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발론 어쿠스틱스의 스피커는 내게 특별한 기억을 안겨준 스피커이다. 첫 번째는 이 회사를 창업한 사람이 내가 하이엔드 오디오 업계에서 가장 존경하는 찰스 한센에 의해서라는 것과 그 아이덴티티를 지금껏 잘 보존하고 계승해왔기 때문이다.
아발론 어쿠스틱스는 일반적인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 메이커와 달리 다면체 배플 디자인을 기능적으로 또 디자인적 아이덴티티로 삼고 있다. 훌륭한 모든 디자인에는 수학적인 틀이 존재한다. 사실 우리가 매일 듣는 음악도 수학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이 각진 배플 디자인을 어떻게 계산하고 적용하느냐에 따라 사운드 스테이지나 레코드 재생음의 심도는 크게 달라진다. 그리고 때로는 크로스오버 설계도 일반적인 스피커와 다른 형태로 마무리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아발론 어쿠스틱스 스피커의 디자인은 말 그대로 국내에서 폭발했다.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갖게 되는데 첫 번째는 아발론 어쿠스틱스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아이돌린 스피커의 강렬한 인상이며 이를 통해 수 많은 국내 공방의 개인이나 메이커가 아발론 어쿠스틱스 스피커 디자인을 무단 도용하기 시작했다.
독창적인 디자인이며 강렬한 인상을 갖게 만드는 디자인의 아이덴티티 때문이었다. 그래서 국내에서 아발론 어쿠스틱스 스피커는 한때 무척 시들했던 적이 있다. 소위 짝퉁이 너무 많았던 탓이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다면체 배플 디자인은 정교한 계산을 필요로 한다. 또한 보다 많은 정밀한 측정과 데이터를 토대로 설계를 필요로 한다. 이것은 수 많은 시간의 리스닝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디자인 특별한 설계 난이도를 요구하는 것일까?
2000년초부터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 메이커들은 배플이 좁은 스피커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이건 유행이었지만 삽시간에 엄청난 속도로 불붙기 시작했다. 아니, 그 당시로부터 10년만 거슬러 올라가도 18인치 우퍼를 탑재한 스피커도 있었고 배플의 면적이 엄청난 스피커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JBL의 엔트리 레벨의 3웨이 스피커인 JBL 4312가 여전히 건재했던 시절이었고 12인치 우퍼를 기본 탑재했던 스피커였다.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선 스탠드가 필요했기에 북쉘프 형태에 가까웠지만 크기를 보면 북쉘프 스피커라 부르기 모호한 크기이기도 했다.
당연히 드라이버의 어레이도 지금처럼 수직이 아닌 트라이앵글 형태이거나 다채로운 어레이 디자인의 스피커도 많았다.
하지만 배플의 디자인에 따라 재생음이 신경질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 메이커들이 깨닫기 시작했으며 배플은 스피커에서 만들어지는 재생음의 1차 반사 지점이다. 흥미로운 것은 배플의 디자인은 보통 평평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직접적인 반사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주파수 대역에 따른 재생음은 패턴이 제각각이라 난반사를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배플의 면적을 줄여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것은 아주 단순한 논리이다. 1차원적인 생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윌슨 오디오는 이러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WATT를 개발했다. Wilson Audio Tiny Tot의 줄임말로써 엔트리 스피커임을 암시했다. 그럴 것이 그의 첫 데뷔작은 사실상 윌슨 오디오의 레퍼런스를 상징하는 WAMM이었기 때문이다.
이 스피커는 사다리꼴 모양으로 트위터로 올라갈수록 배플의 면적이 좁아진다. 즉, 트위터에서 발생하는 재생음의 직접적인 복사를 최소화 시킨 스피커이며 이러한 스피커의 최초 창시자는 스웨덴에 위치한 스피커 메이커였다.
이후 윌슨 오디오는 사다리꼴 배플 디자인에 의해 재생음의 직접적인 복사 문제를 크게 줄였지만 이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배플 전체에 흡음이 가능한 소재를 뒤덮어 버리기까지 한다. 지금은 정밀 가공이 가능해 흡음재를 예쁘게 설치할 수 있게 되었지만 와트퍼피 5.1을 지금 본다면 다듬어지지 않는 거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발론 어쿠스틱스는 이 문제에 다르게 대응했다. 배플의 면적을 줄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이 찰스 한센의 생각이었다.
즉, 스피커에서 재생음이 뻗어 나가는 재생음의 주파수 성분이 가지는 패턴을 연구해 배플의 앵글과 면적을 달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반사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설명처럼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정밀한 계산이 필수이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디자인만 도용한 짝퉁 스피커들은 엉망진창에 밸런스를 만들고 만다. 여담이지만 이런 디자인을 도용한 사람들은 재생음이 어떻게 나오던 신경도 안 쓰는 걸 보면 양심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이러한 디자인은 On-Axis에서(스피커를 중심으로 좌/우15도 앵글 범위 내) 이상적인 주파수 응답 특성을 가져오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왜냐면 이 디자인은 근본적으로 Off-Axis(스피커를 중심으로 좌./우15도 앵글 밖 범위)에서 평탄한 주파수 응답 특성을 만들기 위한 물리적인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아발론은 과거 ISIS 스피커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흡음 패드를 미드레인지와 트위터 사이에 채워 놓았으며 이 흡음 패드는 사실상 트위터를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특정 주파수 대역을 가능한 최대한 흡음하기 위한 것으로 이전 ISIS 스피커 대비 이상적인 주파수 응답 특성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Off-Axis에서의 주파수 응답 특성은 다른 하이엔드 스피커들을 대부분 능가하며 무엇보다 틸&파트너의 아큐톤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사용한 하이엔드 스피커 중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주파수 응답 특성을 갖게 만든다.
