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재미난 이야기로 리뷰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현재 우리가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하이엔드 오디오 파워 앰프는 거의 모두 트랜지스터 방식이다. 파워 앰프의 출력을 결정 짓는 요소 중 하나인 출력부 회로에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는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로 구성된다.
그런데 현재 수준에 오기까지 참으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과거엔 지금과는 조금 다른 캔 타입의 트랜지스터를 볼 수 있었고 P형 트랜지스터의 경우 수율이나 품질이 좋았지만 N형의 경우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한때 하이엔드 오디오 파워 앰프에서 이런 특성 차이를 극복하고자 P형과 P형을 조합하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아이디어는 N형 트랜지스터의 생산 품질이 좋아지면서 사장되었는데 요즘 일종의 제품의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일종의 마케팅 수단으로 재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트랜지스터의 품질 수급이 얼마나 안 좋았냐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유명 하이엔드 오디오 파워 앰프에 거의 표준처럼 쓰이던 2N3055라는 트랜지스터는 패어로 생산되지 않았다. 놀라운 일 아닌가?
사실 P형 트랜지스터들끼리 짝을 지어줘도 크게 상관은 없다. 트랜지스터를 거꾸로 뒤집어서 쓰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콜렉터와 에미터를 뒤집어서 쓰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시대인가? 메모리 반도체를 3D로 128층 이상 쌓으며 이 다음 기술을 준비하고 있는 시대이다. P형 트랜지스터와 N형 트랜지스터의 특성이 거의 똑같이 나온다. 그래서 과거 한때 유행했던 기술의 등장을 ‘마케팅’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절대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사실 하이엔드 오디오 파워 앰프에서 쓰이는 증폭 회로 이론도 60년도 넘은 기술이다. 부품 소자들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또 내구성이 좋아지면서 무엇보다 캐패시터의 용량 밀도가 올라가면서 예전보다 대출력 파워 앰프를 만들기 수월해졌고 열 효율이 좋은 소자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재생음의 음질이 좋아지고 구동력이 좋아진 것이지 결코 회로 기술이 발전해서 좋아진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과거 기기와 비교해 음질이 좋아진 이유에 대해 부품과 회로의 발전의 비율을 따지자면 나는 8:2 정도로 본다.
절대 바뀌지 않는 것, 그건 프리 앰프의 볼륨 회로일 것이다. 아직도 상당히 많은 곳에 알프스사의 볼륨이 쓰인다. 가변 저항 방식이로 이걸 접촉식 볼륨이라고 부른다. 그 당시 얼마나 완성도가 높았길래 지금도 널리 쓰이는 것일까? 더욱 놀라웠던 것은 상대적으로 아날로그 증폭 기술에 대한 경험도가 뒤쳐지는 헤드폰 앰프에선 정말 많은 제품들이 이 볼륨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볼륨의 완성도나 특성은 우수하지만 낮은 볼륨(다르게 이야기 하자면 감압이 높은)에서 좌/우측 레벨의 편차가 존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내구성 문제가 생기며 이는 곧 음질 저하를 불러 일으킨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하는 릴레이 방식의 볼륨도 마찬가지다. 패어 매칭을 통해 구성된 저항을 릴레이를 통해 감압하는 방식으로 릴레이는 전자석에 의해 스위치가 붙었다 떨어졌다를 통해 온/오프가 이뤄진다. 결국 수명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며 이런 회로를 구성하는데 적지 않은 면적과 부품을 필요로한다.
그런데 흥미를 자극한 것은 오디오그룹덴마크라는 회사에서 Aavik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I-880이라는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를 발매한 것이다. 7만 달러라는 인트그레이티드 앰프로써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그리폰을 창업한 라스무센씨가 이 제품의 디자인에 참여했다. 더 자세히 이야기 하자면 디자인 작업을 주관했다.
그래서 이 제품의 상부 뒤에는 라스무센씨의 싸인이 새겨져 있기도 하다.
