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없이 바빴다. 그리고 올해 여름은 정말 무더운 느낌이었다. 신기한 것은 우리집 거실과 각 방에는 내부 온도를 알려주는 모니터가 있다. 몇 해 전 가장 무더웠던 여름이 있었는데 당시엔 실내 온도가 36도 이상을 표시하지 못하고 막연히 MAX라고만 표기 되었었는데 올해는 35도 부근까지 올라갔는데 올해가 더 더운 느낌이었다.
막연히 공기의 온도 외에도 더위를 느끼게 하는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습도나 바람의 방향 같은 것들이 포함될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체감 온도라는 새로운 단위를 만들어 알려주곤 한다.
이제 9월 말을 향해 가는데도 거의 이론에 가깝던 가을 장마가 장마의 위력을 내세우며 습한 날씨를 부추기고 있다.
각설하고 오늘 소개할 스피커는 정말 Hot 하다고 할 수 있다. 북쉘프 형태의 스피커이지만 3웨이 디자인에 완벽에 가까운 스펙들로 채워져 있는 스피커이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독일 킬(Kiel)에 위치한 일락(ELAC0 콘첸트로 S503이다.
HiFi.CO.KR은 올해 14주년을 넘어 내년에 15주년을 맞이한다. 단 한번도 명예의 전당에 오를만한 제품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 이유는 마드리갈 산하의 마크 레빈슨이나 1990년대 소개 되었던 장인 정신이 짙게 묻어 있는 제품들을 최근 들어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으로 일락 콘첸트로 S507이라는 플로어 스탠드형 스피커에 무한한 감동을 느꼈고 그 스피커를 처음으로 HiFi.CO.KR 명예의 전당에 올렸다. 그 이유는 가장 이상적인 스펙과 기술들이 집약된 그야말로 최고 수준의 하이엔드 스피커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가격은 S507을 명예의 전당에 올리기에 주저함을 주지 않았다.
얼티밋 레벨에서 볼 수 있는 4웨이 디자인에 쿼드러풀 우퍼 디자인을 2,000만원 아래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JET 트위터라는 주름진 박막 필름을 고역 진동판으로 해 50kHz 이상의 주파수 응답을 실현하며 JET 트위터를 중심축으로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를 동축 형태로 배열한 드라이버는 현재 손에 꼽을 수 있는 가장 뛰어난 드라이버 중 하나이다.
일례로 박막 필름 형태의 JET 트위터 진동판의 주름을 잡기 위해 쓰이는 금형은 BMW 330i 한대 가격과 맞먹는다. 즉, 일반적인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 메이커에서 소량 JET 트위터를 제작해 쓰고자 했다면 JET 트위터의 판매 가격은 지금보다 수 백배 이상 되었을 것이다.
일락은 이 엄청난 JET 트위터의 판매 가격을 현실적으로 만들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한해 무려 20만개 이상 판매하면 타산이 맞게 된다.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 뿐 아니라 포르쉐의 차량에서 하이엔드 오디오 옵션을 선택하면 JET 트위터가 탑재된다.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는 말도 안 되는 가격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데 생각해 보면 2억짜리 스피커를 한조 생산하는 것 보다 아반떼(CN7) 한대를 생산하는 것이 훨씬 어렵고 더욱 많은 부품과 공정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반떼가 훨씬 저렴할 수 있는 이유는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즉, 일락의 JET 트위터는 대단한 고역 특성을 실현할 수 있으면서 현실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는 유일한 트위터이다. 이보다 더 못한 트위터를 채용한 스피커를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것은 정보의 부족 때문이라 생각한다.
각설하고 오늘 리뷰 페이지를 장식할 콘첸트로 S503은 디자인적으로 S507에 쿼드러풀 우퍼를 삭제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3웨이 디자인을 선택하면서 크리스탈 멤브레인 우퍼 드라이버가 초저역 재생까지 담당하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S507은 쿼드러풀 서브우퍼가 알루미늄 샌드위치 형식의 진동판을 탑재하고 있으며 S509는 크리스탈 멤브레인 구경을 더 키운 진동판을 탑재하고 있다. 그러니까 S507과 S509의 매력이 혼재한다.