즉, 아큐톤 1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 재생음의 에너지의 리니어리티 특성과 더불어 0.75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가 가지는 지향성 범위를 효과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요즘은 초고역에서의 지향성 범위를 넓게 가져가기 위해 서라운드 디자인과 같은 근본적인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쓰는데 아발론 어쿠스틱스의 ISIS 시그너쳐는 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아주 훌륭한 디자인을 이미 갖추고 있다.
여담이지만 20년 전 아이돌론 스피커가 대박을 칠 수 있었던 것도 시대를 앞서간 캐비닛 디자인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가 대형 스피커를 사용하는 근본적인 이유인 우퍼이다. 리뷰에 사용된 ISIS 시그너쳐 스피커는 독일의 하이엔드 드라이버 메이커 에톤이 생산하는 13인치 우퍼이다. 이 우퍼의 진동판은 노맥스와 케블라의 혼합으로 만들어 졌는데 콘이 견고하며 상대적으로 더 무거운 콘이다. 이 의미는 다른 13인치 우퍼보다 피스톤 운동에서 유리할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우퍼가 만들어 내는 저음의 에너지는 무시무시하다. 그래서 11인치 싱글 우퍼만 하더라도 컨트롤이 어렵다. 아이돌론 스피커가 대박을 친 이유도 에톤사의 11인치 우퍼에서 이상적인 반응의 저음을 얻어냈기에 가능했던 것인데 13인치는 11인치와 완전히 다른 레벨이다.
이전의 ISIS 스피커가 실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얻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13인치 싱글 우퍼도 힘들지만 13인치 더블 우퍼는 미친짓에 가까운 것이다. 공교롭게도 국내 어느 매거진에 ISIS 리뷰를 맡은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엔 날 뛰는 우퍼를 캐비닛이 감당하지 못한다는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래도 아발론 어쿠스틱이나까 그나마 들어줄 수 있었던 것이었지 다른 메이커였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전 ISIS 스피커와 동일한 디자인을 가진 ISIS 시그너쳐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답은 매우 간단하다.
캐비닛을 강화시켰다. 기존에 MDF와 HDF를 넘어서는 SIC 캐비닛 소재를 선보였는데 이는 Silent, Inert, Composite의 줄임말로 몇 가지 소재를 섞어 새로운 물질의 특성을 얻어낸 것을 말한다. SIC 캐비닛 기술엔 MDF를 기본으로 하돼 여기에 글라스 파이버와 카본을 혼합시켰는데 특이한 점은 레조넌스를 최대한 억제시키기 위해 불규칙적인 배열로 혼합시켰다는 것이다.
이러한 디자인을 통해 그 어떤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 디자이너도 쉽게 통제하지 못했던 에톤사의 13인치 더블 우퍼가 나긋나긋하면서 파워풀한 저음의 재생을 가능하게 만들어냈다. 몹시 중요한 것은 그렇기 때문에 과거 ISIS와 달리 보다 파워풀한 파워 앰프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고 이것은 아발론 어쿠스틱스 스피커의 뿌리를 찾은 것이라 생각했다.
아발론 어쿠스틱스의 스피커는 저음의 폭발적인 면모와 빠른 반응을 매력으로 내세우는 회사이다. 이전 모델에 ISIS에선 그런 면을 보지 못했다. 뭐랄까… 스펙을 통해 많은 판매를 이루고자 했던 서투른 욕심이 보였다.
하지만 현재 아발론 어쿠스틱스를 이끌고 있는 닐 파텔은 ISIS 시그너쳐를 통해서 ISIS를 완성했다고 판단 되었다.
무엇보다 ISIS 시그너쳐를 리뷰하면서 특이하다고 느꼈던 점은 스피커의 특성이 지난 아발론 스피커들에 비해 비교적 모니터적인 특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녹음 환경이나 재생음을 아주 모니터적으로 표현해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파워 앰프의 음색이나 특성을 잘 토해낸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매칭에 따라 따듯한 온기를 머금은 음색을 토해낼 수도 있고 또 다소 거칠지만 질감이 돋아 솟구치는 음색 그리고 저음의 빠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그러니까 이전 ISIS 보다 좀 더 다양한 표정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절대인 기준으로 이전 ISIS 스피커와 비교할 수 없는 것은 아발론 스피커를 위해 제작된 스틸포인트의 3점 지지 풋을 채용한 탓도 크다. 스틸포인트에서 제작하고 아발론 어쿠스틱스에서 판매하는 이 풋은 아래로 흐르는 스피커 캐비닛의 진동을 보다 효과적으로 소멸시켜 준다.
수입원 – 큐브 코포레이션
www.cubecorp.kr
판매원 – 에어로
www.aerosoun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