나는 이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의 디자인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Cooper Enclosure 섀시 기술이 쓰였으며 전면의 터치패널 디자인 무엇보다 폰트 자체도 마음에 들었다. 디자인에 있어 나는 95점 이상을 주고 싶을 정도이다. 나머지 5점은 나중에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겨둔 점수이다.
크기는 폭 580mm X 깊이 510mm X 높이 155mm로 개인적으로 황금 비율에 가까운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실물과 마주할 때 지금까지 존재한 그 어떤 하이엔드 오디오 컴포넌트에 비해 압도적인 존재감을 선사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블랙 알루미늄과 산화 방지 처리를 끝낸 Copper Enclosure의 색의 조합은 예술적이다. 미적 감각이 정말 탁월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리고 Copper Enclosure는 미적인 감각 뿐 아니라 음질에 있어서도 탁월한 효과를 불러온다는 사실이다. RF/EMI 차폐 능력은 같은 질량의 알루미늄을 압도하며 질량에 대한 밀도도 알루미늄에 3배에 육박하는데 그래서 알루미늄에 비해 그만큼 무겁다. 하지만 특이한 것은 댐핑 특성이 알루미늄과 상당히 다른데 이 댐핑 특성이 묘한 음색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다.
그러니 미적 감각 뿐 아니라 음질적인 측면에서도 고가의 Pure Copper를 채택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경쟁사에서 Pure Copper를 하우징 소재로 선택하지 못하는 것은 원가가 높아지는 이유와 성형이 쉽지 않다는 단점 외엔 장점이 가득하다.
이외에 내부의 기술에서도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LDR 볼륨 기술이다. Light Dependent Resistor의 이니셜로 빛, 의존, 저항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즉, 빛에 의존하여 저항을 달리하는 기술이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현재까지 볼륨 기술은 모두 접촉 방식이다. 그리고 접촉 방식이 가지는 문제점에 대해서 설명을 했고 내구성과 미세 저항에 따른 음질 열화는 구조적으로 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걸 이론적으로 해결해보자고 고안한 아이디어가 LDR 기술인데 이 기술은 하이엔드 오디오 앰프를 위해 고안된 기술은 아니며 다른 산업쪽에서 하이-테크 기술로 쓰이고 있는 것을 응용한 것이다.
응? 빛에 따라 볼륨을 조절해? 옵티컬 기술인가? 사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옵티컬 인코딩 기술이라고도 이야기 할 수 있는데 뭐, 정식 명칭이 존재하니까.. 그런데 빛의 신호를 가지고 어떻게 볼륨을 조절한다는 것일까?
간단하게 설명하자. 우린 이미 일상 생활을 통해서 빛의 에너지를 가지고 스위치를 동작시키는 세상에 살고 있다. 무슨 X소리냐고?
자동차의 오토 헤드라이트 기술이다. 어두워지면 헤드라이트가 켜지고, 밝아지면 헤드라이트가 꺼지는 기술이다. 일부 최신식 가로등도 마찬가지이다. 해가 질 때 가로등이 켜지고 해가 뜰 때 가로등이 꺼질 수 있는 기술이다.
빛의 조도를 세분화하여 그에 따라 세분화한 단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LDR 기술의 초석이다. 그리고 빛의 조도에 따라 여러 신호를 출력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비접촉으로 불리며 다시 이야기 하자면 접촉에 의해 생기는 모든 단점들이 LDR 볼륨에선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앞서 이야기 했듯 하이엔드 오디오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에 쓰이고 있는 볼륨은 최저 0옴(쇼트)에까지 이를 수 있지만 LDR 볼륨의 경우 최저가 50옴에 이른다. 그와 반대로 저항을 무한대까지 설정할 수 있다. 이 말은 달리 이야기 하자면 일반적인 볼륨의 Zero 구간에서 음악 소리가 아주 약하게 흘러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Aavik I-880 앰프에선 별도의 뮤트 버튼을 마련해 두었고 뮤트 버튼을 통해 그라운드를 쇼트 시키면 볼륨은 Zero가 된다.