하지만 재생음의 스타일은 두 가지 상급 모델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콘첸트로 S503만의 매력을 짙게 보여준다. 첫 번째가 굉장히 빠른 저역의 응답 성능이라 할 수 있다. 콘첸트로 S507이나 S509는 엔트리 대형 스피커에 준하거나 그 이상의 파워풀한 저역을 재생할 수 있다. 그 엄청난 능력은 상대적으로 낮은 능률에 있다. 파워 앰프의 출력으로 더 깊고 양감 있는 파워풀한 저역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스피커라면 쿼드러풀 우퍼는 S507이나 S509의 캐비닛의 질량으론 턱도 없다. 하지만 S507이나 S509는 푸쉬/푸쉬 & 풀/풀 어레이 디자인으로 우퍼를 배열했기 때문에 캐비닛이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히 낮다. 하지만 이러한 디자인에서 저음의 지향성을 느끼는 이들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4웨이 디자인이 되어야 한다.
스피커의 전체 공칭 임피던스를 맞춰 S507과 S509에 탑재되는 7개의 드라이버의 임피던스가 설계되어 있지만 그래도 7개의 드라이버를 구동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재생음이 나온다는 것과 제대로 나온다는 것은 조금 다른 의미인 것 처럼 말이다.
하지만 콘첸트로 S503은 상대적으로 부담을 크게 던다. 그래서 더욱 빠른 저음의 응답과 더불어 크리스탈 멤브레인 진동판이 만들어 내는 파워풀한 저음도 만끽할 수 있다. S507이나 S509를 제대로 구동할 땐 리즈 시절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근육을 연상시키지만 S503은 메이웨더의 근육질을 연상시킨다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놀라운 것은 바로 광활한 사운드 스테이지를 그려내는 능력은 상급 모델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이다. 실제 S503을 경험해 보면 정말 놀랍다. 무엇보다 이런 무대를 그려내는 능력은 300~400만원대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가 무엇일까? 앰프의 드라이브 능력과도 연관이 없진 않지만 근본적인 것인 실제 진동판을 움직이는 것은 자기 회로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이유를 좀 더 깊게 파고 들어가 보면 우린 S503에 탑재된 드라이버의 시간축 정합과 위상 특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
위에 콘첸트로 S503의 측면 사진은 무척 중요하다. 단순히 측면 사진으로 보면 안 된다. 대부분의 스피커는 정확하게 수직으로 놓인 배플에 트위터(고역) / 미드레인지(중역) / 우퍼가 배열된다. 직관적으로 보았을 땐 각기 드라이버가 정확하게 배열된 것 같지만 자기 회로가 짧은 트위터에서 재생임이 먼저 출발하고 그 다음 미드레인지, 그 다음 우퍼에서 출발하게 된다.
그래서 재생음의 결과물은 왜곡된다. 마치 굴곡진(구면) 렌즈에 맺히는 이미지처럼 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비구면 렌즈이다. 하이엔드 오디오도 이런 시간축 정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플 디자인을 뒤로 Tilted 시켜 해결하고 있는데 이는 1차원적인 방식이다.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재생음의 에너지의 리니어리티를 떨어트리게 만든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드라이버마다 별도의 모듈화를 통해 변칙적인 앵글을 통해 해결하는 스피커 메이커도 있지만 그건 리스너의 위치에 따라 지속적으로 세팅이 변해야 하기 때문에 원시적인 방법이라 볼 수 있다.
일락 콘첸트로 S503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플을 뒤로 틸팅 시키지 않고 깎아낸다. 대신 드라이버의 앵글이 재생음의 에너지의 리니어리티가 떨어지는 문제를 야기시키지 않기 위해 드라이버의 아래쪽의 배플을 좀 더 깊게 가공하여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 낸다.
즉, 에너지의 리니어리티를 완벽하게 확보하며 근본적으로 시간축 정합을 이뤄낸다. 여기에 리스너의 위치와 상관 없이 스피커의 공간 세팅이 가능해진다.
전 세계 그 어떤 북쉘프 스피커에서도 구현된 적 없는 완벽한 디자인이라 감히 이야기 하고 싶다.
