잉? 이런 재생음의 효과가 있었나?)
하지만 상대적으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24볼트 어댑터 전원을 통해선 이런 진가를 발휘하진 못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힙소스의 전원 장치가 무척 좋다는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내 생각은 정 반대이다. 오어의 증폭 회로가 무척 뛰어나기 때문에 전원장치에 따라 천지차이의 성능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추후 더 뛰어난 24볼트 전원 장치가 나온다면 오어는 현재 내가 평가한 수준을 가볍게 뛰어 넘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증폭 회로의 완성도에는 흠잡을 곳이 없다.
힙소스의 완성도는 역시 기존 전원 장치로써 아주 우수한 클래스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페럼 오디오는 힙소스에 하이브리읃 파워 시스템을 사용했다. 이는 리니어와 스위칭 전원부를 동시에 적용한 것으로 DC 전원 품질에 낮은 리플과 노이즈 그리고 아주 빠른 트랜지언트 반응을 얻어 낼 수 있는 디자인이다.
무엇보다 프로그래머블 DC 전원부 디자인으로 모든 것이 별도의 제어 프로그램에 의해 동작 된다.
이를 테면 힙소스는 5볼트에서 30볼트에 이르는 전압을 조절하여 출력할 수 있고 최대 6볼트에 이르는 전류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힙소스와 연결 가능한 외부 DC 전원 입력 장치들의 프로파일을 가지고 있어 힙소스에 제공되는 디스플레이 장치를 통해 선택하는 것 만으로 전압 셋팅이 자동으로 결정된다.
이런 편의성은 전압 셋팅 외에 힙소스와 연결시 완벽한 동작을 보증한다는 의미를 가져다 주기 때문에 나는 힙소스를 “DC 전원 장치의 미래”라고 평가하고 있다.
조금 웃기지 않은가? 오어는 24볼트 전원을 입력 받아야 하는 아주 뛰어난 헤드폰 앰프인데 컴비네이션이 되는 DC 전원장치 힙소스는 범용성을 갖춘 전원장치라니 말이다.
또한 페럼 오디오는 추가로 힙소스와 연결 가능한 모든 전원 장치 타입으로 제작된 케이블을 판매해 반쪽자리 전원 장치라는 평가를 사전에 막았다.
뿐만 아니라 프로그래머블 DC 전원부라는 명성에 걸맞게 모든 것은 실시간으로 피드백이 이뤄져 출력 전압의 요지부동을 막는다. 즉, 흔들림 없는 전압을 통해 기기의 성능과 음질의 안정화를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니어/스위치 하이브리드 전원부인 만큼 혹시나 입력 전압에 의해 출력 전압에 오차가 생길 수도 있다. 이때 힙소스는 DC 출력 전압에 옵셋을 마련해 그 오차 범위를 조절해 0.1볼트 단위까지 정확하게 셋팅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힙소스의 완성도는 그야 말로 최고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또한 혹시나 기본으로 제공되는 DC 케이블의 품질에 만족하지 못해 커스텀 케이블을 선택할 때 염려되는 부분이 결선이 잘못 되었을 때 이다. 이때 전원 장치를 태워 먹거나 날려본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하지만 힙소스는 기기를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프로텍션 모드와 실수로 매개변수 변경을 통해 단락 되는 것에 대한 문제도 막아주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음질’일 것이다. 사실 프로그래머블 타입의 전원 장치는 별도의 제어부가 들어가고 이는 별도의 임베디드를 요구하기 때문에 까다롭고 음질도 좋지 못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힙소스는 임베디드쪽 전문 엔지니어를 채용해 대단히 심플하면서도 효율적인 제어 회로를 구성했고 별도의 RF와 EMI 노이즈를 막아내는 AC 인렛 모듈 그리고 특수 차폐 소재의 인슐레이터로 완벽한 DC 전원부를 완성시켰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국내 소비자 가격은 600만원대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 조합을 600만원대 제품으로 구성해 저렴한 파워 케이블 그리고 소스 기기로 구성하는 것은 반대라는 것이다. 오어와 힙소스의 포텐셜은 정말 무궁무진하다는 것이고 파워 케이블과 소스 기기의 품질에 따라 정말 엄청난 성능을 얻어낼 수 있는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수입원 – 체스오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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