LDR 볼륨의 특징은 볼륨 회로의 의한 로스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과 상대적으로 투명한 재생음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사가 LDR 볼륨을 채택하지 못하는 이유는 LDR 기술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런 LDR 볼륨 기술에 대해서 운영자는 어떻게 알고 있냐고? 과거에 LDR 볼륨을 탑재한 프리 앰프 개발에 참여한 적이 있어서 그렇다.
각설하고 I-880은 구시대의 기술을 버리고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한 새로운 기술도 준비했다. 테슬라 코일 기술이다. 이걸 크게 두 가지 적용해 놓았는데 하나는 모듈식으로 또 하나는 PCB에 박아 넣기도 했다. Aavik에선 노이즈를 크게 줄이고 음악 신호의 에너지를 더욱 크게 증폭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이 기술은 실제 Aavik이 자사의 아이덴티티라고 여길 수 있을 만한 음색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로 보인다. 그래서 자사의 제품 스펙에 테슬라 코일의 사용 개수에 대해 표기하기도 했는데 그래서 I-880을 20여시간 이상 들으면서 느낀 것은 묘한 온도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게 Copper Enclosure 때문인지 아니면 테슬라 코일 때문인지 아니면 이 둘 모두 때문인지 정확하게 판단할 순 없었지만 나는 테슬라 코일의 효과가 더 크다고 느꼈다.
물론 세상에 단점 없는 기술은 없다. 아주 정교한 계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컴퓨팅에 의한 실시간 아날라이징과 더불어 인코딩, 디코딩 기술이 없다면 무엇이 노이즈이고 무엇이 음악 신호인지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역시 경쟁사에서 이러한 기술을 도입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역시 득보다는 실을 더 많이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인데 Aavik이 테슬라 코일에 대해 이렇게 강조할 수 있는 것은 실보다 득을 더 많이 가져다 올 수 있는 기술에 자부심을 가져서라고 생각했다.
또한 내부 배선재로 쓰이는 부품들은 오디오그룹덴마크의 케이블 브랜드인 Ansuz에서 개발한 지르코늄 기술과 케이블에도 테슬라 코일 기술을 접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명에 의한 노이즈나 RF/EMI에 대한 악영향을 철저하게 막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그리고 I-880은 8옴에서 200와츠의 Class A 증폭 기술을 실현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가능한 기술이 바로 PFC 기반에 4개의 500와츠 전원부 덕분이다. 이걸 전통적인 파워 앰프에 접목시키면 2,000VA 이상의 트랜스포머를 탑재한 것과 유사한 성능을 갖게 된다.
만약 일반적인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탑재했다면 이 크기에 수납이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Aavik은 이 황금 비율의 섀시에 대용량 전원부를 탑재하기 위해 4개의 500와츠 DC 전원부 모듈을 탑재시켰다. 이로 인해 출력이 높을수록 열로 날아가버리는 저효율 문제를 사로 잡고 그만큼 효율적인 온도에서 출력을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 I-880에서는 메뉴를 통해 앰프 내부의 온도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능도 탑재하고 있다. 섭씨 46도를 기반으로 최대 50도까지 올라가는 것을 목격했는데 이는 써미스터 회로를 통해 바이어스를 통제함으로써 46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모니터링 할 수 있었다. 이건 46도 부근에서 가장 이상적인 재생음이 나온다는 경험 안에서 이렇게 설정한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들을 집약해 출력부 모듈을 구성하는 부품들을 간소화하여 회로 경로를 이상적으로 구성할 수 있게 설계해 두었다. 그 중 하나가 채널당 상/하 개별적으로 8개의 콘덴서가 사용되고 있는데 그 중심에 R/L/C 네트워크를 설치해 바인딩 포스트로 와이어드 시킨 것은 무척 인상적으로 보인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R/L/C 네트워크 역시 2차 정도로 구성했을 것으로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단번에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로 올라서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담겨 있다는 측면에서 I-880을 높게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론 다이아몬드 트위터가 탑재된 스피커와 매칭이 괜찮을 것으로 본다.
수입원 – (주)사운드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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