하지만 진짜 괴력은 바로 JET 5c라 명명된 동축 드라이버에서 나온다. 동축 드라이버의 개념은 아주 쉽다. 고역과 중역이 마치 하나의 드라이버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오는데 실제 자기 회로는 2개다. 트위터와 미드레인지의 축이 같기 때문에 고역과 중역 재생음의 정위감은 완벽에 가깝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여성 보컬이나 고역에서 중역에 이르는 주파수의 연결감은 환상적이다. 적어도 고역과 중역의 주파수의 연결감은 JET 5c를 기준으로 삼아도 될 정도이다. 물론 크로스오버 회로의 완성도가 뒷받침 되어야 하나 그건 이미 상향 평준화를 이뤘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오해가 없어야 하는 것이 주파수의 정위감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끝으로 콘첸트로 S503에 대한 장점을 하나 더 꼽자면 플로어 스탠딩형 상급 모델인 S507과 S509에 비해 캐비닛 크기가 작기 때문에 그에 따른 캐비닛의 공진점도 달라진다는데 있다. 즉, 캐비닛 내부 체적은 줄어 들어 싱글 우퍼를 채용할 수 밖에 없지만 캐비닛의 울림이 더 견고하고 단단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건 사실 거의 모든 북쉘프 스피커에서 누릴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콘첸트로 S503은 그들을 압도하는 물리적인 캐비닛 디자인 효과가 따른다. 여담이지만 정말 기능적으로 완벽한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완벽한 캐비닛 디자인이다.
콘첸트로 S503의 캐비닛 디자인을 위에서 바라보게 되면 사다리꼴 형태로 후면으로 갈수록 캐비닛이 좁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디자인은 모든 드라이버의 콘이 움직이면서 재생음을 만들어 내는 같은 양의 음압 에너지가 필연적으로 내부로도 작용하면서 캐비닛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하는데 스트레스를 줄이면서도 효과적으로 감압하기 위한 디자인이다.
이런 물리적인 효과를 누리기 위해선 수학적 계산이 필요하고 이상적인 감압을 위해선 캐비닛이 상당히 깊어져야 하지만 비율만 제대로 계산 된다면 제한된 크기 내에서도 상당한 감압 효과를 얻게 된다.
참고로 콘첸트로 S503의 캐비닛 크기는 높이가 400mm에 이르고 깊이는 무려 372mm에 이른다.
이로 인해 굉장히 조용한 캐비닛 잡음을 실현해 냈고 그에 따라 각 드라이버의 진동판이 만들어 내는 재생음이 정말 영롱하게 펼쳐진다고 볼 수 있다. 음의 생기에 있어서는 상대적인 재생음의 밸런스 때문인지 몰라도 콘첸트로 S503이 상급 모델들에 비해 좀 더 생기 있게 느껴진다. 좀 더 가볍고 재생음들이 스피커를 떠나는 이탈감이 좀 더 쉽게 이뤄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골방에 어울리는 스피커는 아니다. 앞서 언급한 광활하게 펼쳐지는 무대를 그리는 능력은 50평대 거실에서도 감질나게 만들지 않는다. 저역에 있어서도 초저역의 에너지엔 무리가 따라도 타악기의 타격감과 타격감을 받쳐주는 저역의 에너지는 무척 인상적이다. 오히려 작은 방에서는 웬만한 플로어 스탠드형 스피커를 능가하는 저역 재생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콘첸트로 S503은 상급 스피커와 마찬가지로 지향성 범위를 제어할 수 있는 3가지의 D/C Ring을 제공하는데 무대를 더 광활하게 펼쳐낼 수 있는 웨이브 가이드 링이 제공되는 가 하면 아주 정교한 포커싱 이미지와 선예도를 보여줄 웨이브 가이드 링이 그리고 이 두 가지의 중립적 성향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웨이브 가이드 링을 제공한다.
그 효과는 실로 정말 대단하다. 나는 무조건 정교한 포커싱 이미지와 선예도를 만들어 주는 웨이브 가이드 링을 추천한다. 왜냐면 그래도 이미 콘첸트로 S503이 만들어 내는 무대의 표현력은 경쟁 스피커는 아주 가볍게 압도하기 때문이다.
말이 필요 없다. 제대로 세팅된 콘첸트로 S503을 경험한다면 오늘 운영자가 작성한 리뷰를 읽을 필요 조차 없을 만큼 드라마틱함을 느낄 테니 말이다.
수입원 – (주)사운드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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